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8/02 05:38:26
Name Respublica
Subject [일반] 알려지지 말아야만 하는 진실 - 메이플스토리와 철학적 소고(2) (수정됨)
메이플 스토리 차원의 도서관 - 그림자 연금술사의 스토리를 소개하며 논하고자 합니다.
---
시간의 초월자 륀느는 검은 마법사가 자신을 제거하려는 것을 인지하고, 초월자의 후신을 남깁니다. 그 후신으로 쌍둥이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들의 이름은 제로-알파(남), 제로-베타(여) 입니다.
그러나 제로는 태어나자마자 검은 마법사의 군단장 윌에 의하여 윌이 만들어낸 거울세계 속에 같이게 됩니다.
그리고 베타는 '그림자 신전'이라는 곳에 따로 유폐되며,
알파는 그림자 마을의 그림자 기사단원으로 세뇌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림자 기사단은 기사단장 윌로부터 임무를 부여받고 그림자 몬스터를 처치합니다. 기사단원 중 팽은 그림자 중화제(알파를 그림자 마을에 가두기 위한 세뇌약-이를 마시지 않고 전투에 참여하면 처형)약제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알파는 에이트라는 이름의 기사단원으로써 에이스 공격대원이었습니다. 팽은 알파는 언제나 잘 싸워내기이 그를 동경하며 부러워했습니다.
펭은 어느날 약초학 책에서 달맞이 꽃의 전설을 읽게 됩니다. 달맞이 꽃은 한가지 진실만을 - 그것이 가혹할지라도 - 알려준다는 꽃을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 팽은 달맞이 꽃을 몰래 먹어보는 중, 심부름하는 알파가 다른 기사단원에게 장난치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러다 들켰고, 그로 인해 서로 비밀을 지키는 친구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알파는 팽과 함께 놀다가, 그림자 세뇌약에 달맞이꽃을 타면 성분이 날아간다는 것, 그림자 세뇌약은 (그림자 몬스터에게서 지켜주는)효능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보니, 도감에 '진실을 알려주는 비약'이라는 페이지가 새로 적혀 있고, 이에 달빛 한 웅큼이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때 윌은 팽을 호출합니다. 알파는 '이상하다'고 말하는 자를 조심하라고 충고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팽은 윌에게 가서 진실의 비약에 대해 묻습니다. 그러나 윌은 그림자 몬스터이게서 마을을 사명이 중요하다는 것, 사명을 의심하면 절대로 안된다며, 달빛 한 웅큼에 대체제를 찾았으나, 연금술로 진실을 찾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알파가 신전으로 향하기 위해 팽을 이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알파와 팽은 달맞이꽃이 있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알파는 그림자 중화제에 달맞이꽃을 타면 효능이 사라진다는 것, 그림자 중화제는 효용이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알파는 팽을 시켜 진실의 비약을 만드려 하나, 그림자 몬스터의 습격으로 달맞이 꽃을 잃어버려 실패합니다. 알파는 신전으로 가자고 했으나, 팽은 달맞이 꽃을 살펴보다가 손이 그림자 저주에 걸린 듯 손이 거뭇해지고, 그림자 중화제가 효능이 사라져 그런 것인 줄 알고, 또 윌이 한 말이 생각나면서 돌아섭니다.
알파는 자신 팽을 몰아붙이고, 그에게 과도한 부탁을 했다고 생각하고 친구로서 지내고 싶어서 그랬다며,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합니다. 그리고 마을로 돌아옵니다.
팽이 돌아와 보니 도감에 또 글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손에 생긴 것은 그림자 저주가 아니다. 진실은 신전에 있다.' 팽은 그림자 신전으로 향하였고 거기서 윌과, 베타가 묶여있는 것을 봅니다. 팽은 그곳에서 윌에게 진실이 무엇이냐 묻고, 윌은 진실을 보여주는 거울을 보여줍니다. 팽은 사실, 그림자 몬스터였던 것이었습니다.
윌은 진실이 얼마나 무의미하냐며 비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달빛과 진실을 알려주겠다며 팽을 회유합니다.
몇시간 뒤 알파는 신전의 목소리를 잊지 못해 따라 찾아갔습니다. 그러다가 윌과 맞닥드리고 싸우게 됩니다.
윌은 알파를 제압하고 회유하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그림자 기사단은 알파를 초월자로 각성하지 않게 하려 알파와 베타를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 졌으며, 그림자 신전에 봉인된 괴물은 자신과 이 소녀라는 것...
알파는 믿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윌은 팽으로 하여금 알파를 설득시킵니다. 결국 '친구의 말을 믿겠다'며 그림자 중화제를 마시며 기억을 잃고, '나인'이라는 이름의 기사단원으로 세뇌당하게 됩니다.
사건이 있은 후 펭은 약초 상자에 알파의 쪽지와 달맞이꽃이 한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알파는 매 사이클마다 자신을 위해 달맞이 꽃을 채집해다 주었고, 늘 팽을 믿고 8번의 사이클 동안 신전에서 세뇌약을 마셔온 것입니다. 그리고, 도감의 쓰여진 낙서는 자신이 전 사이클에 썼던 일기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팽은 진실을 알게 되고 후회하며 윌을 찾아갑니다.
윌은 알파를 세뇌시키기 위해 팽을 사용해왔음을 밝힙니다. '사람의 의심은 조그마한 씨앗만큼 있어도 금세 자라나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어떤 약물도 막을 수 없다. 대신 단 하나만을 분명히 믿도록 하면 다른 것들을 의심해도 상관없다.'
결국 팽은 윌에게,  '나를 진짜가 되게 해주겠다던 말도 거짓이다. 자신이 만든 것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없으테니까' 라고 도발하고 나옵니다.
팽은 자신을 막는 기사단원들을 물리치고 진실의 약을 만들어 나인이 된 알파에게 신전 앞 달맞이꽃 언덕으로 향합니다. 진실의 비약을 완성하자 윌이 나타나 이를 마시려는 팽을 저지하고 병을 내던져 깨뜨립니다. 그리고 중화제를 건냅니다.
그러나 팽은 바닥에 흐르는 진실의 비약을 마셔버리고, 그림자 몬스터의 본모습으로 변하여 사라졌습니다.
그 후 어느 날, 중화제 마시는 것을 잊은 알파가 작전 중일때, 팽은 몸을 내던져 알파에게 접촉하고, 신전으로 가라는 말을 전합니다. 그러나 몬스터의 모습을 했기에 결국 처치당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나인이 된 알파도 그림자 중화제가 거짓임을 알게 되었고, 결국엔 신전으로 향해 베타의 봉인을 해제하고 윌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
1. 의구심 가득한 곳에서 하나만을 진실하게 믿는 것의 위력

가장 낯선 환경에서 찾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장 익숙한 것과 가장 친근한 것입니다. 친한 사람이 알려준 정보는 우리가 신뢰할 확률이 높죠. 거리가 더 가까울수록요. 그렇기 때문에, 지인으로 인한 사기 사건이 잘 일어납니다.
또한 한가지를 진심으로 믿는다면 우리에게서 '확증편향'이라는 것이 발동하죠. 주변 증거들을 내가 믿는 사실에 유리한 걸 수집하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이렇게 작은 세계에 갖혀버리기 쉽습니다. 하나의 거짓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우리 밖의 모든 진실은 거짓으로 보며 살 스도 있는 것입니다. 혹여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거짓은 아닐까요? - 그냥 시뮬레이션 세계의 정보쪼가리의 인생일지더 모르죠. 혹은 우리가 보는 모든 ''존재'가 단순히 존재의 환상일 뿐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거짓 위에 세워진 진실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요, 그것의 가치가 존재할까요? 수많은 철학자가 답습해온 논쟁이지만, 저에게는 늘 생각할때마다 섣불이 답을 내기에 어려운 질문입니다.

2.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거짓을 기반으로 한 세계에서는 진실을 알 필요가 없을까?
'모든 것이 거짓인 것'이 진실인 장소는 존재가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더라도, 매트릭스와 같이 우리가 사는 세계가 컴퓨터가 보여주는 가상세계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행복을 누리고 살아간다면, 자신의 현실 세계의 몸은 비참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 혹은 실제적으로 착취당하거나 파괴당하고 있음을 - 저만 알고 있다면 그들이 불편할지라도 진실을 알려야 할 지, 모두의 행복을 위해 그 진실을 덮고 살아가야 할지 참으로 고민됩니다.

3. 진실이 가진 잔혹성
때로는 어떤 '불편한' 진실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화나게 합니다.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리려 하는 도발적인 진실들은 나를 당혹하게 하며 선택을 종용합니다.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든지, 진실이 무너진 대안세계를 살아가든지. 둘다 사람에게 너무나 잔혹한 형벌입니다.
결국엔 진실을 말하는 것 조차 누구에게는 날아와 꽂히는 비수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진실은 그 존재의 성향 자체가 폭력적입니다.
다수를 불행하게 하는 진실은 추구할 가치가 없는 걸까요? 그러면 그 반대로, 소수를 불편하게 하는 진실이라면 이야기해도 되는 것일까요?
혹은, 진실이란 것은 '사실인 사실'이라는 동어반복적 존재이기에 애초에 무가치한, 무의미한 존재였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진실이란게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요. 존재하지 않아도, 아무도 알지 못해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그런 것일까요.
진실이란게 대체 뭐길래 몇몇 인간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것을 쫓아서 살아가려 할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8/02 06:17
수정 아이콘
강원기 디렉터 시절에 나온 차원의 도서관들은 전부 평가가 좋죠. 생각해 볼 거리가 많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P.S. (2) 라고 적혀있는데 (1)은 어디 있는 걸까요?
Respublica
21/08/02 07:49
수정 아이콘
이 글인데, 제목이 조금 다르네요 크크.
리엔/새비지 터미널과 환경문제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https://pgr21.net/freedom/89804
Respublica
21/08/02 11:26
수정 아이콘
흑흑 메이플은 핫하지 않은거시와요...
불래론
21/08/04 19:34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1. 의견 1,2,3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상황별로 답이 달라질 문제라고 봅니다. 예시의 나인의 경우, 위화감 및 호기심이 진실을 찾아나서게 되는 계기였죠. 그리고 진실을 알아차리려고 했던 행동이 옳았냐는 결국 진실을 알게 되고 난 후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와 같은 결과로 판단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나인의 경우, 결과론적으로 진실을 파헤칠만한 가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제로 키운지 6년이 넘어서 스토리가 자세히 기억나진 않네요.).
2. 개인적으로 제로 차도 에피소드보다 제로 프롤로그 스토리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역시 pgr 유저 대부분은 메이플과 별 추억이 없나봅니다...
Respublica
21/08/04 19:47
수정 아이콘
피드백 감사드립니다.
결국 진실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있는 자리가, 놓여있는 상황이 결정하게 된다는 것은 진실의 무가치성(worthless)을 역설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두가 진실은 고귀하다 말하지만, 무엇보다도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것이라는 안타까운 자기 모순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770 [정치] 이 분 정말 왜 이러는 걸까요. [171] 계피말고시나몬22948 21/08/02 22948 0
92769 [일반] [도서] 100개의 질문으로 보는 중국 [7] aurelius18129 21/08/02 18129 7
92768 [일반] 델타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미국 CDC 보고서 요약 및 해석 [93] 여왕의심복21531 21/08/02 21531 108
92767 [일반] 알려지지 말아야만 하는 진실 - 메이플스토리와 철학적 소고(2) [5] Respublica9754 21/08/02 9754 3
92766 [일반] 7월에 찍은 사진들 [17] 及時雨14213 21/08/02 14213 15
92765 [일반] 만화가 열전(1)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 세계 [29] 라쇼15837 21/08/01 15837 11
92764 [일반] 바보들의 배 [46] FC13577 21/08/01 13577 10
92763 [일반] 아직도 소독분무기차가 있네요 [26] noname1112996 21/08/01 12996 13
92762 [일반] 중국, '영국은 매 맞기를 애걸하는 스피어걸'이다. [53] 나주꿀19485 21/08/01 19485 4
92761 [일반] 금융위기를 이끌었던 마법의 공식 [27] 모찌피치모찌피치18992 21/08/01 18992 50
92760 [정치] 청주집 팔겠다는 노영민 향해 "황당"하다더니, 김현아, SH사장 후보직 자진사퇴 [145] 비온날흙비린내22019 21/08/01 22019 0
92759 [일반] 불안, 알랭드보통(2004) 중에 toheaven8847 21/08/01 8847 6
92758 [일반] 번역]네? 63일안에 외국어를 배워서 해외로 선교를 나가라고요? [30] 나주꿀18138 21/08/01 18138 11
92756 [일반] (미국주식) 우리는 지금 Local Top을 기다려야 하는것이 아닐까? [14] 기다리다11627 21/08/01 11627 4
92754 [일반] [연재주의][약간 스포] 웹툰 하나 소개할께요. [7] 카페알파22512 21/08/01 22512 6
92753 [일반] [팝송] 존 메이어 새 앨범 "Sob Rock" [4] 김치찌개9046 21/08/01 9046 0
92752 [일반] 6년만에 만난 친구랑 축구 본 이야기 [9] 及時雨11827 21/08/01 11827 23
92751 [정치] 어디서부터 이해를 맞춰나가야 할지 모르겠는 요즘 [37] 큐민15451 21/07/31 15451 0
92748 [정치] 여가부와 경찰서/소방서 [8] 코지코지12930 21/07/31 12930 0
92746 [정치] 인터넷상에서의 반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의문점 [442] 미러스엣지22518 21/07/31 22518 0
92745 [정치] 아래 사이트의 방문기록을 삭제하시겠습니까? [48] 도라곤타이가15758 21/07/31 15758 0
92744 수정잠금 댓글잠금 [정치] 노무노무는 왜 쓰면 안 되는가? [388] 실제상황입니다24524 21/07/31 24524 0
92742 [일반] 기술광들의 몽정: 특이점을 통한 영생 [5] FC15366 21/07/31 15366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