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4/21 10:07:43 |
Name |
공룡 |
Subject |
이번주 온게임넷 리그를 보고 와서. |
안녕하세요.
광주에 사는 스타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실전은 그리 많이 하지 않지만(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은 임요환인데 손놀림은......) 중계등은 열심히 챙겨보지요. itv, 온게임넷, 겜비씨, 최근에 겜티비까지...... 예전 기숙사 조교로 있을때는 아마추어 스타대회를 개최한 적도 있었지요 ^^ 정말 스타는 재미난 게임입니다.^^
서울에 들를 일이 있어서 큰 맘 먹고 메가웹스테이션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거대한 피씨방이더군요 --; 안에 영화관도 있고 음식점도 있는^^ 그때 겪었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특별한 주제도 없고, 그저 촌놈이 동물원이나 63빌딩같은 곳 구경하고 쓴 감상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싶네요^^
1. 메가웹스테이션에 도착하다.
세상은 넓고 피씨방은 많다지만 이렇게 큰 피씨방은 처음이었다. 거대한 그곳에서 난 길을 잃었다. 안내지도를 살펴보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쉽게 찾을수가 없었다. 겨우 찾고 나니 생각보다 작은 무대다. 의자는 불편하고 모두 앉아봐야 50명도 안될 듯 하다. 과연 이곳이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스타리그 녹화의 현장인가? 4시간 전에 왔기에 미리 자리잡고 서울구경하는 촌놈처럼 열심히 구경했다. 물론 양복을 입고 그렇게 서성이는 사람은 나 뿐이다. 나중에 누가 그러는데 게임관계자나 기자인줄 알았단다-_-
2. 드디어 프로게이머를 만나다.
김정민 선수, 강도경 선수등의 팬이다. 이번에 가게 된 것도 이 두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전날 선수들 사진을 프린팅해서 다이어리에 붙이는 작업까지 해서 싸인받을 준비를 마친 나는 열심히 프로게이머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바쁜 프로게이머들이 녹화시간 4시간여를 남기고 벌써 도착했을리가 없지 않는가!....... 라고 생각했지만 30분쯤 뒤에 난 프로게이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정민 선수와 최인규 선수와 유병준 선수. 같은 팀인데다 첫 경기라서 일찍 온 듯 하다. 거기에 김도형 해설위원의 모습도 보인다. 넷이서 같이 이야기를 하고 어떤분이 그걸 캠으로 찍는다. 기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는 것일까?(알고보니 그냥 담소였다.) 난 거기에서 몇십분을 서성였다. 싸인해달라고 할까 말까? 해달라고 했는데 바쁘다고 안해주면 어쩌지? 양복입은 아저씨가 서성이니 그분들도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가끔 쳐다본다. 결국 용기를 내서 다이어리를 내밀었다.
"저, 싸인좀......"
결국 싸인을 받았다. 모두들 친절하게 해준다. 두근거림이라니...... 가수나 연예인 싸인 한장 받아보지 못했던(흠, 중학교때 고두심 싸인은 받아봤구나) 난 정말 설레임을 느꼈다. 그 뒤로 차츰 들어오는 프로게이머들... 대부분 싸인을 받았다. 싫증을 낼만도 한데 모두들 잘해준다. 그리고 생각보다 싸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리 없었다. 수줍은 사람들이 많은 나라다. 게이머들 대부분이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진을 원하면 몇방이라도 찍게 해주고 포즈도 취해준다. 내가 그날 출전자중 싸인을 받지 못한 선수는 세명 뿐이었다. 싸인이 없다며 수줍어하던 손승완 선수, 역시 완전한 싸인이 없다며 나중에 해주겠다고 고개를 숙이던 나경보 선수, 그리고 지각을 해서 보지 못했던 정재호 선수. 나머지 선수들은 정말 잘 해주었다. 혹시나 너무 사람들이 몰려 싸인을 못받으면 어쩌나 하는 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그러고보면 참 이상도 하다.
임요환 선수의 다음 팬클럽 수가 13만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다는 장나라 팬클럽 수가 12만이다. 김정민, 강도경... 이런 선수들의 팬클럽도 거의 2만이다. 개그맨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박경림의 팬클럽 수보다 약간은 많은 정도의 수치다. 실제로 특급으로 분류되는 인기 아이돌가수들을 제외하고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팬클럽 회원수를 능가하는 연예인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 그들인데도 팬들의 부담스런 공세(싸인해달라고 떼쓰기, 옷찟기, 막무가내 사진박기등...)가 별로 없다는 것은 이상하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덕분에 그들은 모두 성실한 모습이다. 그리고 나이를 생각하면 참으로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싸인해달라고 조르면 인상이라도 찡그릴법 하지만 거만하다고 소문난 강도경 선수가 가장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어줄 정도로 선수들은 모두 착했다. 그들의 속내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에 정말 뿌듯했다. 물론 싸인을 해달라고 조르는 30대 아저씨(-.-)의 모습에 무서워서 그냥 친절히 해줬을수도 있겠지만..... ^^
해설진들의 싸인도 받았다. 전용준 캐스터의 싸인은 정말 길었다. 정성이 고맙긴 했지만 나중에 인기를 얻게 되어 여러명이 달려든다면 싸인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실듯 하다^^ 엄재경님의 싸인은 귀엽다. 그리고 실지로 보니 정말 장군감이다. 목소리도 화통하고 얼굴도 크시다. 만약 캐스터를 하셨다면 마지막 gg 소리에 시청자들이 많이도 놀랐을듯 했다^^
3. 맵핵 플레이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몸을 푸는 프로게이머들의 게임을 관전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모두들 정말 신기에 가까운 플레이를 한다. 유닛 컨트롤을 해주면서 생산과 정찰을 동시에 해내는 모습은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한다. 마우스오브 조로라는 최인규선수의 연습모습은 보지 못했지만(작전을 숨기려는 것이었을까? 꽤 일찍 왔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은 하지 않고 그냥 인터넷 서핑을 하는 모습이었다.) 김정민 선수의 손놀림은 그중에서도 가히 예술이었다. 멀미가 난다.--
변길섭 선수와의 상대 전에 테란에 대한 감을 익히려는 것이었을까? 나경보 선수가 테란을 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하지만 정말 잘한다. 결국 상대편을 간단히 제압한다. 상대의 마지막 메시지 18nym...., 임정호 선수 역시 그랬다. 정말 손이 빠르다. 프로토스로 같이 팀플을 해주는 유병준 선수도 그랬고, 김정민 선수 역시 말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연습게임으로 플레이를 했던 상대들을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하다. 그들은 대부분 나가면서 18을 화면에 뱉어내곤 한다. 그들이 생각할때는 분명 맵핵 플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상대의 건물 한두개만 봐도 빌드와 전략을 꿰뚫는 무서운 픅로게이머들이니 당하는 쪽에서야 저쉑 맵핵이야! 라는 말이 튀어나올법도 하다.
하지만 조금은 매너가 있었으면 좋겠다. 맵핵과 비맵핵(?)은 나중에 저장한 리플을 보면 드러날 것이 아닌가! 왜 욕부터 하는지...... 배넷에서의 예절이 아쉽다.
4. 경기.
티비에서 보는 것과 실제 경기장에서 보는 것은 이리도 달랐을까? 맨 앞에서 앉았기에 선수들의 얼굴표정 하나하나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비록 방송이 들리지 않아 화면만 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긴장이 되었다.(라디오 가져간다는 것을 깜빡 했다.--) 그리고 경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흐르는 선수들의 땀방울....... 나까지 땀에 흥건하게 젖는 기분이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상기된다. 놀라운 플레이에서 방청객은 약속이나 한 듯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른다. 하지만 선수들은 무아지경이다. 그 어떤것에도 미동 한번 하지 않는다.
그래도 선수들은 백조다. 허리 위쪽은 미동도 하지 않지만 많은 이들이 발을 떤다. 화면이 잡히지 않는 부분에서의 발떠는 모습은 그들이 매우 긴장하며 게임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한경기 한경기 끝날때마다 박수가 터졌고, 그렇게 경기는 모두 끝이 났다. 패자는 일찍 사라졌고, 승자는 남아서 팬들과 함께 승리의 여운을 즐기다가 마지막 경기가 끝이 나자 모두들 자리를 떴다.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이게 내가 보는 마지막 게임리그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불안도 생긴다. 다시 서울에 올라갈 일이 생기려면 이번 가을이나 내년이 될 것이다. 그때도 다시 이곳에서 게임리그를 볼 수 있을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볼 수 있어야만 한다. 꼭!
5. 자랑.
다이어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싸인들...
갔다와서 사람들마다 붙잡고 자랑을 했다. 그리고 티비에 잠깐 얼굴도 나왔다고...... 주책이다. 자랑은 그리 많이 하지는 못했다. 불행이도 내 주위에는 스타를 잘하는 이가 없다. 아니 잘 아는 이가 없다. 그러하기에 내가 받은 싸인이 가수나 연예인인줄 안다. 아무려면 어떤가? 내게 있어 그들은 왠만한 가수나 연예인 이상으로 소중한 이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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