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5/12 16:12:17
Name 오름 엠바르
Subject 잡담성 개이야기
1. 저는 집에서 개를 한마리 키웁니다.
아메리칸 코카스파니엘 버프와 잉글리쉬 코카스파니엘의 혼종이죠.
나중에 수의사가 해준 이야긴데 애견 농장 중에
이런식으로 섞어서 버프라고 속여 파는 곳이 더러 있다더군요.
버프는 털 색깔이 크림색에 가까운 밝은 종이예요.
곱슬거리는 털에 밝은 색깔때문에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한때 100만원까지 호가하던 애들이죠.

지금의 코카스파니엘이라는 견종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무척 안타깝게도 최악입니다.
유기견 보호소에 가면 태반이 코카스파니엘일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버려져 있어요.
무분별하게 번식을 시키고  그게 분양이 안되서 5개월이 넘으면...
식육업자에게 넘겨집니다. -_-;;;;
(여기서 잠깐! 보신탕 문제는 조금 다른 문제니 이걸로 논쟁이 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코카스파니엘은 성격이 지나치리만큼 활발하고 그만큼 운동성도 좋은 견종이라
하루에 15분 이상 산책을 시켜줘야 해요.
안그러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비만견이 되기 쉽습니다.
머리는 좋은 편이지만 고집이 세서 쉽게 교육이 안되고
기본적으로 장난을 좋아하는 애들이라 온 집안을 다 헤집어 놓기 일쑤입니다.
(농담아니고 제가 이 녀석을 키우면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면....-_-;;;;;
문제는... 저희 집 개는 얌전한 편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귀엽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모에 반해 분양받았다가
감당이 안되서 버리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유기견 보호소의 철창 너머에서 헐떡이면서 사람을 쳐다보는
애들 대부분이 코카스파니엘일 정도로 말이죠.

2. 일관계로 열심히 길을 걷다보면 언제나 지나치는 동물병원이 있습니다.
쇼윈도우 너머에는 딱 봐도 상태가 안좋은 애들이 저들끼리 몰려서 자고 있어요.
눈에 눈꼽이 잔뜩 끼어 있고 한눈에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애도 있고
몸이 불편해 보이는 녀석도 있어요.
오늘은 작은 케이지 하나를 밖에 내놨더군요.
그 케이지 위에는

'주인님, 저 여기있어요.'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슈나우져들보다 훨씬 덩치가 작은 슈나우저가 안절부절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작은 케이지 안을 오가는 그 다리는 세 개 뿐입니다.
제가 내민 손을 킁킁대며 냄새 맡고 살살 핥는 것을 보면 참 순하고 착한 앤데 말이죠.
다리가 없어서 버렸나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젖은 코를 톡톡 쳐주는 정도일 뿐이라 못본척 돌아서는데
괜히 목이 콱 잠깁니다.
그 병원에서 조금 더 보호하다가 동물보호소에 넘겨지겠죠.
그리고 거기서 한달을 기다렸다가 안락사될겁니다.

이름 모를 그 슈나우져는 사람을 원망하고 있을까요?

3. 어쩌자고 이 글을 적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하루종일 기분이 씁슬합니다.

정말로 키울 수 없는 사정이라는게 있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건 하나를 버려도 재활용과 안타는 것과 음식물, 음식물도 다시
사료로 사용가능한지 아닌지를 일일이 구별해서 버리는 세상인데...
그냥 물건도 아닌 생명이 있을 것을 그렇게 거리에 내팽개칠 수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4. 빨리 그 슈나우져가 좋은 입양처나 주인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 돈 많이 벌어서 동물보호소를 만들고 말테야!!! ㅠ_ㅠ
* 정부는 애완동물 등록제를 시행하라! 시행하라! ㅠ_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05/12 16:1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개를 무쟈게 좋아하는지라, 저런 일 보면 안타깝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저희 동네의 한 돼지고기집은 젊은이 취향으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냄새도 잘 안배게 구성을 해서 대학생들한테 인기가 매우 좋은데요.. 진정한 엽기인 것이.. 입구에 아기 돼지를 기릅니다. 귀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거보고 기분나빠하면 위선자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래도 찝찝한건 어쩔수가 없더군요. -_-
06/05/12 16:45
수정 아이콘
맹자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왕과 신하가 대청에서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때 하인이 힘겹게 소를 밖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왕은 하인에게 왜 소가 때를 쓰는지 묻자 하인은 제사에 공양되어 죽을 목숨이라 이리 저항하는 것이라 아룄다. 왕은 소의 눈가에 글썽이는 눈물을 보고는 소를 죽이지 말라고 하였다. 이것은 본 신하는 후에 맹자에게 왕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제사용 소를 죽이지 말라고 했지만 제사에는 소고기가 올라와 있었다. 결국 그 소는 죽이지 않았으나 그 풍습을 고치지 않는 이상 다른 소는 죽게 마련이다. 눈 앞의 소는 보면서 소를 죽일 수 밖에 없는 제도는 보지 않는 왕의 어리석음을 비웃은 것이다. 맹자는 이에, 남을 측은하게 여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소의 애처로움을 본 이상 마음 속에서 그것을 측은하게 생각함은 인간의 당연한 감정이다. 보고도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서 어찌 측은한 마음이 든단 말인가 하며 신하에게 반박했다.(원문에는 사슴이었던 것 같은데;;)

지나가는 동물병원에서 유기견을 보고 측은한 마음을 가지시니 다른 부분에서도 역시 그러하시겠죠. 정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
Peppermint
06/05/12 18:0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L.Bloom님의 댓글도 저에게 작은 하나의 실천보다 단지 제도제도만을 외친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게 해주네요. 역시 옛 현인의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숨쉬는 깨달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06/05/12 18:06
수정 아이콘
슬퍼지네요....

그 강아지가 꿈에 보일것 같네요...
해피베리
06/05/12 18:24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슬프네여.. 어떻게 가족같이 기르던강아지를버리는지..
정말이해 할수 없어요.. 자기가 가족으로 맡았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말이죠.. 모,,사람도 막 버리는 세상이긴 하지만요.. 강아지들은 저렇게 버려져도 또다시 사랑받기를 기대합니다. 말이 없다고 감정이 없는건 아니잖아요..저희집 강아지는 저를 항상 무시하고 물고 으르렁 거려서 싸우기도 막 싸우지만 없이 산다는건 생각도 못하는데 말이죠
06/05/12 18:27
수정 아이콘
저도 개 한마리 키우고 싶지만 잘 키워줄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지나가다 개만 보면 좋아라 쫓아가곤 한다지요.^^;
Timeless
06/05/12 19:08
수정 아이콘
올해 초(겨울)에 아버지께서 회사에 들어가시는데 '개'가 한 마리 쫓아 들어왔답니다.

쫓아 내려 했는데 개가 털도 덥수룩하고, 다리도 절룩거리고 왠지 상태가 안좋아 보였답니다. 그런 개인데다가 올해가 개의 해이고, 막내 아들인 제가 또 개띠라 차마 그대로 보내지는 못했지요.

동물 병원에서 며칠 간 몇 십만원을 들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돈 관련해서 평판 나쁜 동물 병원이었더군요-.-; 뭐 그래도 동상 걸린 발이라던지, 기침하던거, 신음하던거 다 좋아져서 다행이었지만요.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느냐.

지금은 회사의 귀염둥이로 자리잡았답니다^^

그 애가 바로 글쓴 분이 언급한 코카스 파니엘이네요.
이뿌니사과
06/05/12 20:29
수정 아이콘
저.. 강아지 좋아하시는 분들께 질문인데요; 저는 큰 개는 무서워해도 작은개는 예쁘다 귀엽다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막상 키운다 생각하면.. 다른것보다, 강아지는 언젠가는 죽잖아요; 그걸 견딜 자신이 없어서;;; 다른분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제가 어릴때 애완동물을 키워본적이 없는데, 그래서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라도 키워보게 할까 싶다가도.. 그게 걱정이 되어서 못하겠더라구요.
Timeless
06/05/12 20:44
수정 아이콘
이뿌니사과님께//우리는 언젠가 죽게 되는데도 서로 만나고 있지 않습니까^^

강아지는 분명히 우리보다 수명이 짧지만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의 시간은 또 충분히 길답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강아지가 삶을 완성 할 때까지 함께 울고, 웃으며 즐겁게 지내면 되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애완동물이지만 1년 만 지나면 가족이 됩니다^^;;
비갠후에
06/05/12 21:14
수정 아이콘
저도 개를 키우다 차에 치어 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다시는 못 키울 것 같았는데 지금 다시 강아지 한마리가 집에 있습니다. 같이 있을 때 행복했다면 사람이나 개에게 아픔보다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06/05/12 22:37
수정 아이콘
저는 짐승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
공동주택에서 개를 키우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외출시 어떻게 좀 해주시면 좋을 듯!
집에 사람이 없으면 근처만 가도 심하게 짖는 개들이 많아서요!
공원에서도 견의 볼 일을 보고 뒷처리는 모른 척 하는 분도 있구요!
자기가 좋다고 남들도 좋아할꺼라는 착각을 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요!
그리고 가족으로 받아 들였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당연할텐데 유기견을 잡으러 다니는 차를 보는 것도 영 기분이 우울...
가능하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정서에 무척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좀 감성이 많이 매마른 듯^^
아픈 기억 : 꼬마 때는 무척 좋아했는데 정들만 하면 자꾸 잡아서 이런 사고 방식을(좀 이해 좀 해 주세요^^)
Timeless
06/05/12 23:12
수정 아이콘
Mr.bin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애견인들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런 것들을 지키고 권리를 주장해야 할텐데 말이죠..

안타까워요ㅠㅠ
자유감성
06/05/13 00:27
수정 아이콘
우리집 지금 개한마리 기르고 있는데요 이개가 지금 그러니깐 90년 2월생이거든요...개 원래 이렇게 오래사나요? 이빨도 워낙 좋아서 얼마전 치킨다리뼈 그냥 씹어먹고 그래요 사실 키우키 어려운데 왜케 오래사는지..
글루미선데이
06/05/13 03:14
수정 아이콘
자유감성님//
개 닭뼈 잘못 먹으면 죽어요....절대 주지 마세요-_-
근데 강아지가 16년이면 장수만세인데요 와....

저희집엔 코카와 비글이 있습니다만...
아주 둘이 뭐라고 해야하나...예술적인 견종들입니다
어쩔 수 없이 저도 살아야 하기에 미안하지만 줘팼더니 규율이 잡히더군요 -_-

그리고 Mr.bin님 같은 분들에게 실례하지 않기 위해 했던 몇가지..
짖는 문제는 하다 하다 안되서 아예 집은 무조건 교대로 비우기로 합의..
(주인 있으면 개들 잘 안짖습니다)
산책하다 볼일 보는 문제는 몇시간 전부터 물과 사료 안주고 볼일 다 본 후에나 데리고 나가면 문제없더군요
다크로니에르
06/05/13 10:24
수정 아이콘
가끔 길 가다가 귀여운 아기보면, 아 너무 귀엽다. 한번 안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지만, 막상 아이를 몇시간동안 혼자 돌봐야 하면 여간 힘든게 아니죠.
꼬물꼬물 귀여운 아가때 모습을 보고 단순히 한번 키워보고 싶단 생각으로 강아지를 데려오는 건 위험해요. 그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게 얼마나 큰 무게를 져야 하는 일인데요.
저는 24살인 지금도 동물원 가는걸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지금 우리 강아지가 무지개다리 건너면 다신 동물을 키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강아지 모두 행복하기란 참 힘들더라구요.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 그 이상!
부모의 마음으로 키울수 있는 분만 입양하셨으면 좋겠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3217 5월 31일은 투표하는 날입니다. [29] 로망 프로토스3486 06/05/13 3486 0
23216 즐겁게 맞이할 주말이 왔습니다. [6] Cazellnu3963 06/05/13 3963 0
23215 황제....... 러시아워에서 괴물을 잡아라!!! [16] SKY926323 06/05/13 6323 0
23214 대한민국 월드컵 도전사와 독일에서의 16강 가능성 [52] 바둑왕3454 06/05/13 3454 0
23212 815에서의 박명수 선수... [29] 김인태4643 06/05/13 4643 0
23210 빌드 간의 상성 차이를 과연 실력으로 벌충할 수 있는 걸까요? [203] 수달슈댤6201 06/05/13 6201 0
23209 공중파MBC 심야스페셜 "황금알을 낳는 승부사, 프로게이머의 힘"방송안내 [5] 마술사4445 06/05/13 4445 0
23207 난 나의 글을 이렇게 쓰고자 한다. [3] sAdteRraN3726 06/05/13 3726 0
23205 답답한 마음에 - 황우석 박사 관련 [61] 루나파파4407 06/05/13 4407 0
23202 김성제 선수 왼쪽! 왼쪽! [12] Timeless5089 06/05/12 5089 0
23201 어제있었던 킹덤과 리치의 경기(픽션) [7] 일택4059 06/05/12 4059 0
23200 죽지 마라, 죽지 마라, 죽지 마라. [10] Blind3572 06/05/12 3572 0
23198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65편 [22] unipolar5460 06/05/12 5460 0
23195 드디어 신한은행 2006 스타리그 16강 일정이 확정되었군요!!(일정 일부 수정) [32] SKY924130 06/05/12 4130 0
23194 한동욱,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15] 하야로비3735 06/05/12 3735 0
23193 24강 예선에서 만난 상대를 16강 본선 토너먼트에서 만나다니..이럴수 있나? [107] 나멋쟁이5973 06/05/12 5973 0
23192 우리집의 향기 [3] Optus3415 06/05/12 3415 0
23191 죄송합니다...... [54] SKY925534 06/05/12 5534 0
23190 잡담성 개이야기 [15] 오름 엠바르3809 06/05/12 3809 0
23188 박용욱 선수에게 바치는글. [12] 둥이3963 06/05/12 3963 0
23187 마재윤의 3해처리에 대한 감탄 [20] 김명진8693 06/05/12 8693 0
23186 온게임넷 24강을 강력히 비판하며 (글이 기니, 4번부터 읽으셔도 됩니다.) [72] edgar6091 06/05/12 6091 0
23185 최인영 선수가 생각이 납니다. [24] 글레디에이터4296 06/05/12 429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