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때는 오늘였는데 올리려고보니 어제네요. 어제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개인전 16강 1경기가 있었습니다.
일단 카트리그 개인전인 어떤식으로 진행되는지 다소 설명이 필요할 듯 한데,
개인전 방식은 일단 8인 경기가 기본입니다. 각 조마다 8명씩 A, B, C, D조에서 32명의 선수가 먼저 경기를 치룬 후에, 각 조에서 3명씩 올려보내서 12명을 맞추고, 그 밑의 4~5위인 선수들 8명이 모여서 '패자부활전' 을 해서 4명이 최종적으로 구제 받아 16강이 됩니다.
그리고 16강에서는 다시 A, B조로 나눠 1경기, 2경기를 치루고, 각 조에서 상위 4명의 선수는 승자조로 가고 4명의 선수는 패자조로 갑니다.
A, B조의 승자전 멤버 8명은 '16강 승자전' 을 치뤄 여기서 상위 4명은 바로 결승전으로 올라갑니다. 패자전 멤버 8명은 '16강 패자전' 을 해서 상위 4명은 최종전으로, 하위 4명은 최종탈락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서 승자전 하위 4명과 패자전 상위 4명이 '16강 최종전' 을 펼쳐 하위 4명은 그대로 탈락하고, 상위 4명은 겨우겨우 결승전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럼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던 승자전 출신 상위 4명과 합쳐서 결승전을 하게 되는 겁니다.
어제 펼쳐진 경기는 '16강 1경기' 였기 때문에, 부진하다고 해도 패자조에서 한번 더 기회를 엿볼 찬스는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중요한 건 승자전에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상위 4명 안에 들 수만 있다면 굳이 기를 쓰고 1위를 노릴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경기로 당장 탈락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꼭 1등을 해야 할 필요도 없으니 굳이 필사적일 이유는 없지 않는가, 싶기도 하지만.
하지만 일이 그렇게 밍숭맹숭 하게 되지 않았으니...
바로 박인수와 문호준이 이 조에 포함 되었기 때문입니다.
카트라이더 리그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들 조차도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카트계의 황제, 국내 e스포츠계에서 전무후무한 무려 V10을 달성한 인물이 바로 문호준. '커리어' 만 봐도 당연히 최강자인데, 그렇다고 커리어에 비해 현재 실력 자체가 떨어지는 편도 아닙니다. 오히려 10년을 해먹었는데도 여전히 최상급 실력자고, 딱히 비빌만한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오랫동안 경쟁한 유영혁, 전대웅 같은 선수들도 전성기보다 폼이 좀 내려오거나 잠정 은퇴 상황이기도 하고....
그런데 바로 직전 대회인 듀얼 레이스 X 때문에 박인수라는 괴물이 등장해서 문호준의 아성을 위협했습니다. 물론 문호준이라고 무슨 나가는 대회마다 전부 우승한다, 이런건 절대 아니고 개인전에서 우승한 다른 선수들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최강자 문호준' 이 있고 거기에 대항하는 다른 선수들이 있다 이런 느낌이었다면 박인수는 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어 자신이 절대자에 가까운 엄청난 폼을 보여주었습니다. 아...NBA 팬덤 이런데서 자주 쓰는 말로 비유하면 '순수실력' 이게 정말 엄청난 수준입니다.
박인수 타임어택 영상. 그냥 보면 "이게 뭐지..?" 싶은 느낌.
그래서 박인수의 존재가 팬들에게 크게 각인되는 와중에 얼마전에 펼쳐진 문호준의 팀인 '아프리카 플레임' 과 박인수의 팀인 '세비어즈' 의 경기에서 스피드전, 팀전을 양팀이 모두 동률을 이뤄 펼쳐진 '에이스 결정전' 에서 두 명이 승부를 펼쳤는데, 여기서 박인수가 승리 하게 됩니다.
치열하긴 했으나 대체적인 평은 "박인수가 문호준을 압도했다." 는 것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박인수가 훨씬 여유있는 상황 속에서 시종일관 우세를 가져가며 이겼고 일대일 승부에서는 단순히 운을 떠나 박인수 쪽이 확실히 앞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경기 이후로 박인수는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아 설레발이 좀 있긴 합니다만 현존 최강자급으로 완전히 각인 되었고, 문호준은 실력 자체는 여전히 타 선수들과 크게 차이가 날 정도로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지는 별 이런 시각이 있었습니다. 이건 문호준이 최근 방송이 잘 되기 때문에 프로게이머에서 스트리머 쪽으로 점점 넘어가는 것하고도 연관이 있고....
그리고 카트 프로리그 보는 시청자들 80~90%는 문호준 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팬이 많으면 당연히 좀 이상한 사람도 엄청 꼬이기 마련이고, 여기에 대해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빠가 까를 만든다" 는 식으로 생겨납니다. 그리고 문호준도 무슨 사건사고를 막 일으킨다 까진 절대 아니어도, 겸손한 느낌 이런것과는 좀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오히려 좀 오만한 탑독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문호준 자체도 약간 호불호 갈릴만한 스타일에, 카트판 팬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문호준 팬들의 다소 어거지스러운 면모 같은것에 대한 반골심리로 문호준을 비난하는 말들도 엄청 많았습니다. 문호준이라는 존재에 아우라를 주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카트 최강자' 인데, 그 최강자의 아성을 흔들어버릴만한 박인수라는 존재가 있으니 말입니다.
박인수가 나쁘게 말하면 또라이, 좋게 보면 뭔가 천진난만한? 자유분방한? 뭔가 그런 이미지라, 원래도 좀 거만한 이미지에 요새 방송일을 많이 하는 문호준은 뭔가 '배부른 돼지' '선수로서는 이미 그냥 끝물..부패(?)한 대기업 오너' 무슨 이런... 다소 비약적인 이미지로 찍어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구구절절 말이 길었지만 결국 요약하면 박인수에 밀린 퇴물이다, 이런거죠. 물론 모든 팬들이 그런식으로 비난 하는건 절대 아니지만 (실제로는 문호준 팬덤이 여전히 카트판에서 압도적) 안티들의 프레임이 그렇다는 말이었습니다.
지난 몇주간의 카트판 여론 동향
이렇게 박인수 팬(순수 박인수 팬보다 문호준 안티들의 박인수 팬 빙의 성향이 더 강하지만)들은 문호준 팬덤을 '문슬람' 이라고 욕했고, 문호준 팬들은 '박사모' 가 행패를 부린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문슬람을 후두려패는 목소리가 훨씬 컸고 박사모는 그야말로 기세등등 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문호준 VS 박인수의 매치업이 펼쳐진 겁니다. 때문에 누가 승자전을 가냐, 패자전을 가냐, 안정적으로 승자조 안에만 들면 성공, 이런건 전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같이 경기하러 나온 다른 선수들도 대놓고 그냥 "박인수 문호준 누가 이기는지 궁금하다" 고 할 정도니 뭐... 정승하 선수도 굉장히 실력 좋은 선수 입니다. 소속팀에서 에이스 결정전을 가면 에이스로 나오는 수준의 선수.
그래서 결과는?
여전히 강력하고 관록 있는 상처투성이 베테랑 VS 더 거대하고 강한 뉴타입 구도. 이 영화 보면 마지막에 승자는 결국..
말 그대로 한끝 차이 승부
문호준을 날려버리는 박인수
이번엔 반대로 엄청나게 혼잡한 와중 박인수를 밑으로 보내버리는 문호준
극으로 라인을 파다가 사고가 난 박인수
똑같이 사고가 난 박인수. 완전히 멸망할 뻔 했다가 충돌이 전화위복이 되어 생존.
카트리그는 1등이 10점, 2등이 7점, 3등이 5점, 4등 4점, 5등 3점, 6등 1점, 7등 0점, 8등은 아예 -1 점... 이런 식으로 해서 먼저 50포인트를 획득하는 선수가 나올때까지 계속 됩니다. 그리하여 막판에 이르렀을때의 점수.
그리고 이 마지막 판(물론 박인수 문호준 둘다 부진해서 50점 못 따면 이어질 수 있긴 했지만)에서 문호준은 '두바이 맵' 을 선택했는데, 이게 다소 의외 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트랙은 다름 아닌 박인수가 타임 레코드를 가지고 있는 박인수 홈코트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박인수는 압도적인 주행을 펼치면서 처음으로 1등으로 나가서는 별다른 위기도 없이 계속 질주 했습니다. 2위,3위권 선수들이 따라가려고 하지만 역부족이었던 상황.
이때 문호준은 중위권으로 쳐져있었기에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박인수가 51점으로 50포인트를 획득해서 경기가 끝나는데, 문호준이 최소 2등을 해서 7점을 얻어내지 않으면 역전은 불가능하고, 3등을 해서 5점을 얻으면 똑같이 51 포인트로 재경기, 그 이하는 그냥 박인수가 우승하는 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선두권은 공고하였기에 박인수가 이기거나 아무리 잘해도 재경기 각 보는게 고작일듯 했는데...
이제 결승전이 거의 앞인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박인수를 제껴보려고 시도한 2위의 김승태 선수. 이 선수도 우승 경력 있는 뛰어난 선수고, 박인수와 같은 팀인 세비어스 소속 입니다.
하지만 박인수의 저지를 뚫지 못하고 튕기면서 오히려 벽에 부딫히는 사고가 발생
연이어 추돌사고가 발생하고, 그런데 그 와중에 귀신같이 그 틈을 파고드는 문호준
결국 사고로 발생한 단 한번의 틈을 통해 중하위권에서 단번에 2위로 껑충
결국 기어코 2등으로 46점에 7점을 추가하면서
41점에 10점을 추가한 박인수를 제끼고 불과 2포인트 차이로 1등에 성공 합니다.
이 선수들도 엄청난게 다들 뛰어난 선수들이 경기하고 또 8인 경기다 보니 여러가지로 혼잡하여 사고 위험도 있는 와중에서, 두 명 모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50점을 찍는 것만 봐도 기량들이 타 선수들보다 비범한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이 두 명이 출동하면 뜨거운것이, 그 이전에 펼쳐진 비인기 팀들간의 팀전 경기, 그것도 긱스타 팀이 프로페셔널 팀을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노잼 경기에는 시청자가 3,000명 정도까지 내려갔었는데, 개인전이 열리고 이 두 명이 경기하자 시청자가 1만 8천명까지 늘어나더군요. 네이버 같은 타 플랫폼 합치면 시청자가 동시 2만 5천명 정도는 되었던듯.
박인수의 주행 실력은 확실히 엄청나고, 실제로 주행 능력이 중요한, 변수가 적은 일대일 에이스 대결에서는 박인수가 문호준보다 우위에 있어 보이긴 합니다. 여지껏 박인수의 에이스 결정전 전적은 무려 12전 12승 0패. 그냥 역대에 이런 존재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적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번 문호준과의 에이스 결정전에서 그런 면모가 나왔었고...
하지만 단순 주행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8인 경기에서는 여전히 문호준이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격을 먹였습니다. 지난번 에결 때문에 박인수가 너무 잘하고 문호준이 이기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명승부로 회자되는 VS 유영혁 전 등 처럼 원래 문호준이 에결을 백전백승 하고 그런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에...
둘 다 진짜 괴물같은 주행에 엄청난 사고회복 능력을 보여주면서 눈이 호강했습니다. 그런데 대진상 불과 2주뒤에 승자전 경기로 또 붙는데 그때도 박 터질듯...
경기영샹.
그나저나 요즘 카트 기세도 좋은데 넥슨이 좀 카트 리마스터도 내주고, 대회도 상금이 팀전은 파이트머니까지 해서 어느정도는 두둑한데 개인전은 진짜 쥐꼬리만큼 하는데 그것도 좀 늘려주고 하면 좋겠네요. 선수들 의욕도 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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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해본적 단한번도 없는데 문호준을 안지는 10년이 넘었어요. 카트계의 황제라는 문호준이 없었으면
카트리그가 제2의 전성기는 커녕 이긴세월동안 존속이나 할수있었을지 잘모르겠네요. 그런 면으로 보면, 빠들 때문이라곤 하나 문호준을 까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잘 납득이 안되는군요. 암것도 모르는 3자입장에서 보면요. 하긴뭐 스1시절 임요환을 까던 팬들도 많았으니까 비슷한거겠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