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70 ~ 80년대 일본 가요글을 올리면서 시바타 준이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습니다.야마구치 모모에의 코스모스와, 쿠보타 사키의 이방인을 커버한 시바타 준의 노래를 들었는데 원곡 못지 않게 무척이나 좋은 노래더군요. 그래서 이 가수에게 관심이 생긴 나머지 그녀가 불렀던 다른 노래들도 찾아봤습니다. 대표곡부터 커버곡까지 들어봤는데 노래를 들을 수록 맑으면서도 호소력 짙은 음색에 반해버리겠더군요.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임에도 이렇게 맑은 음색을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바타 준의 목소리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우선 간략하게 시바타 준을 소개해보자면 76년생으로 2001년에 데뷔하여 현재까지 활동하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특이사항은 경력 20년의 중견가수임에도 젊은 세대 가수가 대다수인 우타이테처럼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죠. 데뷔했을 때부터 공식사이트에 web일기를 작성하며 팬들과 소통을 했다고 합니다. 일기를 통해 시바타 준은 자신의 작업 습관을 밝혔는데 불꺼진 방에서 이불을 푹 덮어쓰고 핸드폰으로 타다다다하고 가사를 입력한다고 하네요. 실연, 불륜, 짝사랑 같은 슬픈 사랑을 노래 주제로 자주 다루는 것도 그렇고 어째 이 분 좀 위험한 여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크크크.
tv 연예프로나, cm송 작업을 하는 등 아예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다른 가수에 비해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게 적은 가수라 팬이 엄청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력은 확실한 가수라 그녀의 팬들은 하루가 목빠지게 신곡이 나오기를 기다린다고 하네요. 팬층은 넓지 않지만 충성팬들이 두터운 그런 가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문에 소개할 노래들은 시바타 준의 오리지널 곡은 아닙니다. 2012년 가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70`COVER라는 앨범인데, 음반명처럼 7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명곡들을 시바타 준이 본인 스타일로 커버해서 부른 노래들이죠. 커버한 원곡이 워낙 오래된 노래이기도 하고 시바타 준이 너무 잘부른 나머지 앨범트랙에 속한 노래들을 원곡으로 아는 팬들도 있다고 합니다.
저도 70년대 일본가요를 이제 막 알아가는 중이라 일본 음악 지식을 늘릴겸 시바타 준의 커버앨범곡을 모아봤습니다. 커버곡은 두 말 할 것 없이 훌륭하고, 원곡들도 낡고 낯선 느낌이지만 그 시대에 유행할만했다 싶을 정도로 좋은 노래들이더군요. 여러분들도 일본 70년대 인기곡들을 알아보실겸 시바타 준의 노래와 함께 들어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취향에 맞으실런지 모르겠군요.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시바타 준의 노래는 도쿄, 물빛 비, 코스모스, 이방인, 스물 두 살의 이별, 당신, 청춘의 그림자입니다.
이제 2021년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노래 감상하시면서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시바타 준이 커버한 원곡과 노래를 부른 가수 설명이 없으니 뭔가 허전하더군요. 그래서 간략하게나마 관련 정보를 추가했습니다.
월광욕 月光浴
Love Letter
미성년 未成年
HIROMI
시바타 준의 오리지널 곡입니다. 커버를 자주하는 편이지만 본인의 노래도 훌륭한 가수죠. 댓글에 언급된 노래와 함께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한 곡도 포함시켜서 올려봅니다. 시바타 준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이방인 異邦人
쿠보타 사키(久保田早紀) - 이방인
쿠보타 사키의 이방인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쿠보타 사키 본인한테는 원히트원더로 끝나게 한 비운의 노래였지만 세월이 흘러도 명곡으로 기억되면서 많은 후대 가수들이 리메이크 하기도 했죠. 그중에는 나카모리 아키나나, 자드 같은 유명한 가수도 있습니다.
이방인이 발표된 79년은 마츠다 세이코 같은 스타 아이돌이 데뷔를 앞둔 일종의 과도기였는데, 쿠보타 사키는 당시 일본에는 전혀 접해보지 못한 중동풍의 음악을 자신의 곡에 가미하여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가요계의 흐름은 아이돌 노래가 대세였고, 이방인 이후로 포루투갈 민속음악을 어레인지 하는 등 쿠보타 사키도 변화를 모색해봤지만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죠.
올드 제이팝을 듣는 매니아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드문 노래이지만 참 좋은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버곡이 정말 많은데 시바타 준의 노래가 정말 취향 저격이더군요. 수 많은 커버 중에서도 유독 시바타 준이 원곡의 느낌을 가장 잘 살렸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관심이 가시면 원곡과 비교하면서 감상해보세요.
물빛 비 みずいろの雨
야가미 준코(八神純子) - 물빛 비
미즈이로노 아메는 가수 생활의 긴 부진 끝에 은퇴를 결심한 야가미 준코를 극적으로 기사회생 시켜준 노래라고 합니다. 오리콘차트 6위에 60만장이 팔린 인기 가요라고 하네요.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군요.
방황하는 길 迷い道
와타나베 마치코(渡辺真知子) - 방황하는 길
와타나베 마치코는 77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라고 합니다. 방황하는 길이 처음으로 발표한 싱글곡이었죠. 누계 80만장이 팔린 히트곡으로 와타나베 마치코는 이듬해 홍백가합전에 참가했다고도 합니다.
당신 あなた
코사카 아키코(小坂明子) - 당신
코사카 아키코는 가수, 피아니스트, 작사, 작곡, 음악감독등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입니다. 특이점은 93년부터 05년까지 세일러문 뮤지컬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총 456곡을 제공했다고 하네요. 93년에 제작된 세일러문 극장판 삽입곡 Moon Revenge과 이듬해 제작된 세일러문 tva 엔딩곡 턱시도 미라쥬도 작곡했다고 합니다.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분이시네요.
코사카 아키코의 대표곡 당신은 오리콘차트 1위 74년 연간 2위에 역대 싱글 56위를 기록한 대히트곡입니다.
원곡 영상은 마츠다 세이코의 커버곡으로 옆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분이 코사카 아키코입니다. 원곡도 부드럽고 감미로워서 시바타 준의 노래도 무척 잘어울리는군요.
Moon Revenge
턱시도 미라쥬
무명 손수건 木綿のハンカチーフ
오오타 히로미(太田裕美) - 무명 손수건
무명 손수건 이박사 커버
오오타 히로미의 네 번째 싱글 무명 손수건은 76년 오리콘 차트 주간 2위, 연간 차트 4위를 기록한 대히트곡입니다. 사실 1위를 차지하고도 남을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노래였으나 하필 상대가 역대 싱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시몬 마사토의 '헤엄쳐라 붕어빵군'이어서 쓴 잔을 마셔야만 했죠. 원곡이 좀 오래되서 낡은 느낌은 나지만 시대 보정을 감안하면 귀엽게 부르는 노래가 인기를 끌만도 했다란 생각이 드네요.
사실 이 노래는 이박사의 뽕짝 메들리로 처음 들었었습니다. 가사가 아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박사 버전으로 들어도 노래를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뽕짝으로 곡을 대격변시켰으면서도 원곡의 가사와 멜로디 느낌이 나는게 무척 신기하네요 크크크.
날아와요 이스탄불 飛んでイスタンブール
쇼노 마요(庄野真代) - 날아와요 이스탄불
쇼노 마요는 위에 소개한 와타나베 마치코와 친한 사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대표곡 날아와요 이스탄불은 오리콘 주간 3위 연간 19위를 기록한 히트곡이라고 하네요. 그녀는 80년 돌연 가수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세계여행 일주를 떠났다고 하네요. 목적지 중에는 이스탄불도 포함되어있었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가졌던 환상과는 정반대여서 실망했다는 후문이 있네요. 현재는 NPO법인 국경없는 악단은 스스로 창업하여 봉사활동과 공연을 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이면서 좋은 일도 하는 분이네요.
청춘의 그림자 青春の影
튤립(チューリップ) - 청춘의 그림자
튤립은 비틀즈에 영향을 받아 서양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하네요. 청춘의 그림자는 오리콘 주간 46위로 크게 히트한 곡은 아니지만 그전까지 아이돌 가수 활동을 했던 튤립에게 음악노선을 변경하게끔 해준 중요한 노래라고 합니다. 발표 당시에는 반응이 저조한 편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곡으로 재평가 받으면서 수많은 영상물과 후대가수들이 커버를 불렀던 노래라고 하네요.
코스모스 秋桜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恵) - 코스모스
야마구치 모모에는 저번 글에서 설명했는데 본문에 소개한 가수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입니다. 쇼와의 가희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대스타의 아우라를 타고난 가수였죠. 지금 들으면 노래가 별로일지도 모르겠지만 녹화된 라이브 영상에서 보이는 포스가 전율이 일정도입니다. 코스모스는 야마구치 모모에의 대표곡 중 하나인데 시바타 준이 커버한 버전도 무척 좋군요.
도쿄 東京
마이 페이스(マイ・ペース) - 도쿄
일본의 포크송 그룹 마이페이스는 이렇다할 활동정보가 적더군요. 앨범도 고작 두개 낸 것이 전부입니다. 성적도 오리콘 차트 주간 28위라 애매한데 위에 설명한 튤립의 청춘의 그림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노래였다라고 재평가 받는 곡 같습니다. 시바타 준이 커버한 노래 중에선 도쿄가 가장 듣기 좋더군요.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한 감정이 묻어나는 좋은 노래입니다.
스카이 레스토랑 スカイレストラン
스카이 레스토랑 시바타 준 라이브
하이 파이 세트(ハイ・ファイ・セット) - 스카이 레스토랑
하이 파이 세트는 74년에 결성한 코러스 그룹입니다. 94년 해체했다고 하네요. 7브라질의 싱어송 라이터 모리스 앨버트의 노래 사랑의 필링을 번안곡으로 불러서 그해 77년 24회 홍백가합전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그룹 해체 이후에 보컬 야마모토 준코는 독자적으로 가수활동일 이아갔다는군요. 근데 위키를 검색해봐도 스카이레스토랑 관련 정보는 나오지가 않네요. 시바타 준이 숨겨져있던 곡을 찾아내서 커버한 걸까요?
스물두 살의 이별 22才の別れ
스물두 살의 이별 시바타 준 라이브
카제(風) - 스물두 살의 이별
카제는 75년에 이세 소죠와, 오오쿠보 카즈히사가 결성한 포크 듀오입니다. 두 사람다 포크팬드인 카구야 히메와, 네코를 탈퇴하고 재결성 한게 재밌네요. 카제의 대표곡 스물두 살의 이별은 이세 소죠가 카구야 히메에 몸담았던 시절에 만들었으나 발표하지 못했던 노래를 다음어서 내놓은 곡이라고 합니다. 오리콘 차트 주간 1위에 연간 7위를 기록한 대히트곡입니다.
시바타 준의 라이브영상을 보면 카제의 두 멤버도 함께 나와서 연주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원곡 가수의 연주가 흐르며 시바타 준이 노래하는 광경이 보기 좋네요.
미스터 서머타임 MR. サマータイム
미스터 서머타임 시바타 준 라이브
서커스(サーカス) - 미스터 서머타임
서커스는 여성2명 남성2명으로 구성된 4인조 혼성 코러스그룹입니다. 일본에서 아카펠라와 코러스를 도입한 선구자격인 뮤지션이라고 하네요. 서커스의 대표곡 미스터 서머타임은 오리콘 주간 1위 연간 8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위에 설명한 스물 두살의 이별과 마찬가지로 당시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노래인가 보네요.
졸업사진 卒業写真
아라이 유미(荒井由実) - 졸업사진
아라이 유미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로 무려 17세에 사랑은 갑자기란 노래를 제공하며 작곡가로 데뷔합니다. 재능이 넘치는 뮤지션인가 보네요. 아라이는 결혼하기 전의 성으로 결혼 후에는 마츠토야 유미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팬들은 유이밍이란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는군요.
졸업사진은 아라이 유미가 작곡한 노래이고, 부른 가수는 위에 소개한 화이파이세트입니다. 보컬 야마모토 준코가 부른 노래죠. 위에 올린 영상은 아라이 유미가 부른 버전 같네요. 2007년 동명의 영화 졸업사진에 엔딩곡으로 사용도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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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준은 월광욕을 과장 약간 보태서 천번은 들었던 것 같네요.
마침 그때 타이밍이 좋아서 내한했을때 보러 가기도 했었네요
공연이라기보단 팬미팅같은걸.... 광화문 KT빌딩 1층 로비에 있는 계단식 무대에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를 몇곡 불렀던가 안불렀던가
간만에 그때 기억이 나네요
YUI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블리치랑 강연금 주제가 부른 가수에요. 에이브릴 라빈하고 스타일이 비슷하더군요. 음색이 맑고 독특해서 매력있는 가수입니다.
https://pgr21.net/freedom/94368
이건 전에 쓴 아오이 에일, 가르니델리아 노래 글인데 제 취향엔 맞는데 기사조련가님이 듣기엔 어떨지 모르겠네요.
시바타 준은 노래를 '청승맞지만 세련되게' 부르는 류의 원탑이라 할 수 있죠. 정말 많은 일본 쇼와 시대 명곡을 커버했는데, 70년대와 80년대 초반 특유의 촌스러움과 뽕끼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고정된 멜로디와 리듬에서 나오는 감흥을 자신의 음색과 창법만으로 다시 쓸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가수입니다.
그리고 마츠토야 유미는(결혼 전 아라이 유미)... 70년대 이후 일본 대중음악계의 거물 중 한 명입니다. 나카지마 미유키, 타케우치 마리야와 함께 일본의 3대 여성 작곡가 및 싱어송라이터라 할 수 있고, 이 게시물에 소개된 음악인들을 통틀어 봐도 야마구치 모모에를 제외하고서는 마츠토야 유미의 네임밸류에 근접하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