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이창호가 5연승을 하면서 마무리 지은 '상하이 대첩'을 다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아래 짤들이 익숙하지 않은가?
- 기억보다 뭔가 더 잘생겨진 이창호 사범
제 6회 농심배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와서 5연승으로 한국을 우승시켰었다.
이번 월즈에서 T1이 '이창호'하면서 다시 한 번 알려진 '상하이 대첩'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자전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대표기사 5명이 출전하여
승자승 방식으로 우승국을 결정하는 세계바둑 국가대항전이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제 25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자전에서
한국과 일본에게 아주 심각한 사고가 터져버렸다.
- 요즘 좀 잘나가는 세계랭킹 19위의 셰얼하오
1998년생이다. 진짜다.
최근 삼성화재배 8강에서 세계랭킹 1위인 신진서를 탈락시키며
결승까지 진출한 적이 있는 셰얼하오는 이번 농심배에서 중국의 선봉장으로 출전하여
현 세계랭킹 4위인 박정환, 7위인 변상일마저 꺾으면서 파죽의 7연승으로
한국과 일본의 기사들을 물리치며 농심배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남아있는 기사는 한국의 신진서와 일본의 이야마 유타 뿐인 상황
과연 신진서는 '이창호'할 수 있을까?
사실 신진서는 농심배에서 이미 '이창호' 한 적이 있다.
2020년 ~ 2021년에 있었던 제 22회 농심배에서
한국의 네 번째 주자로 출전하여 5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었었고
2021년 ~ 2022년에 있었던 제 23회 농심배에서도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출전하여 4연승으로 또 한국을 우승시켰으며
2022년 ~ 2023년에 있었던 제 24회 농심배에서도
우승을 결정하는 마지막 대국에서 승리하여
한국을 세 번 연속 농심배에서 우승시킨 기사가 바로 신진서이다.
이 정도면 농심배에서 우승을 결정 짓는 것을 '신진서'했다 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 농심배에서 11연승 중인 신진서, 우승을 결정지은 대국만 벌써 세 번이라고!!
이번 제 25회 농심배에서도 신진서는 '신진서'할 수 있을까?
우선 삼성화재배에서 자신을 탈락시켰던 셰얼하오를 꺾으면서 한국에게 첫 승을 안긴 신진서
앞으로 중국 기사 4명과 일본 기사 1명을 더 꺾어야 '신진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은 상대들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다음 대국에서 만날 상대는 일본의 최강기사인 이야마 유타이다.
- 바둑기사 최초로 일본의 국민영예상을 수상하는 이야마 유타(우측)
여담으로 오타니 쇼헤이는 아직은 이르다는 이유로 국민영예상을 수상하기를 거부한 적이 있다.
2016년 최초로 일본의 7대 바둑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거둔 이야마 유타는
2017년 또다시 일본의 7대 바둑 대회를 한 해 동안 모두 우승한 기록을 남겼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 이후, 알파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등장했던 알파고 마스터
한중일의 기사들을 학살하며 60연승을 거둔 알파고 마스터 레이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국을 남긴 기사가 바로 이야마 유타였다.
그 때 알파고 마스터와의 대국에서 나왔던 특이한 형상의 바둑판을 보고
한국의 바둑 애호가들이 이야마 유타에게 붙여준 별명이 바로 '거봉 센세'
1989년 출생인 이야마 유타는 전성기에서는 내려온 모습이지만
이치리키 료, 시바노 도라마루와 함께 일본 기사들 중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가진 세 기사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야마 유타의 세계랭킹은 27위이다.
만약 다음 대국에서 신진서가 이야마 유타를 꺾는다면
일본의 기사들은 모두 탈락하게 되며 중국 기사 4명만이 남게 된다.
그 네 명의 기사는 바로 자오천위, 딩하오, 구쯔하오 그리고 커제이다.
- 세계랭킹 10위 안쪽에 중국의 남은 네 기사들이 모두 포진해있다.
자오천위는 어릴 때 부터 중국 국내에서는 천재 바둑 기사로 이름이 높았다.
사실 여기에 소개되는 기사들 중에서 바둑 천재 소리를 못들어 본 기사는 없겠지만..
2015년에 한국과 중국의 20세 이하 바둑 기사들이 승부를 겨루는
한중 바둑미래 천원전에 중국의 최연소 대표로 출전한 자오천위는
2R에서 유일하게 자신보다 어린 한국의 기사인 신진서(당시 3단)을 만났고 패배했다.
- 한국과 중국 바둑의 미래인 두 소년 기사의 첫 대결
신진서의 승리는 2R에서 한국이 거둔 유일한 승리였다.
그 후 두 사람이 다시 큰 무대에서 대결하게 된 것이
2021년, 바둑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회라는 응창기배 4강
제 1국에서 신진서에게 AI 기준 승률로 90퍼센트까지 앞서있던 자오천위는
대국 후반부에서 치열하게 바둑판을 흔드는 신진서의 공세를
시간 초과로 벌점 2점까지 먹어가며 버텼지만 결국 돌을 던지며 패배를 선언했다.
1999년생인 자오천위는 현 세계랭킹 8위이며
21년 삼성화재배 4강, 21년 응창기배 4강을 기록한 적이 있다.
2023년에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기사가 누구인가? 하고 물어본다면
제 27회 LG배와 제 28회 삼성화재배를 모두 우승한 딩하오를 뽑을 수 있다.
현존하는 바둑의 국제 메이저 대회 6개 중 가장 오래되고 권위가 있는 대회는 응창기배이지만
응창기배는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회라서 좀 특별한 경우이고
매년 개최되는 대회 중에서는 삼성화재배와 LG배를 가장 권위있는 대회로 꼽을 수 있다.
2022년에 신진서가 LG배와 삼성화재배를 모두 우승했고
2023년에는 딩하오가 같은 기록을 남겼다.
- 2023년 11월, 가장 최근에 열린 메이저 국제대회인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딩하오
준우승자는 위에서 잠깐 소개한 셰얼하오이다.
2000년생으로 신진서와 동갑인 딩하오는 현 세계랭킹 5위이며
세계 메이저 대회 우승횟수는 2회이다.
그리고 딩하오는 2000년 이후 출생한 기사들 중
신진서와 더불어 유이하게 메이저 세계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기록한 기사이다.
올해 한국의 바둑팬들에게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제 1회 취저우 난가배 결승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 때 난가배 결승전에서 신진서가 만난 상대가 바로 구쯔하오이다.
- 제 1회 취저우 난가배 결승에서 만난 신진서와 구쯔하오
제 1국에서 완승을 거둔 신진서는 우승이 유력해 보였으나
제 2국과 제 3국을 연달아 패배하며 구쯔하오가 우승을 거두었다.
특히 제 3국은 신진서가 감정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했다고
구쯔하오가 인터뷰에서 밝힐 정도로 신진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며
대마를 사냥하기 위해 적진으로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구쯔하오의 공격적인 바둑이 잘 드러난 대국이었다.
1999년생인 구쯔하오는 세계랭킹 2위이며 세계 메이저 대회 우승횟수는 2회이다.
또 2023년 초에 있었던 제 24회 농심배에서
신진서가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은 마지막 대국의 상대가 구쯔하오였다.
딩하오나 구쯔하오도 세계 최강급의 기사이지만 바둑계 이외에서 큰 인지도가 없다면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커제라는 이름은 대부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 롤토체스 대회에도 출전한 커제, 보면 볼 수록 귀여운 친구이다.
조훈현 - 이창호 - 이세돌 - 박정환 - 커제 - 신진서로 이어지는 세계 랭킹 1위 계보에
유일하게 한국인이 아닌 기사로써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기사이다.
바둑을 두다가 실수하고 자기 뺨을 후려치며 한국말로 욕을 하기도 하고
SNS에서 페미니스트들과 키보드 배틀을 자주 일으키기도 하고
대국 전에 상대를 디스하는 쇼맨쉽도 자주 보이는 악동이었지만
사실 바둑에 관련된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는 기사이다.
물론 딱딱한 음식들 드시기 어려운 어르신들은 엄청 싫어한다.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이 승리하고 난 후, 중국 축구를 디스하며 또 키배를 떴고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도 자기가 운영하는 식당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음식에 진심인 만큼
아시안 게임에서 준비된 식사 상태를 비판하며 나섰다가 착해지기도 했다.
- 커제가 음식에 불만을 표시하자
- 갑자기 음식의 상태가 좋아졌는지 만족(?)스러워 하는 커제
팬들에게 제발 SNS 좀 그만하라는 소리를 들어도 꿋꿋하게 계속하고 있다.
대국 중에 한국말로 욕을 했을 때의 상대는 박정환이었는데,
박정환은 커제가 가장 존경한다고 밝힌 기사이며
사석에서는 커제가 박정환을 스승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커제에게 가장 많은 디스(?)를 당한 기사는 이세돌인데,
이세돌 본인은 커제가 바둑 이외에서 보이는 모습은
바둑의 인기를 위한 쇼맨쉽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귀여워만 보인다고
사실 이세돌이 젊었을 때는 커제보다 더 화려하게 입을 놀리던 사람이라 그럴 수도..
신진서가 지금 보다 어릴 때, 미위팅에게 패배한 후 '쓰레기 같은 바둑에게 졌다.' 며
SNS에서 입을 털 때도, 커제는 자기 어릴 때의 모습이 생각난다며 귀엽게 생각했다고 한다.
1997년생인 커제는 현 세계랭킹 6위이며 세계 메이저 대회 우승은 8회이다.
구리와 더불어 중국 기사 중에 메이저 세계대회 최다 우승자이다.
한국인 기사들 중에서도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8회 이상 우승한 기사는
이창호 17회, 이세돌 14회, 조훈현 9회 뿐이다.
- 진서야 해줘!!!
제 25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은 1R, 2R, 3R으로 나눠시 진행되는데
지금 2R까지 진행된 상태이며 잠깐의 휴식기를 가진 후
2024년 2월에 중국 상하이에서 마지막 3R가 진행된다.
한국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신진서가 6연승을 하며
중국과 일본의 남아있는 5명의 기사들을 모두 꺾어야 한다.
과연 신진서는 또다시 '신진서'하며 '이창호'하고 'T1'할 수 있을까?
신진서의 '상하이 대첩'을 기대해 본다.
- 진서야.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