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칸토: 마법의 세계>(이하 엔칸토)는 특별한 '기적'을 가진 가족에서 유일하게 기적을 가지지 못한 주인공 '미라벨'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어느 시점부터 디즈니의 이야기 반경이 넓어졌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 디즈니가 고른 장소는 콜롬비아의 어느 산 속 깊은 마을입니다. 사실, 이번 이야기는 딱히 공간적 배경이 드러나는 류의 영화는 아니에요. 영화 내적으로도 '기적'이라는 소재가 공간적 배경과 잘 녹아드는 느낌은 아니긴 합니다.
대신 영화는 가족 영화의 플롯을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더 정확하게는 가족-뮤지컬의 흐름을요. 까먹을만 하면 뮤지컬 넘버와 화려한 영상미가 두드러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겨울왕국2> 개봉 당시에 어떤 만화가 생각나네요. 동선이랑 뭐랑 잘 안맞는데 화면이 왜 이리 이쁘지? 싶습니다. 디즈니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와있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토리적 측면에서는 '가족' 그리고 '부재', '부담'이 두드러집니다. 가족의 존재와 한 명의 부재가 영화의 초반을 담당하고, 중반 넘어서는 가족이 가지고 있는 부담들이 이야기를 넘겨받는 이야기죠. 다만 개인적으로 아주 매끄러운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약간은 덜컹거리는 느낌이 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좀 눈에 띄기도 하구요. 위에서 언급했던 주제들의 특성 상, 악역이 등장하는 영화도 아니라 어떤 측면에서는 부드럽게 소화되고 맛은 별로 안느껴지는 죽 같은 느낌이기도 해요. 아쉽다면 아쉽고, 부담 없다면 부담 없는 그런 이야기 같습니다.
또 한 가지의 아쉬움을 토로하자면, 영화의 넘버들이 흥겹고 즐겁지만, 그닥 귀에 걸리는 킬링 트랙은 없다는 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뮤지컬 영화지만, 즐거운 트랙들이 있지만, 파괴력 있는 한 방은 좀 아쉬운 느낌이 드네요.
이런 저런 아쉬운 점을 언급했지만, 저는 이 영화를 추천하진 않아도, 보러 가는 사람을 말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디즈니 영화로써 기대했던 바를, 충실하게 채워주는 그런 영화거든요. 시청각적 즐거움이 풍부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즐겁구요. 나쁘게 말하면 밍밍하지만,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잘 정돈된 맛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무난한 디즈니 영화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좋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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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하신 내용에 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 특히 색을 정말 예쁘게 잘 썼더라구요. 스토리 전개의 문제는 아무래도 이야기를 다 풀어내기에는 시간이 모자라서 전개에 핵심적인 요소들을 연결시키는 데만 집중했다는 느낌이었어요.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나왔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