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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26 12:18:05
Name 윤여광
Subject Fallen Road. Part 1 -1장 10화- [-조우#1-]
Fallen Road.
[윤여광 作]

Part 1.
1장 10화.
[-조우#1-]

#
“형.”
“응.”
“안 죽었지?”
“그랬으면 좋겠냐?”
“응.”
“..........”
“아우씨! 아파!”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어두웠다. 외로이 빛나고 있는 양초 하나로는 이 방을 빛으로 가득 채우기엔 부족해 보였다. 몸을 일으켜보려 허리에 힘을 주니 아직 욱신거리는 것이 가시질 않았다. 아픈걸 보니 죽지는 않은 듯하다. 누워서 얼마나 시간을 보낸 것인지 짐작이 되질 않는다. 아니 그 이전에. 여기가 어디지.

  얼마나 세게 쥐어박은 건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마치 그 망할 오크 놈에게 맞은 것 같이 욱신거린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다 보니 가벼운 농담도 받아들이기 싫었던 모양이다.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살고 죽고의 문제를 떠나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성격을 생각해 볼 때 스스로를 크게 책망하고 있지 싶다. 그게 문제다. 실력은 생각지도 않고서 무조건 지키려고만 드니 제대로 지켜내는 경우가 별로 없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현실과 이상의 충돌.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시궁창 같은 현실. 우리는 모두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겨우 오크 한 마리에 무릎 꿇었다 거기에 아크는 패배했다는 분함과 함께 날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에 심기가 많이 불편할 것이다. 기분을 풀어주려 했던 농담 치고는 좀 생각 없긴 했다. 맞을만했다 치고 넘어가자.

  아직 누워있는 아크를 보니 바지만 입은 채로 상체는 붕대로 허리를 감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처가 나보다는 심한 듯하다. 아파 죽겠다는 기색은 없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부상의 정도는 뻔하다.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하는 것이 나로서는 우선이다.

“어라. 일어나셨구먼.”

  경쾌하게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사내 덕분에 방 안은 초라한 양초의 붉은 빛을 단숨에 삼켜버린 밖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환해졌다. 이래보니 입고 있는 옷이 내 것이 아니다. 슬쩍 옷을 들춰보니 나도 나름 상처는 달고 있구나. 인생의 첫 모험에서 안게 된 영광의 상처랄까. 왠지 멋지다.

“누구십니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는 꽤 키가 컸다. 머리 하나 정도의 키 차이 덕분에 나는 그를 올려다봐야 했다. 넓게 벌어진 어깨에 나와는 비교되는 우람한 팔뚝. 뱃속에 테이블을 하나 삼키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의 의문을 품게 만드는 굵은 허리에 튼실한 다리. 얼굴을 보자니 사람 좋게 웃는 게 이 사람 왠지 블랙 스미스라고 하면 딱 어울릴 인상이다.

“아. 저는 이 곳 라임턴의 경비대이자 북서로 순찰대 소속 레인저 란 메쉬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명의 은인이랄까. 으하하.”

  다행히 우리가 누워있는 이 방은 라임턴 내에 세워진 어느 건물에 달려있는 방이었다. 얼떨결에 목적지에 도착하긴 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잠시 긴장을 풀어주어 다리에 힘이 빠지는 바람에 넘어지지 않으려 손을 뻗는다는 것이 아크의 얼굴을 쥐어 잡는 바람에 내 머리는 격한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아 좀 살살 때려!

  그의 웃음소리는 꽤 커서 잠이나 더 자볼 요령으로 아직도 누워서 꾸물거리고 있는 아크를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기색을 내보이며 일어나게 만들었다. 사실 기분 나쁜 웃음소린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가 정신만 말짱한 상태였다면 소리만 듣고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호쾌한 웃음이었으니까. 다만 자기가 어디에 누워있는지 왜 누워있는지에 대한 의심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잠이라는 본능에 그리고 패배의 열등감에 취해있던 아크에겐 매우 짜증나고 귀찮은 소음의 한 종류였을 것이다. 사실 나도 조금은 짜증났다. 그는 경쾌하게 웃으며 은으로 만든 듯 한 배지를 내보였다. 갑주를 입은 기사의 모습. 연합국의 왕가에 소속된 군부대임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저어…….은인이라 하심은.”
“핫하. 그렇소. 내가 아니었으면 아마 당신들은 그 흉악하고 냄새나는 놈의 맛난 아침밥이 되었겠지. 뭐. 고맙다는 말은 됐소이다. 할 일을 했을 뿐이니.”

  꽤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왠지 울화가 치밀었지만 그 상황에서 화를 냈다간 오크 한 마디 사냥도 못하는 엉터리 검사라고 저 호탕한 목소리로 놀림 받을 것 같아 관뒀다. 보아하니 여관처럼 보이는 이곳에서 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간 홀 안 가득할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대대적인 광고를 하게 되는 셈이니까.

“가…….감사합니다. 구해주셔서.”
“으하하. 됐소. 됐소. 그나저나 옆에 계신 양반은 잠 다 깨셨나? 흠. 부상이 아직 다 나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함께 좀 가줘야 할 곳이 있는데.”
“갈 곳이요?”
“흐음.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거든. 여기 계신 두 분이 구조된 곳이 뭐 알다시피 북서로 에서는 조금 떨어진 숲이었으니 말이야. 무슨 일로 거기까지 들어가게 된 것인지도 좀 물어야 하고. 뭐. 형식적인 질문들일 테이니 너무 긴장하실 건 없소. 하하.”
“아아. 저어 저희가 그 곳에 있었던 연유는 그게 저어…….”

  이게 다 우리의 리더 덕분이라고 말을 하려다 아크를 쳐다보니 이거 원 조금만 더 말했다간 바로 달려들어 한 대 날릴 기색이다.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복잡한 일이 아니라면 혼자라도 따라 나서야 갰다는 마음이 앞섰다. 딱히 우리가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말하는 태도를 보아하니 죄인을 압송하러 나온 집행관 같아 보이진 않았다.

“저어. 죄송하지만 무슨 용건이신지는 모르겠으나 꼭 둘 다 동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저 혼자 가면 안 되겠습니까?”
“아. 그러시오 그럼. 간단히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러니까 긴장할 거 없소.”
“다녀올게. 쉬고 있어.”
“잠깐.”
“응?”
“거기 서계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좀 사적인 이야기라 잠시만 시간을 허락하셨으면 합니다만.”
“그러시오. 그럼 동행해주시는 걸로 알고 잠시 기다리지요.”

  그는 불필요할 정도로 경쾌하게 문을 다시 닫으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가 방에서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리자 아크는 굳어있는 얼굴을 이번에는 완전히 일그러트리며 나를 보고 말했다.

“야. 이 멍청아. 뭔데 아무 생각도 없이 따라 나간다고 그래.”
“왜. 우릴 구해준 레인저라잖아.”
“뭘 믿고? 너한테 보여준 그 표식? 그딴건 개나 소나 위조할 수 있는 거야. 아니 애당초 왕실에서 내려준 그런 귀중한 증표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보인다는게 더 이상해. 말로서 믿음을 줄 수 없는 거라면 실력으로 증명하면 될 거 아니야.”
“오크 밥되긴 싫고 살인마 술안주 되는 건 괜찮은가보지?”
“뭐?”“저 사람 실력이 어떤 줄 알고 실력행사야 실력행사가! 애초에 형이나 나나 둘 다 엉터리 검…….아악!”

  말을 마저 끝내기 전에 아크는 내 이마를 쥐어박았다. 거기서 그만 하라는 뜻이겠지. 아무튼 아크는 계속해서 내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란이라는 사내를 따라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늘어놨다. 불만이라기보다는 걱정이겠지만 하는 말을 듣다보니 이건 가지 말라고 만류하는 것이 아니라 갈 테면 가서 험한 꼴이나 실컷 당하라는 투다. 어쩌면 방해받은 잠에 대한 화풀이를 나에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확실하다.

“아. 얘기 중에 미안한데. 혹시 걱정하고 있을까 얘기해야겠네. 그 같이 있던 일행 말이오. 케..켈모리아나인지 뭔지 하는 그 친구도 지금 우리와 함께 있소. 원래는 그 친구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워낙 말이 횡설수설에 이치도 맞지 않아서 차라리 누워있는 자네들한테 말을 듣는 게 더 나을 거 같아 여태 기다린 거라오. 하니 일행분과 합류할 겸 같이 가시는 게 어떻겠소. 내 이래 뵈도 못된 짓 골라서 할 그런 인상은 아니네만. 으하하.”

  갑자기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온 란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우리의 대화를 잘라먹었다. 아무래도 의심을 사고 있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믿을 만한 이야기를 해준다고 꺼내든 화두가 켈모리안이다. 그러고 보니…….아! 잊고 있었던 찝찝한 기억의 조각을 찾아냈다. 켈모리안. 구석에 숨어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재주 좋게 레인저를 데려 온 건가? 아니면 그 녀석은 그 녀석대로 도망가고 란은 란대로 우릴 구하러 온 건가. 모르겠다. 일단은 란이라는 기분 좋은 사내를 따라 가보는 수밖에 없겠다.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시간의 흔적을 되찾으려면 지금으로선 일단 이 방법뿐이다.

“네. 그럼 길 안내 부탁드리겠습니다.”
“허허. 아직 몸이 좀 불편해 보이는데 협조 고맙소. 거 아직 누워있는 양반은 혹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다면 중앙 광장의 레인저 하우스로 오시오. 길도 복잡하지 않고 건물도 특이하게 생겨서 찾는데 어렵진 않을 거요. 뭣하면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오. 다들 친절한 사람들이라 잘하면 거기까지 업어다 주겠다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겠소. 하하하.”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는 아크를 보며 란은 여전히 사람 좋게 그리고 호탕하게 웃으며 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에 대해 말했다. 아크를 안심시켜보려는 요령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여전히 힘 잔뜩 주고 부라리고 있는 그 두 눈은 풀릴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눈에 힘줄 기운이 있으면 차라리 따라 나서지 그래. 솔직히 말해 아크가 란을 의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나와 함께 따라나서지 않는 이유가 전적으로 그를 믿지 못해서는 아니다. 귀찮은 것이다. 몸에 남은 부상이고 뭐고 간에 책정해둔 수면 시간을 아직 다 채우지 못한 미련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잘 다녀오라고 손 흔들며 보내주기엔 마음에 걸리고. 그리하여 그렇게 쓸데없이 의심의 눈초리나 보내며 날 보내지 않으려고 윽박지른 것이다. 내가 가지 않는다면 맘 편하게 자고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시야를 가득 채우는 란의 덩치 덕분에 나는 홀로 내려가는 계단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얼굴을 그의 단단한 등에 처박아 버렸다. 민망한 얼굴로 란을 쳐다보자 그는 또 사람 좋게 씩 웃고 만다. 란을 따라 내려간 홀은 아무래도 거주민보다는 지나가는 상인들이나 모험가들이 더 많아 보인다. 여러 테이블에 소수의 인원이 모여 앉아 작은 목소리로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시끄럽다기보단 묘하게 귀가 간지러운 공기가 가득하다.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네는 란을 보고 가볍게 목례를 한다. 아무래도 레인저가 맞긴 한가보다. 날 어디론가 납치해가려는 일당들의 사인으로 보기엔 공손해보였으니까.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밤공기가 스쳐간다. 그 망할 오크에게 맞은 허리가 욱신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아파 죽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생각해보니 엄살이 참 심한 듯하다. 거리는 전체적으로 한산하다. 메인 스트림을 목전에 둔 도시라 대륙 이 곳 저 곳에서 몰려든 상인들이나 모험가들의 이야기로 소란스러울 줄로만 알았던 예상과 너무나 다른 조용한 풍경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시원스럽게 앞으로 걸어 나가는 란의 뒤를 따라가는 것은 의외로 힘든 일이었다. 이 사람 보폭이 꽤 크다. 아무 생각 없이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천천히 걷다가 란이 멈춰서 나를 부르기 전까진 아무렇지도 않았던 상처가 그를 바짝 따라가기 위해 거의 뛰다 시피 하기 시작한 지금은 괜스레 없던 통증도 생기는 것 마냥 쑤셔왔다.

“저어. 란씨.”
“아. 왜 그러시오 뭐 궁금한 거라도 있는 거요?”
“아. 저어. 생각보다 도시가 조용하고 한산해서…….”
“아하. 흐음. 그야 그렇기도 하지. 뭐 꽤 큰 난리가 났었거든.”
“네? 난리요?”
“꽤 위험한 난리였지. 처음 보는 광경이기도 했고. 아 뭐. 자세한 이야기는 하우스에 들어가서 합시다. 어차피 얘기할 것도 여기 일과 연관이 된 일들이니 말이오.”
“아아. 네.”
“그건 그렇고. 거 걷는 게 시원치 않고만. 아직 몸이 불편한 거요? 그 만한 상처면 하루 푹 자는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나을 텐데 말이지.”

  하루.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이곳으로 실려 와서 눈을 뜨기 까지 걸린 시간이 하루정도. 뭐 그리 오래 잔 건 아니구나. 적당한 엄살이라고 생각된다.

“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엄살이 좀 심해서. 이런 여행길은 처음인데다 그런 몬스터를 만난 적도 없던 지라…….”
“흠. 그렇게 보이긴 했소. 손질이야 잘 됐다고는 해도 롱 소드 하나 들고 다니는 모험가는 내 처음 보니 말이야. 아무리 초행이라지만. 흠. 아니. 초행이라면 더더욱 들도 다니는 짐이 많을 텐데. 이것저것 챙기느라 말이오.”
“아…….”

  그제야 생각났다. 토글 안에 그대로 처박아 둔 우리의 짐. 거기에 돈이고 뭐고 다 들어있을텐데. 이 사람 우릴 구해오면서 미처 그 굴 안을 살펴볼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란을 끌고 온 것이 켈모리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맞다면 챙겨오기라도 했겠지. 아. 어차피 맞더라고 짐을 챙겨올 여유는 없었으려나. 상관없다. 어차피 그 곳에 짐을 두고 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젠장. 또 머리가 아프다.

“뭐 문제라도 있소?”
“아. 아닙니다. 잠시 잊고 있던 일이 생각나서…….”
“흠.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닌가보구만.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렸어. 어허허.”

  수도까지 가려도 당차게 챙겨온 모든 짐을 다시 찾아가라면 기억도 못할 어딘지도 모를 곳에 처박아두고 왔는데 기분이 좋을 일은 아니지요…….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이 사람. 또 웃을 것이다. 기분 나쁜 웃음은 아니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야 내 일을 두고 웃는 사람이 좋게 보일 리가 없으니까.

“말씀하신대로 이곳은 이렇게 조용한 곳이 아니라오. 온 대륙에서 모여드는 상인들과 허풍 가득한 모험가들이 모여 지어내는 이야기들 덕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곳이지.”
“아아. 네.”
“뭐. 곧 듣게 될 이야기이니 괜히 분위기 잡지는 맙시다. 난 낯간지럽게 사내 둘이서 무거운 얘기 하는 건 딱 질색이거든.”
“하하. 알겠습니다.”

  이 사람과 단 둘이서 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될 수 있으면 가벼운 이야기가 좋겠다. 아니. 될 수 있으면이 아니라 반드시 그래야만 하겠다.

“자. 금세 왔구만. 여기요. 들어갑시다.”

  란이 가리킨 그 곳에는 푸른색의 시원함이 가득한 3층 구조의 건물이 서 있었다. 건물로 들어가는 문의 오른편에는 란이 아까 보여줬던 표식이 나무에 조각되어 있었다.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 조각은 그러나 그 위풍과는 어울리지 않는 허술하게 박힌 못에 위태롭게 달려 있어 우스꽝스럽게 달랑대고 있었다.

“아 참. 내일 이 마을에 중요한 손님들이 당도하게 되는 일 때문에 안이 좀 소란스럽소. 거기다 아까 말했던 그 난리까지. 이래저래 일이 겹치는 바람에 대원들 모두 신경도 예민하고 목소리도 괜히 높고 그럴 거요. 그렇다고 겁먹고 할 필요는 없소. 다들 좋은 녀석들이니까.”
"아..하하..."

  걸음걸이만큼이나 경쾌한 움직임으로 열어젖힌 문 너머에서는 누군가 소란스럽게 떠드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란과는 다른 느낌의 그 목소리는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으나 분명 그 성량만큼은 눈앞의 이 거대한 사내와 비슷하겠구나 하는 짐작을 가능케 했다. 혹시 이곳의 레인저들은 모두 이렇게 거대한 몸에 근육질에 귀가 떨어져 나갈 만큼 큰 목소리의 사내들인 건가. 왠지 간단한 질의응답이니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란의 말이 의심스럽다. 혹여 진정 긴장할 것 하나 없는 간단한 질문들이라고 해도 정신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어째 저 멀리서 밀려오는 해일을 기다리는 위태로운 낡은 배와 같은 심정이랄까. 저 안에서 조금이라도 앉아 있었다간 고막이 다 터져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 이것도 엄살인가?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8-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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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26 11:11
수정 아이콘
올라오는 날짜가 다 같게 나오니 왠지- 신기하네요.
윤여광
08/08/26 11:19
수정 아이콘
라즈님//10회까지 분량은 제가 한 번에 작성해둔지라 날짜가 모두 같은 날로 표기되는거랍니다. 11화부터는 날짜가 바뀝니다.
꾸준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__)

근데 사실 날짜가 바뀐다고 해서 뭐 크게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제로의사역마
08/08/29 02:56
수정 아이콘
아아.. 순식간에 10개 모두 다보아버리고 탈력상태..[...]

저도 언젠가 제대로 된 판타지 소설을 써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정말 잘 읽고 갑니다.

(이하 펌에 관한 내용은 쪽지로 대화했으므로 삭제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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