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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5/20 00:02:16
Name sungsik
Subject 요리 잘하는 남자가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면서요?


어렸을 적..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 하는 할머니 덕에 방에 밥이 들어오면 먹고 다 먹으면 자동으로 나가는 문화와,
요즘은 남자가 이런 거 안 하면 쫓겨나! 하는 어머니 덕에 등짝 스매쉬를 맞으며 설거지를 하는 문화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키친 아이덴티티를 키워왔습니다.

이런 환경을 벗어나 혼자 자취하는 생활을 하면서 인스턴트 + 시리얼로 연명하는 생활을 하다,
여자인 동생과 같이 자취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요리라는 걸 하며 다양한 음식을 해먹게 되더군요.

요즘은 다시 부모님과 살다보니 어머니가 스파게티 내놔라 할 때 이외에 요리를 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어제 집 앞 슈퍼에서 우유를 살 때 옆에 피자치즈가 하나 있길래 덥석 집어 장바구니에 넣었네요.
코스트코에서 산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40장 짜리 또띠아도 있겠다..
간단히 해먹을 수 있을 거 같아 어제 밤 9시도 훌쩍 넘긴 때에 해봤습니다.


재료는.. 10인치 또띠아 1장, 피자치즈, 닭고기, 양송이 버섯 2개, 피망(혹은 파프리카) 1/3개, 작은 양파 반개



먼저 닭고기를 후라이팬에 익힙니다.
닭가슴살이면 기름을 좀 둘러야하는데, 전 닭다리 살이라 기름 없이 익혔습니다.




고기는 피자를 굽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미리 완전히 익혀주는 게 좋습니다.
고기가 냉동이라 익히기 전엔 칼이 들어가지 않고 해동하기도 너무 오래 걸려,
익히면서 고기를 가위로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잘랐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양송이 2개와 파프리카를 보기 좋게 썰어줍니다.
찍고보니 손잡이가 나간 칼이네요...


...............

근데 생각해보니 집에 오븐이 없네요.
하.지.만.

전기 밥솥으로 모든 요리를 소화하는 야매토끼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전기 프라이팬 설치.





위에 또띠아를 한 장 놓고 그 위에 아까 자른 양송이와 파프리카를 놓습니다.

간격은 어딜 어떻게 먹어도 양송이와 파프리카의 맛을 다 느낄 수 있게 골고루 간격을 유지하며...





이렇게 두 채소를 먼저 놓고 아까 익힌 치킨을 사이사이 골고루 넣어줍니다.
좀 많다 싶긴 하지만...고기는 다다익육이지요.


그런데......뭐가 빠졌다 싶었더니... 양파를 안 넣었네요.
그래서 양파를 찾으니 없네요. 까먹은 게 아니라 없어서 못 넣은 거라며 위안하며 패스.




이렇게 끝내려 하니 들어가야할 게 하나 빠진 느낌이라 좀 섭섭합니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니 전에 해먹다 남은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가 있길래 그걸 살짝 살짝 올려봤습니다.

넣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피자소스나 스파게티 소스나 어차피 같은 종자에서 나온 것들 아닙니까.
괜찮겠죠.....뭐..




그리고 슈퍼에서 상표 확인 안 하고 산 남양유업 피자 치즈를 위에 골고루 뿌려줍니다.




이제 프라이팬 뚜껑을 닫고 10분정도 가열을 하면...




요롷게 되지요.


이걸 접시에 옮겨 잘라야하는데 자를 때는 칼보다는 가위를 추천합니다.
또띠아가 과자처럼 바삭거리는데다 빵과 위에 건더기들이 딱 밀착되지 않은 느낌이라
칼로 자르다간 피자 양념과 또띠아가 분리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 만들 땐 사진을 찍는데,
먹을 땐 이성을 잃어 사진을 전혀 찍지 못했습니다...사실 먹는 사진은 필요 없잖아요?


맛은 있었냐...하면,
전 사실 맛이라는 걸 잘 몰라 맛있고 없고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혹시 따라 만드시고 '이딴 걸 음식이라고 해 먹는 거야?' 라고 하시면
제 잃어버린 미각을 탓하세요.

어릴 적 밥을 안 먹는 식성을 걱정하며 부모님께서 주신 녹용을 잘못 먹었더니 
음식이라면 맛과 무관하게 일단 먹고 보는 식성을 가지게 되어서 그래요...동정해주세요..



여튼 요리 잘하는 남자가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면서요?
사먹고 싶지만 사실은 돈이 없어서 시켜 먹지 못해 그래서 한 번 만들어 보았는데..


하지만...


그래도 안 생기네요.






* 信主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6-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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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BBbr
13/05/20 00:05
수정 아이콘
ㅠㅠ 배고프게 만드시다니...
요리 잘 하는 남자 인기 많죠. 그러고보니 알티놈이 요리를 그리도 잘했었는데
알리스타
13/05/20 00:59
수정 아이콘
그래서 반하셨군요. 이해합니다.
문재인
13/05/20 00:05
수정 아이콘
비주얼로만 감정가 25,000원 드리겠습니다. 츄릅
13/05/20 00:07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맛있어 보이네요. 써먹어봐야겠네요.
13/05/20 00:08
수정 아이콘
오오 또띠아피자 저도 가끔 땡길때 만들어먹는데
만드는 시간에 비해 먹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크크;;
절름발이이리
13/05/20 00:15
수정 아이콘
요리 잘하는 남자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인기가 많죠. 이 글의 덧글들만 봐도... 그러니까 남친이 생길실겁니다.
종이사진
13/05/20 00:16
수정 아이콘
좋아요.
13/05/20 00:17
수정 아이콘
좋아요.(2)
13/05/20 00:21
수정 아이콘
근래에 보기 드문 미담인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댓글까지 참 훈훈하네요.
13/05/20 00:21
수정 아이콘
좋다니.. 그렇다면 이 글은 커밍아웃인 것입니꽈~?
눈시BBbr
13/05/20 00:23
수정 아이콘
꼭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13/05/20 00:28
수정 아이콘
아차.. 내 글이었구나.
경쟁률을 줄이기 위해 남남커플을 권장하다보니....나한테까지 권장하는 불상사가.....
눈시BBbr
13/05/20 00:3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
13/05/20 00:33
수정 아이콘
두 분 축하드립니다.
13/05/20 00:38
수정 아이콘
......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3/05/20 01:06
수정 아이콘
한 분이 더 줄었군요.. 후후..
메이플팝콘
13/05/20 11:06
수정 아이콘
두 분 줄어든거 아닌가요? 일타이피..
13/05/20 10:18
수정 아이콘
좋아요 (3)
종이사진
13/05/20 00:16
수정 아이콘
저희 아내는 또띠아에 모짜렐라와 고르곤졸라를 얹어 만들어주더군요.
Idioteque
13/05/20 06:40
수정 아이콘
또띠아에 다진 마늘 약간을 얇게 발라주고 (마늘 즙을 또띠아에 묻힌다는 느낌으로) 피자치즈+고르곤졸라 치즈만 얹어서
치즈 녹을 정도로 렌지에 돌리거나 오븐이나 팬 구워주고, 꿀 찍거나 뿌려 먹는게 최고 간단하죠.
있어요399원
13/05/20 00:16
수정 아이콘
만드는건 되게 쉬워보이는데 맛은 정말 어떨까요? 괜찮으면 한번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데 조미료가 스파게티소스 외에 없는 것 같아서요 흐흐
13/05/20 00:19
수정 아이콘
그냥 한 번 도전해 보세요!
13/05/20 00:21
수정 아이콘
그냥 일반 가스불에 굽는 후라이팬에 해도 되나요? 크크크크 해먹어 보고싶네요
Epilogue
13/05/20 00:21
수정 아이콘
흐음… 요리는 잘 모르겠지만 '설거지 잘하는 남자'는 '요리 잘하는 여자'에게 인기 있더군요. 경험담.
13/05/20 00:23
수정 아이콘
또띠아피자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한번.. 아니 이게 아니지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집에서 또띠아피자 만드실때
오뚜기에서 나온 피자소스라고 있어요 튜브에 든거.. 동네 좀 큰마트 가시면 2천원정도에 구하실수 있습니다.
토핑 올리기전에 피자소스를 또띠아에 잘 펴발라주시면 퀄리티가 2배이상 상승합니다. 사먹는피자 못지않아요
13/05/20 02:38
수정 아이콘
마침 냉동실에 '남양'피자치즈를 어떻게 떨어내나했는데
또띠아부터 사서 없애야겠네요 크크
불량품
13/05/20 00:24
수정 아이콘
이거 만들수있으면 생기나요?
13/05/20 00:31
수정 아이콘
안 생깁니다. 확실합니다.
R.Oswalt
13/05/20 00:36
수정 아이콘
강레오, 레이먼킴 정도 하시면 생길지도... ㅠㅠ
현금이 왕이다
13/05/20 00:38
수정 아이콘
보여줄 기회가 있어야 인기가 생기든 말든 하죠...
혼자 난타 공연할 것도 아니고. 크흑.

하지만 요리를 못해도 결혼은 할 수 있더군요~
Paranoid Android
13/05/20 00:43
수정 아이콘
요리잘하는데 요리잘하는거절대 안알려줍니다.
진짜귀찮아요 ㅡ ㅡ..
어차피 그거밝힌다고 안생기거든요
풀빵군
13/05/20 00:4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추천드립니다. 절대로 마지막 줄 때문이 아니에요.
13/05/20 00:55
수정 아이콘
매번 요리해먹으면서 자게에 올릴까말까하는데...
제목처럼 요리 잘하는 남자가 여자에게 인기가 많으면
여초사이트 피지알에서 전 남신이 될..... 아.. 아닙니다....
Practice
13/05/20 01:01
수정 아이콘
제가 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모니터 속의 그녀는 설렁탕을 먹을 수 없습니다.

왜 설렁탕을 먹지를 못하니 이것아! ㅠㅠ
마요라
13/05/20 01:02
수정 아이콘
엄마가 신부수업 시키고 싶었는지 한 5개월동안

요리 엄청나게 배웠네요 그것도 실전용으로

김장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걸 배운 거 같아요

식혜 찹쌀 모찌부터 깐풍기 탕수육 오코노미야끼 까지 만들줄 아니깐

근데 전 남자에요 그리구 저런 여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요리는 할줄 몰라요...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3/05/20 01:07
수정 아이콘
크흑.. 안구에 쓰나미가..ㅜㅜ
13/05/20 01:09
수정 아이콘
분명 4번째 줄까진 여성이어서 설레였었는데...
불량품
13/05/20 03:07
수정 아이콘
남잔데 시.. 신부수업이면...
13/05/20 12:31
수정 아이콘
댓글 3째줄까지 보면서 사랑합니다 라고 치고있었는데
13/05/20 01:30
수정 아이콘
소스는 빵바로위 재료밑에 깔면 더괜찮을듯 합니다
13/05/20 02:16
수정 아이콘
앗 제가 이 얘기 하려고 로그인했는데 크크
시중에 파는 또띠아피자는 대부분 소스를 또띠아 위에 직접 바릅니다
오븐이 아닌 전자렌지나 일반 팬이라면 소스가 잘 스며들지 않거든요
소스를 위에 바르면... 또띠아가 바삭바삭하지 않고 소스가 스며들어 쫀득합니다
바삭한 식감을 좋아하신다면 sungsik님이 하신대로가 더 좋을수도 있구요 후후
13/05/20 02:29
수정 아이콘
pgr에 이런거 올리면 생길까요?
13/05/20 02:59
수정 아이콘
식으면 어떤가요? 궁금하네요.

피크닉 도시락메뉴로 가능한지..
13/05/20 14:57
수정 아이콘
식은 상태에서 먹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해먹고 남은 걸 동생이 잘 먹긴 하던데.. 걘 그냥 뭐든 잘 먹어서..참고가 되지 않겠네요.
까리워냐
13/05/20 06:46
수정 아이콘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생기는데 도움이 안될지는 몰라도 생기고 나면 유지보수에 매우 효엄이 있습니다
Paranoid Android
13/05/20 07:14
수정 아이콘
+2222
가나다라마법사
13/05/20 09:37
수정 아이콘
얼굴도 잘생기신데다가 요리도 잘하시다니
일등신부감이네요...
곧 생기실꺼에요 남자친구가...
실버벨
13/05/20 10:39
수정 아이콘
만나보고 싶네요. 물론 전 남자입니다.
바람모리
13/05/20 11:18
수정 아이콘
여동생과 같이 자취하는 남자후배가 요리를 그렇게 잘하던데..
원래 그렇게 되는 모양이군요.
가끔 만날때마다 후배는 할줄아는 요리가 늘어나고..
여동생은 몸이 좋아지던데..
13/05/20 13:07
수정 아이콘
여동생과 같이 자취하는 남자후배가..
여동생과 같이 자취하는 남자후배가..
여동생과 같이 자취하는 남자후배가..
옆집백수총각
13/05/20 14:44
수정 아이콘
님이라구요? 어헣
개장군
13/05/20 12:55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귀여우십니다.^^ 결론도 훈훈하고(?) 재밌게 잘 읽었어요. 나중에 한번 따라해봐야겠네요~
13/06/17 12:44
수정 아이콘
요리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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