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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9/23 19:42:55
Name 빙봉
Subject [일반] 아이 앰 어 히어로 보고 왔습니다 - 초식남의 좀비 판타지?
미리 밝히자면 저는 원작을 모릅니다. 원작을 안보고 바로 영화를 봤습니다.
아이 앰 어 히어로가 여타 좀비 영화와 차별화 되는 부분은 철저하게 주인공 개인에 집중한 구조에 있을 겁니다. 보통 일반적인 좀비 영화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과 생존자 그룹 내에서의 이야기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인데 비해 (혹은 하다못해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라도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제외하고선 그닥 자세한 이야기가 언급되지 않습니다. 세상이 어쩌다보니 망해있더라,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굴러들어왔더라 정도로 넘어갑니다. 영화가 철저하게 주인공 개인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히데오는 신인상을 받은 이후로 변변한 작품 활동 없이 만화가의 어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초반부에 히데오가 그린 만화는 주인공이 너무 평범하다란 이유로 거절당하는데 영화가 갈수록 주인공이 일종의 ‘히어로’로 변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충실한 좀비영화
이 영화는 퓨어한 좀비 영화에 가깝습니다. 후반부에는 스타일이 많이 변하긴 합니다만 초중반까지는 꽤나 강렬하면서 잔인한 묘사도 충실하고 좀비 사태 발생 직후의 난장판의 묘사도 인상적입니다. 클라이막스의 화끈한 전투까지 기존 좀비물에서 갖추고 있던 요소들은 거의 주인공 하나 정도만 빼고 충실한 편입니다. 심지어 더블 배럴 샷건까지요.

초식남식 좀비 판타지
영화의 가장 독특한 요소는 초식남식 판타지입니다. 앞서 언급 했듯이 주인공 히데오는 소시민 혹은 루저에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떠오르는 지점들이 군데 군데 있었는데 (루저형 주인공, 생각 외로 충실한 장르 공식에 충실한 영화, 분위기에 비해 가차없이 죽일건 죽이는 후반부-_-;+좀비 겸 친구가 된 주인공의 일행) 기묘하게도 다 보고 나오니 드는 또 하나의 영화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더라고요.
영화 자체가 초중반 주인공의 상상 혹은 만화 내용을 구현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서브컬쳐에 대한 미묘한 농담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영감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쓸데 없기 총을 보관하고 있는거나 계속해서 들고 다니지만 총을 꺼내거나 쏘지 않는 것이나 혹은 후반부 생존자 집단의 무기가 BB탄 총인 거나 묘하게 폭력성과 실제 폭력 간의 괴리를 이용한 농담을 기반으로 삼는 느낌이 짙습니다.

가득차거나, 공허하거나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는 좀비 영화에서 갖출 걸 어느 정도는 다 갖춘 영화입니다. 근데 영화가 묘하게 허술합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유를 꼽자면 첫째로 주변 인물, 배경에 대한 묘사가 좀 부족합니다. 이야기가 좀비 사태로 인한 주인공의 각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황이나 캐릭터가 철저하게 주인공의 행동에 맞춰집니다. 근데 정작 주인공이 선한 소시민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될 수 있지만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는 (적어도 저한테는) 아니었어요. 이 영화의 개그는 그런 캐릭터가 좀비 아포칼립스에 내던져 졌을 때 나오는 거지 그 캐릭터 자체가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은 안들다 보니까 막판 주인공의 (+평면적으로 다루어진 일행의) 각성은 약간은 뜬금없는 이야기가 된거 같습니다.
두 번째는 원작이 미완결됐다는 점인거 같습니다. 듣기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다고 하는데 영화 상에서도 조금 더 이야기 할법한 장면들을 과감하게 쳐낸데다가 이야기가 아직 완결을 짓지 못해서 영화 상의 떡밥이나 상태도 미완결로 남긴 느낌이 좀 듭니다. 어떤 클라이막스를 위해 지나치게 늘어지는 느낌도 진하구요.

‘아이 앰 어 히어로’는 전반부는 충실한 좀비 영화로, 후반부는 소시민적 히어로의 영화로 나눠서 생각해야할 거 같습니다. 초반부의 충격이나 후반부의 화끈함은 분명 인상적이지만 그닥 인상적이지 못한 캐릭터나 사건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P.S. 기괴한 크리쳐로써의 좀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고 고어성도 충만합니다. 이런 저런 좀비물을 TV나 컴퓨터로 봤지만 극장에서 본건 부산행이 전부라…. X쫄면서 봤습니다…ㅠㅠ
P.S 2. 주인공이 아무리 봐도 나이든 포켓몬스터 지우같아요. 모자 때문에 더 그런듯.
P.S 3. 아울렛 장면은 파주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높이뛰기 좀비도 한국인 배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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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미
16/09/23 19:49
수정 아이콘
제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16/09/23 20:00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헤헤..
원작은 안봤는데 원래 캐릭터가 좀 보이쉬한 타입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영화 상에서는 완전 누님 캐릭터로...
윤가람
16/09/23 20:36
수정 아이콘
[스포 약간 있습니다]














좀비영화 꽤 좋아하는 편인데 전 별로였습니다. 주인공 너무 답답했어요. 주인공이랑 같이 다니는 일행도 그렇고요. 한 번 활약하길래 그 다음부터 오, 쟤 이용해서 주인공이 혼자 다 해먹겠구나! 생각했는데 영화 끝날때까지 하는 게 아무것도 없네요. -- 아울렛 마지막 장면에서라도 뭐 나오나 기대했는데 것도 결국엔 아무것도 없고요. 게다가 영화 끝나는 장면쯤에선 뭐 어떻게든 좀비월드가 된 세상에서 안전한 장소를 찾아 도착한다던지, 좀비월드가 해결된다든지 하는 결말을 기대했는데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차타고 계속 가는걸로 마무리.... 여러모로 김빠지는 영화였습니다.











[스포 약간 있습니다]
16/09/23 21:06
수정 아이콘
[스포 약간 있습니다]
이게 떡밥이 원작에서 던져진거라 영화가 스스로 결말을 못낸 느낌이 짙더라고요. 그게 아쉽더라고요. 구성은 가져왔는데 결론은 눈치를 보고 끝낸 느낌이 좀...
cluefake
16/09/23 22:07
수정 아이콘
이래서 뭐가 나오려면 완결나고 나오는 편이 낫습니다. 웬만해서는 오리지널 노선타면 별로가 된다는..
강철같은거는 빼고
16/09/23 22:31
수정 아이콘
[스포]

오리지널 노선도 타다 만 느낌이 좀 진하죠.
응~아니야
16/09/23 22:17
수정 아이콘
원작도 개인적으론 별로였어요.
16/09/24 18:53
수정 아이콘
원작이 꽤~ 멀리 나간 모양이더라고요. 근데 아직 떡밥풀이는 못해놓은 상태라 영화화도 그닥 전개가 애매하더라고요. 그걸 막판 물량으로 커버하려는 느낌이긴 합니다.
어리버리
16/09/23 23:27
수정 아이콘
원작만화는 계속 챙겨보고 있는데 영화는 어디서 마무리 지었을지 궁금해지네요.
얘기하신 것처럼 원작도 초중반에는 다른 좀비물과 달리 개인적인 스토리 위주로 흘러가서 신선하면서도 재미있었는데 중반 넘어가면서 스토리가 심하게 산으로 가더군요;; 어설픈 예측으로는 작가가 이 작품이 이렇게 인기를 폭발적으로 끌어 길게 연재될지 모르고 시작한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인은 아니고 전작이 한국에 정발되어 있을 정도로 나름 알려진 작가지만 이렇게 긴 장편은 처음 해보는 작가거든요.
16/09/23 23:28
수정 아이콘
궁금하시다면 알려드릴까요?
어리버리
16/09/24 00:11
수정 아이콘
제가 찾아볼께요 ^^ 어짜피 영화 안볼거 같기도 하고 원작을 거의 다 봐서 상관없을거 같지만 피지알러중에 앞으로 보실 분이 있을거 같아 스포가 될거 같네요. 어짜피 포털에서 검색 한번만 하면 엔딩까지 쫘악 설명된 글 쉽게 찾을 수 있을거 같으니까요.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T.F)Byung4
16/09/24 16:02
수정 아이콘
쇼핑몰 이야기까지라고 하면 스포가 아니지 않을까요?
어리버리
16/09/24 16:24
수정 아이콘
후속편이 꼭 나오겠군요. 쇼핑몰에서 만나는 여캐와 얽힌 이야기도 볼만하죠.
Chasingthegoals
16/09/24 18:10
수정 아이콘
원작 스토리가 어떻게 됐나 찾아봤더니 이미 산으로 갔더군요. 히로미가 반좀비 되면서 세계관을 흔들어버렸네요. 뭔가 피안도급으로 전개가 막장인 것 같더라구요.
16/09/24 18:51
수정 아이콘
원작 떡밥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또 그대로 내비두니까 묘하게 애매하게 끝내버린 느낌이 짙습니다.
Lich_King
16/09/25 11:43
수정 아이콘
피안도 급이라니 보기가 두렵네요. 하긴 테니스의 왕자급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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