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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1/01 01:03:39
Name 다시마두장
Subject [LOL] 젠지의 롤, 이창호의 바둑과도 같이
※ 8강 젠한전 직후 쓰던 글이었는데 글 마무리가 바로 안 돼 타이밍을 놓쳐서... 다른 팀들의 경기를 앞두고 젠지 글을 올리는 것도 웃긴 것 같고, 제가 남은 LCK팀들 중에서 KT를 가장 응원하고 있는데 4강 경기 직전에 이런 글을 올리기도 애매한 것 같아서 8강이 끝난 직후인 지금 빈집털이하듯 급하게 올립니다.


'젠지의 롤은 이창호의 바둑과도 같다.'

올해 벤쿠버 MSI에서 젠지의 경기를 원정 직관하던 중 직감적으로 떠오른 말이었습니다.
당시 같이 직관을 간 친구들에게 오버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것도 있어 다소 어그로가 섞인 문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건 자각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워낙 롤알못이고 바둑에는 더욱 문외한이기에 그저 인상평 수준의 이야기밖에 못 하는 자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점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려보겠습니다. 크크.

올해 젠지 강함에 대해 심심찮게 나오는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현 시점 단연 세계 최고의 팀, 고점이 최정상급인것은 당연하고 저점까지 압도적으로 높다.

동시에 반대편에서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 역시 자주 나왔고요:
그러나 젠지의 계속된 승리를 확신하기에는 라이벌 팀들 상대로 아슬아슬한 3:2 승리를 반복해온 것도 사실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나면 젠지-이창호 비유의 윤곽이 잡히실거라 생각합니다.
(그 진실이 어쨋든) 이창호 기사에 대해 세간에 상식처럼 알려진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의 강점은 수읽기와 끝내기에 있고, 불확실성이 있는 대승보다는 차라리 반집 차이의 '확실한 승리'를 이끌어내는 능력에 있다고요. 그래서 승리할 떄의 스코어가 압도적이 아니니 얼핏 다시 붙어보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결국 거기까지가 이창호 기사의 설계이고 능력이라는 것이지요.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오늘 한화와의 경기를 보면서, MSI때 느꼈던 그 인상이 다시 한 번 강하게 뇌리에 꽂히더군요. 이번 시리즈에서 한화가 이길 그림이 아예 없었는가? 하면 저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시간 가까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희대의 명경기가 된 2세트는 물론이고, 1세트 역시 한화생명의 번뜩이는 플레이로 역전의 실마리가 계속 만들어지기도 했죠. 그 중 한 세트만 한화가 따냈어도 매치의 승패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끝에 승리를 한 것은 그 미묘한 한 끗, 즉 반 집을 기어코 리드해낸 젠지였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젠지의 강함은 역시 이창호 기사의 그것과 닿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압도적인 기량 역시 젠지의 부정못할 강점일 것이나, 저는 저는 금년 젠지의 진정한 강함은 상대와의 '한끗 차이'를 절대적으로 수호해내는 침착한 수읽기와 경기운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소위 '체급으로 게임한다'는 이야기를 듣던 과거 젠지의 그것과도 차별화되는 강점이라 생각하고요. 개개인의 슈퍼플레이에 의한 승리가 아닌 완벽한 시스템적 승리랄까요?(간혹 나오는 '승리 머신'이라는 호칭이 나온 배경에는 이런 맥락이 있었다 생각합니다.) 오늘 한화의 경기를 보더라도 제 기준에서 슈퍼플레이가 도드라진 것은 한화쪽이었으나, 저에게 더욱 인상적이었던 건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쥐고 맥을 짚어내며 확실한 끝내기 능력으로 안정적인 반집차 승리를 도출해낸 젠지의 두터운 경기운영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신묘한 타이밍 운영과 교전, 거침없는 기세로 몰아치는 것이 T1의 서커스라면,
절묘한 운영으로, 반집차에 불과하더라도 그 끝에 승리라는 결과를 확정해내는 것이 젠지의 매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게 된 매치였습니다.
(적어놓고보니 조훈현-이창호 에 비교되던 임요환-최연성 이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오늘 한화전에 이르러서도 아직까지 젠지의 완전한 고점은 나오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사족이지만 한화 역시 보여줄 것이 더 남았다고 느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남은 월즈 기간동안 제가 생각하는 젠지의 고점을 볼 수 있길, 그리고 그런 젠지를 상대하는 팀들도 그에 못지 않은 그들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낸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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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11/01 01:16
수정 아이콘
요즘 젠지는 운영도 운영이지만 그냥 좀 불리해도 교전 들이박고 이기는 경우가 꽤 많았던거같아요 그래서 더 쎄진거같고요
김삼관
+ 25/11/01 01:18
수정 아이콘
말씀을 듣고보니 그런감이 있네요. 힘을 키우는 젠지는 이제 없음.. 모조리 씹어먹는 젠지가 있어요.
다시마두장
+ 25/11/01 01:51
수정 아이콘
말장난같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부분까지가 젠지의 운영능력이 아닌가 합니다.
교전으로 풀어내야 할 구다리가 어디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부분에 순간적인 압력을 가하는 판단력이야말로 젠지식 교전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래서 아무리 과감해보이는 교전이 나와도 소위 말하는 '꼬라박는' 상황이 잘 안 나오는거고요.
말레우스
+ 25/11/01 03:43
수정 아이콘
저는 절대 젠지가 들이박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젠지가 불리해 보이는 상황에서 싸움을 걸때 보면 포지셔닝이나 구도를 유리하게 가져간 상태에서 싸웁니다. 코어가 어느정도 맞춰지던가요. 구도가 불리해서 지는 순간이 오면 안걸어요. 유리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게임이 아예 가버렸을 때는 들이박긴 하지만요.
마작에진심인남자
+ 25/11/01 02:59
수정 아이콘
젠지가 무서운게 이제 밴픽을 어느정도 망해도 그걸 정상궤도로 다시 올려놓는힘이 생겼다는게 올해 젠지의 힘인거 같습니다.
nlcml357
+ 25/11/01 03:00
수정 아이콘
진짜 이팀이 미친게 저점이 말도 안돼게 높음 망해도 꾸역꾸역 괴물같이 회복하는게 마치 문도? 크크크크
+ 25/11/01 03:24
수정 아이콘
그냥 체급을 더 올린 게 아닌가 하는... 뭔가 잘 안되면 체급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해보자...
다시마두장
+ 25/11/01 05:59
수정 아이콘
말씀에 동의합니다. 실은 '결국은 운영도 체급에서 나오는 게 아니냐' 에 대한 이야기를 본문 중간에 넣었다가 글이 산만해지는 것 같아 뺐거든요 크크. 운영이 이상적이려면 체급또한 이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5/11/01 04:10
수정 아이콘
작년과 재작년이 그런 느낌이고, 올해는 전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좀더 적극적이고, 픽도 좀더 티원이나 lpl 스럽게 바뀌었습니다.
대표적인게 msi 티원과의 5세트 파이크 픽이죠.
이젠 사이드 밀면서 교전을 피하는 팀이 아닙니다. 메타도 그렇고…
다시마두장
+ 25/11/01 06:02
수정 아이콘
관점의 차이가 있을 뿐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합니다! 저는 결국 팀의 교전능력은 운영의 폭을 늘려주는 스탯이라고 생각하고, 교전 역시 운영의 일부라고 보는 편입니다. 작년까지의 젠지가 체급은 뛰어났지만 그 체급을 효과적으로 운영에 녹여내는 능력은 아주 살짝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의 젠지는 말씀하신 적극적인 소규모 교전을 플랜에 녹여낸, 보다 업그레이드 된 운영을 장착해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 액션 하나하나에 근거가 보다 확실하게 있는 게 보여서 25 젠지에게는 계속 감탄을 하게 되네요.
수리검
+ 25/11/01 04:54
수정 아이콘
이창호 사범에 대한 당시 세간의 인식은 실제와는 좀 다른 면이 있죠

당시 이창호 바둑의 느낌은
상대가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서도 (상대 입장에서) 뭔가 찜찜하다
결국 끝내기에서 귀신같은 수순으로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역전승 뭐 이런 건데
그래서 별명도 - 신산(계산/끝내기의 신) - 이구요

실상은 처음부터 이겨있는 바둑이였고
한번도 불리한 적 없었으며
귀신같은 수순의 끝내기는 이창호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처리되는 곳이였고
상대 해달라는 대로 다 받아주는 건
내가 많이 이기고 있으니 리드가 좁혀지더라도 확실히 이기는 수순으로 가는
혹은 다른 곳에서 그 이상의 이득을 보는 과정에 불과했던 거죠

롤로 치면 보기에 화려하고 특별한 다이브나 슈퍼 플레이 없이도
라인전부터 조금씩 압도해 나가며
끝까지 굴려 변수없이 이기는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아슬아슬한 리드의 수호보다는요
다시마두장
+ 25/11/01 06:14
수정 아이콘
'결국 거기까지가 이창호 기사의 설계이고 능력', '수읽기' 라는 표현을 통해 '결과만 보면 한끗 승부인 듯 하지만 결국은 그 결과가 도출되도록 설계해나가는 것이 젠지의 기량' 라는 결론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글쓰는 재능이 모자라 '아슬아슬한 승리'만이 강조된 것 같습니다. ㅠㅠ 이쪽 방면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의 슈퍼플레이 역시 젠지의 손바닥 위 행동이 된다'라는 표현을 쓰려다 직전 상대인 한화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삭제했는데 조금 순화할 방법을 찾아 넣었어야 했나 싶기도 하네요 크크
사랑의하츄핑
+ 25/11/01 07:08
수정 아이콘
비유는 물론 본인이 받는 느낌에 따라 다른 거고, 다시마두장님이 이창호 사범을 떠올리시는 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각합니다.

다만 아마 사람들이 이창호를 떠올렸을 때 가지는 이미지와 젠지의 이미지는 거리가 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창호는 상대가 싸우려고 들 때 싸워주지 않고, 물어뜯으려 할 때 한발 물러서고, 상대는 대마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면 이창호의 대마는 이미 완성되어 있고, 그렇게 불타는 대마 수상전 한 번 못해본 채로 끝내기까지 끌려가서 10집 20집 싸움이 아니라 1집, 반집 다투다가 숨 막혀서 죽어버리는 바둑이거든요.
그런데 현재의 롤은 교전중심이라 젠지든 상대든 오브젝트 교전을 피할 수 없다 보니, 그런 그림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이창호의 바둑과 비슷한 이미지의 롤 팀을 떠올려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마타를 필두로 한 삼성 갤럭시 화이트가 생각나네요.
+ 25/11/01 07:23
수정 아이콘
이창호 시대에 바둑배웠던 저에게 T1롤은 개인적으로 공격일변도였던 유창혁사범이 생각나더라고요.
2024헌나8
+ 25/11/01 07:59
수정 아이콘
젠지상대로 5세트까지가면 스코어는 2-2라서 엄대엄아닌가싶은데
실제로는 저 높은곳에 올라서서 내려다보고있죠
피어리스 젠지상대로 5세트에서 문제없이 승부 가능한건 KT밖에 없다고 봅니다... 티원도 솔직히 어려움
근데 KT는 일단 5세트까지 갈수있느냐가 문제같은데
텔로네스
+ 25/11/01 08:24
수정 아이콘
작년에 t1에게 진 이후로 방향을 좀 튼 느낌이 있긴합니다.
게다가 피어리스까지 젠지에게 웃어줘서 이번에도 우승 못하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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