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2/22 18:13:25
Name aurelius
File #1 1D0BC0B1_A9AC_4AC0_B3D0_20270123D977.jpeg (160.4 KB), Download : 61
File #2 8DD703A1_221B_4B68_A961_CB8B6703A9FE.jpeg (101.5 KB), Download : 6
Subject [일반] [넷플릭스] 트로츠키 정주행 완료한 소감 (수정됨)




와아....
간만에 엄청난 수작을 보았습니다.
역시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러시아인들의 문학적 감수성은 역시 대단합니다.

트로츠키
유대인 출신 마르크스주의자
러시아 10월 혁명의 주역
붉은군대의 창시자
​레닌과 동등한 파트너
그리고 세계혁명을 주장한 자

그러나 레닌 사후 그는 스탈린과의 권력 싸움에서 패배하고
긴 망명 생활 후 1940년 멕시코에서 암살당합니다.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정말 강렬합니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 신념이란 무엇인가, 지상천국을 건설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수 있는가, 그런데 공포 없이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어디부터 임의적인 횡포인가?

이 드라마는 그 누구도 선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아, 굳이 꼽자면 스탈린은 정말 평면적인 악당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레닌과 트로츠키는 정말 미묘한 사람들입니다. 신념이 높으나 선과 악에 대한 도덕관이 굉장히 편리한(?) 사람들... 모순으로 가득찬 인물들입니다. 레닌은 이 드라마에서 서브역할이어서 잘 등장하지 않지만

트로츠키는 정말 아주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독재자인가? 폭군인가? 몽상가인가? 현실정치인인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떠밀린 인물인가? 아니면 개인적 복수에 굶주린 인물인가? 혁명을 구할 수 있었던 마지막 인물이었나? 레닌의 유일한 후계자였나? 정말 다양한 얼굴들을 보여줍니다.

​말년의 그는 과연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을까? 신념을 끝까지 지켰던 것일까?

이 드라마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말년의 트로츠키가 끊임없이 자기 과거와 싸우면서 대화를 하면서 시간이 뒤죽박죽 섞이기 때문에 러시아 혁명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1918년으로 갔다가 1903년으로 가기도 하고, 또 갑자기 1922년으로 가면서 다시 현재(1940년 멕시코)로 돌아옵니다.

또 그는 자기 손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환영들과 변증법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또 그들에 의해 조롱당하기도 합니다. 그는 과거를 후회하는 거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또 자신이 옳았음을 끊임없이 주장합니다.

그리고 죽음이 임박한 최후에 가서는, 그를 죽이길 망설여하는 자를 겁쟁이라고 조롱하면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아주 당당하게 그 순간을 맞이합니다.

8부작으로 짧은 드라마이지만, 아주 강렬합니다. 정말 깊은 여운이 남네요. 괜히 2017년 러시아 방송 협회 최우수상을 받은 게 아닙니다.

엄청난 수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합스부르크
18/12/22 18:41
수정 아이콘
HOI4 : 트로츠키가 암살에서 살아남았다!
조말론
18/12/22 18:46
수정 아이콘
nf : 트로츠키가 돌아왔다!
패스파인더
18/12/22 19:0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펠릭스30세(무직)
18/12/22 19:07
수정 아이콘
저도 달리고 있습니다.

저는 러시아 혁명사에 무지해서 더 재미있는거 같아요. 잘 모르니까 어디가 어슬픈지 모르고 그냥 즐기는 느낌.

암튼 '카리스마'라는걸 정말 잘 표현한거 같아요.
빠삐용
18/12/23 01:06
수정 아이콘
레닌급 인데 어쩌다 스탈린 에게 밀려 가지고 ~~~
즐겁게삽시다
18/12/23 08:09
수정 아이콘
오오오오 추천 감사합니다. 빨리 봐야겠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443 [일반] 살인도 예술이거든요!! [15] 물만난고기9997 18/12/23 9997 2
79439 [일반] 아쿠아맨 감상평 (약스포) [4] norrell5244 18/12/23 5244 1
79438 [일반] 영화 메라(feat.아쿠아맨)약스포 후기 [엠버허드~~럽게 이뻐] [33] 부모님좀그만찾아9081 18/12/23 9081 5
79437 [일반] 김정호의원 해명 보시고 가십시다. [263] HORY18136 18/12/22 18136 4
79436 [일반] 삼행시 잘 짖는... 아니 잘 짓는 방법 [58] 2221623 18/12/22 21623 107
79435 [일반]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을 알려드립니다 [150] truebeatsfear15585 18/12/22 15585 53
79434 [일반] 한국 구축함이 사격통제레이더로 일본 초계기를 겨냥 [95] 잰지흔12600 18/12/22 12600 0
79433 [일반] 이재명 및 김성태가 불리해지자 사용한 문준용 문제에 대해서. [73] SKKS12824 18/12/22 12824 16
79432 [일반] [넷플릭스] 트로츠키 정주행 완료한 소감 [6] aurelius8164 18/12/22 8164 5
79431 [일반] 미묘하게 사실적인 짧은 글짓기 [11] 누구겠소5512 18/12/22 5512 8
79430 [일반] 김포공항에서 국회의원이 갑질을 시전했습니다 [271] 한국화약주식회사20430 18/12/22 20430 47
79429 [일반] 여러분은 너무나 화나서 잠 못들어보신적 있으십니까? [25] 삭제됨7460 18/12/22 7460 7
79428 [일반] 스윙키즈 후기(스포) [19] 달콤한휴식7082 18/12/22 7082 3
79427 [일반] Queen <Bohemian Rhapsody> Cartoon ver. [15] 나를찾아서6229 18/12/22 6229 3
79426 [일반] 2018년을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오브디이어 A to Z [3] 말랑6804 18/12/22 6804 10
79425 [일반] 애국가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50] 잰지흔15215 18/12/21 15215 2
79424 [일반] 화학과 취업후기 [23] 나이스데이12572 18/12/21 12572 10
79423 [일반] 최근 봤던 기사 들 중에 가장 마음이 아팠던 기사.. [58] 키토11013 18/12/21 11013 3
79422 [일반] 임산부는 앉지도 못하는 임산부 배려석 [160] 삭제됨15237 18/12/21 15237 7
79421 [일반] 일본 전국시대(센고쿠 지다이) 다이묘들의 家紋지도 [19] 삭제됨9200 18/12/21 9200 4
79420 [일반]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_안전 그리고 비용 [57] 카미트리아11170 18/12/21 11170 16
79418 [일반] 담배값 인상 이후 세수가 매년 4조씩 늘었네요. [158] 홍승식13005 18/12/21 13005 6
79417 [일반] 이제는 국민연금마져도 페미니즘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217] 마빠이21438 18/12/21 21438 5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