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9/26 23:20:00
Name 토돌냥
Subject 순희의 스타일기 1편
출처는 비타넷입니다.
========================================================
소나기 뒤에 맑은 하늘이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하였던가?
정녕 아니 끝날 것만 같던 지옥의 고3 생활을 끝내고
대학이란 곳에와 처음으로 그놈을 만났다.
그로부터 6년 동안 나의 친구이자, 애인이며, 스승인 동시에 피로회복제였던
그놈의 이름은 바로…
Starcraft 이다.

여중·여상·여고가 한 울타리 안에 묶여 있는 초(!) 암울한 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에 대학이란 곳을 비집고 들어왔건만…
이놈의 수컷들이 하자는 청춘사업에는 관심 3g 조차 없고
자기들끼리 PC방이란 곳만 드나드니 내 어찌 한탄하지 않았겠는가!
내 꽃다운 스무 살을 이리 보낼 수 없다 생각하여,
무작정 뒤꽁무니라도 밟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런 다소 불순한(?) 동기로 인해 나와 스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처음 접한 종족은 우아한 인간족 Terran 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남자친구란 녀석이 내 이미지를 뭘로 보았는지
제일 쉬우니 배우라며 Zerg를 가르쳐주는 바람에 내 주종은 저그가 되었다.
(지금은 Protoss로 전향했지만 말이다.)

앞으로 종종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본인은 Terran을 매우 좋아, 아니 동경한다.
제일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도 Terran 유저이고, 테테전 잘하는 남자는 무조건 멋져 보인다.
그런데 안 그래도 어려워 보이는 게임이건만,
멋있는 Terran도 아니고 벌레들만 기어다니는 Zerg를 배우려니 딱 죽을 맛이었다.

‘꾸오오∼’ ‘꿰엑!!’ ‘퉤퉤’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도 같이 ‘꾸오오∼’ ‘꿰엑!!’ ‘퉤퉤’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초허접 상태의 나를 상대로 내 친구는 핵까지 날려가며 즐겼고,
난 핵을 맞아 초토화된 케찹쇼를 보고도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허나 본래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필자인지라 금새 스타의 재미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히드라가 ‘퉤퉤’거리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워. 보이는 경지에까지 도달했다.
그렇게 스타에 맛이 들려 주로 공강 시간에 (실은 자주 자체휴강을 하고)
친구들과 PC방을 들락거리며 팀플레이를 즐겼고,
남자친구를 달달 볶아 생일선물로 Starcraft 정품 CD를 선물 받기도 했다.  

그렇게 스타와 동고동락하기를 벌써 6년.
여전히 실력은 “발로했삼?”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제 스타는 내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돼 버렸다.

종종 여성유저들을 만나면 궁금한 것들 중 하나가
‘저 분은 어떻게 스타를 알고 시작하게 됐을까?’라는 물음이다.
어떤 분들은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스타방송을 보다가 시작하기도 하고,
남자형제나 친구를 통해, 혹은 필자처럼 음양의 조화를 위해(!) 스타를 시작한 분도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이 어찌되었든 6년 전에 비하면 많은 여성들이 e-sports 에 관심을 갖고 함께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필자로 하여금 반가움을 느끼게 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박상원
05/09/26 23:34
수정 아이콘
히히 재밌네요. 앞으로 좋은글 기대할게요~
한동욱최고V
05/09/27 00:03
수정 아이콘
저는... 사촌오빠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다가 재밌어보여 가르처 달라해서 시작했답니다^^
아직 발로 하는 수준이지만... ㅠㅠ 언젠가는 꼭!!!!+_+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정현준
05/09/27 00:13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게 쓰시는군요~ 앞으로 재미있는 연재 부탁드려요~ ^^
Baby_BoxeR
05/09/27 08:43
수정 아이콘
재밌는 일기 기대할께요~

사랑관에서 작은 바램이 있다면 스타를 같이 즐길 여친이 있음 하는겁니다.
많은 여성분들을 e-sports로 끌어들여주세요... 선택의 폭이나 넓어지게;;
하늘 사랑
05/09/27 15:51
수정 아이콘
재밌군요
다음편이 은근히 기대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852 원나라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인가, 몽골의 역사인가 [5] 헤르메스9182 05/09/27 9182 0
16851 나이스물에 사춘기가 또.... [7] 게레로4178 05/09/27 4178 0
16849 마음 놓고 먹을수 있는 음식은 없을까요? [5] 요쉬4441 05/09/27 4441 0
16848 통계석 수치로부터의 밸런스 유추방법에 대한 고찰 - 1 (밸런스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서) [26] 스타매니아4530 05/09/27 4530 0
16846 서울대 법학과와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의 수능 평균과 커트라인 [19] 학몽6257 05/09/27 6257 0
16845 '완전한 사육' 이란 영화 아십니까? [22] 김호철8463 05/09/27 8463 0
16843 냄비의 얼굴은 반짝인다 [2] 웃다.3691 05/09/27 3691 0
16842 나의 청춘시절과 함께 했던 90년대 트로이카.. [8] may0544234 05/09/27 4234 0
16840 저에게도 고민이 있습니다. [10] kicaesar4267 05/09/26 4267 0
16839 누려라, 즐겨라 Let's PlaY! [4] 종합백과4589 05/09/26 4589 0
16838 오늘은 프로토스의 날? [11] swflying3982 05/09/26 3982 0
16836 순희의 스타일기 1편 [5] 토돌냥4247 05/09/26 4247 0
16835 비타넷 연재칼럼 '순희의 스타일기' [1] 토돌냥4482 05/09/26 4482 0
16834 사랑이라는 불안감과, 초조함..... [2] 태을사자4433 05/09/26 4433 0
16833 2005년 3차 스타리그 공식맵 후보작 오픈베타 테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11] 김진태4708 05/09/26 4708 0
16831 또 다시 찾아온 가을에 넌 없다 [8] 난이겨낼수있4188 05/09/26 4188 0
16829 은행..., 서비스업 맞지요? [29] 전범철5630 05/09/26 5630 0
16826 세상의 중심에서 즐을 외치다. [44] spin5466 05/09/26 5466 0
16825 온게임넷 스타리그 공식맵 후보작이 공개되었습니다. [113] 김진태11161 05/09/23 11161 0
16824 알바.. [30] 희노애락..5443 05/09/26 5443 0
16822 카오스 : 유즈맵 리그의 가능성.. [13] Dave4711 05/09/26 4711 0
16820 부드러운 모카크림처럼 [5] 호수청년4659 05/09/26 4659 0
16818 [21] 총알이 모자라.4392 05/09/26 439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