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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1/15 23:26:26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569270825
Subject [일반] <틱, 틱... 붐!> - 창작자의 시간들(스포)

<틱, 틱... 붐!>(이하 <틱틱붐>)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동명의 뮤지컬은 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이자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그래서 시작부터 영화를 하나의 액자 속으로 집어넣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방법론으로 따지자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해도 될거 같아요. 그 안의 액자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느냐에 관련한 이야기니까요.


<틱틱붐>은 그런 측면에서 한 명의 예술가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은 작품입니다. 뮤지컬 <해밀턴>의 제작자이자 이번에 첫 영화 연출을 맡은 린-마누엘 미란다 감독이 보내는 헌사 같은 작품이라고 해야할까요. 동시에 <틱틱붐>은 시간에 관련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시작부터 난 곧 서른이 되어버려(30/90)를 외치는 오프닝씬에서 부터, 주변 사람들의 죽음과 얼마남지 않은 시간, (그리고 시작부터 스포일러를 하는) 본인의 시간까지. 창작의 고뇌와 인정 받는 것의 어려움들. 묘하게 영화는 죽음이라는 깊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영화기도 합니다. 실화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런 그림자가 더 깊게 남는 영화기도 하구요. 영화는 밝고 신나는 곡들로 가득하지만 영화는 묘하게 씁쓸한 맛을 남기기도 하구요. 실화라서 그렇겠지만, 영화는 성취의 순간(이라기 보단 위안의 시간이지만)도 짧고 간단하게 열립니다.


영화의 구조는 앞서 말했듯이 액자 속에서 진행됩니다. 영화 안에서 뮤지컬인 <틱틱붐>이 진행 중이고, 그 뮤지컬의 내용을 영화로 담고 있습니다. (뮤지컬이라고 표현했지만, 영화 엔딩에서의 포스터엔 '락 모놀로그'라고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은 뮤지컬의 바깥으로 나옵니다. 특히 엔딩에서는, 주인공 '조나단 라슨'이 죽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엔딩을 담당하는 곡 Louder Than Words에서는 노래 부르는 장면까지도 나오죠. 개인적으로 어떤 감정적인 마무리를 주인공에게 안겨주고 싶었나란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곱씹어보면 '조나단 라슨'에게 헌정하는 영화로써 기능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뮤지컬이 한 창작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면, 그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과정은 다른 창작자가 그 사람에게 보내는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해야할까요.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는 동안 오아시스의 다큐멘터리였던 <슈퍼소닉>과 <인사이드 르윈>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돌아오지 못할 어떤 순간 대신 한 예술가를 기리고,(<슈퍼소닉>) 음울함과 쓸쓸함을 걷어내고 스타덤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진 무명의 공간을 조명하는 측면에서 두 영화가 이상하게도 떠오르더라구요.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참 좋았던 점은, 어떤 성취의 순간을 다루고 있지 않아서 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잘 될거야 같은 뜬구름 잡는 위안도 아니고, 절망도 아니지만, 작가로서 현실적인 고뇌와 공포(이러다 그대로 뭍혀버리면 어쩌지?)를 다루면서도 강제로 '힐링'을 강요하지 않아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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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5 23:40
수정 아이콘
영화에서 락 모놀로그인 이유는 아마도 영화안에서 보여지는 공연이 틱틱붐이 아니라 조나단 라슨 생전에 만든 30/90(첫곡 제목이기도 한) 이라는 락 모놀로그의 1인극이기 때문 일겁니다. 뮤지컬 형식이 아닙니다. 조나단 라슨 사후에 해당 작품을 3인극으로 바꾸고 제목도 틱틱붐으로 변경되고 공연되었습니다. 틱틱붐으로 바뀌면서 혼자 부르던 노래들도 셋이 부르는데(대표적으로 Louder Than Words) 그 노래를 부르는 방식 자체는 뮤지컬 틱틱붐과 동일 합니다.
aDayInTheLife
21/11/15 23:43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아무래도 제가 그쪽은 잘 모르다보니… 정보 보태주셔서 감사합니다!
21/11/15 23:44
수정 아이콘
https://sosopp.tistory.com/216 - 임마누엘 미란다가 2014년에 틱틱붐 출연하면서(일주일 정도 앵콜공연에 출연했다고 본 것 같습니다) 기고한 글인데. 결국 영화연출까지 하게 되었네요.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DayInTheLife
21/11/15 23:47
수정 아이콘
링크까지! 감사합니다. 인상적인 기고글이네요.
산밑의왕
21/11/16 10:04
수정 아이콘
사실 엄밀히 말하면 틱틱붐은 조나단 라슨의 유작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기 합니다. 아츠님이 말씀하신대로 라슨 사후에 다른 사람들이 여러가지로 손 댄 작품이라서요. 흔히들 말하는 라슨의 유작은 제 최애 작품이기도 한 "렌트"죠...흐흐 (초연 전날 조나단 라슨이 사망...)
렌트에서도 여주인공인 미미가 마지막에 죽음에서 살아 돌아오는데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오페라 라보엠에서는 여주가 사망) 현실의 라슨을 살아돌아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대비되기도 합니다.
aDayInTheLife
21/11/16 10:09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하죠. 흐흐 갑자기 렌트 뮤지컬도 궁금해지더라고요.
난 90년대에 30살이 되었어! 라고 외치는 작가의 요절은 아쉽습니다. 어쩌면 더 원숙한 작품을 내놓았을 수도 있고, 여전히 반항기 가득한 작품을 내놓았을 수도 있을텐데요. 영화는 헌정하는 느낌이 가득하고, 아츠님 말씀대로 뮤지컬과 모놀로그는 다른데 저는 둘 다 못봤지만 모놀로그에 가까운 구성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원본에 충실한 구성이 더 헌정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밑의왕
21/11/16 10:30
수정 아이콘
렌트 좋아요 흐흐 (비록 영화판은 좀 별로지만요..ㅠ)
국내에서도 제가 한창 뮤지컬 보던 2000년대 초반엔(요새 위키드에서 옥주현씨랑 듀엣으로 잘 나가는 정선아씨가 이때 고등학생이었는데 렌트로 데뷔했죠)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개봉했었는데 (렌트 첫 대사가 "December 24th, 9pm 이고 배경도 연말이라...) 한동안 뜸하다가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다시 한번 했을겁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꼭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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