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2/20 20:06:24
Name VKRKO
Subject [번역괴담][2ch괴담]맛있는 물 - VKRKO의 오늘의 괴담
대학생이 되어서 도쿄로 온 나는 어느 맨션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다.

그 곳은 원룸으로,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부엌이 있고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흔한 구조였다.

꽤 깨끗한 곳이지만, 정작 내가 이 맨션을 선택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물이었다.



특수한 정수기라도 쓰고 있는 것일까?

이 맨션의 수도에서 나오는 물은 맛있었다.

시골을 떠나 도쿄에 와서 물갈이에 시달리고 있던 나에게는 정말 감사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맨션에서 산 지 1주일이 지날 무렵, 나는 매일 저녁 고열에 시달리게 되었다.

너무나 더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한밤 중에 눈을 뜨고 수도꼭지에 딱 달라붙어서 그 맛있는 물을 마셨다.



그 물은 정말 너무나 맛있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나는 그 무렵부터 매일 저녁 귀신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닌 귀신의 행렬이었다.

귀신들은 창문이 없는 동쪽 벽에서 나타나, 내 침대가 있는 서쪽 벽으로 사라졌다.

귀신들은 내 몸을 밟고 지나갔다.



그 때마다 나는 더위에 습격당해 맛있는 물을 마셨다.

그렇지만 그 상황에 처하고서도 나는 방을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이 정말로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때 나는 조금 정신이 이상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2달이 지나도록 나는 강의도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맛있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달아서 방까지 가져온 뒤 침대에서도 마셨다.







당연히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을 몸이 받아낼 수 있을리 없다.

그래서 나는 바닥이 흥건해지도록 토해대며 맛있는 물을 마셨다.

음식을 먹어도 물과 함께 토해버렸기 때문에, 나는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어느날 밤, 계속 나타나는 귀신들에게 화가 난 나는 동쪽 벽을 마구 두드렸다.

주변은 신경도 쓰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계속 벽을 두드렸다.

그러자 벽지가 벗겨지며 붉은 것이 나타났다.



그것을 깨달은 나는 계속 벽지를 벗겼다.

그러자 이상한 것이 나타났다.

마치 신사 앞에 있는 문 같은 기둥이 벽 안에서 나타난 것이다.



무서워진 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맛있는 물을 마시기로 했다.

하지만 수도꼭지로 마시기에는 물이 너무 적었다.

나는 방을 뛰쳐나와 계단을 뛰어 올랐다.



약해진 몸으로 겨우 옥상에 도착했다.

의외로 옥상 입구는 열려 있었다.

나는 저수 탱크로 한달음에 달려 갔다.



저수 탱크에 잠긴 채 맛있는 물을 마음껏 먹고 싶었던 것이다.

뚜껑에는 열쇠가 걸려 있었지만, 맛있는 물을 마시고 싶었던 나는 필사적으로 뚜껑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자물쇠를 부순 나는 탱크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물은 맛있지 않았다.

오히려 맛은 커녕 냄새가 났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탱크 안을 살펴보고 놀라서 주저 앉았다.

털이 깎인 채 죽은 고양이가 몇십마리나 탱크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날 먹었던 밥과 물을 토하고 탱크에서 뛰쳐나와 가까운 경찰서로 달려갔다.



그 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온 집주인에게 엄청나게 혼을 나고, 방 벽지와 수조 탱크의 뚜껑을 변상해야만 했다.

나는 그 후 그 맨션을 떠나 다른 아파트로 갔고, 지금은 대학을 졸업했다.

지금도 수조 탱크에 고양이를 넣은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내가 봤던 귀신들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계속 마셔야만 했던 그 물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누군가의 저주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Illust by Mamesiba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2/21 09:21
수정 아이콘
귀신에 홀렸던 걸까요? 하루종일 폐인처럼 물만 마시다니..
세츠나
12/02/21 23:33
수정 아이콘
이건 지금까지 나온 괴담중에 가장 이토 준지 삘이 나네요;;;
세츠나
12/02/21 23:34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그림도 이토 준지스럽네...본인이 그리시나요?
또다른나
12/02/22 19:39
수정 아이콘
저도 이토준지가 생각났네요. 흐흐 [m]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79 [번역괴담][2ch괴담]사라진 친구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719 12/03/09 6719
378 [번역괴담][2ch괴담]BB탄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232 12/03/08 7232
377 [번역괴담][2ch괴담]도어 체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672 12/03/07 6672
376 [청구야담]못된 귀신을 물리친 관찰사(毁淫祠邪鬼乞命)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868 12/03/06 6868
375 [번역괴담][2ch괴담]푸른 펜던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703 12/03/05 6703
374 [번역괴담][2ch괴담]형, 뭐 해?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839 12/03/04 6839
373 [번역괴담][2ch괴담]창 밖의 여자아이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6955 12/03/03 6955
372 [번역괴담][2ch괴담]여기로 온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750 12/03/01 6750
371 [실화괴담][한국괴담]데려갈 수 있었는데 - VKRKO의 오늘의 괴담 [8] VKRKO 7926 12/02/29 7926
370 [번역괴담][2ch괴담]어느 장의사 이야기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926 12/02/28 6926
369 [번역괴담][2ch괴담]물침대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7328 12/02/27 7328
368 [번역괴담][2ch괴담]마지막 전화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7110 12/02/25 7110
367 [청구야담]원한을 달래준 김상공(檢巖屍匹婦解寃)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6546 12/02/24 6546
366 [번역괴담][2ch괴담]발렌타인 데이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998 12/02/23 6998
365 [번역괴담][2ch괴담]고깃덩어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050 12/02/22 7050
357 [번역괴담][2ch괴담]맛있는 물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7434 12/02/20 7434
356 [청구야담]이경류의 혼령이 나타나다(投三橘空中現靈)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6727 12/02/19 6727
355 [번역괴담][2ch괴담]고등학교 마지막 여행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941 12/02/18 6941
354 [번역괴담][2ch괴담]산신의 연꽃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429 12/02/17 6429
353 [실화괴담][한국괴담]귀신 들린 집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926 12/02/15 6926
352 [번역괴담][2ch괴담]한 분 더 타실 수 있습니다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916 12/02/14 6916
351 [번역괴담][2ch괴담]악수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7401 12/02/13 7401
350 [번역괴담][2ch괴담]방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606 12/02/12 660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