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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7/16 13:23:12
Name 마녀메딕
Subject [결승後]2인자가 싫다.
며칠간의 수면부족으로 인해 온전치 못한 정신상태가 심히 염려되어 망설이던 오프를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집에서 오로지 저만 스타를 보는지라 혼자 tv를 끼고 msl 결승을 보면서 혼자 소리도 지르고 박수도 치고 남들이 보면 반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죠. 그리고 송병구 선수의 마지막 지지가 뜨고... 선수들이 인터뷰를 하러 무대 중앙에 모였습니다. 송병구 선수 팬도 아니고 김택용 선수 팬도 아니지만 이번 경기는 좀더 호감가는 송병구 선수를 응원하면서 봤는지라 무대에선 우승자보다 준우승자에게 더 눈이 갔습니다. 그런데 중간 중간 큰 실수를 했다는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사업을 안했다는 그의 인터뷰를 듣는데 그때부터 마음이 아리더니 찔끔찔끔 눈물이 나는게 아니겠습니까.

다른 얘긴지 모르겠지만 작년의 제 모습과 오버랩 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시험이 있었습니다. 시험 보는 도중 전 실패를 직감했습니다. 모두가 맞추는 문젠데 이미 알고 있는 것인데 그 당시에는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시험 종이 울리고 나서야 생각이 나는데 어디다 하소연할 길이 없는 오로지 제 탓인 그 실수가 너무 미칠 것 같아서 스스로를 어떻게 해버리고 싶었더랬죠. 결국 결과는 소수점 몇점차이... 결국 그 문제가 화근이었습니다.

우승자와 준우승자는 사소한 것에서 갈립니다. 학교 다닐 때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이 뭐냐는 질문에 ‘다른 애들 다 푸는 것은 자신도 맞추고 남들이 못 푸는 것 중 절반만 풀어도 된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이 어떤 때는 너무 정답입니다.

저는 2인자가 싫습니다. 안타까워 싫습니다. 그래서 스타를 봐온 4년 동안 우승한 선수보다 준우승을 한 선수 모두를 더 아끼고 사랑합니다. 또, 중요한 순간에 번번이 미끄러졌던 그들이 애뜻합니다.
지지를 치는 그 선수의 손목에도 승자와 똑같은 멍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연습을 했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난 졌지만 최선을 다했어’에 만족하지 말고 더 나아가 주길 바랍니다. 언젠가 그들이 우승자가 가졌던 그 충만함을 가지기 바랍니다. 항상 한 끗 차이로 미끄러질 때 허함이 얼마나 사람을 아프게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ps. 대체적으로 시니컬하고 까칠한 성향인데 결승전에서 별거 아닌 일에 너무 감정이입을 해버리는 바람에 쓰고 보니 너무 말랑말랑한 글이 되었네요. 자게로 가야하는지 게임 게시판으로 와야하는지 망설이다 여기에 올립니다. 잘못찾아왔다면 옮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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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등짝
07/07/16 13:24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ㅜ.ㅜ
The xian
07/07/16 13:30
수정 아이콘
한 끗 차이로 미끄러질 때의 공허함이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 끗 차이로 인해 한 쪽에는 모든 영광이 집중되고 다른 한 쪽은 2등이라는 이유로 그 선수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3등, 4등, 5등... 같은 이들 보다도 더 많은 아쉬움과 비판과 비난을 받는 것도 정말 사람을 아프게 하지요.

제가 예전에 썼던 글처럼 2등에게 2등을 했다는 만큼의 찬사와 격려만이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러면 필요 이상의 비판과 비난으로 인한 좌절 대신 날개가 꺾였더라도 다시 일어나 우승자가 가졌던 충만함을 가질 수 있는 힘을 얻지 않을까요.
07/07/16 13:55
수정 아이콘
정말 한끗차이죠. 저번 올림픽에서 마라톤 1위하다가 왠 정신병자에게 붙잡혀 동메달에 그친 브라질 선수가 떠오르네요. 그래도 그 선수는 환하게 웃더라고요. 동메달도 그만큼 값진것이라면서요~ 홍진호 선수가 준우승 10번한것이 우승한것보다 못하다고 했지만 팬들은 다 기억합니다. 그들의 혼신을 다한 열정과 승부를....
이쥴레이
07/07/16 14:00
수정 아이콘
아.. 홍진호 ㅠ_ㅠ
돌은던지지말
07/07/16 14:39
수정 아이콘
2인자이야기만 나오면 홍진호선수팬들은 그저울지요...

참...코크배에서 시작한 그의 준우승징크스란..............

근데 이젠 준우승도 좋으니 스타리그좀.. .어떻게 안될까요/....
프로브무빙샷
07/07/16 14:41
수정 아이콘
저는 홍진호 선수보단..
조용호 선수가.. 더...;;;

홍진호 선수에 밀려 2인자 싸움에서도 2인자가 되버린 느낌이랄까요.?
조용호 선수 부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darksniper
07/07/16 14:4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1등만 띄워주는 현실이 좀 씁쓸.. 합니다
07/07/16 17:18
수정 아이콘
유독 동양권, 한국에서 그렇더라구요. 스타리그뿐아니라 올림픽때도 금메달유력종목 양궁이나 이런거에서 금메달 못따면 역적되는
분위기고, 다른대부분의 나라 선수들은 동메달따고도 환한웃음을 보이는데, 한국선수들은 은메달따고도 울상...
2인자, 3인자들도 그만큼 실력과 커리어를 인정받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씁쓸합니다.
오소리감투
07/07/16 18:22
수정 아이콘
송병구도 충분히 훌륭했죠...
현존 최고 포스인 김택용과 5전까지 피말리는 승부를 했는데요...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죠~~
07/07/16 21:07
수정 아이콘
하지만 그만큼 우승하기는 힘들죠.
펠릭스~
07/07/16 23:05
수정 아이콘
글쎄 2등하고 1등하고 차이가 작은거 같지만 사실은 엄청 크다고 느낍니다.
스포츠나 게임은 모르겠지만 학교 공부는 그렇더군요...
발업까먹은질
07/07/16 23:17
수정 아이콘
물론 2등도 대단하지만 (그사람보다 잘하는 사람이 한명밖에 없다는 거니까 대단한거죠 그것도) 사실 정말 1등하고 2등이 차이가 엄청 클 경우가 많죠; 차이가 적은 경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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