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2/29 16:22:47
Name 파프리카너마저
Subject [일반] 여전히 우울한 나지만,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추운 겨울 따뜻하게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전에 우울증에 대한 글을 남겼던 파프리카너마저입니다.

https://pgr21.net/freedom/94049
이 글을 올린 후 벌써 두 달이네요.
울분을 토한 부끄러운 글이지만 많은 분들이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셔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피지알에 글을 올리길 잘한 것 같아요. 그날 이후 우울증에서 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했어요.
그리고 일단은 한 가지를 실천에 옮겼어요.

운동.
운동은 정말 힘들었어요. 20년을 넘게 우울했던 사람인지라 체력은 땅바닥이었고 근력은 없다시피했거든요.
얼마나 체력이 없었냐면 헬스장 간 첫날에 러닝머신을 3.5속도로 30분 탔는데 힘들어서 토가 올라오더라고요. 하하.
그러다 보니 트레이너 선생님과 같이 근력운동 50분 하고 저 혼자 유산소 50분 타고 온 날은 집에서 몇 시간이고 누워있기 바빴어요.
우울증으로 누우나 운동으로 몸 져 누우나 나는 침대에 누웠네? 하며 처음엔 이게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2주 정도 되니 체력도 붙고 한 단계식 높아지는 운동강도를 수행할 수 있게 된 제 자신을 보면서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열심히 운동한 몸에 아무거나 막 때려붓긴 그래서 삼시 세끼 꼭 밥을 챙겨 먹게 됐고요.
건강한 몸이 건강한 식습관을...건강한 정신을...랄까 결론은 운동이 최고다..!

그리고 그다음에 실천한 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에요.
제가 말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나는 오케이 걸~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라볼 거야~는 아니고요.
저에 대한 '긍정'이에요. 나와 우울증 그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봤어요.
저는 20년간 우울증을 앓았어요. 주치의 선생님이 저 같은 경우는 유전도 있어서 뚝딱 나을 수는 없을 거라 하셨어요.
그 말이 너무 절망적이었고 인정하지 못해 더 우울했어요. 하지만 받아들여야 했던 거 같아요. 받아들이니 편해지더라고요.
전에는 나를 수리가 불가능한 고장 난 장난감이라고 비유할 정도였지만 생각을 바꿨어요.
<나는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이고 완치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리는 가능하다.>

저는 우울한 감정이 상황과 관계없이 올 때가 있어요. 그냥 물을 마시는 순간에도 갑자기 와요. 그럴 때 긍정하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 지금 나 우울하구나. 근데 그게 나를 마냥 휩쓸게 두지 않을 거야." 라구요.


저는 위 두 방법이 많이 도움이 됐고 전보다 많이 호전된 걸 느껴요.
고작 2달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죽고 싶다.'라는 생각에 파묻혀지내지 않은 기간이 이렇게 긴 게요... 정말 오래만이에요.
아이들 사이에서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제가 이젠 아이가 저한테 뛰어오면 '행복이 뛰어오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주치의 선생님께서 이젠 매주 오는 병원 2주 간격으로 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고요. 내적이든 외적이든 조금씩 바뀌고 있네요.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분의 댓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여러분의 댓글이 아니야, 너는 괜찮아질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댓글 꾹꾹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남지 않은 올해 진심으로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저는 또 살아가 보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anzisuka
21/12/29 16:26
수정 아이콘
올해도 내년도 그 후에도 자게에서 자주 뵈면 좋겠어요:3 행복합시당
21/12/29 16:31
수정 아이콘
훌륭하신분이네요
저는 작은 우울감에도 내가 안될사람으로 자책하고 마냥 휩쓸렸었는데
오랜세월 괴로웠던 상황에서도 정말 용기있게 극복하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합니다.
행복하시고 꼭 좋은 결과 있으실꺼에요!
개좋은빛살구
21/12/29 16:31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닉네임 보자마자 댓글달아요!
자게에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체력이 건강해지면 자제분들과 더 재밌게 놀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직도 한창 뛰어다닐 나이 아닐까요? 흐흐
저도 먼 미래이지만 자식을 키우기 위한 체력을 쌓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몸과 마음이 충분히 다스리면 능히 나라까지 다스릴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뭐 나라 못다스리면 집안이나 다스리죠 크크크. 항상 피쟐에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감자크로켓
21/12/29 16:32
수정 아이콘
파프리카너마저 님과 가족분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아무르 티그로
21/12/29 16:32
수정 아이콘
제가 더 감사합니다. 요즘 정치 기사나 글을 보며 우울해있던 저를, 파프리카너마저님 글이 위로해주는것 같네요.
21/12/29 16:40
수정 아이콘
오우.. 이렇게 빠져나오시는거 쉽지 않은데 정말 엄청난 일을 하신겁니다.
아마 더 힘들어지는 날이 없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이겨냈던 때의 기억을 잘 되살려서 다시 빠져나오시는 사이클을 반복하시다보면 더 나은 시간을 살고 계실겁니다.
21/12/29 16:40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작지만 큰 실천이 의미있는 출발이 되었네요. 저도 새해엔 운동을 꼭!!!
21/12/29 16:41
수정 아이콘
우와 꼭 잘 관리하셨으면 좋겠어요. 축하합니다.
서쪽으로가자
21/12/29 16:41
수정 아이콘
행복하십시요, 꼭.
21/12/29 16:45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아닌밤
21/12/29 16:46
수정 아이콘
좋은 소식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프리카너마저님도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길. 저도 또 살아가 보겠습니다.
aDayInTheLife
21/12/29 16:48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저는 근력 운동 도저히 못해먹겠어요 흑흑 재미도 없고… 그나마 산책은 꾸준히 나가려고 하네요. 그걸로 살이 빠지겠냐만은 뭐 기분이라도 바뀌니까요.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힘내자구요. 우리.
발이시려워
21/12/29 16:56
수정 아이콘
안 우울한 날이 우울한 날보다 많으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덧붙여.. 법륜 스님이 하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소개해드릴게요.
법륜스님: '산에 토끼와 다람쥐가 행복해 보이드나?'
상담자: '아니요'
법륜스님: '그럼 우울해 보이드나?'
상담자: '아니요'
법륜스님: '그럼 토끼랑 다람쥐는 왜 사는 것 같아 보이니?'
상담자: '그냥 사는 것 같습니다.'
법륜스님: '우리도 그냥 사는거다. 특별히 행복하려고도 하지 말고, 특별히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 원래 그냥 사는거다'

우리 그.냥. 살아봅시다^^
及時雨
21/12/29 16:5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노력해주셔서.
그럴수도있어
21/12/29 17:01
수정 아이콘
오늘 정치글에 악플만 남겼는데, 이런 고맙고 기쁜글로 저를 정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식이
21/12/29 17:02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작심삼일도 매번 새롭게 작심하면 365일이 될수도 있습니다. 유투브 강의를 자주 찾아 듣는데 그게 꽤 도움 되더라구요 당장 바뀌진 않아도 좋은 이야기 많이 들으면 조금씩이지만 나도 변화하는걸 느낄 때가 있더라구요
선인장
21/12/29 17:03
수정 아이콘
연말에 훈훈한 소식이네요.
덕분에 저도 운동의지 불끈합니다.
내년에는 매일매일 더 행복한 하루를 맞으시길 바랍니다.
21/12/29 17:05
수정 아이콘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코로나아웃
21/12/29 17:50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으니 저도 마음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썬업주세요
21/12/29 18:57
수정 아이콘
좋은 소식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살아봅시다!
착한글만쓰기
21/12/30 07:22
수정 아이콘
그거 주기가 있더라고요 혹시 다시 우울해지더라도 지나갈 일일 뿐이라고 기억하세요. 화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605 [일반] (스포) 장난감들의 이야기. 토이스토리 리뷰 [11] 원장6764 21/12/29 6764 1
94604 [정치] 윤석열 "수사과정에서 자살하는 건 쎄게 추궁하고 증거 수집도 열심히 하니깐 초조해서 하는 것" [355] 선인장33080 21/12/29 33080 0
94603 [정치] 한국 갤럽) 안철수 9.3% 돌파.jpg [100] 호옹이 나오20690 21/12/29 20690 0
94602 [정치] '윤우진 수사 무마' 의혹 윤석열·윤대진 불기소…"시효 지나"(종합) [42] Crochen15265 21/12/29 15265 0
94601 [정치] 젊은 보수 커뮤니티는 대선후보 교체론을 밀고있나 보군요. [111] 렌야19343 21/12/29 19343 0
94600 [일반] 웹툰 오피스 누나 이야기가 곧 유료화됩니다. [38] lasd24115935 21/12/29 15935 6
94599 [일반] 내일부터 쿠팡 로켓와우 신규가입 4990원으로 인상됩니다. [42] 은여우11963 21/12/29 11963 0
94598 [일반] 2021년 1년간 한국과 미국 증시의 성적. (지수추종 - 레버리지 포함) [19] 사업드래군7638 21/12/29 7638 4
94597 [정치] 정부지침 거부한 카페 압수수색 당해... [193] 군림천하17339 21/12/29 17339 0
94596 [정치] 강용석 "이준석, 동영상 공개하기 전에 항복해라" [106] EpicSide21138 21/12/29 21138 0
94595 [일반] 여전히 우울한 나지만, 감사합니다! [21] 파프리카너마저7652 21/12/29 7652 42
94594 [정치] [ytn돌발영상] 토론 없는 토론 (특검해야 TV 토론?) [26] 브론즈테란10763 21/12/29 10763 0
94593 [정치] 하태경 "가세연의 이준석 죽이기는 공작 정치 의심, 배후는 민주당일 것" [123] 밥도둑17264 21/12/29 17264 0
94592 [정치] 거리두기 연장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93] 라이언 덕후15576 21/12/29 15576 0
94591 [정치] 최신 여론조사 2개 [135] 크레토스20309 21/12/29 20309 0
94590 [정치] 안철수의 성실성과 배우는 자세 [110] 오만과나태14571 21/12/29 14571 0
94589 [정치] 윤석열 지각 [130] 어강됴리21076 21/12/29 21076 0
94588 [일반] 애니 BGM 명곡 모음 [18] 라쇼18712 21/12/29 18712 6
94587 [정치] 절망하는 청년들이 안철수에게 보낸 편지.jpg [34] 호옹이 나오15861 21/12/28 15861 0
94586 [정치] 윤석열 "한국 청년 대부분 중국 싫어하고 중국 청년 대부분 한국 싫어해" [336] 브론즈테란30867 21/12/28 30867 0
94585 [일반] (스포주의) <고요의 바다>와 <돈룩업> 감상평 [34] Serapium8859 21/12/28 8859 1
94584 [일반] KT를 기다리며.. (KT의 이중요금 대처) [36] 베르톨트10748 21/12/28 10748 3
94582 [정치] 윤석열, 李 추가 토론 제의에 "물타기하려는 정치공세" [185] wlsak27356 21/12/28 2735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