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3/09 16:56:37 |
Name |
나는날고싶다 |
Subject |
[잡담] 게이머....떠나는 자를 보며.. |
음.. 최근에 제가 알던 게이머 3명이 완전히 게임을 접었습니다.. 말그대로 베넷에 들어오지도 않는 다는 이야기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들었구요..(물론 1명은 잘하면 다시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중 저한테 동생뻘 되는 두 녀석은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실상 진학 문제로 관둬버렸습니다마는..
예전부터 친하게 알던 형이 관뒀다는 거에 대해서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 형을 기억하는 사람은 게임계에서도 아주 극소수이기 때문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은퇴(?) 이기에 말이죠..
제가 그 형을 안지는 한 1년이 조금 안된 것 같습니다.. 제가 비교적 팬이었던 게이머가 있던 길드 마스터의 모습으로서 처음 봤었죠..
그 때 봤던 그의 플레이는 제가 팬이었던 게이머와는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외모로만 봤을 땐 힘으로 내리꽃을 것 같았지만, 그만의 특유의 심리전과 전략 플레이는 다른 매력을 주었었죠..
그리고 그에 대해 알아보니 한 때 투니버스 전국 도대항전에 4강까지 들었던 경력도 있었다는 걸 알았죠..
그렇게 알게 되면서 보니, 그 형은 게임계의 거구(?) 중에 하나였지만 마음은 따스한 멋진 게이머 였습니다..
그렇게 친해졌었죠.. 성격이 약간 불같은 면도 있지만, 이야기 하기는 좋은 사람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알게된 그는 나름대로 게이머의 꿈을 다시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단 부산에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집안도 넉넉치 않아서 다른 일도 병행 하는 관계로,
그 남들 다 해본 주장원전 한 번 출전 못 했지만 말이죠.. 본선하면 서울을 가야하니 말이죠..
그래도 꿈이 있어서 였는지, 어떻게든 해서 노력한 끝에 그는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예선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예선 맵이 었던 네오 정글 스토리에서 그가 개발한 1스타+공업 빌드로 1차전에서 모 저그유저한테 2:0으로 승리를 거뒀었죠..
(이 빌드 오더를 배워서 같이 썼던 박정석 선수는 모든 프토가 거의 다 떨어졌던 당시에 본선 진출했었다고 하더군요..2명중에 하나로요..)
그러나 2차전에서 그렇게도 자신 있어하던 테란을 상대로 어이없게 드랍쉽에 당시 16강에 진출 했던 한 명의 테란 유저한테 0:2로 내리 패배하면서 쓴 맛을 봤습니다..
그 때 부터 그 형에게는 시련이 왔었습니다..
매니저 였던 사람과 결별하면서 사실상 큰 대회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었고..(결국 SKY배 예선에는 이름도 못 내밀었죠..)
스트레스는 항상 술로 풀던 습관 탓에 간이 매우 나빠졌었는 모양이더군요..(의사가 금주를 강조했다는 정도이니..지방간이었다는 듯..)
그렇게 지내다가 형은 큰 마음 먹고 WCG에 도전장을 내밀었었습니다..
WCG 부산 예선에서 8강에 들었던 형은 비록 8강에서 지금 최강 테란으로 꼽히던 선수 하나한테 졌긴 했지만, 전국 출전권을 얻었었죠..
그 때 그는 매우 갈등이 심했는 모양입니다..
게임을 관두느냐 마느냐 하다가 미련을 못 버리고 나온 WCG에서 전국 대회를 나가게 되었으니 말이죠..
전국 본선을 하느냐 마느냐 문제로 말이죠.. 더 이상의 아픔은 맛보기 싫어서 였을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WCG 부산 예선 장에서 봤던 형의 모습에서는 예전의 웃음을 찾아볼 수 없더군요..그래서 인사도 못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그 때는 인사를 도저히 못 하겠더군요..)
그렇게 게임을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귀로에서 계속 고민하던 형은 결국 WCG 본선행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64강 탈락이라는 시련이 또 기다리고 있었죠.. 형의 말을 빌리자면 '정신 나간 플레이를 하다가 그냥 끝났다' 라는 거였죠..
당시 오프라인 최강으로 불렸고 자신이 제일 상대하기 싫어했던 모 저그유저한테요...
그 대회가 끝나고 게임을 쉬다가 형은 다시 1월 달이 되어서 마우스를 잡았습니다..
적어도 수 년째 해온 게임을 관둘 수는 없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대구까지 가서 중소 대회 하나를 2등하고 왔죠.. 그리고 또 시작하겠다고 생각했었는 모양이나 봅니다..
그러나 그의 나이는 이제 25살.. 집안의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도 안 보이는 모양이고, 결국 게임은 안하고 한숨 속에 술만 마셨는 모양이더군요..
그러다가 얼마전에 자신이 길마로서 그렇게 열심히고 아끼던 길드를 탈퇴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는 이들의 대부분의 만류 속에서 조용히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사라져버렸습니다.. 우리 앞에서 말이죠..
프로게이머, 겉보기에는 화려해도 참으로 힘든 직업인가 봅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직업인가 봅니다..
또한 생업까지 포기 하면서 하고 싶어도 하기에는 너무 힘든 직업인가 봅니다.. 그리고 시련을 많이 요하는 직업인가 봅니다..
그럼 이상 잡설이었습니다..(_ _);
P.S:슈렉 형(-_-;;), 이 글 혹시라도 보면 나한테 연락해..-_-; 내가 밥 한 번 쏠게..^_^/
(근데 승배님하고는 데리고 오면 안돼..나 그 정도 까지는 돈없어..ㅠ_ㅠ 물론 가리햄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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