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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31 16:16:31
Name 라쇼
Subject [일반] 미야모토 무사시 야규 신카게류에 검술을 전수하다. (수정됨)
미야모토 무사시는 30대 후반 무렵 오와리 지역에 방문합니다. 도쿠가와 요시나오가 다스리는 오와리 번에는 야규 세키슈사이의 손자 야규 효고노스케 토시요시가 검술 사범을 맡고 있었죠.

사료 기록 중엔 무사시와 토시요시가 만난적이 있다는 일화도 있는데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미야모토 무사시와 야규 토시요시가 길에서 마주쳤다. "오랜만에 무사다운 몸가짐을 보았다. 그대가 야규 효고인가?" 무사시가 물어오자, 토시요시도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는 그대는 미야모토 무사시겠군요." 그후 무사시는 야규 토시요시의 자택에서 머물며 바둑을 두거나 선문답을 나누었다. 하지만 누구도 검술에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뭔가 척 보기만 해도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무협지 같은 일화로군요.

또 다른 기록에는 무사시가 오와리 번에 사관하기를 희망하여 검술 시범을 보였으나 오와리번 2대 번주 도쿠가와 미츠토모에게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미츠토모가 거절한 이유인 즉슨 무사시의 검술은 귀신의 검술이라 남이 보고 배울 만한 검술이 아니다란 것이었죠. 근데 이 기록은 거짓인게 미츠토모가 아버지 요시나오의 뒤를 이어 다이묘가 된 것은 1650년입니다. 무사시 사후에 다이묘가 된 거라 시기가 맞지 않죠. 무사시의 검술이 남을 가르칠만한 검술이 아니다라고 혹평한 장본인은 도쿠가와 미츠토모가 아니라 야규 토시요시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효고노스케 이사람 무사시랑 바둑도 두고 농담 따먹기도 실컷 즐겨 놓고선 뒷담화 하다니 성격이 나쁘네요.

이런 기록에 남은 일화와 달리 오와리에 융성했던 검술 유파 오와리 야규 신카게류에는 무사시가 젊은 시절 창안했던 유파 원명류의 검술이 남아 있습니다. 오와리 야규는 에도의 야규 무네노리에게 반발하여 독립한 야규 토시요시가 창안한 유파인데요. 오와리 야규가 생겨난 배경과 야규 신카게류의 분쟁에 관한 정보는 제가 전에 올린 글이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야규 신카게류의 분쟁
https://pgr21.net/freedom/89412


오와리 야규 신카게류의 검사들은 무사시와 교류하면서 원명류와 이도류 검술을 전수 받습니다. 혹자는 이도류는 실전성이 떨어지는 검술이고 무사시도 과대평가된 삼류검객이었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일본 전국에 이름을 떨친 야규 신카게류는 무사시의 검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것이죠.

쇠락 할 뻔했던 오와리 야규 신카게류를 다시 일으켜 세운 중흥조 나가오카 후사나리(中岡房成)은 우리 유파에 있는 이도 검술은 무사시에게 비롯된 것이며 원명류와 오와리 야규 신카게류 두 유파의 신법은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 증거로 오와리 야규 신카게류의 정통을 이어 받은 춘풍관 도장에 원명류의 이도류 카타가 현재까지 남아있죠. 무사시의 이도류와 야규 신카게류의 이도류가 어떤식으로 흡사한 지 영상으로 살펴봅시다.



니텐이치류 이도 연무 시범


춘풍관 야규 신카게류 이도 연무 시범




두 유파의 쌍검술이 상당히 흡사하죠? 야규 신카게류에 남아있는 이도류 카타는 무사시가 만년에 창안한 니텐이치류보다 더 이전의 검술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원명류 이도류 검술을 야규 신카게류가 흡수하여 제자들에게 대대로 전수시킨 것이죠.

미야모토 무사시는 자신의 저서 병도경과 오륜서에서 검술의 이상적인 자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얼굴은 쳐들지도 숙이지도 않고, 기울이지도 비틀지도 말아야 한다. 쓸데없는 표정을 짓지 말며 이마에 주름이 지도록 찌푸리지 말고 미간을 찡그리지도 말며 눈은 가늘게 감고 깜빡이지 않고 눈동자는 강하면서 평온해야 한다.

표정은 부드럽게 하고 콧대는 똑바로 세우고 아래턱은 앞쪽으로 조금 내민 듯 해야 한다. 뒤쪽 목덜미에 힘을 주어 목이 아주 똑바르고 꼿꼿하게 서도록 하여 어깨 아래에서 전신에 걸쳐 고루 힘이 미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배에 힘을 주어 허리가 구부정해지지 않도록 한다.

와키자시의 칼집은 배에 밀착시켜 허리띠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하는데 이를 쐐기를 박는다라고 말한다.

顔、鼻筋直にして、少Lおどがい(下あごの先)を出す向なリ。首は、後ろの筋を直に、うなじにカをいそみれて、肩よリ越身(全身)はひとしく覚え、両の肩をさげ、背筋をろく(真直ぐ)に、尻を出さず、膝よリ足先までカを入れて、腰のかがまざるように、腹をはリ、(顔は鼻筋真直ぐ、首は、後ろの筋を真直ぐに、うなじに力をいれて、肩より全身は一つのように体感して、両肩を下げ、背筋を真直ぐに、尻を出さず、膝より足先まで力を入れて、腰のかがまないように、腹をはり~

오륜서 물의 권, 검술의 신법에 대하여


비유를 하자면 하늘에서 밧줄을 늘어뜨려, 낚시줄을 내린 것과 같은 느낌이로다. 이 비유의 의미가 제법 재미있으니 교외별전이로다.

たとえば空より縄を降ろし、釣り下げたるものと心にあるべきなり. この儀、一段面白(き)たとえなり、教外別伝たり.


병도경(兵道鏡)



병도경은 무사시가 젊은 시절에 썼던 검술서입니다. 추상적인 표현이 구체적으로 설명한 오륜서와 비교되죠. 오와리 신카게류를 이어받은 춘풍관 도장은 책을 출판하여 무사시가 병도경에 서술한 이상적인 검술 자세를 삽화로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1.jpgimage.jpg


그림의 출처는 디시 롱소드 검술갤입니다. 제가 그림판으로 번역을 넣었는데 좀 조잡하네요 크크; 여하튼 그림으로 설명된 무사시의 검술 자세를 요약하면 머리와 발쪽을 보이지 않는 힘이 잡아 당기듯이 무게 중심을 주고 복근과 등근육에 힘을 주어 척추를 똑바로 세우라는 것입니다. 설명을 보면서 저도 자세를 잡아 봤는데, 오 이거 뭔가 딱 각이 잡히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무사시가 설명한 검술 자세는 현대 검도에서 가르치는 자연체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검도의 전신인 일도류에도 무사시와 매우 흡사한 가르침이 남아있는데 검술의 진수에 도달하여 얻는 결론은 다들 비슷한가 보네요. 무협지에 나오는 만류귀종이 떠오릅니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과대평가 받은 검호다란 온라인의 평가와 달리 고류 검술 연구가와 검도인에겐 상당히 후한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그저 입만 잘털어서 유명해진게 아닌 고도의 검술 이론을 체계적으로 세운 달인이었다는 이야기죠. 자료를 파고들 수록 대단했던 인물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잘못된 정보로 까이는 걸 보면 좀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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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20/12/31 17:00
수정 아이콘
검도, 무사도에 관심 많고 애호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잘 봤고요 바로 전 글도 완전 잘 봤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글 보면서 이 사람(미야모토 무사시) 대단하다 생각하면서 제가 전에 본, 일본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 강연 내용들 다룬 책에서 본 최고 무사 떠올랐고 설마 둘이 동일인물은 아닐까 했는데 확인해 보니 동일인물 맞아서 좀 놀라웠네요.

마쓰시타 고노스케 강연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것도 아니고 그냥 미야모토 무사시는 그림도 매우 잘 그렸다는 잡담과 검법 스승 없이 스스로 그 경지 오른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자기 자신 스승 삼아 스스로 깨우치라는 정도로 짧게 말했는데도요.

근데 워낙 전설적이고 유명한 인물 같아 사실 그렇게 놀라워하고 고무할 일은 아닌 듯 싶기도 하네요.

연말 선물과 같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우너
20/12/31 17:10
수정 아이콘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시나브로
20/12/31 17: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 참 전 글의 '하나、 연모의 정을 품지 않는다. (一、 れんぼの道思ひよるころなし)' 보고는 영화 '최후의 추신구라'에서

죽은 자기 주군의, 딸 악기 가르치던 매력적인 중년 여성 사랑 고백에 "나는 무사요..." 하면서 고사한 주인공 생각이 났었네요.


*아까 둘째 줄 생각해서 콤마 써 저렇게 쓰긴 했는데 그냥 쓰면 어떻게 써도 의미가 세네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군요.

'죽은 자기 주군'의 딸에게 악기 가르치던 매력적인 중년 여성
20/12/31 18:01
수정 아이콘
2010년에 개봉한 영화로군요. 추신구라로 대표되는 무사도 정신은 극단적인 느낌이지만, 전국시대에 주군의 복수를 위해 벙어리가 됐던 예양이나 목숨을 걸고 진시황을 암살하려던 형가처럼 비장미가 있더군요.
지하생활자
21/01/01 01:55
수정 아이콘
현대 죽도검도에서는 이도 상단밖에 사용되지않는데 기본 자세가 다양하군요
실제로 이도와시합하면 포인트 안나서 무승무가 많이 납니다. 막는건 잘막는데 한손으로 대도를 사용해야되서 속도가 덜 나오거든요
21/01/01 03:19
수정 아이콘
오 검도를 수련하시나 보군요. 말씀하셨듯이 현대 검도는 니텐이치류의 오법의자세(五法之構) 중에서 상단만 쓰고 있습니다. 머리를 가격해야 포인트를 얻는 검도에선 상단보다 효율이 잘나오는 자세가 없기 때문이죠. 소도로 중단 자세를 잡아 방어에 신경쓰고 칼자루 끄트머리를 잡은 대도로 채찍처럼 내려치는 동작이 한 손으로 죽도를 휘두르는 이도류의 부족한 속도와 위력을 보충해주니까요. 그러나 칼자루 끝을 잡는 파지법을 해도 양손으로 휘두르는 일도의 속도를 따라가는게 아무래도 쉽지 않죠. 검도에선 방어에 특화된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도에 익숙하지 않은 검사에게 유리하다는 메리트도 있고요. 이도류는 한 마디로 피지컬 검술인데 체구가 큰 서양인들이 선호하더군요. 죽도보다 무거운 진검을 사용했던 무사시가 피지컬을 타고난 인자강이었다는 설도 나름 납득이 가더라고요. 오랜만에 댓글로 검술 얘기를 해주시니 무척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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