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글(https://pgr21.net/freedom/90299?page=2)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지난글 3줄 요약
1. 외장하드 날림
2. 20년간 모은 야동을 잃고 상실감에 빠짐
3. 어차피 모으기만 하고 보지 않으니 있는것과 없는것은 차이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음.

지난 글을 쓰고 나니, 꽤 많은  동지들의 댓들이 달렸다.
분명 나는 더 이상 야동수집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쓴 것 같은데,
정작 그 깨달음에 동조해주는 사람은 눈씻고 봐도 없고 리스트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과
이미 거대한 방주를 구축해서 리스트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만 잔뜩이었다.
간절한 어투로 쪽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어서,
차마 현자타임때 이미 리스트를 지워버렸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그들에게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보니, 어느새 우울감은 사라지고
왠지 자료를 재구축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깨달음 따위 내다 버리고 웹하드 검색 시작.
원래 내 생각은 웹하드는 나약한 자들이나 이용하는것.
그래서 2009년 이후로 웹하드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토렌트는 2년만 지나도 살아있는걸 찾기 힘드니 웹하드를 한번 믿어볼 수 밖에.
모 토렌트 사이트에서 '웹하드 추천해주세요~!'라는 글을 보니 댓글이 다 광고처럼 보이는데
그나마 많이 사용하는 것도 그리드가 깔린다는 얘기가 있어서 영 꺼려진다.
그래서 그냥 포기할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떠오른 생각.

안경!

나는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논19금 폴더였던 것을.
그곳에 내가 모은 모든 안경녀 짤과 일러스트들이 있고 나는 그것을 절대 잃을 수 없다는 것을.

안경은 웹하드에서 못 구한다. .
특히 내 취향으로 모은 비19금 안경미소녀 사진과 일러스트들은 돈주고도 구할 방법이 없다.
세상엔 안경포비아가 넘쳐나서...예전에 정말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는데 모 커뮤니티에서
안경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있는 진짜 몇 안되는 작가인 사사모리 토모에좌의 작품을 가지고
그림판으로 안경을 제거하는 강좌를 하고 있는 꼬라지를 본 것.
가뜩이나 신작 올라올때마다 번역판보다 안경제거판이 더 먼저 올라와서 마음이 불편한데,
이것은 안경대학살! 안경대학살이다! 흑흑 여러분 안경혐오를 멈춰주세요...

아무튼 지난 20년동안 인터넷질을 하면서 가뭄에 콩 나듯이 발견하는 안경녀짤을 볼때마다
저장해 놓은 파일이 대략 500개는 넘고 1000개는 안되는것 같은데, 아 이건 곱씹어 볼 수록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야동에는 내 인생의 절반이 담겨있지만 안경짤에는 내 영혼이 담겨 있기에...
하지만 다시 찾아서 받는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왜냐하면 위에 있는 전설의 안경제노짤만 봐도, 구글에 안경제노를 치니 왠 남자 아이돌이 나와서
식겁했는데 다행히 제노의 역습이란 키워드를 기억해서 찾은 거라,
기타 다른 안경녀짤들은 대체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감도 안 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하드복구를 해야 한다는 것.

유료복구 업체를 찾아보니 소프트웨어적 복구는 15만원, 물리적 복구는 20~40만원 정도 하는데...
그래 난 100만원 까지는 쓸 용의가 있어! 하고 자세히 읽어보니
복구 프로세스중에 스캔후 복구가능 파일 리스트를 뽑아서 전화통화하는 단계가 있네?
아니 날 수치심으로 죽일 작정인가?
그래 야동은 사실 문제가 덜 되긴 한다. 제목만 보면 그냥 [배우이름] AAA-111 이렇게 되어 있으니
그냥 야동이구나 크크 하고 넘어가겠지.

하지만 동인지는 문제가 된다. 제목이 엄청난게 많거든...
제목이 막 으아아앗 그아아앗 헤으응 난리가 났는데,,,
하 나는 그걸 그냥 받은 상태(영어or일본어)로 둘 걸 왜 한땀 한땀 전부 한글로 번역해 놨단 말인가?
일본어를 못하니 표지에 적혀있는 일본어를 네이버 사전 일본어 필기검색기에 그려서
한글자 한글자 넣기까지 했는데...

그외 실사쪽도 문제가 되는게 짧은 클립들을 모아놓은 폴더가 있는데
그 안에 진짜 집요하게 안경이랑 메이드만 모아놨기 때문에 복구하는 아저씨가 썸네일 보면서
"어이구 이새퀴 취향 확고하네 크크" 하는걸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자살이 마려워진다
아 도저히 불가능 난...난...이런 미래는 감당 할 수 없어...! 그리하여 복구업체는 포기.
마지막 미련으로 49.99달러짜리 복구프로그램을 돌려봤는데 5퍼센트에서 더이상 스캔이 안된다.
역시 디스크 표면이 물리적으로 맛이 간 듯.
억지로 돌리는 바람에 더 심하게 고장이 났는지 꺼더덕 꺼더덕 하고 긁는 소리까지 난다.

하 결국 안되는 건 안되는 거구나 하고 미적미적 포기를 하고 나니,
새삼 세상이 원망스러워 지기 시작한다.
여자들한텐 안경남이 메이져 취향이라던데, 왜 안경녀는 이리 마이너하단 말인가?
안경녀가 메이져 취향이었다면 연예인들도 막 안경쓰고 나오고 아나운서들도 안경쓰고 나오고
그럼 그 중에서 내 취향 하나 없겠어?
지금도 안경쓰고 나오는 사람 있지 않느냐고 한다면 그건 잘 모르는 소리다.
안경을 쓴다고 안경녀가 되는게 아니라 안경이 어울리기에 안경녀인 것이다.
참고로 안경이 어울리려면 안경을 벗은 상태에서 코 위쪽과 눈주변이 좀 심심하게 생겨야 한다.
그래야 안경을 쓰는 순간 심심한 부분이 채워지면서 미모가 완성되기 때문에...

내가 짤을 주으러 가는 일본쪽 사이트에는 온갖 마이너한 취향의 태그가 다 있는데
신기하게 glasses만 없다. rimless glasses는 있긴 하지만 무테는 죄악이므로 패스.
eyewear로 검색하면 왠 끔찍한 퍼리들만 잔뜩 나온다.
세상에 퍼리라니...그런 포스트 아포칼립스에나 어울릴법한 취향은 대체 누가 갖고 있는 거람?
나의 안경녀 취향은 매우 정상이지만, 퍼리나 포니취향을 가진사람은 얼른 신고해서
격리해야 하는 것이다(농담이다).

아무튼 언젠가 안경녀도 대세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라식수술땜에 좀 힘들어 보이지만 세상엔 알없는 안경이란게 있으니.
일본에서는 안경쓰고 수수하게 있다가 안경벗고 풀 메이크업한 얼굴로 짜잔~!하고 나타나며
미모 격차를 자랑하는게 인스타에서 유행이라던데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원래 안경이란 벗고 있다가 쓰면서 짜잔~! 하는게 진리이거늘, 이 간단한 이치를 왜 모른단 말인가?

아...

안경에 대한 하소연은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으니
상실감에 정신이 나가버린 본인의 개소리는 여기서 그만 마치겠다.

ps.
아 그리고 그쪽 자료는 현재 재건중입니다.
순전히 기억력에 의존하는거라 힘들줄 알았는데 취향이 일관되다 보니
하나 찾으면 문어발 식으로 얻어 걸리는게 많네요.
시드가 죽어버린 토렌트 파일도 같은거 10개씩 걸어놓고 자고 일어나면 한 두개씩은 얻어걸리니
역시 믿을건 관대한 미국 형님들 뿐...
워낙 귀찮은 작업이기도 하고 기억 안 나는 것도 많다보니 1테라 안에서도 또다시 옥석이 가려지네요.
더 줄이는 건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3~400기가 안쪽으로 압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