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7/18 19:02:37
Name 가위바위보
File #1 왕징.jpg (148.0 KB), Download : 693
Subject [일반] 꾸이린, 너는 계수의 숲을 보았니? (수정됨)


넷플릭스 영화 [돼지와 뱀과 비둘기] 후기입니다. 사진은 sub 주인공 겸 매력적인 배우 '왕징'



(1) 탐진치
불교의 가르침에는 깨달음을 방해하는 세 가지를 일컬어 삼독(三毒)이라 부릅니다. 탐욕(貪欲), 진에(瞋恚), 우치(愚癡)를 가리키며 줄여서 탐, 진, 치라 하기도 합니다. 탐이라 함은 욕심을 부리는 것, 진은 성내고 시기 질투하는 것, 치는 어리석음을 의미합니다. 이 세가지 어두운 마음이 사람의 눈을 가려 번뇌에 빠지게 만들죠.



(2) 삼국지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1800년 전이죠. 유비, 관우, 장비가 살던 삼국지 시대 후기의 오나라에는 ‘주처’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위나라 장군 조휴를 가짜 항복 편지로 속여 전쟁에서 오나라를 승리하게 한 그 유명한 주방인데, 여기선 잠시 생략하겠습니다.

주처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였는데, 성장과정이 순탄치 않았는지 마을의 골칫덩어리로 자라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뒷산의 호랑이, 앞강에 사는 교룡, 그리고 주처를 하나로 묶어서 삼해(세가지 해로운 것)로 불렀습니다.

주처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뜻 깊은 일을 해야겠다 싶어,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지역 공동체를 위해 첫 번째로 잡은 것은 호랑이였고, 두 번째로 잡은 것은 교룡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한 두 짐승을 잡았음에도 그들이 전혀 기뻐하지 않고 벌벌 떨자 자신이 마지막 고민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주처는 부끄러움이 밀려와 마을을 떠납니다. 주처제삼해(周處除三害)라는 고사로 알려진 이 이야기는 나무위키 주처 항목에도 적혀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면 시간이 뚝딱 지나갈거에요.



(3) 계수의 숲
주인공 이름에 포커스를 맞춰보겠습니다. 꾸이린(桂林), 즉 계수의 숲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때 불렀던 윤극영 선생님이 작사하신 동요 [반달]의 가사 기억하시나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달을 노래한 곡인데 계수나무와 토끼가 등장합니다. 중국에도 이런 토끼와 계수나무가 연관된 옥토끼 설화가 있는데 아주 짧게 요약해보겠습니다.

부처님이 전생에 가난한 청년이던 시절, 아주 배가 고팠을 때 입니다. 토끼가 청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스스로 불에 뛰어들어 그의 허기를 달래주었습니다. 내세에 청년은 부처님이 되었고 토끼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토끼의 영혼을 달에 보냈습니다. 그곳엔 계수가 있었고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달을 올려다 볼 때면 계수 아래에서 절구질을 하는 토끼를 언제나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우리 조상들, 나아가 동아시아의 조상들이 달의 앞면 크레이터를 보며 토끼 모양을 연상한 것도 그 전설로 부터 시작합니다. 재밌게도 동아시아 전설 속 달과 함께 등장하는 계수나무들은 모두 현대의 일본산 계수나무가 아닌 녹나무과의 계수, 즉 월계수를 의미합니다.

놀랍지만 그리스 신화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수행하던 님프 다프네, 그 다프네를 스토킹한 태양신 아폴론이 주인공들이죠. 에로스에게 사랑의 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를 쫓아다니며 구애를 했습니다. 그러나 에로스에게 혐오의 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계속 아폴론을 거절했습니다. 끝내 아폴론을 쫓아낼 방법이 없자 다프네는 강의 신인 아버지에게 자신을 월계수로 바꿔달라 부탁했고, 그렇게 월계수가 되었습니다.

어떤 신화적 원형이 있는 것 마냥,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과 계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오늘날 월계수는 영웅의 머리에 씌워주는 상징으로, 전설 속 나무로 그리고 토끼의 든든한 친구로 남아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과 함께 이 대만 영화 [돼지와 뱀과 비둘기]를 보시면 더욱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4) 세동물
멀리 돌아왔네요. 다시 영화 얘길 하겠습니다. 천꾸이린(陳桂林)은 대낮에 경쟁 조직의 조직원들이 모인 자리에 들어가 적 간부를 죽이고 나올 정도로 강단있는 조폭입니다. 그는 그날 이후 숨어 살았습니다. 그러다 의사로부터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삶의 덧없음을 깨닫고 자수를 하기 위해 경찰서에 들어갑니다.

자수하기 직전, 범죄자 게시판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자기보다 현상금이 높은 범죄자가 대만에 두 명이나 있다는 걸 알게되어 그 길로 경찰서 밖으로 나옵니다. 두 놈을 죽이고 가장 유명한 범죄자가 되야겠다 마음 먹은 것이죠.

그렇게 영화는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누가 돼지, 뱀, 비둘기에 해당하는지 추리해보시는 것도 재밌을 거라 생각해요.



(5) 한줄평
최근에 본 중화권 영화 중 가장 재밌게 봤습니다.  잘생기고 예쁜 주인공들 나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언급금지
24/07/18 19:10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겠습니다.

근데,

예쁜가요?
가위바위보
24/07/18 19: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여주가 아주 짧게 나오지만 매우 예뻐요. 왕정(1998년 생)인데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반교:디텐션] 등의 영화에 나왔고 이 배우의 영화와 드라마들은 넷플릭스에 거의 다 있어요.
닉네임을바꾸다
24/07/18 19:58
수정 아이콘
계수라 하니 방정식 이야기라도 하는줄 크크
가위바위보
24/07/19 04:57
수정 아이콘
하핳 아쉽게도 수학얘기가 ! 아니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2888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0092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2075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5817 3
102559 [일반] 바이킹은 왜 약탈했을까? [10] 식별2187 24/10/31 2187 12
102555 [일반] 내 아들의 친모 달리기 훈련기. [27] likepa6856 24/10/30 6856 35
102554 [일반] 오늘자 국장 클라스 [58] 아스날8572 24/10/30 8572 2
102553 [일반] 고시엔 준우승팀, 간토다이 이치 고교에 다녀왔습니다. [13] 간옹손건미축3062 24/10/30 3062 3
102552 [일반] aespa의 Set The Tone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메존일각1666 24/10/30 1666 3
102550 [일반] 신세계그룹. 신세계 / 이마트 계열분리 발표. [41] Leeka7498 24/10/30 7498 5
102549 [일반] 사람이 사람을 먹은 역사: 식인의 여러 종류를 알아보자 [9] 식별2234 24/10/30 2234 18
102548 [일반] 1억원 넘은 비트코인…전고점 경신 '눈앞' [72] 덴드로븀6231 24/10/30 6231 0
102547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48] Poe7359 24/10/29 7359 168
102546 [일반]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19] 깃털달린뱀6042 24/10/29 6042 12
102545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5. 높이날 료(翏)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710 24/10/29 2710 2
102544 [일반] Plan B [45] 슈니6032 24/10/29 6032 38
102543 [일반] [서평]《편향의 종말》- 무의식에서 나오는 편향을 끝내는 길 [13] 계층방정4118 24/10/28 4118 5
102542 [일반] 노비의 삶을 알아보자: 무얼하고 살았을까? [38] 식별7264 24/10/28 7264 42
102541 [일반] 인텔 Z890, 윈11 24H2 업그레이드시 충돌,재부팅 발생, BIOS 업데이트 필요 [18] SAS Tony Parker 8596 24/10/27 8596 3
102539 [일반] 노비의 삶을 알아보자: 노비의 사생활 [8] 식별7264 24/10/27 7264 39
102538 [일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5화> 의문들 (스포일러 주의) [23] BTS5368 24/10/27 5368 0
102537 [일반] [팝송] 칼리드 새 앨범 "Sincere" 김치찌개3075 24/10/27 3075 1
102536 [일반] (데이터주의, 스압) 양재천의 사계 [5] nearby2454 24/10/26 2454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