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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28 01:05:08
Name 푸르른곳
Subject 열정을 잃은 제 젊은 시절..무엇이 필요할까요?
각설하고, 이번 달에 전역했습니다.
밖에 나와도 똑같다는 얘기 듣고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정말 별 거 없네요.
3학년 2학기 복학을 앞두고 있고, 시간이 비어서 평일엔 1시간 반씩 자격증 학원을 다니고 주말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면허 학원도 다니는 중이구요.

요지는, 삶이 참 쓸쓸하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인맥이 넓지 않은데다가, 동아리니 뭐니 해서 알던 애들은 사회 진출해서 바쁘고(참고로 전 26살입니다), 전역
때 주변 사람들 한 번 얼굴 보고 나니 뭐 더 이상 만날 일도 없더군요.
사람들에게 연락 먼저 하는 것도 익숙치 않구요, 무슨 말 해야될지도 모르겠구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요.
바다를 놀러가느니 하는 낭만적인 이야기는 제가 아르바이트도 하고 해서 제한되구요.

평일에 면허 학원 갔다 집에 오면, 혼자 저녁 먹고 컴퓨터만 줄창 하다 자는 하루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학원이라도 나가니까 밤새진 않는데, 컴퓨터만 몇 시간 째 매일 들여다봅니다. 참 할 게 없네요.
토익이니 뭐니 안 따시냐고 물어보실수도 있을 텐데요, 제가 교대생입니다. 임용고사만 패스하면 라이센스 따는 직업이다
보니, 그 쪽에 관심도 안 가고, 의무감이 안 생기니 할 마음도 안 생기네요. 그 부분에서는 저의 끈기와 인내력이 부족
한 거 같은데, 그렇다고 하자니 뭘 할지도 모르겠고, 그야말로 선장 잃은 배 꼴입니다. 솔직히 이렇게 살면 나중에 당당하게
교단에 설 자신도 없구요.

여자도 많이 만나보고 싶었는데, 소개팅 한 번 잠깐 한 게 전부고, 더 웃긴 건 그 여자에게 호감이 가면서도 연락하고
관계를 진전시키는 게 귀찮습니다. 어찌보면 그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씀드릴수도 있겠네요. 저도 저의 이런 모순적인
태도가 참 마음에 안 듭니다. 천성적으로 게을러터진건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그렇다고 자기 비하나 연민을 하고
싶지도 않고, 참 답답합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싫으면서도, 그 상황을 바꾸려는 시도는 너무나 두렵고 귀찮아하는..

혼자서 나름대로 가슴앓이를 하다가 최근에는 용기를 내서 정신과를 찾아갔는데, 의사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단편적인
말만 늘어놔서 실망감만 안고 돌아왔습니다. 젊은 사람에게 약을 써서 치료하고 싶지도 않고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이해되지 않다는 투로 말하면서, 그냥 돌려보내더군요.

제가 뭐 외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낯은 약간 가리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말을 잘 하는 편이고, 화내는
성격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저 보고 성격이 참 좋아보인다고 합니다.

여행도 갈까 생각해봤는데..전역한 기념으로 가족 여행 다녀온 이후로 여행이 더 싫어졌네요.
전 또 혼자 있는 시간이 싫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시간이 참 싫습니다. 할 거 없는 그런 시간들 있잖아요.
멍 때리는 것도 지겹고, 책 보는 것도 지겹고, 다 지겨운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멍을 때리고 출퇴근하는지
저는 참 신기합니다. 전 30분만 혼자 이동해도 답답하던데..

길 잃고 헤매는 젊은 청년에게 따끔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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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범
10/07/28 01:11
수정 아이콘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사람이 뭔가에 빠지고 집중하며 노력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의욕적으로 해치우는 사람들을 보면 그 처음 시작은 미미 했으나 시간이 갈 수록
그 사람들이 이루는 속도는 엄청나게 가속도가 붙더라구요.

무언가 빠져보고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토익이고 뭐고를 떠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조깅을 한다던지, 다른 취미에 한번 손을 대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하는 거죠 뭐. 저도 전역하고 그런 현상이 있었는데 아침 또는 밤 조깅과 컴퓨터에 앉는 시간을
피아노 배우는데 썼는데 나름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이 있어요 그건

'처음만 힘들지' 입니다.

아 이거 누구의 명언이냐구요? 015B - 처음만 힘들지 ( Feat. yozoh) 의 노래에서 나온겁니다...헐


제가 맞게 답변을 한지 모르겠네요.

가장 단순한것도 있는데 그건 일단 '집을 나가고' 보는 겁니다.
일정 시간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어디로든 가보세요.

저는 결국 도서관으로 가게 되더라구요. 공부는 싫고 해서 그때 하루에 책을 2권에서 3권씩 읽었던것 같습니다.
대구청년
10/07/28 01:13
수정 아이콘
저도 많이살아본건 아니지만 인생이란게 정말생각해보면 별거아닌데... 좌절하고 기뻐하는일이 많은거같아요.
사람은 변화가 일어날려면 무언가 책임을 질만한게 생겨야합니다.. 그게 여자든,자기자존심이든,가족이든 돈이든말이죠...
그리고 이제 3학년2학기 복학앞두신거보면 저랑 나이가 비슷하겠군요..
멍 때리고 출퇴근하는게 신기하다고요? 저도 25이란 나이에 다른애들은 학교다니는데 매일아침7시에 출근해서 기획서쓰고 틈나면 인터넷간간히 하고 그러다보면 6시퇴근시간... 이거정말 지겹고 할짓못됩니다... 그런데 왜하냐고요?
저는 책임져야될 아내랑 애들이 있습니다... 지킬 가정이 있다는게 좋기도 하지만 가만보면 내삶이 없습니다....
친구들은 자유롭게 술먹고할때도 집안 눈치를봐야되고 뭘하나할려고해도 협의를한다음에 하죠..
인생이란게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있습니다... 지금 지겹다고해서 좌절하지마시고 더크게 앞을내다보시고 생활하세요.. 화이팅!
푸르른곳
10/07/28 01:15
수정 아이콘
조언 감사드립니다. 다른 분들 말씀도 계속 듣고 싶네요..
zergadis
10/07/28 01:35
수정 아이콘
여자에 대한 부분은, 연락을 하고 관계를 진전시킨다는것에 대해서는, 헤어지고 또 그걸 반복해야 되닌깐 귀찮아지는거죠. 저도 그렇습니다.
잘보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안가려야 되고,
그러기에 한번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게 많이 지는것 같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제 4학년이되고 정말 시간만 있으면 여자들도 만나고 하고 싶은데 이제 그럴 시간이 없네요. ㅠㅠ
하얀거탑
10/07/28 02:09
수정 아이콘
뭔가 저랑 비슷하시네요..
빵꾸똥꾸해리
10/07/28 09:02
수정 아이콘
제가 20대가 끝나가는 시점에 느꼈던 감정들과 비슷하네요.
저는 당시에 출가를 할까 하는 생각마저 했었거등요~
저같은 경우는 우선 뭔가를 해서 열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살면서 아직까지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리스트로 뽑아서 매달 도전하는 것을 했고요. 운동, 요리, 게임, 그림, 사진, 여자, 춤 등등 뭐 많더라고요.
아직도 리스트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이러다보니 뭔가 재미가 있는 것들은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거로 사람들과 다시 엮어지는거도 괜찮아지고요.
글쓴이님도 아직 젊은 나이에 시간도 많으시니 여러가지에 도전해보시기 바래요. 그러다보면 뭔가 열정을 쏟을만한 일이 생길거라 생각됩니다.
30대인 제 눈에는 아직도 20대인 분들이 엄청 부럽다고요 흐흐
10/07/28 09:16
수정 아이콘
코리아범님 말씀하신 대로 '집을 나가고 보는' 것 간단하지만 좋습니다. 집에 있으면 (특히 혼자)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어쩐지 아무 것도 안 해도 될 것 같고, 또 못할 것 같고 그렇더라구요. 저는 카페에 혼자 앉아서 멍때리고 있기도 하고, 책도 좀 보고, 주위 사람들 하는 얘기도 엿듣고, 낙서도 하고, 인터넷도 하고 뭐 그렇게 시간을 보낼 때가 제법 있었어요. 일단 커피값 낸 게 아까워 (한푼이 아쉬운 백수시절이었거든요) 한 자리에 주구장창 앉아 있곤 했는데, 그러다보면 공부하는 사람들 보면서 자극도 받고 사람들 하는 얘기 들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되더라구요. 아무래도 좀 적당히 시끄러운 데 앉아 있다보면 뭔가 아주 열심히 하기는 힘들다,는 스스로를 위한 핑계도 좀 대보고.

교대에 다니신다면, 졸업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걸 상상하면서 강의안도 만들어보고 (나중에 못 쓰더라도) 시나리오도 짜보고 그런 것도 좋을 듯 싶어요. 저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사회과학 전공입니다) 딱히 목표도 없고 요즘 방학이다보니 좀 게을러졌거든요. 그러다가 만약에 내가 강의를 하게 되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뭘 읽히고 뭘 가르치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머리를 굴려보고 있는데 의외로 이게 시간도 좀 잡아먹고, 약간은 의욕도 생기게 하더라구요. 뭔가 앞으로 뭘 내가 더 공부하면 좋겠다 같은 생각도 들구요.

무엇보다 무기력하게 느껴진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때도 있는 거지, 하고 쿨하게 넘기시고, 부담 가지지 마세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점점 더 어려워지니까요.
동네노는아이
10/07/28 10:01
수정 아이콘
흠 그럴떈 목표 하나 잡고 자격증이나 영어 시험에 한 두달 몰빵해보는 것도 좋더군요
사실 목표가 없으면 무언가 하길 참 힘들더라구요. 한자 자격증, 토익점수 확보(3학년 복학이니 필요하실듯 해서)
이런거 단기 목표 잡고 하시다 보면 활력이 좀 생기지 않을까 하네요.
원래 노는것도 뭔가 하는 도중에 놀아야 꿀맛이지 이거 원 맨날 쳐 노니..-_- 노는 것도 지겹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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