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양질의 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저 또한 즐겁게 그런 글을 읽고 있기에 부족한 실력입니다만 앞으로 간간히 글을 남겨볼까 합니다. 롤에 대한 지식은 얕고, 보는 눈이 없는지라 분석적인 글 보단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롤을 본 기간(시즌 2부터 시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추억팔이 글을 써볼까 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감사합니다!


그동안 롤 씬 (scene)에 수많은 라이벌 선수들과 팀들이 존재했지만, 이 두 팀만큼 가까우면서도 먼 팀은 흔하지 않았을 겁니다. 옛날 옛적, 하나의 회사가 형제팀을 운영할 수 있던 시절, 2014년의 삼성 화이트와 삼성 블루는 끈질긴 악연을 이어나갔습니다. 형제팀이라는 독특한 관계하에, 두 팀은 중요한 순간마다 다수의 혈전을 펼쳤고, 결국 한 쪽은 쓰디 쓴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습니다.





(삼성왕좌를 세우고 굳힌 두 팀, 삼화-삼블, 이 둘의 싸움은 혈전이였다)

1. 배경 및 전개

다들 아시다시피 2013년 롤드컵에서 완벽히 실패한 후, 삼성화이트의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들의 라이벌인 skt t1 k는 롤드컵 우승 후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삼성화이트는 월드스타 페이커의 탄생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설의 라인업, 한국 역사상 첫 롤드컵 우승 팀, 페이커의 탄생)

특히 롤드컵에서 엄청나게 부진했던 다데선수는 헤아릴수 없는 양의 욕을 먹었고, 급기야 전용준 캐스터가 방송에서 다데선수에게 욕을 삼가달라는 조심스러운 메시지까지 전해야 했습니다.

13-14 윈터 시즌이 재기의 장이 될까 싶었지만, 결국 삼성 화이트는 결승에서 3:0으로 셧아웃 당하며, Skt t1 K는 Ogn 롤챔스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인 “무패 우승” 이라는 기록마저 달성합니다. 특히 페이커는 미드 리븐으로 다데의 그라가스를 3렙에 솔킬내며 또 다시 악몽을 선사했고, 롤챔스 최초로 등장한 야스오를 카서스로 카운터 쳐서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냈습니다.

롤드컵과 13-14 윈터시즌의 결과로 인해 내상을 깊게 입은 삼성은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바로 형제팀간에 미드 라이너를 스왑한 것입니다. 다데와 폰의 스왑이 이루어 지게 된 것이죠.

이로써 우리가 현재 알고있는 삼성화이트와 삼성블루가 탄생하게 됩니다.

2. 삼성블루와 다데

먼저 삼성블루가 어떤 팀인지 알아봅시다.

오존 시절부터 승승장구하던 삼성화이트와는 다르게 삼성 블루는 그렇게 눈에 띄는 팀은 아니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현 아프리카 코치인 Nofe를 중심으로 MVP Blue 라는 팀이 만들어졌고, 그 후 수많은 선수들이 거쳐 갔습니다. 결국 Mvp 팀이 삼성에게 인수되면서 삼성블루라는 이름으로 팀이 재결성되었고 그당시 멤버는 : 천주, 스피릿, 이지훈, 데프트, 하트, 에프람, 그리고 수노였습니다.그 후, 이지훈, 에프람 그리고 수노가 탈퇴함에 따라, 폰을 영입하면서 미드를 보강합니다.

삼성블루가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건 2013 WCG 선발전에서 밑도 끝도 없이 롤드컵 우승자인 SKT T1 K를 2:0으로 침몰시키면서였습니다. 그렇게 좋은 기세를 이어가나 싶었습니다만, 바로 후에 열린 13-14 윈터 시즌 8강에서 SKT T1 K를 만나면서 3:0 셧아웃을 당하고 그저 그런 팀으로 남게 되나 싶었습니다.

연이은 삼성 화이트의 실패, 그리고 삼성 블루의 벌크업을 위해 삼성은 폰<->다데 스왑을 감행합니다. 당연히 여론은 다데의 좌천설로 기울었고 과연 이게 어떠한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3. 14년, 삼성왕조의 해를 열다

14년 Ogn 스플링 스플릿, 화이트와 블루는 둘 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는 등 한층 변화 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화이트야 원래부터 전통의 강호였으니 그렇다 치고, 블루는 다데의 오더가 첨가되면서 좀 더 ‘팀’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삼화, 삼블 둘 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는 모습이다)

8강에서 화이트는 원수같은 SKT T1 K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납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들은 독기를 가득 품었고, 3:1로 SKT를 격파하며 당당히 4강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립니다. 여담이지만, 이 승부로 인해 SKT T1 K는 처음으로 nlb로 떨어지게 됩니다.

삼성 블루도 CJ Frost를 3:1로 무난하게 꺾으며 4강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두 팀은 아주 잔혹한 4강을 맞이하게 됩니다.



(잔혹한 내전의 시작)

결국 삼블이 삼화를 3:1로 꺾고 결승에 진출- 결승에선 나진 실드를 3:1로 꺾으며 처음으로 우승을 하게 됩니다. 다데는 mvp까지 수상하며 그간 받았던 저평가를 완전히 씻어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그 후에 이어진 14 Ogn 서머시즌에서도 악연은 이어집니다. 8강에서 SKT T1 K를 꺾고 올라온 삼화는 또 4강에서 삼블을 만나게 되고, 또 다시 3:1로 삼블이 승리를 챙겨갑니다. 비록 결승에서 KT Arrows와 역사에 길이 남을 다전제 승부를 펼치며 패배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월드 클라스의 반열에 당당히 오르며 롤드컵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데자뷰인가? 피도 눈물도 없는 내전의 연속)

4. 2014 롤드컵

허나, 롤드컵에서의 두 팀의 행보는 사뭇 달랐습니다. 조별예선에서 무패로 무쌍을 찍으며 8강에 안착한 삼성 화이트와는 다르게 삼성 블루는 프나틱과의 대전에 패배하며 삐끗했습니다. 다행히 나머지 5경기는 별 탈 없이 마무리 지으며 5승1패라는 호성적으로 조에서 1등을 확정 지었습니다만, 형제 팀인 삼성 화이트의 경기력이 나날이 상승함에 따라 무언가가 대조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삼화의 무시무시한 스크림 승률 루머와 함께, 삼블의 스크림 성적이 생각보다 압도적이지 않다는 소문이 돌면서 두 팀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삼화 삼블 둘 다 8강에서 3:1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4강에 안착해지만, 경기 내용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특히 데프트 하트가 의외로 스니키 레몬네이션에게 고전하면서 생각보다 아슬아슬한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어찌 되었든 4강에 안착한 두 팀, 그리고 또 만나는 질긴 악연)

그리고....

5. 역대급 최단 5전제 기록 갱신, 이보다 원사이드 할 수가 없다!

사실상 결승이라고 평가받던 매치업인 만큼 이목이 엄청나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요 관전 포인트는 :

1.과연 삼화는 삼블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2.상성이라는 것은 존재하나? 다데는 또 다시 팀을 승리로 지휘할 것인가?
3.삼화의 압도적인 경기력, 하지만 한국 팀 상대론 어떨지?

롤드컵에서의 경기력으로만 보면 삼화의 승리가 점처지는 것이 사실이었으나, 그 동안 삼화는 삼블에게 4강에서 두 번이나 진 경험이 있고, 다데의 무언가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요즘 ‘도인비 매직’이라는 말이 돌 듯이, 그 당시에는 ‘다데의 매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단 것이죠.

또한 형제팀이라는 특수한 상황, 그리고 연속된 패배로 인한 상성관계 혹은 징크스의 존재 유무 등 승패를 섣불리 예측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대되는 매치업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첫 경기는 삼성 화이트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댄디의 장막이 협곡에 펼쳐졌고, 그 어느 누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선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루퍼는 절대로 쓰이지 않던 (구)아칼리를 히든카드로 꺼내 승리에 일조했습니다. 그에 반해 삼성 블루는 무언가에 홀린 듯 너무나도 허무하게 패배했습니다. 다데는 야스오를 들고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고, 데프트가 분전하나 싶었습니다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28:44에 끝난 경기, 두 팀의 골드차는 자그마치 2만 5천 차이였다)

두 번째 경기는 첫 경기보단 비등비등했습니다만, 결국 삼화의 강력함에 무릎을 꿇어야 했고, 스피릿은 손에 얼굴을 파묻습니다. 삼성화이트의 지독한 탈수기에 멘탈이 무너진 모습 이였습니다.







(또 다시 승리한 삼화, 그리고 아직까지도 최고의 렝가로 회자되는 댄디의 플레이)

3경기는 최악의 학살극이였습니다. 경기 내용은 스샷으로 대체하고, 해외 해설진인 Deficio는 이런 코멘트를 경기 도중에 남깁니다.

“다데 선수는 안타까워요. 지난 (2013) 롤드컵때 부진했지만 14년엔 자국리그에서 우승하고 mvp까지 수상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한국 1시드로 다시 롤드컵에 왔는데, 그 롤드컵에서 완전히 참패하네요…….”



(무슨 말이 필요하랴, 14 롤드컵은 완벽히 삼화의 것이였다.)

그리고 무대에서 합동 인사를 한 후, 다데는 자신의 자켓을 폰에게 건넵니다. 그 점퍼는 아직도 삼성 화이트 탈론이 입고 있고요.



(다데는 패배를 인정하며 자신의 후배에게 자켓을 건넨다. 아직까지도 서양팬들은 14 롤드컵에서 이 장면을 최고로 꼽는다.)

6. 삼화의 우승 그리고....

결국 삼화는 ‘스타 혼 로얄 클럽’을 꺾으며 압도적인 우승을 기록합니다. 아직까지도 삼성화이트는 15 SKT와 비교되며 역대최고의 팀 중 하나로 회자되곤 하죠. 일 년 내내 끈질기게 이어진 악연은 결국 삼화가 더 큰 무대에서 승리로 맺음 지으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15년에 삼성 선수들 대부분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더 이상 우리는 그들의 승부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최고의 다전제가 되었을 뻔한 경기는 제일 빠르게 끝나버렸습니다. 데프트는 눈물을 흘렸고, 다데는 후배에게 자켓을 건넸습니다. 김이 새고 아쉬운 경기였을지언정, 그들의 승부는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아직도 가끔 이 경기들을 보곤 합니다. 세간의 평가와는 다르게 저 개인적으로는 몇 안 되는 최고의 다전제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