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6세의 할머니가 계십니다. 다른 데는 다 건강하신데 골다공증과 척추관협착증, 그리고 허리 디스크를 앓고 계세요. 특히 척추의 어떤 부위가 신경 압박이 심해서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못합니다.
A병원에서 MRI를 찍었네요. 판독은....
A병원 : 총 3군데의 척추관협착증 있음. 우리 병원에서 새롭게 개발한 수술법인 UBE로 수술하면 600만원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제가 봤던 다큐에서는 허리 질병은 항상 교차검증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원래 다니던 B병원에 MRI를 들고 가서 물으니까...
B병원: 3군데 중 한 군데는 척추관협착증이 아니라 디스크임.
이 말을 들은 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도데체 척추관 협착증인가? 디스크인가? 두 병원 다 정형외과 전문병원인데 왜 진단이 달라?!?!?
다른 병원에서 한번 더 진단받아보기로 결정하고 C병원에 갔습니다.
C병원 : 3군데 중 한군데는 디스크 때문에 아픈거 맞음.
결국 디스크로 결정을 내고 B병원에서 신경차단술을 받았습니다. 할머니께서 통증이 경감되었다고 하시는 거 보니까 디스크가 맞았던 모양이이에요. 그런데 나머지 2군데의 수술 때문에 A병원에 한번 더 갔습니다. 가서 B병원과 C병원의 진단에 대해 말하니까 갑자기 흥분하네요.
A병원 : 어떤 비전공자 바보에게 그런 진단을 받았는지 몰라도 세군데 다 척추관 협착증이 확실하다. 내가 척추에 있어서는 리더에 속한 사람이다. 인터넷에서 내 이름 검색 안해봤느냐? 그리고 달토끼님도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그러면 사회생활 힘들어진다. 어이가 없네. 정말!
아니 내가 디스크라고 진단했나 왜 환자 보호자인 나한테 화를 내는 건지...;; 말을 그렇게 하면 사회생활 힘들다는 충고까지?! 받고 왔네요. 전혀 비난하는 말투가 아니었는데 뭘 어쩌라는 건지. A병원 의사 말대로라면 그냥 다른 병원에서 교차 검증하는 것 자체를 하지 말아야 겠더군요.
그 자리에서 따지고 싶었으나 그 새로운 수술 방법이 할머니에게 희망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감정싸움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참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B병원에 다시 가서 말하니까...
B병원 : 사실 우리가 디스크라고 한 부분도 척추관 협착증 증세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가장 신경을 크게 누르고 있던 것은 후방으로 터진 디스크였기 때문에 디스크라고 진단하고 신경차단술을 한 것이다. 그렇게 증상이 중첩된 경우에는 기준이 없다. 하지만 A병원에서 말한 것과 같은 전형적인 척추관 협착증은 분명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듣고 있는 저는 머릿속이 더 복잡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할머니는 어떤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지? 수술을 받긴 받아야 하는 건지? A병원의 새로운 수술법은 기존 수술에 비해서 얼마나 진보한 것인지? 과연 60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건지? A병원의 UBE를 다른 병원의 의사들도 알고는 있던데(광고 많이 하더군요) 효과 없는 방법이라고 까는 의사들도 있던데 도데체 누구 말이 맞는 건지? B병원의 의사는 A병원 의사가 그렇게 흥분한 건 요즘 A병원 경영 상태가 악화되서 그런거 같다고 하는데, 원래 A병원은 유명한 병원이었는데 왜 망해가는 건지?(토요일 오전에 갔는데 큰 병원에 환자가 저 포함 10명 미만) A병원은 UBE 수술을 받으면 효과 있다고 장담하던데 장사속인지 정말인지? B병원은 수술에 대해 부정적이던데 A병원의 UBE는 정말 효과가 짱짱맨인 것인지?
하아...... 의사들 사이에서 통일된 의견이라도 있다면 이런 고민은 안하고 돈 걱정만 하면 됐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허리는 새로운 수술법, 새롭게 개발된 시술 등등이 엄청나게 많은데 검증된 건 별로 없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말만 분분하고, 치료비는 겁나게 비싸서 정말 환자 입장에서는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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