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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18 23:00:19
Name Neandertal
Subject 누가 과연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나?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은 1953년 영국 원정대의 에드먼드 힐러리(뉴질랜드 출신)와 네팔인 세르파인 텐징 노르게이가 이루어 낸 업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을 때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었기에 힐러리는 텐징 노르게이가 영국, 네팔 그리고 유엔을 상징하는 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고 텐징 노르게이는 전통적인 불교의 공양 의식으로 가지고 간 사탕 류와 비스킷을 산 정상에 묻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그들은 좀 특이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바로 산 정상에서 조지 멜러리와 샌디 어빈이라는 사람의 시신을 수색한 일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본인들이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산 정상에서 다른 두 사람의 시신을 수색한 것일까요?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게이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서 포즈를 취한 텐징 노르게이


조지 멜러리는 1920년대 영국의 대표적인 등반가였습니다. 혹시 피지알 회원님들이 이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이 사람과 관련한 한 가지 일화는 분명히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2차 에베레스트 원정 실패 후 그가 미국 강연 여행을 하는 동안 한 기자가 그에게 왜 그렇게 에베레스트에 오르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하게 되고 그는 기자의 이 질문에 고산 등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세 마디 말의 대답을 하게 됩니다.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다 (Because it’s there.)”


조지 멜러리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은 승전국이었지만 그들의 입은 피해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영국의 젊은이들의 본토 유럽의 전장에서 비참하게 죽었으며 전쟁을 기점으로 해서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던 제국의 영광은 점점 쇠락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다시 한번 대영제국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는 이벤트로서 에베레스트 산에 대한 도전이 국가적인 사업으로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3대 극점 (북극 점, 남극 점, 에베레스트 산)들 가운데 이미 두 개는 영국인이 아닌 다른 국가의 사람들에 의해 정복이 되고 말았고 “제국의 찬란한 기초가 되었다는 영국인의 탐험 정신”을 가지고 정복할 마지막 목표는 다름 아닌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에베레스트 산 정상이었습니다.

1920년대 영국의 에베레스트 원정은 3회(1921년, 1922년, 1924년)에 걸쳐 이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세 번의 원정은 많은 인명 피해만을 남긴 채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하지만 이 세 번의 원정에서 제일 마지막 희생자인 두 사람 때문에 원정이 실패한 이후에도 끊임없는 논란과 추측이 난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24년 영국 에베레스트 원정대. 뒷열 왼쪽 맨 처음이 샌디 어빈 두 번째가 조지 멜러리 (앞 사람 어깨에 다리 올려놓은 사람)


1924년 6월 8일, 멜러리와 어빈은 North Ridge 정상에 설치한 캠프 VI를 출발하여 정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앞선 공격조였던 솜버벨과 노턴이 정상 정복에 실패했기에 그들이 원정대의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멜러리는 앞선 두 차례의 에베레스트 원정에 모두 참여한 베테랑 가운데 베테랑이었고 어렸던 어빈은 이번이 첫 등반이었습니다. 몇 시간 후 그들은 자신들이 출발한 캠프 VI보다 아래 지점인 캠프 VI와 캠프 V의 중간 지점에서 동료 원정 대원이었던 오델에게 마지막으로 목격이 됩니다. 오델은 그가 산 정상 쪽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움직이는 두 개의 점이 세컨드 스텝(Second Step)이라고 불리는 가파른 절벽 꼭대기 부근까지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합니다. 곧 구름이 산 정상을 휘감았으며 그것이 그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때였습니다. 멜러리와 어빈은 다시는 캠프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들의 시신도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원정대는 결국 수색을 포기하고 철수하게 됩니다.



정상 정복을 준비하는 멜러리와 어빈. 그들의 생전 마지막 모습


에베레스트 산 정상까지의 코스. 오델은 멜러리와 어빈을 세컨드 스텝 정상 부근에서 목격했다고 주장함
밑에 X표시는 멜러리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


멜러리와 어빈의 정상 정복 여부는 그 뒤로 계속해서 논란 거리가 됩니다. 그 둘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오델은 끝까지 그 둘이 정상을 정복했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세컨드 스텝만 넘어간다면 그곳에서부터 정상까지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 평탄한 코스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힐러리와 텐징 노르게이가 정상 정복 후 정상에서 그 두 사람의 시신들을 수색했던 것은 혹시나 그들이 정상에서 사망했을 수도 있다는 그 동안의 세간의 추측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던 것입니다.

에베레스트의 전설로 영원히 남을 것 같았던 이 이야기는 1999년에 마지막 반전을 보여주게 됩니다. 바로 멜러리의 시신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시신은 정상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에베레스트 산 북면의 아래 지역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시신의 상태로 보아 그는 높은 곳에서 추락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의 소지품들 가운데서 정상 정복의 결정적 증거가 될 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그는 75년 만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는 꺼져가던 그의 정상 정복 여부에 대한 새로운 추측과 이론들에 대한 불꽃만 다시 점화되었을 뿐이었습니다.



1999년에 발견된 조지 멜러리의 시신


현대의 산악 전문가들은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던 그 당시의 등반 장비들과 등산복의 수준으로 봤을 때 정상 정복은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930년대에 있었던 여러 원정대들도 계속 정상 정복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주장의 당위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증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정상 정복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일생의 목표를 향해 최후의 힘까지 다 짜내서 극한의 상황에 도전했고 본인들이 그토록 오르기를 원했던 바로 그 산에서 산 사나이로서 최후를 맞이한 그들의 운명 앞에서 숙연해 지는 것은 그들이 불굴의 도전 정신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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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벨리
13/03/18 23:10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DarkSide
13/03/18 23:35
수정 아이콘
텐징 노르게이 .... 아마 제가 대학교 학부 2학년 쯤이었나? 교양 과목 중에서 "현대사의 이슈"라는 강좌였던 것 같은데

에베레스트에 인류 최초로 올라간 사람은 영국인이 아니라 한 이름 없는 티베트계 네팔인이었다고 당시 강사님께서 설명해주신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에 ebs 에서 방영하는 지식 채널 e 에서도 나오더군요.
하야로비
13/03/19 01:17
수정 아이콘
힐러리와 텐징은 동시에 에베레스트 산 정상을 밟았습니다. 이는 두 사람 모두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으며, 특히 힐러리 경은 "텐징은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지만, 그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고 우리는 함께 정상에 올랐다"라고 밝혔습니다. 텐징은 지금도 세르파들의 영웅이며, 힐러리 경은 평생 세르파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DarkSide
13/03/19 01:23
수정 아이콘
물론 제가 말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제 경험을 말씀드린 겁니다. Fact 와는 별개로 말이죠 ...

역사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성을 가지고 있고 시대마다 다양하게 해석되기 때문에
제가 말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진리이고 옳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다만 제 경우에는 그런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씀 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 만약에 폐가 되었다면 정말로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실제로 어느 쪽이 진실이고 사실인지는 저도 당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 역사학도 출신도 아니라서 ;;
Je ne sais quoi
13/03/19 00:2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13/03/19 02:57
수정 아이콘
관련해서 책 하나 추천하자면 음양사의 저자인 유메바쿠라 바쿠작'신들의 봉우리'입니다. 동명소설이 원작이고, 그걸 바탕으로 만화화했죠.
시작은 멜러리와 어빈의 사고부터 그 등반영상을 찍은 카메라와 필름이 남았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합니다. 내용자체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더 이상 적진 않겠습니다만, 충분히 재미있는 가설을 토대로 만든지라 재미있게 보실수 있을겁니다.

교양서적으로는 파고들만한것들이 너무 많아서 패스하죠 흐흐흐.
Neandertal
13/03/19 08:43
수정 아이콘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Davis Wade의 "Into the Silence"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인데요...그 당시의 사회상이나 원정의 배경에 대한 설명, 대원 개개인의 생각등이 아주 자세히 잘 나와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이런 책들이 좀 번역이 되서 국내에도 소개가 되면 좋을텐데요...
곧미남
13/03/19 11:43
수정 아이콘
이거보니 박영석 대장 시신찾기는 어찌됐는지 궁금하군요
Neandertal
13/03/19 12:56
수정 아이콘
박영석 대장의 시신은 아직까지 못찾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사태에 휩쓸려서 깊은 크레바스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이런 원정 사고인 경우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하네요...
현재 에베레스트 산에만 약 200여구의 시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답니다...
루크레티아
13/03/19 14:47
수정 아이콘
멜러리의 저 말은 기자가 하도 귀찮게 굴어서 빡친 상황에서 내뱉은 말이라고 하죠..;;
13/03/20 03:5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얼마전 네안데르탈님에 관한 뉴스가 떳더군요.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03/130319093639.htm
13/04/18 13:25
수정 아이콘
아앗 낚였네요. 파닥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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