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학교에서 친구 A가
[담력 시험하러 가지 않을래?] 라고 물었다.
나는 딱히 할 일도 없고 재미있을 것 같았기에 가기로 했다.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 사복으로 갈아 입은 뒤 나는 담력 시험장으로 갔다.
그 곳은 변두리에 있는 공동 묘지 너머 숲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경솔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묘지에는 A와 함께 B, C가 이미 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오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A나 C는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다 친했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B는 달랐다.
이전에 한 번 크게 싸운 이후 나는 계속 B를 피하고 있었다.
A와 C도 당연히 내가 B를 싫어하고 피해 다니는 것은 알고 있었다.
왜 B를 데려왔는지 몰래 A에게 묻자, B가 꼭 가고 싶다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어쩔 수 없이 데려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미 와 버린 것을 어찌할 수도 없기에, 나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묘지를 지나 숲으로 향했다.
이미 주변은 어두워진 뒤였다.
우리는 각자 가져온 손전등을 켜고, A를 선두로 숲 속을 걷기 시작했다.
벌레들의 울음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끊임 없이 들려온다.
이렇게 깊은 숲인데다 여름이니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가끔씩 팔에 달라 붙은 모기를 때려 잡으며, 우리들은 말 없이 걷고 있었다.
어쩐지 기분이 나빠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걷고 있던 B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A 쪽을 쳐다 보았다.
[무슨 일이야?]
A가 묻자 B는 고개를 흔들며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말할 뿐이었다.
[뭐야, 놀랐잖아...]
A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 B가 무서운 얼굴로 A를 노려보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A는 B와 이야기를 하며 앞에서 걸어가고, 나는 C와 함께 뒤쪽에서 걷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나 꽤 깊은 숲 속까지 왔을 무렵이었다.
C가 나에게 작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B 녀석, 이상하지 않냐?]
[이상하다고? 뭐가?]
[저 녀석, 아까 전부터 계속 입을 뻐끔거리고 있어...]
그 말을 듣고 B를 보니 확실히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소리를 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립싱크 같이 입술만 움직이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이런 숲 속에서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이네. 저 녀석 좀 이상해.]
내가 말하자 C는 근처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 A는?]
그러고보니 A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B와 앞에서 걷고 있었는데...
먼저 가 버린 것이라고 생각한 우리는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B는 어째서인지 우리를 쫓아오려 하지 않았다.
계속 걷고는 있었지만, 전혀 속도를 내려하지 않았다.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계속 걸어갔다.
한 번 더 뒤를 돌아봤을 때 이미 B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걸었지만 A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방금 전 A와 B가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을 생각하고, 혹시 B는 A가 어디 갔는지 알지 않을까 싶어 B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돌아가도 B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친구 2명이 사라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와 C는 숲의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도 주변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A와 B를 찾았지만, 결국 숲을 나설 때까지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겨우 섬뜩한 숲을 벗어나자 나는 내심 안심이 되었지만, 동시에 그 안에 A와 B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자 소름이 끼쳤다.
나는 C와 상담한 끝에 이대로 다시 찾으러 가도 잘 보이지 않을테고, 두 사람이 이미 집에 갔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간 뒤 나는 A의 집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A의 부모님은 아직 A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대답을 하셨다.
B의 집에 전화를 거는 것은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C에게 부탁해 대신 전화하도록 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B 역시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큰일이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경찰에 전화해 묘지 옆의 숲에서 담력 시험을 하다 친구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곧 경찰이 출동해 숲과 묘지 부근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A와 B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담력 시험 후 2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그 숲에서 A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발견한 것은 주변에 사는 사람으로, 시체는 꽤 부패된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에 의하면 최소 사후 6주는 경과된 상태로, 눈에 띄게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지만 외상도 없고 해부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A의 사인은 조난에 의한 사고사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B는 그 이후에도 발견되지 않았고, 나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사건 자체를 잊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대학생이 된 후, 나는 우연히 서점에서 C와 마주쳤다.
그리움에 젖어 당분간 서로의 근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옛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C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뒤 C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나왔다.
행방불명 상태였던 B가 작년에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 기묘한 사건이 있던 숲 옆의 묘지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B가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B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C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그럴 마음은 싹 사라졌다.
B를 발견한 것은 그 묘지에 참배하러 온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B는 거기에서 무덤을 파헤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삽을 손에 들고, 미친듯이 흙을 파며 A의 이름을 큰소리로 계속해서 외치고 있었다고 한다.
B가 파헤친 무덤은 20개가 넘었고, 묘비를 깨부시기까지 해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무척 곤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정말로 있을 수 있을까?
몇 년 동안 행방 불명이 되어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하필 그 묘지에서 나타나다니...
B는 무덤을 파헤치며 나타나기 전까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그리고 왜 도대체 무덤을 파헤치던 것일까...
수많은 의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C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나 말이야, 작년에 한 번 B를 만나러 갔었어. 정신 병원에 말이야. 경찰은 그 사건 이후 B를 의심하고 있고, 나도 혹시 그 녀석이 A를 죽인게 아닐까 생각했어. 그래서 경찰도 B의 친구라는 말에 특별히 내가 B와 만나는 걸 허락해 준거야. 그리고 나는 B한테 물었어. "네가 A를 죽였어? 지금까지 잡히는 게 무서워서 어딘가에 숨어있던거야?" 라고.]
그리고 C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B는 이렇게 말했어. "반대야! A가 나를 죽이려고 했어! 그 때 숲을 나가지 않았으면 너희들도 나도 전부 A한테 살해당했을거야!" 그 이후에는 비명이랑 신음 소리 밖에 말하지 않더라...]
그리고 얼마 뒤, B는 정신 병원에서 퇴원한 뒤 그 숲에서 자살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경악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관련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뿐이다.
후회는 충분히 했다.
가벼운 생각에 숲에 들어가 버린 것, A와 B를 버려두고 나온 것, 나와 C만 살아남은 것...
A는 정말 우리 모두를 죽이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모두 B의 망상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무엇인가의 저주였을까.
나는 지금도 그 사건의 진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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