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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1/08 09:40:07
Name Fig.1
Subject [테크 히스토리] K(imchi)-냉장고와 아파트의 상관관계 / 냉장고의 역사
기술이 일상생활에 도입되는 데에는 3단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과학자의 영역 - 기술(이론)의 발명
2. 발명가의 영역 - 기술의 적용
3. 사업가의 영역 - 기술의 상품화

그리고 냉장고는 이를 잘 보여주죠.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물의 삼중점과 같은 압력과 온도의 상관관계를 과학자들이 알아내고,
이를 이용해 많은 발명가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압력을 조절해 온도를 내리고자 합니다.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맥주를 차갑게 하기 위해, 얼음을 만들기 위해 등등) 하지만 기존의 얼음 사업과 대비해 너무 비쌌기 때문에 팔리지 않다가, GE와 같은 대기업이 저렴한 가정용 냉장고를 개발하게 되면서 냉장고는 일상에 녹아들게 되죠. 

그럼 그런 냉장고의 고군분투기를 한 번 보시죠.



Fig.1 기원전 18세기부터 있었던 냉장고?!
Yakhchal of Yazd province
[페르시아의 야크찰]

냉장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8세기, 마리의 왕 짐리-림Zimri-lim 에 대한 점토판 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이 점토판에는 짐리-림이 이전에 어떤 왕도 지은 적이 없는 얼음 창고를 지으라고 명령했다고 하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기록에 의하면 가로 6m, 세로 12m에 녹은 물을 빼내는 배수로까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죠.

기원전 400년경, 페르시아에는 야크찰Yakhchal 이라는 거대한 냉동창고가 있었습니다. 야크찰은 돔을 얹은 저장소로 내부에는 모래, 석회, 점토, 달걀흰자, 염소 털, 재 같은 재료를 써서 단열층을 만들었죠. 야크찰은 단순히 온도를 차게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조물의 그림자를 이용해 물웅덩이에서 얼음을 제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야크찰은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죠.

1396년 조선에서는 매년 겨울 한강에서 얼음을 캐서 저장하는 동빙고와 서빙고가 지어지죠. 이때 동빙고의 얼음은 특별하게 사용됩니다. 왕이나 왕비가 사망하면 그 시신이 흰 비단에 싸여서 다섯 달 동안 열린 관에 안치되는데요. 이때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 관을 올려 둔 나무판 아래에 얼음판 여러 장을 놓는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이죠.



Fig.2 냉장고 이전에 아이스 박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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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의 얼음 보관 냉장고]

냉동창고 말고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얼음 보관 용기인 아이스박스는 19세기 초에 발명됩니다. 1802년 미국의 농부 토머스 무어Thomas Moore 가 개발한 것인데요. 그는 이 아이스박스를 리프리제러토리Referigratory 라고 불렀죠. 리프리제러토리는 삼나무로 만든 타원형의 통 안에 직사각형의 주석 상자를 짜 맞춘 것이었는데요. 얼음 조각과 눈을 이 두 상자 사이에 채워 넣고, 얼음이 녹는 것을 막기 위해 통 전체를 토끼 가죽을 덧댄 천으로 감쌌죠.

아이스박스는 1830년대가 되어서야 미국의 가정에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당시 아이스박스를 냉장고Refrigerator 라고 불렀는데요. 이 냉장고는 얼음이 녹아 물방울이 밑바닥으로 떨어지면, 아래쪽에 있는 저장공간의 공기가 차가워지는 원리의 냉장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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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사업 ⓒlivesretold.co.uk]

그러니까 냉장고를 사용하려면 얼음을 주기적으로 채워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는 1805년 얼음 유통 사업을 시작한 프레더릭 튜더Frederic Tudor 에 의해서 가능해집니다. 튜더의 회사가 세계 각국으로 유통한 얼음의 양은 1806년 130톤에서 50년 뒤에는 14만 6,000톤에 이르렀죠. 물론 그 사이에 배의 난파, 파산, 투옥, 전쟁 등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요. 게다가 튜더 본인도 1816년까지 “작은 얼음 집Little Ice Houses”이라는 이름의 냉장고를 판매하기도 했죠.



Fig.3 진짜 냉장고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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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퍼킨스의 얼음 기계 ⓒScientific_American_Article]

얼음의 냉기를 이용하는 아이스박스가 아닌 냉기를 직접 만들어내는 기계는 1805년에 제시됩니다. 미국의 발명가 올리버 에번스Oliver Evans가 그 주인공이죠. 당시 진공 펌프로 액체를 아주 빠르게 증발시키면 냉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는데요. 에번스는 이 과정을 연속적으로 일으키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었죠. 이는 오늘날 냉장고에 사용되는 증기-압축 순환 시스템인데요. 아쉽게도 에번스는 이 시스템을 제시했지만 실제로 만들지는 않았죠.

실제로 만들어낸 것은 에번스와 함께 증기 기관에 대한 일을 했던 영국의 발명가 제이컵 퍼킨슨Jacob Perkins 입니다. 하지만 퍼킨슨의 제빙기는 효율이 너무 나빠서 잘 사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로도 예일대학교의 교수 알렉산더 트와이닝Alexander Twining, 플로리다의 의사 존 고리John Gorrie 등이 제빙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천연얼음에 비해 너무 비싸 모두 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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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해리슨의 냉장고]

1850년대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성공적인 냉장고가 등장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신문사를 운영하던 제임스 해리슨James Harrison 은 인쇄판을 에테르로 닦고 나면 금속 활자가 차가워지는 것을 보고 냉각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1851년 해리슨이 만든 최초의 기계는 얼음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고 효율이 별로 높지 않았지만, 두 번째 기계는 제대로 작동했죠. 그리고 이 기계는 맥주를 차갑게 하는 데 사용되었죠.



Fig.4 프레온 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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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낭 카레의 암모니아 냉매 냉장고]

하지만 해리슨이 만든 기계도 너무 거대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는데요. 이는 냉매로 사용하는 에테르 때문이었죠. 그리하여 1859년 프랑스의 페르디낭 카레Ferdinand Carré 가 에테르가 아닌 암모니아를 냉매로 하는 냉장고를 만들어내 냉장고의 크기를 줄이는 데 성공합니다. 게다가 1880년대에 값싼 암모니아 냉매가 공급되면서 인공 얼음 공장들도 많이 생기기 시작하죠.

그럼에도 암모니아도 쉽게 폭발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28년 제너럴 모터스는 토머스 미즐리Thomas Medgley 에게 안전한 냉매를 찾아내도록 의뢰합니다. 그리고 미즐리가 찾아낸 냉매가 바로 클로로플루오르카본 CFC, 프레온이었죠. 프레온은 인체에 독성이 없고 화학적으로 안정성이 뛰어나 약 50년간 냉각제의 완성판으로 인정받으며 널리 쓰였는데요. 1970년대에 프레온이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프레온 가스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1987년 체결합니다. 현재는 프레온을 대체해 과불화탄소 PFC를 사용합니다.



Fig.5 전기로 작동하는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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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사의 모니터 톱]

최초의 가정용 냉장고는 프랑스의 수도사 아베 마르셀 오디프렌Abbé Marcel Audiffren 이 발명합니다. 와인을 차갑게 보관하기 위한 설비였죠. 이러한 오디프렌의 특허를 제너럴 일렉트릭 사에서 구매해 1911년 전기냉장고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당시 자동차 2대 값에 이르는 비싼 가격 탓에 잘 팔리지 않았죠.

그리고 약 15년에 달하는 연구 개발 끝에 모니터 톱Monitor Top 이라는 모델을 발표합니다. 모니터 톱은 원통형 압축기와 응축기가 냉장고 위에 올려져 있는 형태를 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대중매체에 등장하며 냉장고를 상징하는 모델이 되었죠.



Fig.6 소소한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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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문에 선반이 달린 냉장고 ©The Board of Trustees of the Science Museum]

① 냉장고 문쪽의 선반

아이스박스에서 냉장고로 진화하면서 냉장고의 수납공간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사람들의 성에 차지는 않았죠. 성에 차지 않았던 사람 중에는 1930년대의 콘스턴스 웨스트 Constance West 라는 여성이 있었는데요. 그녀는 냉장고 문에 선반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의 남편인 제임스 웨스트 James West는 이 선반에 관한 특허를 획득하고 냉장고 제조사들과 접촉하죠.

최종적으로 웨스트는 크로슬리Crosley 사와 손을 잡고 1933년 셸바도르Shelvador 냉장고를 출시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죠. 그리고 특허가 50년대 중반 끝나고 모든 제조사에서 문 쪽 선반을 달게 됩니다.


② 다양한 컬러

1950년대에는 폴리에틸렌, 나일론 등을 이용한 합성수지 도료가 개발되어 다양한 색의 냉장고가 등장하게 됩니다. 파스텔톤의 색상, 목재 같은 질감을 내는 도료를 바른 냉장고도 있었죠.


③ 사라진 걸쇠

초창기 가정용 냉장고에는 문이 안쪽에서 열리지 않도록 하는 걸쇠가 설치되어있었는데요. 이로인해 어린아이들이 숨바꼭질 등으로 냉장고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결국 1950년대 후반에 걸쇠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되죠.


④ 그외 사라진 기능들

1950년대 프리지데어는 얼음 틀에서 자동으로 각 얼음을 떼어내는 얼음 배출기를 내장한 냉장고를 선보였고, 1960년에 출시된 필코 냉장고는 스위치 조작으로 냉동실과 냉장실을 변환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지만 모두 그렇게 성공하지는 못했죠.



Fig.7 K(imchi)-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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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냉장고 광고ⓒ동아일보]

국내에 처음 등장한 냉장고는 금성사의 GR-120 눈표 냉장고입니다. 그전까지는 수요도 거의 없었거니와 해외의 냉장고를 들여와서 사용했죠. 눈표 냉장고는 1965년 일본 히타치사와 기술 제휴하여 개발한 것이었는데요. 냉장과 냉동 칸의 문이 따로 있지 않고 하나의 문만 있는 형태였죠. 그리고 당시 냉장고 가격은 8만 원 정도였는데요. 당시 대졸 초임 월급이 만 천 원쯤 하던 때라 상당히 고가의 제품이었죠.

보급이 점차 늘어난 데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1인당 국민총생산이 1,000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이죠. 게다가 수도권 인구 증가로 아파트가 보급된 것도 영향을 미쳤어요. 그리하여 1965년 1퍼센트도 되지 않던 냉장고 보급률이 1991년 99.9퍼센트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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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김치냉장고 ⓒLG전자]

아파트의 보급과 냉장고의 상관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김치냉장고이죠. 최초의 김치냉장고는 1984년 등장한 금성사의 GR-063인데요. 당시에는 집 마당에 김장독을 쓰는 집이 많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죠.

김치냉장고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1995년 만도기계에서 나온 딤채라는 브랜드인데요. 1990년 들어 분당 일산 평촌 등 대규모 아파트 지구가 조성되었고, 아파트에서 김치를 저장하기 위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1989년 삼성전자에서는 김치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포를 측정하는 센서도 개발했는데요. 우리나라가 정말 김치에 진심인 민족인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Reference.
- 심효윤. (2021). 냉장고 인류. 글항아리
- 톰 잭슨. (2016). 냉장고의 탄생. MID
- 헬렌 피빗. (2021). 필요의 탄생.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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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바꾸다
22/11/08 09:42
수정 아이콘
오직 하나의 반찬을 위한 냉장고가 있다...(물론 다른걸 못쓴다는건 아니지만 크크)
율리우스 카이사르
22/11/08 14:10
수정 아이콘
김치냉장고.. 진짜 저걸 왜사나 싶었는데.. (저희어머니는 필요할때마다 조금씩 담구거나 사거나 하셔서.. ) .. 저도 김치냉장고 사서 쓰게 되더라고요..
22/11/08 16:58
수정 아이콘
김치만을 위한 냉장고도 없는 중국이 김치를 자기네 음식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죠. 크크크
닉네임을바꾸다
22/11/08 16:59
수정 아이콘
사실 그런건 글로벌로 따져도 와인도 아니고 크크
안수 파티
22/11/08 10:11
수정 아이콘
언제나처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프리지데어가 생각보다 오래된 회사였더군요.
22/11/08 16:5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는 조사하면서 프리지데어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흐흐
닉언급금지
22/11/08 12:04
수정 아이콘
추천만 누르고 댓글은 안달았다는 게 기억나서

언제나처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원전 18세기라니... 정말 사람은 안변한 것 같아요.
22/11/08 17:0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기원전 18세기의 기록이 남아있는 것만 해도 신기한데 냉동 창고가 있었다는 건 진짜 믿기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개발괴발
22/11/09 11:03
수정 아이콘
대충 60년대 정도에 냉장고의 개요는 다 완성되었고,
그 다음 60년간은 정말 효율/소음과의 싸움이지요.

지금은 그래픽카드 하나가 800L 냉장고보다 전기 많이 먹는 시대... 냉장고보다 그래픽카드가 더 시끄러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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