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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9/27 02:50:42
Name 헤르메스
Subject 원나라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인가, 몽골의 역사인가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나오는 많은 책에서 원나라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에서 논의됩니다. 그리고 중국 25사에 들어가는 원사(元史)는 명나라의 장옥정 등이, 신원사(新元史)는 중화민국의 커샤오민(柯劭忞) 등이 작성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원나라는 중국의 역사라고 단정지어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몽골 사람들은 원나라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원나라(몽골 제국)는 몽골족인 칭기스칸이 세운 것이고 그 이후의 칸/천자와 지배층의 몸 속에는 몽골족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TV를 보았는데 몽골족에 관련한 다큐멘터리였는데, 1년에 한 번씩 칭기즈칸을 기념하며 광활했던 원제국을 회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그렇다면, 원나라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입니까, 몽골의 역사입니까

제가 생각해본 가능항(결론-근거-의문점)은

원나라의 역사는
-----------------------------------------------------------------------------

1a. 중국의 역사.
     근거- 당시의 주요 사관이었던 정통론(원은 송의 정통을 받아 명에게 넘김)이나 중화사관(지리적/문화적 중화)에 입각;
     의문- 허나 전근대적 역사론이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1b. 중국의 역사.
     근거- 다수의 피지배층(혹은 민중)인 한족을 기준;
     의문- 고구려의 역사가 한국의 역사인지 불분명.


2. 몽골의 역사.
   근거- 지배층인 몽골족을 기준;
   의문- 일제감정 당시 한반도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가 아닌가.


3a. 중국의 역사+몽골의 역사.
     근거- 현재의 중국이나 몽골이 원나라를 계승하고 있다는 의식의 존재;
     의문- 고구려사 분쟁처럼 복수의 국가가 과거 어느 나라의 역사를 자기 역사라고 주장할 때 이 기준만으로는 판별할 수 없다.


3b. 중국의 역사+몽골의 역사.
     근거- 지배층인 몽골족 피지배층인 한족 모두 원나라 역사의 자기 몫이 있음;
     의문- 이 경우,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는 한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만주 일대의 제민족의 역사라는 명제가 같이 성립한다. 현재 중국 내 조선족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가진다고 오늘 중국의 역사는 한민족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가.


4. 중국의 역사도 몽골의 역사도 아님.
    근거- 근대의 산물인 민족개념을 과거로 소급할 수 없고, 역사의 귀속 논쟁은 정치적 선전이나 민족의식 강화를 위한 도구에 불과;
    의문- 민족 형성 이전이라도 국가의 계승의식이나 종족학적(ethnographic)자료의 연속성 등을 통해 논해볼 수 있다.


5. 중국인의 눈에는 중국의 역사, 몽골인의 눈에는 몽골의 역사.
   근거- 민족/국가 마다 국가계승에 있어서 우선시하는 요소가 다르므로(혈통중심, 지역중심, 문화중심, 소속의식중심) 그들의 관점에 맡겨야 한다.;
   의문- 그렇다면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 원나라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인가, 몽골의 역사인가. 역사의 귀속문제가 객관적 해답이 없는 상대적 논쟁에 머무른다면 국가계승과 관련한 실질적 이익(조약승계, 영토, 재산, 국적)이 달린 현안에서 다른 입장 간의 충돌이 현실적으로 발생했을 때 명확히 해결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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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문제를 보탠다면 청나라의 역사 문제입니다. 청나라의 지배계층은 다수의 만주족과 소수의 한족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피지배계층은 다수의 한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현재 만주족은 중국 속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이러면 청나라의 역사는 만주족의 역사인지, 한족의 역사인지, 중국 민족의 역사인지가 문제됩니다. 그리고 현재 만주족이 갖는 민족적 정체성이 어떤지도 알아봐야 할 대상이 되겠습니다.

또한 덧붙이자면 최근들어 더욱 첨예화되고 있는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의 귀속문제에 대한 해답이 위 문제를 푸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그리고 일제 강점 당시 한반도 내의 역사는 누구의 역사인지, 직관적으로는 쉽게 해결되지는 않더군요. 조선인이 친일/수탈/징용당한 것은 한민족의 역사라고 볼 것이지만, 한반도의 통치권을 장악하고 있던 조선총독부의 행정/군사 행위가 누구의 역사인지를 생각해볼 때 어려워집니다. 통치한 부분은 일본의 역사, 강점당한 부분은 한국의 역사로 구분하는 것이 근사한 정답일까요. 이 정답을 관철시킨다면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는 누구의 역사이게 되는 것인가요.

이 문제에 대해(원, 청, 고구려와 발해, 일제강점기 - 사안마다 해답이 다를 수도 있는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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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레치루
05/09/27 03:07
수정 아이콘
이우혁님의 치우천왕기 서문에 나오는 걸 바탕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민족중심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듯 합니다. 우리의 역사=우리의 핏줄이라는 개념으로요. 그것은 우리나라가 단일민족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고 중국은 다민족국가이기 때문에 핏줄의 개념이 아니라 중국땅에 있으면 중국역사 라고 취급한다고 합니다. 치우천왕기에서 예를 들기로 현지 중국인이 치우에 관하여 당신네(한국인)들의 조성이면서 중국인 이라고 말했다는군요. 각 나라의 특성마다 보는 관점이 다른가봅니다.
IntoTheNal_rA
05/09/27 04:12
수정 아이콘
고구려사 분쟁 얘기가 살짝 등장해서 하는 말인데요.
그건 위 문제와는 별 상관이 없을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본사를 일컬어 '일본 열도의 제민족의 역사' 라고 하지않고,
몽골사를 일컬어 '몽골초원 일대의 제 민족의 역사'라고 하지않듯이,
고구려나 발해사를 일컬어 '만주 일대의 제민족의 역사'라고 하지 않는것이 당연합니다.

보통 중국사라 하면 황하와 장강 사이의 지역을 무대로 하고,
그 지역에 살아온 민족을 '한족'이라 하겠습니다. 비록 상당히 애매모호한 민족 개념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그렇게 부르는 것에 별 문제는 없을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국가의 계승의식이나 종족학적(ethnographic)자료의 연속성,
혈통중심, 문화중심, 소속의식중심 등의 여러가지 관점으로 모두 비추어봐도 그 실체가 적어도 '한족', 혹은 '중국사'라는 개념에 비해서는 매우 뚜렷한 '한민족'이라는 개념을, 현재 한국의 영토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만주와 한반도를 구분해서 '만주일대의 제민족'과 '한민족'으로 구분지어 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통치한 부분은 일본의 역사, 감정당한 부분은 한국의 역사로 구분하는 것이 근사한 정답' 이라는 말씀이 딱 맞는것 같네요.
조선총독부의 행정/군사 행위가 일본의 역사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원나라의 역사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되겠구요.

근데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하등 상관이 없는 문제인것 같습니다. 고구려의 역사를 '만주일대의 제민족'의 역사라고 한다면, 같은 논리로 '중국사'라는 개념 자체는 아예 성립조차 할 수 없습니다.
InTheDarkness
05/09/27 08:48
수정 아이콘
원은 요,금,청과 함께 정복왕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가 1학기에 동아시아 군주권력과 국가라는 강의를 수강했는데, 그 강의에서도 정복왕조역시 중국사로 간주했습니다.
안티벌쳐
05/09/27 08:52
수정 아이콘
금나라,청나라는 만주족(여진,말갈)의 역사이고 요나라는 거란족의 역사이고 원나라는 몽골족의 역사이고 고구려는 한민족의 역사이고...
중국은 이들 모두의 역사를 자기의 역사라 하고...
중국은 이들을 지배하지 못하고 지배당하였지만 이들의 역사를 모두
지배하려 하고 있죠. 펜은 칼보다 강하다! 이 말은 정말 중국을 두고 하는 얘기 같습니다.
지금여기에있
05/09/27 09:48
수정 아이콘
다큐멘터리 역사를 찾아서
KBS 1Radio 일 0:05∼1:00 (재)월 2:50~3:45

동북공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들어보세요.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재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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