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이다.
친구는 회사의 인사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다지 큰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인사과라고는 해도 과장을 포함해 3명 밖에 없어서 신입 사원을 채용하려면 전원이 면접관으로 나서야 했다.
이 일은 재작년 신입 사원 면접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그 날 마지막 면접 대상은 전문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였다.
정장을 예쁘게 차려 입은 귀여운 느낌의 여자였다고 한다.
그녀는 면접실로 들어서며 꾸벅 인사를 하고, 그대로 접이식 의자에 앉았다.
그 때 친구는 그녀의 허벅다리에서 무엇인가 붉은 것이 뻗어져 나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생리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친구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도 친구의 시선을 느꼈는지, 슬쩍 무릎 쪽을 내려다 보았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던지 바로 고개를 들었다.
옆에 앉은 부장도 알아채지 못한 것인지, 판에 박힌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 역시 마음에는 걸렸지만 보이지 않는 척하며 서류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살짝 눈을 들어 보자, 그것은 진한 분홍색의 끈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발밑에 칭칭 휘감겨 있었다.
그리고 복사뼈 뒤쪽 근처에 작은 덩어리가 두 개,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태아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두 개의 덩어리가 친구에게 고개를 돌렸다고 한다.
유리구슬 같은 눈이 분명히 친구를 보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면접이 끝난 뒤였다.
인사를 하고 문 밖으로 나가는 그녀의 발 밑을 다시 응시했지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자네, 면접 중에 이상한 곳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어쩌나.]
당연히 친구는 과장에게 야단을 맞았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생생해서 착각이나 환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친구가 그것에 관해 말할까 주저하고 있자, 과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성적도 태도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그 사람은 뽑으면 안 되겠어...]
의아한 얼굴로 친구가 과장을 바라보자, 과장은 입을 열었다.
[자네도 보지 않았는가?]
그렇게 말하며 과장은 손을 움츠려 태아의 모습을 그렸다.
Illust by L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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