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12/31 21:57:29
Name Colossus
Subject 협회 VS 연맹, 그들의 투쟁(2) - 도발과 대결, 그리고 이변
1편 - https://pgr21.net/?b=6&n=49884



[최초의 도발, 원이삭]

"협회 선수들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스타테일 선수 원이삭. 옥션 스타리그 본선진출 인터뷰 中)

스타2가 출시되는 날부터, 아니 출시되기 전부터 으르렁대온 협회 팬덤과 연맹 팬덤이었지만 그 기싸움이 선수들의 영역까지 번지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직접 얼굴을 맞대는 '관계자'들끼리 그러기에는 너무 민감한 문제였으니까요. 그러나 그 불문율을 깨고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지는 선수가 연맹측에서 드디어 등장합니다. 데뷔 시절부터 패기넘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던 원이삭이었죠.

협회 팬덤은 즉시 원이삭에 대한 공격에 나섰습니다. 스1리그의 멸망과 스2 적응에 대한 어려움으로 가뜩이나 혼란을 겪고있던 협회 팬덤에게 원이삭의 직접적인 도발은 울고싶은 사람 뺨 때려주는 격이었죠. 그리고 불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8게임단 코치 한상용. 트위터 中)

인터뷰를 본 협회측의 한상용 코치는 트위터에서 불쾌한 심경을 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사건의 파장은 엄청났고 스2 관련 얘기가 나오는 커뮤니티가 모두 들썩이기 시작합니다. 격분한 연맹 팬덤은 저정도 도발은 스1 시절에도 흔했던건데 인성 운운하는 한상용 코치가 잘못된거라고 공격했고 협회 팬덤은 먼저 도발한 원이삭이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쪽 팬덤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고 그 폭풍 앞에서는 PGR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https://pgr21.net/?b=6&n=47871

(당시 갑론을박이 오갔던 PGR 게시물)

뒤늦게 경솔함을 인정한 한상용 코치가 사과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팬덤의 앙금은 풀리지 않았고, 원이삭은 협회 팬덤이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주목하는 선수가 됩니다. 이런 민감한 분위기 와중에 곰TV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 드디어 막을 열게 됩니다.



[최초의 대결, 크로스매치]

'스타크래프트2 Ready Action 크로스매치'

본래 곰TV의 스2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레디액션에 크로스매치라는 부제를 단 이것은 매주 협회와 연맹의 선수를 각각 2명씩 초청하여 이름을 가리고 대결한뒤 최종승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이벤트매치였습니다. 협회VS연맹의 진검 승부이자 최초의 방송대결이라는 대형떡밥에 모두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7월 9일, 역사적인 첫 경기가 열립니다.  

연맹 팬덤은 당연히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지난 몇주동안 봐온 프로리그에서 협회 선수들의 스2 실력은 말그대로 형편없었고 연맹을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어보였으니까요. 이기는건 당연한거고 부종으로 플레이해도 낙승을 거둔다는 예측이 오갈 정도였습니다. 협회 팬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긴했지만 이변을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스2판을 금새 정복한다고 큰소리치긴 했어도 막상 현실로 닥치고보니, 이제 겨우 스2경력 2~3개월 밖에 안된 협회 선수가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리라 예상하긴 힘들었죠.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협회측 프로토스는 1차전에서 연맹테란을 2:1으로 제압하고, 2차전에서도 연맹토스를 2:1로 깨부수며 1주차 크로스매치의 최종승자가 됩니다.

웅진 스타즈 소속 김유진 선수였죠.

커뮤니티는 발칵 뒤집혔고 생각지도 못한 일격을 얻어맞아 패닉상태에 빠진 연맹 팬덤은 선수 정체 밝히기에 나서서 연맹토스가 스타테일 소속 정우서 선수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S급이라 평가하기엔 조금 모자란 정우서 선수였지만 진건 진거였고 전초전에서 승리를 거둔 협회 팬덤은 신이나서 김유진을 '갓유진'이라 칭하며 GSL과 연맹 팬덤에 대한 맹렬한 공격에 들어갔습니다. 연맹선수가 협회선수에게 어쩌다 실수로 1세트쯤 내준거라면 몰라도 경기를 내준다는건, 그것도 2연속으로 패배했다는건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태였죠. 자존심이 상한 연맹은 2주차에서 당시 토스 최강자로 불리던 박현우와 막 떠오르던 신예 이승현을 내보내서 협회 선수들을 무참히 압살했지만 1주차의 데미지는 사라지지 않았고 이날의 충격은 두고두고 회자됩니다.




[균열의 조짐, WCS]



3주차 크로스매치는 때마침 블리자드에서 주최한 스타2 세계대회, WCS(World Championship Series) 한국대표 선발 예선전으로 대신 치뤄졌습니다. 16명의 선수를 뽑는 예선대회는 예상대로 연맹의 압승으로 끝이 났지만, 협회 진영에서 김유진 선수에 이어 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합니다. 모든 협회선수가 탈락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본선에 진출한 선수가 나온 겁니다. 삼성전자의 테란 김기현 선수였습니다. 운좋게 진출한 것도 아니고 당시 연맹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저그강자 강동현을 완벽하게 꺾는 대파란을 일으켰죠. 덕분에 연맹 팬덤은 15:1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이겨놓고도 찝찝함을 감추지 못했고 협회 팬덤은 병행리그 2~3개월만에 가능성을 보여주는 협회선수가 하나둘씩 나오자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여론은 연맹 팬덤쪽이었습니다. 정우서, 강동현이 진건 어쩌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진것에 불과하고 아직까지 협회선수들은 '안된다'는게 연맹 팬덤 대부분의 생각이었고 협회 팬덤 또한 기분좋은 이변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대놓고 '스2 정복'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연맹 팬덤은 WCS 한국 본선에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칼을 갈았고 그 예상대로 8월 6일 열린 WCS 한국대표 선발전 본선 첫 경기에서 당시 프로리그 다승 1, 2위를 다투며 시드를 받고 온 정윤종과 이제동은 한수 아래의 경기력으로 이원표, 한이석에게 2:0으로 깔끔하게 패배합니다. 다음날 고병재를 상대한 김민철도 유령 다수에게 핵관광을 당하며 농락에 가까운 참패를 당했고, 그 다음날 김정우, 김준호도 차례로 패하며 패자조로 내려갑니다. 프로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거두며 시드를 받고 온 협회선수들이 줄줄이 패하는 와중에 김기현이 연맹의 정승일을 제압하는 이변을 만들어냅니다만 역시 협회는 아직 안된다는 의견이 옳아보였습니다. 자력으로 예선을 뚫은 김기현은 인정할만하지만 나머지 시드를 받고 온 선수들은 연맹과의 실력차이를 뼈저리게 깨닫고 돌아갈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죠.  

그러나 운명의 8월 9일, 흐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임게시판으로 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1-2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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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틸러스
12/12/31 22:1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어요 흐흐
좋은 글 감사하고 다음 글 기다립니다 :)
12/12/31 22:17
수정 아이콘
정 윤 종 , 김 준 호 , 신 노 열

잘읽었습니다.
DragonAttack
12/12/31 22:23
수정 아이콘
글이 너무 짧아요... 절단신공에 현기증까지...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가루맨
12/12/31 22:31
수정 아이콘
크로스매치로 타오르기 시작한 분위기가 WCS 한국 예선에서 절정에 달하죠.
개인적으로 스타2 보면서 이 때가 제일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
12/12/31 22:47
수정 아이콘
남윤성 저 사람은...- _-...
워크초짜
12/12/31 23:35
수정 아이콘
엄밀히 따지면 8월 10일부터죠 흐흐...
8월 9일 처음에는 역시나 하는 반응들이었는데...
패자조에서 협회의 대반격이 시작되고...

그리고 한코치나 남기자는 저 때 욕먹어도 할 말 없었죠................
(지금이야 좋은 사이라고 해도...)
워크초짜
12/12/31 23:36
수정 아이콘
아 근데 넥라 선수가 크로스 매치 나온거...
제가 밖에 있어서 못봤는데...
장현우 선수가 최종적으로 이기지 않았나요?
다른 경기에서 장현우 선수가 최종적으로 이긴건지;;
가물가물 하네요...
Colossus
12/12/31 23:41
수정 아이콘
장현우 선수는 4주차에 나와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근데 WCS에 묻혀서 별 관심을 못 받았죠(...)
JuninoProdigo
13/01/01 01:07
수정 아이콘
이승현 선수는 2회차에 출전했고, 1라운드에서 협회 소속 토스 선수에게 승리, 2라운드에서 박현우 선수에게 패배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패기 가득한 16살 꼬꼬마였었죠 크크
Practice
12/12/31 23:40
수정 아이콘
원이삭이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일을 해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상용 코치의 저 발언은... 지금이야 사과도 했고 지난 일이니 그렇다 쳐도, 트위터는 대부분의 경우 인생의 낭비에요.
그냥가자
13/01/01 00:49
수정 아이콘
멀게만 느껴졌던 2013년 3월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제 스2도 3개 방송국에 선수들도 다 넘어왔으니 군심에선 대흥합시다
캐리어가모함한다
13/01/01 01:07
수정 아이콘
정말 운명의 8월이죠...협회의 대반란...
특히 플레이엑스피에서 어느 분이 대한민국 지도를 이용하여 연맹vs협회 대결구도를 놓았던 짤이 생각나는데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정말 눈뜨고도 믿기지 못할 상황이 계속 벌어졌죠^^
JunStyle
13/01/01 03:06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초대 gsl 몇번 보다가 끊어지고 다시 보려고 하는데 콜로서스님의 글이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이것 저것 추가로 검색해서 역사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스타는 또 역사를 알아야 더 재미있잖아요.


외람된 말이지만 좀 더 풍성하고 길고 디테일하게 자주 자주 써주시면 더욱 감사드립니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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