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지자이며 이성애자입니다. 그래서 동성애자의 마음이 어떠한지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감정적 상처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감이 잡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쓰는 것은 몇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어제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요구했던 것은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색깔을 드러냄으로 해서 문재인 후보의 표 중 일부를 잘라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큰 파이 즉 더 큰 부분이 잘라내지기를 바랐지만 문재인 후보는 선거 역학적 관계를 그래도 알고 있기에 자신에게 있어 조금이라도 더 적은 부분을 잘라냈습니다.

그렇기에 동성애 지지자들 혹은 동성애자들이 비토를 하고 동성애자들 혹은 그 지지자들 중 일부가 오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람들이 동성애 지지자들이라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다보니 - 지지의 의견들을 내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그의 선거캠프에 있는 사람들과 정당 안에 있는 사람들 또한 정치인입니다. 그러한 정치인으로서 문재인 후보는 자신에게 오는 수많은 이익단체들 혹은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들 모두에게 약속을 최소한 긍정의 약속을 보여줘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처럼 갈라져 나가는 사태가 발생할테니 말입니다.

물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면 상관이 없습니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바를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부탁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오히려 현재 일부 동성애 지지자들, 동성애자들의 행보는 솔직히 우려스럽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정치인이기에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 혹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뭐라도 해줘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든 단시일 내에 끝나는 것이든 말입니다. 즉 논공행상이라는 것이 단순히 누군가에게 감투를 주는 것뿐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준다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많은 단체들이 문재인 후보 혹은 안철수 후보에게 줄을 대고 지지 선언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동성애 차별 반대 그러나 동성혼 반대라는 문재인 후보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문재인을 비토하는 말들이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게 되었고 실질적으로 린치를 가하려고 하는 모습까지 나타났습니다. 동성애 지지자들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민주노총 또한 홍준표 후보에게보다 문재인 후보에게 더 많은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었을 때에 문재인 후보의 힘만으로 당연히 정책들이 만들어지거나 추진되지는 않습니다.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며 많은 외부 세력들을 불러모으게 될텐데 문재인 후보를 비토만 하고 린치를 가하는 세력들을 지지한다고 오해받는 동성애 지지자들에게 선물을 주기는 힘이 듭니다.

물론 지지한다고 선언을 하여도 선물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적어도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공감대는 만들 수 있는 장을 정부 혹은 국회 내에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즉 동성애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시는 - 는 이번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지지 형식으로 나서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오는 것은 오로지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난 성명 외에는 없으며 메갈 사태 때 동성애자 아웃팅을 한 사람들을 오히려 두둔하는 심상정 후보에게 지지가 몰려들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동성애자들, 동성애 지지자들은 문재인 지지자들처럼 감정적인 비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체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최소한의 끈이라도 마련해야 합니다. 문재인 지지자들 아니 문재인 캠프,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계속 줘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고 결국 갈라지는 것이 확정이 된다면 적어도 이번이 아닌 다음 대선이 있을 때까지는 동성애와 관련한 법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기 힘들 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되지 않든 말입니다.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감정적으로 비토를 하고 비난을 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혹은 정치인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고민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