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2/11 14:46:56
Name legperde
Subject 스타크레프트의 기호학적 고찰
제목은 거창하게 적었지만 사실 대단한건 아닙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기호학 수업 레포트로 간단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사실 몇일전 글을 올렸는데 학교에 레포트를 제출하기 전이라 삭제하고 지금 다시 올립니다.

관심있는분들은 한번 보세요.

---------------------------------------------------

1. 서론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구름을 보고 ‘구름’이라는 사실을 떠 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구름을 보고 ‘사람의 얼굴’ 이나 ‘강아지’를 떠올릴 수도 있다. 또한 눈썰미 좋은 농부는 구름을 보고 비가 올 것인지를 예측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능숙한 사냥꾼은 흙 위에 남겨진 자국이나 나무에 걸린 동물의 털 등의 작은 흔적을 통해 사냥감의 종류와 지나간 시간을 추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냥꾼이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 흙 위에 남겨진 자국이나 나무에 걸린 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기호와 현상의 경계를 보여준다. 현상자체는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상들이 인간에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의 경험들이 현상을 읽는 법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즉 사회가 현상들을 해석할 수 있는 자체의 코드를 만들지 않았다면 이러한 해석은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혼자 생각하는 것을 포함하여 두 주체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과정을 기호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게임 또한 두 명,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체스를 예들 들어 보자. 체스의 경우 두 명의 사람이 상대방의 ‘킹’을 잡기 위해 게임을 벌인다. 체스 게임에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며, 그 규칙 안에서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하여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주된 내용일 것이다. 이때 체스게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  ‘게임의 규칙’이라는 공통된 코드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공통된 코드 속에서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것이 게임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스타크래프트’게임에서 나타나는 기호학적 현상들에 고찰해 보기로 한다.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 블리자드사에서 개발한 실시간 전략 게임(Real-Time Strategy)이다. 이 게임의 전세계 매출 중 약 3분의 1이 한국에서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으며, 지금까지 그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수많은 게임들 중 가장 대중적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게임 중 나타나는 기호학적 현상들에 대하여 고찰해 보도록 한다.


2. 스타크래프트의 목표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목표는 상대방이 게임을 진행할 수 없게 만들거나 게임진행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게임 속에서 자원을 획득하고, 획득된 자원을 활용하여 확장과 전투를 위한 유닛을 생산한다. 나아가 생산된 유닛을 통해 상대방의 확장을 견제하고 전투 유닛을 제거한다. 기본적으로 스타크래프트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투이며 전투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게임에 승리하게 된다.

3. 스타크래프트에서 기호학적 사고과정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 중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전쟁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스타크래프트도 마찬가지여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게임의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같은 정보를 습득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대응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정찰결과를 해석하는 과정, 즉 디코딩의 과정의 차이를 뜻한다. 이러한 차이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코드체계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에 제시될 예는 스타크래프트 게임 중 발생할 수 있는 현상과 현상에 대한 해석사례이다.

현상: 한 프로토스 유저가 테란과 게임을 펼치고 있다. 약 5분 정도 흐른 후 프로토스유저는 상대방 본진에 정찰을 시행하였고 6개의 마린과 1개의 탱크를 발견하였다.

해석:
  ㄱ. 성준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관하여 아무런 지식이 없다. 방금 전에 어떠한 화면과 소리가 나타났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ㄴ. 정석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사용되는 유닛의 이름, 종류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다. 정석은 정찰활동을 통해 상대방이 6개의 마린과 1개의 탱크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아내었다.  

  ㄷ. 병민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경험이 많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유닛의 이름, 종류를 정확히 알고 있으며, 게임에서 사용되는 전략들과 패턴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병민은 정찰활동을 통해 상대방이 이후 벌쳐 유닛을 생산해 FD전략을 구사할 것이며, 확장을 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성준의 경우 게임에 대한 코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찰활동의 결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성준의 경우 방금 현상이 정찰활동을 위해 일어난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게임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정찰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정찰활동을 할 이유도 없다. 지금까지 가정한 현상은 일종의 우연의 결과이며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해석도 나타나지 않는다. 성준에게 현상은 일종의 자극-반응의 과정(컴퓨터 스피커에서 어떠한 소리가 났다. 혹은 컴퓨터 화면에서 어떠한 장면이 나타났다.)에 그친다. 이때 성준에게 현상은 기호로 해석되지 않는다.
한편 정석과 병민은 현상을 기호로써 이해한다. 두 사람은 게임의 룰, 즉 코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두 사람은 현상에 대하여 코드를 적용함으로써 현상을 기호로 인식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현상을 해석한 결과는 차이가 있다. 정석의 경우 현상을 기호로 해석할 때 개념만을 추출하였다. 반면 병민의 경우 현상을 징후로 받아들여 상대방의 의도를 추측하는데 사용하였다. 다시 말해 정석과 병민은 동일 현상을 기호로써 받아들였지만, 기호의 해석은 개인이 가진 코드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위의 예에서 병민은 기호를 일종의 징후로써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 방식은 퍼스가 제시한 가추법(Abduction)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가추법
법칙        FD 전략을 사용하려면 6개의 마린과 1개의 탱크, 1개의 벌쳐가 필요하다.
결과        상대방이 6개의 마린과 1개의 탱크를 가지고 있다.
사례        상대방은 FD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가추법을 통해서 일반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추법을 사용한 예측이 실제 사실과 부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위의 예에서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예측이 성공하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은 FD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오류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가추법을 통한 사고작용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4. 게임 속의 양항 대립 구조

대부분의 컴퓨터 게임의 수명이 2~3년인데 비하여 스타크래프트는 출시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표적인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타크래프트가 이렇듯 지속적인 인기를 얻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스타크래프트 게임 속에서 나타나는 대립구조 또한 인기의 중요한 요인이다. 스타크래프트는 3개의 종족(테란, 프로토스, 저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한다. 이 3개의 종족은 서로 먹고 먹히는 순환적인 구조를 가진다. 이는 ‘가위, 바위 보’ 게임과 비슷하다. 테란은 프로토스에 약하고, 프로토스는 저그에게 약하다. 하지만 테란은 저그에게 강한 면을 보인다. 즉, 스타크래프트에는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계는 종족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각 종족의 유닛들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테란의 유닛인 마린은 저그 유닛에게 약한 면모를 보인다.
    
유표적(약한 것)        무표적(강한 것)
저그                      테란
프로토스                     저그
테란                     프로토스
마린                     럴커


하지만 이러한 대립적 관계는 개인의 역량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저그가 테란에게 불리하지만 게임의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계가 스타크래프트의 재미를 불러 일으킨다. 저그는 테란을, 프로토스는 저그를, 테란은 프로토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유표적인 것을 무표적인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마린과 럴커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최근 많은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프로게이머 임요환은 마린으로 럴커를 제압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러한 임요환의 플레이는 ‘마린은 럴커에 약하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 넘어 유표적인 것을 무표적인 것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5. 결론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게임에서 나타나는 기호학적 사실들을 살펴보았다. 물론 이번의 연구에서는 스타크래프트라는 특정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 보았지만 스타크래프트 이외의 다른 게임에도 확장하여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게임은 상대방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하는 것이 목표이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게임의 룰, 코드를 알아야 하며 코드를 통해 승리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들 모두 기호를 통한 사고과정으로 볼 수 있다. 퍼스는 이 세상은 기호로 가득 차 있다고 이야기 하였다. 게임 또한 인간의 수많은 상호작용 유형 중 하나이며 인간의 만들어 내는 무수한 기호들 중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6. 참고문헌
박종철 외(2001),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삶」, 월인.
움베르트 에코/ 김광현 역(2000), 「기호, 개념과 역사」, 열린책들.
움베르트 에코 외/ 김주환, 한은경 역(1994),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 인간사랑.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HirosueMoon
05/12/11 14:48
수정 아이콘
헐... 무슨말인지 모르겠네요..ㅡㅡ;;;
IloveAuroRa
05/12/11 15:02
수정 아이콘
이글 저번에 올라왔었는데 1분도 안되서 삭제가 됬었는데..
다시 올라왔네요 -_-;;
재밌는내용이네요~
05/12/11 15:32
수정 아이콘
색다른 테마네요-
Deskrasia
05/12/11 16:38
수정 아이콘
오.. 뜬금없지만 참고문헌의 움베르트 에코는 이승원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소설가라고 하셨던가요 @_@
산은 강을 넘지
05/12/12 21:11
수정 아이콘
언어학 전공이신가요? 전 언어학과생이라 기호학이란 제목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내일 기호학 전공 시험인데.. 어흑 ㅡㅜ
legperde
05/12/13 11:31
수정 아이콘
전공은 사회학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9099 (생활글)언론으로 흥 한자 언론으로 망 한다 [61] 순수나라4031 05/12/11 4031 0
19096 '팀리그'가 부활할수도 있다는군요. [94] 리콜한방5770 05/12/11 5770 0
19094 kbs대토론을 보고... [7] 내안에그무엇~3418 05/12/11 3418 0
19091 자자 다들 감정적인 논쟁은 그만하시고~ 이쯤에서 노래한곡 들어볼까요? [13] KilleR3799 05/12/11 3799 0
19090 스타크레프트의 기호학적 고찰 [6] legperde3774 05/12/11 3774 0
19086 온게임넷 이번 사건 사실확인과 방송이나홈피에 공식입장부탁드립니다. [264] 사나8838 05/12/11 8838 0
19083 최연성에 대한 비난을 즐길 수 있는 최연성팬이 되는 건 어떨까요? [103] 김호철4373 05/12/11 4373 0
19082 다들 보고 계시나요? [5] Timeless4035 05/12/11 4035 0
19081 여러분도 이천수 선수를 싫어 하십니까? [41] 히또끼리4760 05/12/11 4760 0
19080 다음 아고라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네요. [12] newromancer3550 05/12/11 3550 0
19079 황우석 교수 사건의 반전 시점에서 경계하고 싶은 것. [8] 네로울프4212 05/12/11 4212 0
19078 요즈음에 느낀 바와 문제의식(황교수님 약간 관련..지겨우신 분들은 보시지 마세요) [66] Nada-inPQ3970 05/12/11 3970 0
19077 2002년 월드컵 한국 경기에서 나온 골 중에 어떤 선수가 나온 골이 가장 멋있었나요?? [44] 한방인생!!!3689 05/12/10 3689 0
19076 방패....Shield, 그리고 TheMarine [13] ☆FlyingMarine☆3732 05/12/10 3732 0
19074 [건의]MBC 게임 리그 방식에 관하여 [50] 소주4033 05/12/10 4033 0
19073 안녕하세요!!!!!!!!*^^* [15] Yourfragrance..3760 05/12/10 3760 0
19069 [Zealot] 말은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서... [4] Zealot3681 05/12/10 3681 0
19068 추억의 경기(5)-TG 삼보 2003 MBC게임 스타리그 결승전 3경기 홍진호 VS 최연성 [37] SKY924812 05/12/10 4812 0
19066 자신의 본분과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위인.. [83] 짱가4086 05/12/10 4086 0
19065 황우석 박사님. 박사님은 지금 병원에 누워있어야할 처지가 아닙니다. [39] 스팀먹은마린5078 05/12/10 5078 0
19063 불과 한달동안 정말 많이 변했네요.. [11] KuTaR조군3751 05/12/10 3751 0
19062 T1에 이적한다던 중국선수들.. 도대체 어떻게되길래 [15] 카오루6299 05/12/10 6299 0
19061 온게임넷 듀얼토너먼트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스포일러있음) [22] 해맏사내3617 05/12/10 361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