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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9/14 02:39:13
Name 트롤러
Subject [분석] 결승전 1회전 숫자장기 리뷰



1.

룰 영상입니다. 많은 분들이 예고를 보고 이미 예측하신 바와 같이
숫자장기는 스트라테고(stratego)라는 2인용 보드게임의 룰을 수정하여 만든 게임입니다.
룰의 차이점이 있다면 스트라테고는 10*10의 게임판에 각자 1~10의 숫자가 적힌 40개의 유닛을 두고 플레이하지만
숫자장기의 경우 6*9의 게임판에 각자 1~10의 숫자가 적힌 14개의 유닛을 두고 플레이합니다.
 
뿐만 아니라 스트라테고는 숫자장기와 달리 10을 이기는 1을 예외로, 숫자가 큰 쪽이 무조건 이기는 게임인 반면
숫자장기는 두 패의 수를 합산한 값이 10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며 열린 패는 다시 뒤집지 않습니다.

세세한 룰까지 비교하자면 폭탄을 제거할 수 있는 유닛이 있느냐 없느냐 까지 갈리지만
스트라테고의 간략화된 버전일 뿐 기본적인 구성은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룰이 바뀌다보니 기본적인 전략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라테고에서는 가장 강한 말이 10인 만큼 10의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에 반해
숫자장기에서는 가장 강한 말은 10보다 1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계산을 해보자면 10이 이길 수 있는 말은 합산계산일 때 1~9의 말이며, 10일 때 비기는 반면
감산계산이 걸릴 때 이길 수 있는 말은 없으므로 6열 밖에 안되는 숫자장기에서 10의 경로는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감산계산과 합산계산을 동등하게 계산하자면 두 대결에서 10이 터지는 경우의 가짓수는 11. 즉 승률이 45%인 거죠.
물론 감산계산이 되는 경우가 한정되기 때문에 동등하게 계산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약점을 가지는 패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계산할 때 1이 이길 수 있는 말은 합산계산에서 2~8이며, 감산계산에서는 모든 패를 이깁니다.
역시 감산계산과 합산계산을 동등하게 본다면 두 대결에서 1이 터지는 경우의 가짓수는 4. 즉 승률이 80%.
이와 같이 양측을 다 계산해본다면 9가 이길 확률은 마찬가지로 45%. 2가 이길 확률은 65%.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죠.

재차 언급하겠지만 합산계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승률 계산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10은 여전히 강한 패죠.
다만 무적의 패는 아닌 만큼 상대방의 10이 밝혀진다면 상대방도 감산계산을 노릴 것입니다.

따라서 장동민의 인터뷰와 같이 높은 말은 감산계산을 피할 수 있는 측면에 배치함으로서 합산계산에서 상대방 말을 노리고,
감산계산, 합산계산 모두에 유리한 작은 수를 중간에 배치하는 것이 최적의 포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위의 그림은 이후 경기 진행으로 복기해본 양 플레이어의 포메이션입니다. (위는 밝혀진 말, 아래는 추측)

3이 폭탄 제거반의 역할을 수행하던 스트라테고와 달리 숫자장기는 그런 거 없고 자폭을 통해 지뢰를 제거해야 합니다.
따라서 강력한 수비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지뢰는 동시에 제거될 수 있는 니은자 형 배치보다
무조건 두 번 터질 수 있도록 일렬 배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장동민은 연습게임에서도 왕 앞의 지뢰를 양쪽에 설치함으로서 전진진행일 경우 무조건 지뢰를 부딪히도록 설계)

따라서 두 플레이어 모두 폭탄을 일렬로 놓았다고 가정한다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다만 김경훈이 오현민에게 조언받은 대로("9랑 10은 양 쪽에 하나씩 있어야죠") 뒀다면 10과 지뢰가 바뀌었을 가능성 역시 있겠네요.
그렇다면 여전히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지뢰가 동시에 터지는 걸 감안하더라도 중앙부 왕으로의 접근을 상당히 막을 수 있을 겁니다.





3.

위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서로 패가 그게 그거인 숫자장기에서 4~7은 그렇게 승률이 높은 패는 아닙니다.

김경훈이 지뢰를 찾겠다며 왔다갔다하면서 턴을 소비하는 동안 장동민은 측면의 7을 전진공격이 가능한 위치로 배치하는 한편
중앙부에서는 공격형으로 포진해놓은 낮은 패(1~4) 가운데 가장 별 볼 일 없는 4 말을 한칸 전진시켜둡니다.
또한 당분간 공격받지 않을 10을 좌측 끝 라인에 배치시킴으로서 측면을 틀어 막아두죠.

그 와중에 전방과 우방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칸으로 장동민의 7이 들어감으로서 4를 죽이고 8을 뒤집습니다.





4.

김경훈의 중앙부 배치는 5, 6, 3, 10 혹은 5, 6, 3, 지뢰 둘 중 하나로 추측할 수 있는데,
장동민의 중앙부 배치가 4, 3, 2, 1인 만큼 10을 제외한 대부분의 합산계산에서 장동민이 우위를 범합니다.
따라서 정찰용으로 사용하는 4를 통해 김경훈의 6을 뒤집은 후 시크릿을 통해 3을 감춘 후 이김으로서
정보의 우위를 유지한 상황에서 새로운 정찰말을 적진의 중심부까지 밀어넣습니다.





5.

여기서 김경훈은 또 다시 전방부, 우방부가 동시에 열릴 수 있는 위치로 말을 이동시키는 실책을 범하는데,
장동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기서 다시 한번 전진진행함으로서 두 패를 동시에 열어버립니다.
감산계산에서도 합산계산에 있어서도 3은 상당히 유리한 패이기 때문에 안 나갈 이유가 없죠.

해당 대결에서 장동민은 정찰용 3 말을 잃는 대신 상대방의 중앙부를 거의 열어둔 채 상대 1 카드를 오픈시키는 이득을 얻습니다.





6.

1이 공개된 후 -1 아이템을 두 개로 늘린 장동민은 자신의 1을 접근시켜 김경훈의 1말을 죽이려고 합니다.
이견없이 숫자장기에서 가장 강력한 말은 1이기 때문에 손실 없이 1을 죽일 수 있다면 무조건 이득이 되죠.
다시금 열린 니은자 배치에서 장동민은 아이템을 사용함으로서 0 카드로 들어가는데, 여기서 지뢰를 밟고 같이 전사합니다.

지금 시점까지의 죽은 패를 본다면 김경훈 측이 1, 4, 5, 6, 지뢰 / 장동민 측이 1, 3, 4, 7인데
장동민의 3, 4, 7 카드는 모두 최소 한 개 이상의 정보를 밝혀내고 상대 말과 함께 죽은 데다가
1을 잃은 손실이 아프긴 하지만 상대방의 1 역시 죽었고 지뢰까지 터뜨렸기 때문에 상대방의 손실이 더 큽니다.

반면 김경훈의 경우 1로 3 말 하나를 잡았을 뿐 정찰용 4, 6은 순살당하고 지뢰 하나 못 깐데다가
실제로 남은 패가 2, 3, 7, 8, 9, 10이고 상대방의 지뢰는 3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왕까지 가기 위해서 최소 3개 말은 희생당한다는 얘긴데, 자폭용으로 쓰기에는 패들이 너무 수가 높거나 낮죠.





10.

또 하나의 스로잉은 이미 공개된 8 말을 장동민의 오픈되지 않은 말과 붙인 겁니다.

김경훈의 추측은 나름 합당해보이지만, 정상적으로 생각한다면 포메이션상 왕은 중앙 끝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지뢰가 아닌 한 왕 옆에 있던 말은 필연적으로 9 혹은 10의 말일 수밖에 없습니다. 8을 피하지 않는다면 더더욱이나요.
결국 김경훈은 오판의 결과로 높은 말인 8과 동시에 +1 아이템까지 잃고 맙니다.






11.

연달은 쓰로잉. 장동민은 상대방의 패가 2일 가능성을 두고 복사한 -1 아이템을 사용하고
그러나 저러나 3과 2였으므로 장동민이 김경훈의 3 말을 제거합니다. 이제 판세는 거의 기울어졌습니다.

김경훈은 왕을 잡겠다는 우선전략을 세우고 높은 말인 9를 깊숙히 전진진행합니다.
해설에서는 왕일 경우 김경훈이 이길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의 전진진행을 가능하게 둔 자체가
이미 장동민의 패가 왕이 아니거나 최소 지지 않는 패(지뢰 혹은 9)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10이 좌측면에 있는 게 밝혀졌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정석적인 포메이션대로라면 측면에다가 왕을 배치할 리가 없죠.
최소 가능한 것은 8이 나와서 1을 살리는 확률이지만 그것도 장동민의 최전반부 말배치였으므로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결국 9로 김경훈의 패와 장동민의 패가 동시에 죽어버리고, 다시 전진진행시킨 7은 그나마 폭탄제거 후 자폭합니다.
김경훈 인터뷰로 미루어봤을 때 정말 그게 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아마 끝까지 판을 못 읽었던 거 같네요.






12.

결과는 뭐, 중반부 정도부터 판가름 난 대로 장동민의 낙승.
장알못인 제가 보면서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하는 수가 연달아 나오면서 상당히 허무한 압승경기가 되었습니다.
저도 초반부에는 불타올라서 분석하다가 보면 볼수록 아 이건 아닌데 하면서 상당히 기빠진 채로 리뷰를 쓰네요.

장동민은 장기를 많이 둬봤다더니 확실히 정석대로 두고 손실계산을 확실히 하고 수를 진행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템도 적시적소에 잘 쓰고 말이죠. 오히려 오현민과 대결해봤으면 더 흥미진진했을 것 같긴 합니다.


2회전도 분석해보고 싶은데 지니어스 게시판이 닫히기 전까지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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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스
15/09/14 05:11
수정 아이콘
아무리 실드를 치고 싶어도.. 정보가 중요한 장기게임에서 와리가리를 하다니..
김연아
15/09/14 05:51
수정 아이콘
크크크 와리가리는 진짜 한심 그 자체죠 사실-_-;;;
송아지파워
15/09/14 07:03
수정 아이콘
와리가리가 뭔가요??
15/09/14 07:07
수정 아이콘
왔다 갔다하는걸 뜻합니다.
삼성시스템에어컨
15/09/14 08:06
수정 아이콘
제작진이 왜이리 김경훈을 필사적으로 밀어줬나 했는데
지금와서 보니 결승전 졸전 실드쳐줄려고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수미산
15/09/14 08:27
수정 아이콘
대단한분석글이네요. 저는 보면서도 수를 읽기가 어려웠어요.
감자돌돌이
15/09/14 09:44
수정 아이콘
장동민이 대단한건 장동민 조력자는 홍진호 최연승이었고 김경훈 조력자는 오현민 김유현이었죠.. 누구 도움을 받는게 그나마 유리할지 생각해보면 장동민이 불리한 여건에서도 이겼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New)Type
15/09/14 11:02
수정 아이콘
사실 숫자 장기에 대해서 최강의 조력자라 할만한 오현민을
십이장기로 리벤지매치 완승을 거둔사람이라
굳이 불리하다고 할 상황은 아닌거 같아요
애초에 본인 주종목을 만난 느낌이랄까....
장 vs 오 숫자장기였다면 재밌었을가 같은데 말이죠
Betty Blue 37˚2
15/09/14 20:34
수정 아이콘
본인이 천재니까 상관없지 않았을까요? 크크크 조력자 배분도 밸런스 패치같다는....
15/09/14 10:57
수정 아이콘
오vs장 보고 싶어요.
똥눌때의간절함을
15/09/14 11:24
수정 아이콘
솔직히 수준차이가 너무 나서......
결승 내내 한번도 번득이지 못한 것같아요 김경훈은
Winterspring
15/09/14 12:39
수정 아이콘
장동민이 3강에서 오현민을 데스매치 상대로 결정한 이유를 보여준거라 생각합니다.
오현민보다는 김경훈이 결승 상대로 더 쉬울거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오현민과 결승전을 치뤘다면 박빙이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한화의 아틀리에
15/09/14 13:08
수정 아이콘
장기는 수를 둬야는데..아무리 전략적이라고 하나 좀 이상한 방법이었죠.
게다가 장동민이 파고들때 1체를 앞으로 내밀어서 2vs1싸움이 아니라 1:1 싸움을 했어야 하는건데.. 그것도 좀 이상하고..
RedDragon
15/09/14 13:28
수정 아이콘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1라운드 한정으로는 제가 했어도 김경훈보다는 더 잘했다고 확신합니다.
선 잡고도 왔다갔다 하는게 윗분들 말대로 진짜 어이없고, 뻔히 두군데 정보 보이는 각인데 그냥 턴 넘기더라고요;; 무슨 생각인지 이게..
글쓴 분도 말해 주셨지만 김경훈이 마지막에 끝자리로 돌 던질 때 긴박한 음악이 틀어졌는데, 뻔히 보이는 수를 장동민이 아무 조치도 안했을 때에는 다 이유가 있는거죠.
"확률상 저게 9만 아니면 되니 충분히 가능성 있어!" 라지만, 상대는 허수아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9" 가 뻔히 오는데 아무 행동도 안했다면, 당연히 이미 대비가 되어 있는 곳이라는 뜻이죠.
1라운드 진행 중 김경훈 인터뷰에서 이미 명백히 불리해졌는데에도 "아직 해볼만하다" 라고 판세를 평가한 부분을 보고, 이런 게임류를 한번도 안해본 티가 확 났습니다.
it's the kick
15/09/14 14:49
수정 아이콘
장기말이 하나도 안 죽어있는 상태에서 남아있는 말이 너무나 많은데 와리가리로 어떻게 지뢰를 찾겠단건지...
사악군
15/09/14 15:46
수정 아이콘
사실 9 자폭까지는 그렇다치는데 7을 지뢰에 박은게 너무 큰 뻘짓이죠. 그 상황이면 그패는 지뢰라고 알았어야 합니다..-_-
트롤러
15/09/14 16:03
수정 아이콘
지뢰를 제거하기에는 이미 판세가 기울어진 상황이라 그렇지 사실 4~7 말은 지뢰 제거용이라고 보는 게 옳습니다.
애초에 저 상황에서 합산으로 7이 이길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죠. 그냥 한 수 한 수가 거진 다 악수였던 걸로.
사악군
15/09/14 16:06
수정 아이콘
끝으로 가서 1을 살려야죠..
트롤러
15/09/14 16:51
수정 아이콘
아, 그렇겠네요. 캡쳐를 듬성듬성 해서 8이 아직 전방으로 안 빠진 줄 착각했어요.
율곡이이
15/09/14 19:27
수정 아이콘
확실히 김경훈은 데스매치 선공개 덕을 많이 본 케이스 인거 같아요....
kongkaka
15/09/16 09:22
수정 아이콘
결승전 특성상 미리 분석해올수 없고 그 자리에서 룰을 듣고 즉흥적으로 잘 해야하는데 김경훈이 좀 그런게 아쉬웠던것 같네요.
숫자장기같은건 당일 설명듣고 잘 플레이하기는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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