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편 :
https://pgr21.net/freedom/100425
샘플이 도착하고부터는 우리 강아지들이 실험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둘 다 나이가 지긋해서 한 놈은 심장이 약해서 잘 걷지를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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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부터 뭔가 짬이 느껴지지 않나요?
그나마 잘 걷는 검은 놈이 모델로 선정 되었습니다.
저와 오랫동안 발을 맞춘 녀석이라 그런지 목에 그다지 압력이 가는 것 같지 않고 살랑살랑 잘 걸어 갑니다.
그리고 살짝 당기면 목으로 바로 자극이 들어가 바로바로 멈추었습니다.
고리가 등에 달린 상태에서 줄을 당기면 강아지가 앞발을 들고 일어서면서 더 흥분하지만,
목에 자극이 들어가면 바로 돌아봐서 앞섬 방지 산책에도 좋다고 합니다.
콩이가 산책하는 경쾌한 뒷모습을 보는건 정말 너무 즐겁습니다.
사실 하네스야 개를 통제할 수만 있고, 리드줄에 연결만 되면 거기서 거기고
제가 원했던 건 착용시 편했으면 좋겠다는게 전부였거든요.
며칠 데리고 다녀보니 하네스를 채울 때 허들이 확실히 낮아졌습니다.
오... 드디어 세상이 원하는 제품을 발명해냈다는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근데 와이프는 이 제품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불현듯 이 제품은 나만 좋아하는 하네스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하네스를 착용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없다면 이런 제품도 필요가 없을테니까요.
이번에는 실행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로 했기 때문에 저만 프로불편러인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하네스 착용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알아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모트 근무라 동네 하천에 점심시간마다 산책을 하는데요.
이 곳은 거의 개들의 성지 느낌으로 하천가에 산책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극 I인 저이지만, 목표를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시도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 첫번째 인터뷰
놀이터쪽을 봤더니 한 여성분이 개를 산책 시키고 있었습니다.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강아지 산책에 대해 잠시 의견을 여쭙고 싶다고 했습니다.
상남자가 손에 카메라까지 들고 와서 말을 거니 처음에는 약간 당황하다가 말을 받아줬습니다.
강아지 발을 끼우는게 쉽지는 않아서 강아지를 안아서 들고 발을 끼운다고 합니다.
등에서 끼우는 방식을 설명 드렸더니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시네요.
대신 예뻐야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 두번쨰 인터뷰
또 두리번 거리며 강아지와 같이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 했습니다.
하천 건너편에 한 아저씨를 발견하고 다리를 건너서 뚜벅뚜벅 다가갔습니다.
아저씨는 자연히 '뭐...뭐야?' 하셨겠죠?
이 분은 목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하네스만으로는 통제가 어려워서 목줄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하네스를 설명 드렸더니 목줄이 있는데 굳이 바꿀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제가 생각한 하네스가 목줄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 세번째 인터뷰
저 멀리 벤치에 여성분이 강아지와 쉬고 있었습니다.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산책중에 방해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잠시 강아지 산책에 대해 의견을 주실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여성분이 "네... 짧게요..."라고 하시네요;
이 분의 경우는 강아지가 발을 빼고 도망가는 일이 종종 있지만
삐진척 하면 강아지가 다시오고 하는데 이 과정 자체를 스트레스로 느끼기 보다는
강아지와의 놀이과정으로 느낀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아...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내가 역시 프로불편러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분이라면 제가 만든 하네스를 쳐다보지 않겠죠.
- 네번째 인터뷰
아주머니 한 분이 강아지를 끌고 달리고 계시길래
속도를 맞춰서 같이 달리면서 의견을 여쭤 봤습니다.
하네스가 강아지의 겨드랑이에 끼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딱히 불편한건 없다고 하시다가 제가 등에서 착용하는 방식을 설명하자
그러면 편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하시네요.
사람들은 실제 그 제품을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 떠오르면서, 실제 제 하네스를 사용하다 보면 편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저 스스로가 스티브 독스가 된 것 같았습니다.
- 다섯번째 인터뷰
강아지 두 마리를 동시에 산책 시키는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품에 안고 하천의 돌다리를 건너고 계셨습니다.
저도 따라 다리를 건너자마자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의견을 여쭤 봤습니다.
하네스를 끼면서 매우 불편했고 다리가 끼는 것 때문에 목줄로 전환 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제 하네스 아이디어를 말씀 드렸더니 편할 것 같지만, 목줄로 바꿔 적응한 후라 굳이 다시 바꿀 필요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몇몇분이 하네스 착용 과정에서의 불편을 말씀해 주셔서
제 하네스가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 제품의 특성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문구가 떠올랐죠.
"목줄보다는 (강아지가) 편하게, 하네스보다는 (내가) 편리하게"
가슴쪽의 하네스가 압력을 분산해서 목줄보다는 강아지가 좀 더 편할 것 같고,
일반 하네스를 채울 때보다는 내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하네스가 목줄과 차별성이 뭐지?'
단순히 압력이 분산된다고 하기에는 딱히 그래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일반 목줄보다 압력이 분산된다는 답은 그냥 스스로를 속이는 답변 같은 느낌이었죠.
(여기서 끊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