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T1과 샌드박스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2023 LCK 스프링 1라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지표로 각 팀과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살펴볼까요?

지표에서 DPM을 제거했는데 DPM은 경기시간, 팀의 스타일 및 강함, 챔피언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DPM보다는 팀 내에서 먹은 자원대비 얼마나 딜을 해 주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에 DPM 대신 골드 및 딜 비중을 집어넣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탑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게 지표로도 보이는데 킬관여율, 골드 및 딜 비중이 그전 시즌들에 비해 많이 낮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정글이 갱을 두번 이상 가면 오히려 손해고, 탱커를 많이 쓰지 않는 현 메타에서 모든 라인 중 가장 신뢰성이 높은 지표를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겠죠. 탑 라인이 원래 고립된 라인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시즌은 특히 더 심합니다.

프릭스에서 벗어난 기인은 다시한번 본인의 진가를 뿜어내고 있고 도란은 확실히 잘 죽긴 하네요. 칸나는 맞을때 좀 세게 맞아서 그렇지 자기보다 아래인 선수들은 잘 패고 있고 제우스의 라인전은 아주 강력하진 않으며 두두는 먹은 것 대비 효율이 가장 떨어지고 킹겐은 탱커를 상대적으로 많이 한 것 치고는 지표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비슷한 정도에서 선픽/후픽을 가져가는 것과 달리 모건과 버돌은 극단적입니다. 버돌은 거의 후픽을 가져가고, 모건은 거의 선픽을 박는데 버돌은 후픽을 주로 잡는 걸 감안하면 좀 아쉽고, 모건은 그래도 그럭저럭 잘 버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탑에서 후픽을 한다고 해도 나르 보고 카밀을 하거나 잭스 보고 나르를 하는 등 선수들이 항상 라인전 상성 좋은 픽을 뽑는 건 아니지만요.

라스칼의 몰락은 지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네요. 퍼블을 가장 많이 당하고, 라인전에서 벌어주지도 못하며, 라인전 이후 CS배분을 많이 받음에도 효율이 나쁜데다 솔로킬 7번을 할 동안 12번의 솔로킬을 당하면서 베릴과 라이프 다음으로 좋지 않은 -5의 마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st - 기인

2nd - 제우스

3rd - 도란

정글러나 서포터는 지표만으로 얘기하기 가장 어려운 라인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10분당 골드차이로 보면 얼추 느낌대로 순위가 정해지네요. 피넛의 데스 비중이나 솔로킬 마진을 보면 좋게 해석하면 시야를 뚫고 메이킹을 하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나쁘게 얘기하면 잘 짤린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젠지 경기를 본 감상으로는 마지막 광동전에서 미끄러지긴 했어도 라인전이 약한 바텀을 계속 봐 주면서도 다른 라인이 말리면 풀어주는 등 피넛이 정말 많은 부담을 지고 여러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라운드 MVP를 꼽으라면 피넛을 주고 싶네요.

퍼블률과 피퍼블률을 합하면 정글러가 얼마나 초반 개입을 선호하는가를 볼 수 있는데 상위권 정글러 중 가장 능동적인건 오너, 가장 수동적인 건 커즈네요. 윌러의 스틸 4개 중 3개는 KT전 1세트에서 나왔고 크로코는 가장 수동적이면서 벌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1st - 피넛

2nd - 오너

3rd - 캐년

현재 미드에서 가장 강력한 라인전을 자랑하는 선수는 제카입니다. 솔로킬 마진이 무려 12나 되는데 모든 포지션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수치이기도 합니다. 다만 팀 사정 탓인지 본인의 챔피언 풀 문제인지 특정 챔피언이 아니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네요.

페이커는 가장 효율적입니다. 라인전을 이겨주고 라인전 이후에는 자원을 다른 라인에 양보하면서도 딜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반면 쵸비는 가장 수동적이네요. 불독은 빅토르를 많이 한 걸 감안하더라도 신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라는 게 지표에서도 보이고 있습니다.

비디디의 라인전은 명성만큼은 아니고, 쇼메이커의 라인전은 정말 많이 나빠졌네요.

DRX의 모든 라인이 그렇듯 페이트는 최하위권의 지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st - 페이커

2nd - 쵸비

3rd - 제카

원딜은 먼저 뽑을수록 유리합니다. 페이즈는 팀적으로 배려를 많이 받고 있고, 바이퍼 또한 고착된 승리 플랜탓에 좋은 픽을 먼저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그럼에도 페이즈/딜라이트, 바이퍼/라이프의 라인전은 인상적이지 못하네요.

데프트/켈린, 구마유시/케리아의 라인전은 파멸적이지만 원딜은 결국 딜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고 먹은 것 이상으로 딜을 해 주는게 중요합니다. 그 측면에서는 바이퍼가 압도적인 효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와중에 잘 죽지도 않습니다.

원딜 중 가장 잘 짤리는 건 엔비, 서포터 중 가장 잘 짤리는 건 라이프, 베릴입니다. 베릴은 작년 이때즈음만 해도 이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역체폿에 가장 가까운 선수가 이렇게까지 몰락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덕담이 아무리 좋게 말해도 잘 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비난할 수 없는건 서포터가 베릴이기 때문입니다.

케리아를 제외한 서포터 중 가장 눈에 띄는건 카엘입니다. 엔비와 함께 하면서도 엄청난 라인전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걸 보면 더 강한 원딜과 함께했을때가 더 기대되는 선수죠. 당장 프린스/카엘이 작년 서머 가장 강력한 라인전 듀오 중 하나였구요.

모함은 씨맥 왈 라인전이 강하다면서 출전시킨 선수지만 실제 지표는 정반대네요.

ADC 1st - 바이퍼

ADC 2nd - 데프트

ADC 3rd - 구마유시

SPT 1st - 케리아

SPT 2nd - 카엘

SPT 3rd - 리헨즈

T1, 젠지, 디플러스 기아의 초반 체급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운영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T1의 운영은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압도적이고, 젠지도 신인 바텀 듀오를 기용한 걸 감안하면 잘 굴리는 팀이지만 담원은 초반에 벌어놓고 굴리지 못하는 팀이라는게 수치로 보이네요. KT는 이기는 경기에서는 T1, 젠지, 딮기 수준으로 초반 체급을 보여주면서 두들겨 패지만 지는 경기에서는 농심처럼 처음부터 얻어터지기에 초반 지표가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딮기는 전령에 너무 집착하고 T1의 바론 사랑은 독보적입니다. 오브젝트 독점률을 보면 확실히 T1이 잘 굴리는 팀이라는게 보이네요. KT는 라인을 상대에게 가장 잘 박아넣는 팀이고, 젠지는 상대 정글을 가장 잘 털어먹는 팀입니다. T1과 젠지는 게임이 장로까지 간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것 또한 특기할 만 합니다.

DRX는 기존의 약팀들과는 양상이 정말 다른게 재밌네요. 초반에 망하고 시작하는 것에 비해 15분 이후 더 말아먹지는 않습니다. 분명 운영능력은 있는 팀인데 초반 라인전 단계를 버티지 못해서 이기지 못한다는게 지표에서도 잘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