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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10 15:19:37
Name 아난
Subject [일반] 물고기의 즐거움 (수정됨)

莊子 外篇 17. 秋水 15.

莊子與惠子遊於濠梁之上。莊子曰:「儵魚出遊從容,是魚樂也。」惠子曰:「子非魚,安知魚之樂?」莊子曰:「子非我,安知我不知魚之樂?」惠子曰:「我非子,固不知子矣;子固非魚也,子之不知魚之樂全矣。」莊子曰:「請循其本。子曰『汝安知魚樂』云者,既已知吾知之而問我,我知之濠上也。」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濠水)의 돌다리 위에서 노닐고 있었는데, 장자가 말했다. “물고기가 한가로이 놀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물고기의 즐거움일세.” 혜자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겠는가?” 장자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혜자가 말했다. “내가 자네가 아니기 때문에 참으로 자네를 알지 못하네. 그것처럼 자네도 당연히 물고기가 아닌지라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네.” 장자가 말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세. 자네가 나를 보고 ‘자네가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느냐’고 말한 것은, 이미 내가 그것을 알고 있음을 알고서 나에게 물어온 것일세. 나는 그것을 이 다리 위에서 알았지.”
--

장자는 물고기들의 어떤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그 물고기들이 그리 헤엄치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장자가 그리 말한 근거는 느낌이다.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에 사람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이 오버랩된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오버랩은 되어도 물고기가 즐거워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까 장자의 그 느낌은 그 오버랩+@에서 나온 것이다. @가 그 느낌의 주관적 요소이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겠는가?”라는 혜자의 말은 장자의 말은 실제로는 물고기라는 이종 생명체의 상태의 객관적 기술이 아니라 그 상태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의 표현일 뿐이라는 것, 그 말이 객관적 기술이 되려면 장자는 물고기여야만 할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종 생명체의 상태의 객관적 기술을 하려면 그 다른 생명체가 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가? 그 상태가 무슨 측정 가능한 생리적 변화가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주관적 상태라면 틀림없이 그런 것인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어떤 모습을 즐거워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종 생명체의 비슷한 모습을 그리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장자는 혜자 당신은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그 물고기들이 즐기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아느냐고 묻는다. 장자의 이 물음은 혜자의 주장에 대한 논박이 될 수 없다. 장자 당신은 물고기들이 즐거워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취지의 혜자의  말은 혜자가 장자가 아니면서도 할 수 있는 말이다. 장자의 말을 이해하고 그 말의 근거가 부족하다고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말이다.

혜자의 말에 대한 논박으로는 함량미달인 장자의 그 물음에 혜자는 “내가 자네가 아니기 때문에 참으로 자네를 알지 못하네. 그것처럼 자네도 당연히 물고기가 아닌지라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네”라고 응수한다. 혜자는 장자와 절친이면서도 자신이 장자를 참으로 알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장자를 참으로 알려면 자신이 장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말한대로 장자를 참으로 알지는 못해도 장자의 말을 이해할 수도 있고 논박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더 나아가 혜자는 장자의 어떤 모습을 보고 "장자가 지금 즐거워하고 있구나"라고 확신할 수도 있지 않은가? 장자가 그 모습을 꾸미지 않은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인간 개인들이 서로의 주관적 상태마저도 참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은 사회(생활이)라는 것의 가능조건이 아닌가? 물론 자신을 타인들한테 완전히 터놓는 인간들은 별로 없고 인간들은 늘 서로를 오해하며 거짓으로 꾸민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즉 인간들이 서로에 대해 '타'인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참으로 자네를 알지는 못하네"라는 혜자의 말은 <타인을 아는 것은 정도와 과정의 문제이다. '지금' '이미' '벌써' 타인을 100% 참으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에 대한 앎을 주장함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라는 지혜를 표현한 것이라면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 말은 타인(의 상태)에 대한 일체의 참된 앎의 획득 불가능성이라는 회의주의적 울림을 낸다.

혜자가 인간들, 심지어 절친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참된 앎의 획득불가능성을 믿는다면, 이종 생명체에 대한, 그것도 그 생명체의 무슨 신체 상태가 아니라 즐거워 함 등등의 주관적 상태에 대한 참된 앎을 획득불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 믿음에 대한 장자의 반론은 문자 그대로로는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자네가 나를 보고 ‘자네가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느냐’고 말한 것은, 이미 내가 그것을 알고 있음을 알고서 나에게 물어온 것일세"라는데, 혜자는 장자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음을 알고서 그리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혜자는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장자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함을 지적한 것 뿐이다. 물론 그 지적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는 장자의 말을 이해했을 때만 가능하고 그런 의미에서 혜자는 여하튼 그때 거기서 그런 말을 하는 장자는 안 것이기는 하다. 그것도 "참으로 안 것이다." 혜자는 그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비꼬인, 말장난에 가까운 대화를 통해 장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나에 대한 당신의 이 참된 앎, 당신이 내가 아니면서도 나에 대해 획득할 수 있는, 내가 당신과 같은 인간이고 더 나아가 당신의 절친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힘입은, 이 참된 앎의 획득가능성은 즐거움 같은, 물고기의 주관적 상태에 대한 우리 모두의 참된 앎의 획득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모든 생명체들의 행태에는 속한 종들 사이의 차이를 관통해서 적어도 우리 인간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어떤 보편적 경향성이 있다. 즐거움을 누리려는 것이 그 경향성들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이 호수(濠水)의 돌다리 위에서 물고기들이 돌들 사이를 이리저리 헤엄치는 모습으로부터 받은 느낌에서 그 물고기들이 즐거워하고 있음을 안다! 그 앎은 당신이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나에 대해 부분적으로나마 획득한 앎, 그리고 내가 즐거워할 때 그 사실에 대한 당신의 앎과 완전히 부류가 다른 앎이 아니다.  

내 해석이 맞다면 나는 그 말을 지지한다. 다만 그 해석은 정확히는 내 해석이 아니다. David Graeber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기막힌 다음 글의 마지막 대목을 그 글의 전반적 취지에 맞게 내 다름대로 확장한 것이다. 이 글은 올 한 해 동안 내가 읽은 글들 중 가장 재미있고 도움되는 글, 완벽하게 설득당한 글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범심론적 세계상을 설파하는 글이다. 글 자체는 길지만 이런 류의 글로는 짧다. 세계에 대한 일관되고 규모가 크고 설득력있는 상 picture을 서 너시간 들여 확보하고 싶은 분들은 꼭들 읽어들 보시기를 권한다.  

What’s the Point If We Can’t Have Fun?
https://thebaffler.com/salvos/whats-the-point-if-we-cant-have-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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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고기말이
20/12/10 16:14
수정 아이콘
와 이거 조금만 다듬으면 수능 비문학 지문으로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언어영역 풀던 생각나서 오랜만에 몰입해서 읽었네요 크크
Foxwhite
20/12/10 16:27
수정 아이콘
피지알 자게의 참맛은 이런 류의 글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크크
실제상황입니다
20/12/10 16: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 직관이 인간들 사이를 관통할지는 몰라도 종들 사이를 관통할지는 모르겠네요. 포유류면 또 몰라도 어류를 보고 그걸 알 수가 있으려나. 알 수는 있어도 쉽지는 않을 듯. 어쨌든 직관이 그 어떤 사이들을 건너가긴 할 텐데 그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앎의 깊이도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직관적으로다가 그렇게 느껴지네요. 제가 해석하기에 물고기를 보고 즐겁다 함은, 차라리 동일시라고 하는 유아적인 주관의 세계상을 말해주는 것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20/12/10 16: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렇죠. 사실 장자의 그 '느낌으로 안다'는 엄밀한 의미의 직관이 아니라 그 느낌에 대한 믿음이고 그 믿음은 특정한 세계상을 전제로 합니다. 그 세계상이 없는 사람들은 느끼기는 할 지언정 그 느낌을 믿기까지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그 세계상을 동물행동학의 연구성과들은 물론이고 양자역학까지도 끌어들여 순전히 사변적이지는 않은 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metaljet
20/12/10 20:33
수정 아이콘
양자론적 불확정성을 생물의 의식과 놀이행동에까지 확장하는 썰은 흥미롭긴 한데 왠지 프리쵸프 카프라의 향기가..
20/12/10 21: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레이버는 현대에는 화이트헤드와 퍼스로 대표되는 범심론 전통에 서 있습니다. 의식, 도덕성, 자유의 기초는 유희행동을 함에 있다, 유희행동은 인간 외의 동물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아원자 소립자 수준에 이미 유희행동의 원시적 맹아로 개념화될 수 있는 현상이 있다고 상정할 때 가장 복잡하게 조직화된 물질적인 것들에 존재하는 의식, 도덕성, 자유가 어떻게 발생하는 지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형식이 가능해진다, 그것들의 발생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형식은 데카르트적 이원론 아니면 출현론인데 둘 다 문제가 있다, 네오 다윈주의에서는 의식, 도덕성, 자유의 존재가, 따라서 발생도 아예 미스터리로 남게 된다 - 이런 식으로 얘기가 진행됩니다. 실상 데카르트적 이원론은 지지자들이 극소수이고 지배적인 설명형식은 출현론입니다. 그런데 슬쩍만 봐도 그레이버식 범심론적 설명형식은 출현론의 개선판, 즉 저차 수준들에 고차 수준에 존재하는 것의 맹아가 있다는 식으로 보완된 출현론임을 알 수 있습니다. 프리초프 카프라도 <물리학의 도> 같은 책에서 이런 식으로 얘기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최근 20여년간 가장 유행하고 있는 철학 조류는 객체지향존재론=사변적 실재론=신유물론인데, 얼핏 보기에 그레이버식 범심론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이 주제에 관심 깊은 분들은 그것들과 카프라식 얘기가 그레이버식 범심론과 기둥 줄거리가 같다고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metaljet
20/12/11 09:53
수정 아이콘
<물리학의 도>는 읽어보진 못해서 모르지만 그레이버가 이야기한 것들은 카프라의 <생명의 그물>이나 얀치의 <자기조직하는 우주>에서 언급한 것과 뿌리를 같이하는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카프라가 묶이는 학문 부류가 소위 심층 생태론인데 지구생리학, 가이아 이론 등도 여기에 포함되고 그래서 주류과학계에서는 과학을 가장한 범신론이라고 비판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증명할 수는 없는 것들이니까요. 그래도 요즘 환원주의나 네오 다위니즘에 비판적인 계열의 생물학자, 생태학자치고 카프라의 영향을 아예 안받은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최신 철학의 사조에 대해서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딸라
20/12/11 09:00
수정 아이콘
물고기가 즐기고 있단 것 자체가 공감이 안 가면 어쩝니까.
오히려 제가 보기엔 천적의 사냥을 피하기 위한 무한의 회피기동으로 보입니다.
20/12/11 11:48
수정 아이콘
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그렇게 보는 것이 다윈주의적 설명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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