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8/18 14:06:17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철저하게 무시당한 유전학의 아버지 그레고리 멘델...
1865년 2월 8일 런던, 멘델은 자신의 논문을 린네협회(the Linnean Society)에서 발표합니다. 바로 완두를 가지고 실험을 하여 그 유명한 "멘델의 법칙"을 발견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논문이었습니다. 그의 발표가 끝나고 난 후 한 식물학 교수가 일어서서 참석자들에게 말합니다.

"자, 이제 다윈의 "종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서 토론해 봅시다!"

멘델이 "멘델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 완두를 가지고 한 실험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완두를 식물의 크기, 꽃의 색깔, 콩의 모양, 콩꼬투리의 색깔 등등 형질별로 잘 구분하여 재배를 하고 그것들을 서로 교배하면서 잡종을 만들어 내고 다시 그 잡종끼리 교배하여 새로운 잡종을 만들어 내고 그런 과정에서 잡종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직접 붓을 이용하서 수정을 시키고 하는 등 정말 일손이 많이 가는 지난한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진 실험이었습니다.



멘델이 주목한 일곱 가지 형질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서 1866년 멘델은 44페이지짜리 논문을 브륀자연과학회의 회보에 발표했지만 아무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1866년부터 1900년까지 약 34년 동안 그의 논문은 겨우 4회 인용이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멘델의 논문은 영국의 왕립협회와 린네협회에도 발송이 되었고 멘델 자신도 개인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에게 직접 우편으로 발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무시를 당했습니다. 멘델의 연구 분야가 그 당시 별 관심을 받지 못하던 변방의 학문 분야였냐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 발표 이후 당시 유전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어느 때 보다 뜨거웠습니다.

다윈 같은 경우도 "종의 기원"을 발표함으로써 학계에 일대 선풍을 일으켰지만 그 자신 역시 어떻게 특정 형질이 세대를 내려갈수록 묽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뚜렷하게 유전이 되는 가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 그것 때문에 학계에서 그의 연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멘델과 동시대를 살았던 그가 만약 멘델의 논문을 읽었더라면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얻었을 텐데 그가 멘델의 논문을 읽어보았다는 기록이나 이를 유추해 볼만한 자료는 전혀 없다고 합니다. (기록은 없지만 정황상 멘델이 다윈에게도 자신의 논문을 보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멘델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시를 받은 데는 아마도 그의 출신이 크게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비록 대학에서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정식으로 학위를 받지 않은 아마추어 과학자였고 중부 유럽의 변방인 브륀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정규교사 시험에 두 차례나 응시했지만 두 번 다 떨어지기도 했고 아우구스티누스회의 수도사였기에 근본적으로는 학자 이전에 종교인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이 그가 그토록 학계에서 철저하게 무시를 당한 이유였을 것 같습니다.

또 그의 논문을 검토한 아주 소수의 학자들도 "멘델의 논문의 결과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너무 정확하게 딱딱 맞아떨어져서" 오히려 멘델이 실험 결과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자연과학실험이 어떻게 수학공식처럼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지느냐?라고 오히려 멘델을 의심한 것입니다.

그래도 열심히 실험한 결과를 정리해서 논문으로 발표를 했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발견한 내용을 학계에 알리고자 꾸준한 시도를 했기에 그의 발견은 사후에라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30여년이 흐른 후 다른 후배 학자들이 같은 실험을 통해서 동일한 결과를 얻은 후이긴 했지만요.

비록 생전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사후에라도 과학자로서는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고 정말로 뛰어난 과학자들만이 가질 수 있다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법칙"을 얻게 되었으니 멘델은 저 세상에서라도 그간에 가지고 있던 섭섭한 마음을 풀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랬다고 합니다. 위대한 과학자가 되는 자질은 수학이나 물리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멘델은 그렇게 질문을 했고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은 위대한 과학자였습니다.



유전학의 아버지...그레고리 멘델...


본문의 내용은 Siddhartha Mukherjee의 저서 [The Gene: An Intimate History]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스티스
16/08/18 14:13
수정 아이콘
얼마나 답답했을까...
blackroc
16/08/18 14:15
수정 아이콘
이분의 경우 종교인이라는게 족쇄라기 보다는 출신 신분이 더 큰 족쇄였다고 봅니다.
종교인 과학자들이야 기본적으로 학계의 편견의 지배를 받지만 좋은 가문에 명문대 출신이면 그의 선배 성직을 겸하는 과학자들의 사례를 봐서는 저정도는 아니었죠. 한미한 농민 가문에 고등교육도 그저그런 농촌 수도원장 따위였다는게 너무 큰 벽이었던 거죠.
16/08/18 14:22
수정 아이콘
완두콩 아저씨가 살던 시대에도 학위는 중요했군요!
에버그린
16/08/18 14:24
수정 아이콘
멘델... 우리나라의 정치인 닮았네요.
공도리도리
16/08/18 15:32
수정 아이콘
정말 그러네요 웃기네요!
공도리도리
16/08/18 15:33
수정 아이콘
기사 찾았습니다."문재인이 생물 교과서에 나왔다?"
http://www.wikitree.co.kr/main/ann_ring.php?id=68164&alid=92799
오만과 편견
16/08/18 14:25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분이지요. 어린 시절 마냥 꿈꾸었고 즐기던 '지적 호기심'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면.
16/08/18 14:31
수정 아이콘
전 세계가 안 믿어주고 내가 스스로 밝혀 나만 이해하는 진리라..
Samothrace
16/08/18 15:03
수정 아이콘
멋있지만 슬프네요
윌 그레이엄
16/08/18 14:49
수정 아이콘
완두콩의 아버지... 콩밥먹을때면 떠오르는 분
16/08/18 15:01
수정 아이콘
황신의 아버지인가요?
무식론자
16/08/18 15:04
수정 아이콘
과학계가 일반 대중들이 환상을 품는 것처럼 열린 세계는 아니라는 좋은 사례중에 하나죠.
카미너스
16/08/18 15:11
수정 아이콘
멘델조차 떨어지는 임용고시의 위엄..
Knights of Pen and Paper
16/08/18 15:15
수정 아이콘
숫자가 딱딱 맞은건 사실 운이 좋아서 (+실험식물 관리를 무척 잘해서) 였기도 하죠. 형질 자체가 멘델법칙의 기초를 설명하기에 너무나도 좋을 정도로 딱딱 떨어지다 보니.
거대한 규모의 실험과 통계를 기반으로 한 멘델의 논문이 없었다면, 유전학이 이만큼 발달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습니다.

가끔 옛날 교과서를 펴면, 어느 이름모를 섬이나, 멘델처럼 홀로 외로이 어느 숲이나 농지에서, 논문에 들어갈 그래프에 점 하나 찍기 위해 일년내내 죽어라고 노력하는 과학자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 때마다 그들과 그들이 쌓아올린 과학이라는 것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Neanderthal
16/08/19 09:48
수정 아이콘
정말 후대의 과학자들의 보기에도 실험 관리를 잘했다고 하더군요...오히려 주류 과학계의 때가 묻지 않아서 가능했던 건 아닌지...
Knights of Pen and Paper
16/08/19 10:27
수정 아이콘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흑마법사
16/08/19 01:39
수정 아이콘
대학시절 생물학 수업에서 멘델의 법칙 배우고 진짜 대단한 양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슬픈 비화가 있었군요. 생물학을 좋아하진 않지만 멘델의 법칙은 재밌게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다음 학기에 유전학 수업듣고 공포에 떨었던...
네버윈터
16/08/22 11:56
수정 아이콘
사실 멘델도 데이터조작을 했었다고 하네요. 지금 실험해도 이렇게 딱 떨어지는 결과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7085 [일반]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운영위원의 메밍아웃 [68] 유리한9716 16/08/19 9716 1
67084 [일반] 요즘들어서 안드로이드 폰이 뭔가 불편해진 느낌입니다. [42] 에버그린7778 16/08/19 7778 1
67083 [일반] 워마드 이젠 하다하다 못해 전태일 열사까지 모욕하네요. [68] 마징가Z10876 16/08/19 10876 3
67081 [일반] 31살의 넋두리 [19] 삭제됨6535 16/08/19 6535 3
67080 [일반] [리뷰] <서울역> - 적나라한 메시지, 무너진 이야기. [39] 마스터충달7433 16/08/19 7433 2
67079 [일반] [프로듀스101] 주요 탈락자 근황 정리 [25] pioren5600 16/08/19 5600 1
67078 [일반] 글로벌 1위 전력 회사 이야기 [5] 좋은하루되세요4680 16/08/19 4680 1
67077 [일반] 프로듀스 101 최종 22인의 현황 [34] Leeka6943 16/08/18 6943 3
67076 [일반] 손익계산으로 본 DSP미디어의 지난 5년 [24] karalove8361 16/08/18 8361 0
67075 [일반] [야구] 오늘의 KBO (삼성, 두산 소식) [37] 흐흐흐흐흐흐6258 16/08/18 6258 0
67072 [일반] 결국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티파니가 하차하네요. [117] 다크슈나이더16640 16/08/18 16640 3
67071 [일반] 전기세가 장난 아니군요. (무서븐 누진세) [126] 사유라13615 16/08/18 13615 2
67070 [일반] 이제 유머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않으려 합니다. [79] Manchester United9526 16/08/18 9526 21
67069 [일반] 메갈 사태에 더민주도 마냥 마음 놓을수 있는건 아닙니다 + 정의당 조성주 메갈 옹호 [119] 에버그린14943 16/08/18 14943 2
67068 [일반] 드디어, 올 것이 왔군 - 한식대첩 시즌 4 [71] 아이유8381 16/08/18 8381 0
67067 [일반] 2019년 '신입생 절벽시대'…대학이 떨고있다 [58] 군디츠마라11243 16/08/18 11243 2
67066 [일반] 문재인 대세론을 제지하고 다른 후보들을 띄워주는 김종인 [112] 에버그린9300 16/08/18 9300 2
67065 [일반] 철저하게 무시당한 유전학의 아버지 그레고리 멘델... [18] Neanderthal6407 16/08/18 6407 10
67064 [일반] 고백을 받았습니다 [67] 카스트로폴리스10102 16/08/18 10102 6
67063 [일반] 만화 블리치 중대발표! [70] Sandman12599 16/08/18 12599 0
67062 [일반] 과민성방광증후군 (OAB, Overactive Bladder Syndrome) [18] 모모스201310146 16/08/18 10146 7
67061 [일반] 힛더 스테이지 4회 주관적인 감상문 [10] 삭제됨6017 16/08/18 6017 1
67060 [일반] 상해에서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한 대 맞을뻔한 이야기 [54] 호랑이기운이쑥쑥11257 16/08/18 11257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