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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02 22:50:23
Name 공기청정기
Subject [일반] 유게의 중소기업 면접을 보고 떠오른 예전 면접의 기억.
  

  이대로 더 하다간 진짜로 죽겠다 싶어서(...) 조선소를 때려 치우고, 대구로 돌아와 새 직장을 구할때 였습니다.

  출퇴근이 되게 편한 위치에 있는 업체가 있어서 면접을 보러 갔었죠.

  그런데 제시하는 페이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적은거에요?

  제가 당시 기능장이었는데(지금은 기사) 대구 시내 어딜 가도 그거보단 훨씬 많이 받을수 있는 페이라 '너무 심하게 깎으시는거 아닙니까?' 라고 물어 봤습니다.

  그러니까 면접을 하던 그 회사 총무님이 말씀 하시길...

  "기사님도 돈이 없고 저희도 돈이없는건 뭔가 운명적이지 않습니까?"

  ...야...나 이거 마음의 소리에서 본거 같아...(...)

  하도 기가 차서 그냥 허허 웃고만 있었는데, 그 총무님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회사에서 돈을 안줍니다..." 이러시더라구요.;;;

  참 오죽 했으면 저런 소리까지 나오나 싶어서 뭐라고 할 기운도 빠지더군요.

  제시한 페이가 산업기사 정도면 적당한 수준이라 "마침 놀고 있는 산기가 하나 있는데, 어떠십니까? 산기라도 상관 없으면 제가 한명 소개 해 드릴수 있는데..." 했더니 전화 넣어 보더니만 좋다더라구요?

  결국 제 직장 찾으러 갔다가 남의 직장 구해주고 왔죠 뭐.;;;

  지금 그 회사는 꽤 잘나가서 이 친구도 페이가 꽤 올랐다는군요.

  그러고 있다가 기능사때 제 사수였던분 소개로 간게 지금 회사인데...

  ...회사가 망했어요.(...)

  정확히는 더 버티다간 진짜 빚터미에 올라앉게 생긴 판이라 사장님이 못버티신겁니다만...뭐 이 아저씨도 한번 망했다가 재기하신거라 그런쪽으로 트라우마도 있고...대책없이 버티다가 임금이랑 퇴직금도 못주는 상황까지 갈 바에야 그만 하는게 맞다고 보셨다는군요.

  뭐 지금 딱 접는게 사람들 임금, 퇴직금 주기에 문제도 없고 해서 닫기로 하셨다는데...뭐 모아두신 돈도 넉넉하고 하셔서 뭐라도 하고 먹고 사는데는 지장 없다면서 웃으시네요.

  부지 팔고 기계 팔고 하면 적자는 커녕 흑자라고.;;;

  뭐 그렇게 됬습니다. 한동안 쉬면서 일자리 알아 봐야죠 뭐...총무놈이랑 같이 열심히 구하는 중인데 참 없네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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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가자
20/05/02 23:14
수정 아이콘
종종 이야기 올리시던 그 회사 얘기이신거죠... 에고
위로 드립니다. 더 좋은 기회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공기청정기
20/05/02 23:20
수정 아이콘
뭐 저보다야 사장님이 더 실망이 크시죠.

한번 망하셨다가 재기하셔서 이제 성공했나...하셨는데 말이에요.

그래도 뭐 (본인 말로는) '난 부자 축에는 들어가는데 뭐가 걱정이냐?' 고 하시는군요.;;;
유리한
20/05/02 23:15
수정 아이콘
처갓집에 바친 치킨값만 아꼈어도..
공기청정기
20/05/02 23:18
수정 아이콘
뭐...외근 식대가 좀 세긴 했죠...

잘 먹고 다니라고 한끼 만 이천원까진 뭐라 안했으니까.;;;
20/05/02 23:22
수정 아이콘
대우 쪽이었나 보네요... 그땐 그랬죠
공기청정기
20/05/02 23: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뇨 현대 중공 하청이었는데 선체에 들어가면 진짜 죽을거 같더라구요.;;;

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싶었죠. 용캐도 4년을 버텼구나 싶어요 지금도...
antidote
20/05/02 23:33
수정 아이콘
죽을거 같은게 문제가 아니라 산재사고가 끊이질 않는 업종이라는게 진짜 문제아닙니까.
공기청정기
20/05/02 23:35
수정 아이콘
에이 건축 배선도 만만찮아요~그거 무서우면 전기 못하죠.(...)

뭐 최대한 조심히 일 하는거죠.
20/05/02 23:39
수정 아이콘
갑자기 산재 왜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요, 글쓴 분이 뭐 때문에 죽을거 같다고 생각하시는데 모르겠는데 님은 뭐 때문에 산재라고 생각하세요?
antidote
20/05/03 00:04
수정 아이콘
조선소 일이 일반인의 생각보다 엄청 위험합니다.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배의 안도 생각보다 위험하고요.
사고도 많이 납니다.
공기청정기
20/05/03 00:14
수정 아이콘
아유...난리도 아니죠...

솔직히 이러다 죽겠다 싶었던게 일 힘든것도 있지만 사람 죽어나가는거 보고 좀 쫄았던거도 있...(...)
20/05/03 01:52
수정 아이콘
말씀들으니까 느끼내요 우리나라도 한참 멀얼었다는것을요
나눔손글씨
20/05/03 10: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해양플랜트 한창 할 때 조선소가 공기를 못 맞추다보니 단축공정, 중복공정, 야간공정으로 물량팀 인력 갈아넣어서 산재가 많이 났다고 들었습니다. 순차적으로 공정이 가야하는데 공기 맞추려고 여러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니...
Zakk WyldE
20/05/03 11:25
수정 아이콘
예전엔 공사 다 끝나고 선체 청소하는 작업중 시신 발견되는 일이 있기도 했다네요.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는...
-안군-
20/05/03 01:25
수정 아이콘
기사 하니까 문득 생각나는게 있는데,
정보처리 산업기사는 1도 쓸데가 없.... 아, 옛~날에 병역특례 TO 받을때 한번 써먹어봣네요;;
及時雨
20/05/03 04:21
수정 아이콘
사장님 좋으신분 같던데 안타깝네요
기가데인
20/05/03 06:20
수정 아이콘
전기쪽 일하시나봐요. 저도 조선소에서 일하는데 용접이라 집근처에 직장잡기도 힘들고해서 원룸+숙소생활만 십년이 넘는데 너무 지루하네요.

게임도 귀찮고 넷플릭스, 유튜브보는것도 질리고 무슨낙으로 살아야할까 슬슬 고민이 됩니다.

경기도제외하면 기술직이 좋은 단가받고 일하기가 너무 어렵죠. 그래도 올리신 글 보고있으면 웃음이 나는게 참 친화력이 좋으신분 같습니다.

좋은직장 곧 잡히시길 기원드립니다. 즐 주말 되세요~
metaljet
20/05/03 09:18
수정 아이콘
참 훈훈한 직장이었던것 같은데 안타깝습니다.
20/05/03 10:45
수정 아이콘
참 이것도 희한한 전개이네요.

기술과 능력이 있으시니 좋은일 있을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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