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의 입에서 '애국이냐 이적이냐'와 같은 표현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상당히 격렬한 민족주의 + 국가주의 + 전체주의적 성향이 상당히 강한 사람들에게서나 나올 말입니다.
(일반적인)사회주의자들도 애국 별로 안좋아합니다.
다만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주의자들이라면, 그리고 동아시아와 같은 정치환경에서는 살짝 다르긴 하겠습니다. 그러나 제목과 같이 전체주의 성향이 매우 노골적으로 강한 표현은 웬만해서 나올게 아닙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제목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성향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보다는 민족주의, 국가주의 + 전체주의 혹은 권위주의가 메인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게 메인이 되는 가운데 사회주의는 서브 내지는 그냥 타이틀에 불과한 것이 되는 것이죠.
좋게 말해 서브 혹은 타이틀이지 나쁘게 말하면 오로지 그냥 허울, 껍데기일뿐이라, 사회주의의 지향과 정반대편에 있는 발언이나 행위를 하는데에도 전혀 주저함이 없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집권당이 자신들의 당명을 '공산당'이라고 하고 있는 것과 별 다를바가 없는 일이죠. 그런 분들이 만약 1930년대의 독일에서 활동을 했다면, 그 사람은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과 딱 맞는 성향을 가지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은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적'으로 낙인찍는 방식이기 때문에 극히 나쁩니다.
원래 그러던 분들이라면 모를까, 그 방식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 및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지하는 분들이 되려 그러는 것은 뭐라고 형언하기 힘들정도로 기괴한 일입니다.
66대 법무부 장관으로 약 한달간 재임하셨던 분이 후보 시절 청문회에서 자신이 사회주의자임을 밝혔던데 대해 '전혀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방어했던 분들이 계셨고, 저 또한 그것은 전혀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거 통진당 사태 당시 좌파 정치세력이 애국가 제창을 선호하지 않는 것을 두고 격렬히 비판하던 분들, '헌법 밖의 진보는 퇴출 대상'이라는 식으로 얘기하셨던 분들 등은 위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방어했던 분들과 그 인적구성이 아마도 상당히 겹칠 것입니다.
한국의 애국가 제창 문화가 지나치게 국가주의적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좌파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한 태도에 누군가가 동의하든 안하든간에, 좌파 정치인이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오로지 그의 자유입니다.
또한 헌법은 가변적인 것입니다. 군주가 신의 뜻 등을 내세우며 절대적인 것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을 거부, 헌법 개정을 주장, 헌법과는 다른 지향을 주장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곧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본질을 수호하는 것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즉, 전혀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방어하는 그 분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뿐 신념에 의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정치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것처럼 말하는 그 사람들이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발언을 처벌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애국이냐 이적이냐'와 같은 발언을 하기도 하는 것이겠죠.
파시스트가 아닌 바에야, 자유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가 어떻게 '찬양 고무를 법적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발상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전에 이런 얘기를 했던 일이 있습니다.
https://pgr21.net/freedom/80402?divpage=17&sn=on&ss=on&sc=on&keyword=lunasea
"예컨데 민주당이 여당인 상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같은게 일어났다고 했을때, 그에 대해 여당 의원이 폭력시위라느니, 폭동이라느니 하면 어떻겠습니까. 설령 사소한 말실수로 인해 나온 표현이라고 해도 그건 어떻게 주워담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 시위의 주장이나 양상과는 별개로 그러한 표현은 설령 실수로라도 나와서는 안됩니다." - 2019.03.12
한달쯤 전에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941766622649312&mediaCodeNo=257&OutLnkChk=Y
'더불어민주당이 3일 자유한국당 등 범보수 진영이 참가한 ‘문재인 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 대해 “‘체제 전복’과 ‘헌법 파괴’까지 들먹인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내란 선동’에 가깝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조합 등 특정 조직 및 조직들의 집회 시위가 아니라 다수 대중의 대규모 집회 시위는 주최측이 구석구석 통제하기가 불가능하여, 항상 폭력이 동반되게 마련입니다. 암만 통제를 잘하고 암만 시위참가자들이 비폭력적인 평화 시위를 지속하더라도 어디에선가는 꼭 뻘짓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것을 가지고 시위의 성격을 폭력시위로 호도하고, 시위대를 두고 전문시위꾼이라느니 하던 것이 과거의 극우 정치세력이 반정부 시위를 공격하던 방법입니다.
시위의 양상을 두고 그렇게 공격하기도 하고, 시위의 내용을 두고 '좌파 국가전복세력의 정치선동이 난무한다'며 공격하기도 합니다.
바로 그것과 똑같은 공격방법을 여당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두고 그렇게 공격하는 것은 일부 폭력적 양상을 가지고 호도하는 것보다도 더욱 질이 나쁩니다. 폭력시위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확대해석일 뿐이지만, 내용을 두고 반체제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들과 반대편에 있는 정치세력의 주장을 두고 반체제적이라느니, 내란선동이라느니 하며 공격하는 것은 정말로 매우 나쁜 일입니다.
상대방을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는 것이죠. 정적을 빨갱이 혹은 토착왜구로 낙인찍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심지어 그런 태도는 청소년 교육의 내용이 되기도 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49/0000179668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정 이념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범죄 행위입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은 다양한 이념 및 그 이념의 발생기반이 되는 철학, 현실 정치 및 사회적 문제와 이념과의 관계 등에 대해 폭넓은 사고를 가능하게 할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국이냐 이적이냐' 운운하며 상대방을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기를 즐겨하는 분들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믿는 것만이 정의고, 그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하다고 믿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