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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27 22:18:21
Name 치열하게
Subject [일반] 왜 나의 코미디는 웃기지 못하는 걸까(feat.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 (수정됨)





평소처럼 유튜브에서 무얼 볼까 영상 목록들을 쭉쭉쭉 내리던 중 10분 전후로 끝나는 영상을 골랐는데
보고 나서 예상 외로 10분이 넘을 만큼 생각, 사색, 고민, 곱씹음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약을 못하고 두서가 없기 때문에 영상을 보시길 추천드리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영상을 요약해보자면
아서(영화 '조커'의 주인공 아서플렉)의 개그를 왜 안 웃기다고 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It's not funny

코미디는 분노, 고통, 좌절 등의 부정적인 것에 기인하는데 이러한 것을
 (감독의 말 '많은 코미디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코미디가 고통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로버트 맥키의 말  '코미디의 이면에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과 사회에 좌절한 이상주의자의 분노가 담겨있다')

유머로 승화시킴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와 해방감을 느끼게 만듬
 (아서가 소피의 사는게 힘들다는 권총자살 시늉 유머에 웃고 따라함)

그리고 유머를 나눌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이해와 공감'이 매우 중요한데
(인간의 웃음 중 실제로 웃겨서 웃는 건 10~15% 정도이고 사회적 관계속에서 웃는 경우가 많음)

영화 속 아서의 유머에 대해선 사람들이 '이해와 공감'을 하지 않아 웃질 않음
(아서가 느끼는 분노와 고통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

그렇다고 영화 속 사람들이 공감력이 부족해 안 웃는다 보다는

보통사람들이 보기에 아서의 유머가 너무 암울해서 웃지 않게 됨
(위에 언급한 소피의 '권총자살 시늉 유머'의 경우 삶이 정말 힘든 사람들은 쓴웃음이라도 지을 수 있지만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웃기기 보다는 슬프게 느껴질 수 있음)

위 요약 내용과 영화 속 내용을 매칭해보면
영화 속에 코미디 클럽에서 아서가 했던 유머인
'예전에 코미디언이 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웃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웃지 않는다'는
사실 영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밥 몽크하우스의 유명한 유머로
예전엔 사람들이 자신의 꿈(코미디언)을 비웃었지만
꿈(코미디언)을 이룬 지금은 다들 배아파서 웃지 않는다는 내용.
하지만 영화 속 아서가 했을 때 관객들도 웃기지 않은 이유는 아서의 현실 자체가 암울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글퍼지기 때문

'정말 아서는 안 웃기는 것일까?'

가 영상의 요약이지만 정말 그냥 영상을 보시는 건 추천드립니다. 제가 요약을 잘 못해서...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유머, 코미디 등이 부정적인 것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편입니다.
100% 모든 코미디와 유머가 그렇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면 그런게 굉장히 많습니다.
영화 '극한직업'도 본업인 수사를 잘 못하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출발했고,
시트콤도 결국엔 누군가 사고를 치거나 사고가 나면서 웃음을 유발합니다.
또한 이해와 공감이란 점에서 '등산왕 마속과 가정의 달'은 삼국지를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으며
예전 개콘 '편하게 있어'도 말은 편하게 있으라지만 실상은 불편한 현실 속 공감가는 상황을 그렸고,
'시청률의 제왕'도 드라마를 보면서 대다수가 느꼈을 '비슷함'에 공감하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가끔 A 커뮤니티에서 본 유머글에 웃었다가 B 커뮤니티에 똑같은 유머글이 올라왔을 때
댓글 반응이 전혀 달라서 '오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한 쪽에선 웃는 데 다른 한 쪽에선 '어떻게 저런 것이 웃기냐'는 것이지요.
위 영상을 보면서 어느 쪽이 선을 넘었고, 어느 쪽이 선비인 것이 아니라(선 넘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100% 다가 아닌 것을 강조합니다.)
어쩌면 서로 처한 환경에 의해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공감못하는 것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디씨의 흙수저 갤러리에 정말 암울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 관한 유머글을 썼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웃고 공감할 수 있지만 아닌 사람들이라면 공감도 못하고 암울한 현실에 숙연해지는 거겠죠.

영상 댓글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1. 유머는 사회, 정치, 인간관계 등 삶의 모든것을 향한 불만과 고통에서 나온다

2. 머레이도 조커도 사회를 향한 불만에서 나온 유머다

3. 하지만 사람들이 머레이의 농담에는 웃어주지만 조커에게는 웃어주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소외당한 조커의 고통과 불만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그래서 조커는 "잘난 니들이 웃기고 안웃긴걸 결정한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함)'

(어쩌면 제 요약보다 훨씬 더 잘 요약..., 이후 디씨식 유머에 대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최근 커뮤니티에서는 인싸와 아싸를 구분짓고 나누려는 경향이 강한데 머레이를 인싸로 조커인 아서를 아싸로 본다면
아싸들이 인싸들의 유머를 보면서 '어휴 인싸놈들은 저런 게 재밌나, 역시 가진놈들이란' 반응이나
인싸들이 아싸들의 유머를 보면서 '맨날 자기 아싸라면서 너무 자조적이자나 이젠 불쾌해지려하네' 하는 반응처럼
갈라지는 반응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거 같기도.....

그렇다면 최근 단연 부각되는 '불편러'는 그럼 어떤 것인가?
는 잘 모르겠어서 다른 분들게 턴을 넘기고 글을 마칩니다.



p.s 저도 다른 커뮤에서 추천하는 거 보고 유튜버 영상을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아래 영상은 유게에도 올렸던 영화 '기생충' 관련 '사모님 사랑하시죠?'에 이선균이 불쾌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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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ewalker
20/09/27 22:23
수정 아이콘
이 영화 보면서 가장 먼저 연상 됐던게 디씨에서 무리수 드립글 올리다가 싸한 반응만 얻고 흑화해서 갤러리 파괴자가 된 사람들이였습니다.
나주꿀
20/09/27 22:45
수정 아이콘
저도 지난 주에 유튜브 알고리즈의 간택을 받아 이 유튜버 분의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여러 영화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주는데 롱런 했으면 좋겠어요.
아르비테즈
20/09/27 22:51
수정 아이콘
요런시점.. 이분 유튜브에서 해설한 매트릭스 시리즈 해석이 ..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본 매트릭스 해석중에서 최고였습니다.....

5편인데.. 쉼쉬지도 않고 5편을 동시에 다 봤습니다.
20/09/27 23:00
수정 아이콘
요런시점......이분 블로그에서 펄프픽션 분석글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유튜브도 잘됬으면 좋겠네요.
치열하게
20/09/27 23:43
수정 아이콘
어후 저도 글 쓰고 조커 2,3편 다 봤는데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조커 아니 그냥 조카라는 캐릭터를 이해했습니다. '조커'는 조커의 기원을 다룬 영화로서는 최고네요... 유튜버도 준비하면서 웃음에 관해 조사했다니 위에 세분이 추천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말
하심군
20/09/28 00:12
수정 아이콘
결국은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거죠. 약자는 원래 약자고 강자들도 인터넷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무기에 썰려서 약자라고 불릴 자격을 얻었고요. 좀 많이 빗나가는 이야기 이긴 한데 아베가 일본인들에게 선사한 가장 큰 업적은 납북 일본인과 독도문제를 통해서 드디어 일본인도 피해자라는 지위를 얻게 해준 게 가장 큰 거라고 보거든요. 그만큼 약자라는 지위는 달콤합니다. 특히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그 지위만 받는 건 더더욱이요. 그 댓가로 풍자는 결국 약자가 강자를 향하게 되어있는 건데 강자가 없어졌으니 갈곳을 잃은 코미디는 없어질 수 밖에요.
아마추어샌님
20/09/28 07: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불편러는 코미디를 파괴하는 사람들이고 그걸 성공했네요!!

라고 생각이 드네요.
(물론 모든 상황에 적용될 이야기는 아닐겁니다.)
제리드
20/09/28 12:51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요즘 세상사는 가까이서 봐도 희극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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