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7/19 00:00:41
Name 연휘가람
Subject [일반] 이건 뒷 집 도령이 앞 집 낭자 보고 가슴 뛰는 소리야.


이건 뒷 집 도령이 앞 집 낭자 보고 가슴 뛰는 소리야.
추노 OST 비익련리.

비익련리.
신화 속의 새 비익조. 한 마리의 새가 가진 날개와 눈이 하나 뿐 이어서 한 쌍이 붙어야만 비로소 바로 보고 날 수 있는 새.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진 나무들이 가지가 이어져 하나 되는 신비로운 자연현상 연리지.
이 비익조와 연릭지의 합성어로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 지은 장한가에 나온 단어로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단어이다.

그리고 나는 몇 년 전 한 여자를 만나 비익조 처럼 서로 모자람을 채워주고 연리지 처럼 하나되는 사이가 되고 싶었다.
나는 스물 다섯 , 그녀는 스무살.
찌질한 복학생에게 먼저 웃으며 다가온 신입생은 그전까지 만났던 다른 여자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아니 먼저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 자체부터 남달랐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태도를 보이며 날 밀어내 버렸다.

비익련리가 소망을 담은 단어여서 이루어지기 힘든 법일까. 내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추노 속 대길이의 소망도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길이는 그렇게 찾아 해메던 언년이가 다른 남자의 여인이 되어 버리는 것을 보고 가슴을 치며 운다.
가슴을 치며.
가슴이 아파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정말 가슴이 아팠던건.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여자와 만나고 헤어진 적은 있지만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건 그 애가 날 밀어내던 밤이었다.
대길이처럼 울지는 않았지만 그대신 앓았다. 차라리 울었으면 속이 시원했을까.
그렇다면 울면서도 가슴이 아파 주먹으로 치던 대길이는 얼마나 슬펐던걸까.

몇 년이 지나고 다 잊은 줄 알았던 그녀는 가끔 좋은 멜로디의 음악을 들으면 불쑥 나타나서 하루종일 나를 괴롭히곤 한다.
마침 오늘은 그 곡이 비익련리였다.
오늘 밤은 뒷 집 도령이 앞 집 낭자 보고 가슴 뛰었던 ,
찌질한 복학생이 예쁜 신입생을 보며 가슴 뛰었던 때를 생각하며 맥주나 한 잔 해야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마스터충달
16/07/19 00:10
수정 아이콘
기억은 잊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슬픈 기억도, 아픈 기억도 생각하면 다 떠오르는 게 사람이죠. 대신에 사람은 좋은 기억을 만들 수도 있죠. 언젠가는 아픈 기억들마저 다 웃으며 얘기할 수 있도록, 슬픔마저 다 덮어버릴 정도로 좋은 기억을 많이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렇게 삽니다.
연휘가람
16/07/19 00:17
수정 아이콘
네 잊는 다기 보다는 좋은 기억 속에 묻어 두고 산다는게 맞지만
그래도 유독 더 많이 파헤치고 나오는 기억들이 있는 것 같네요.
더 많은 좋은 기억으로 덮어 둬야겠어요.
안스브저그
16/07/19 00:43
수정 아이콘
제 짝사랑이 좋아하던 비익련리군요. 제게는 망할 노래입죠. 망해라 나쁜사람아
16/07/19 03:43
수정 아이콘
차라리 이 지랄같은 세상 대충 살다가면 되는거면 맘이라도 편하겠지요.
대충이 안되더라구요. 그 모든게.
그래서 아프겠지요
16/07/19 12:07
수정 아이콘
지금 제 상태가 딱 저 드라마속 대길이 같네요.
몇년간 짝사랑하던 사람이 얼마전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그 여자 얼굴보고 난 후로 거의 반 미친년처럼 살고있어요.
세상에 아무것도 필요없고 '그 사람 하나만 내꺼였으면 ..'하고 바랬는데, 그게 너무 큰 욕심이었나봐요.
욕심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홍승식
16/07/20 12:33
수정 아이콘
언제나 아픈 기억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가와서 가슴을 후벼파는 법이죠.
시간이 지나도 아픔에 둔해질 지언정 없어지지는 않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421 [일반] 아이돌로지 2016년 상반기 결산 [28] 좋아요5283 16/07/19 5283 1
66420 [일반] 유쾌한 두 젊은이들의 신나는 루저 음악... [12] Neanderthal5209 16/07/19 5209 2
66419 [일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드디어 발의되었습니다. [47] 밴크8741 16/07/19 8741 12
66418 [일반] 차범근 축구교실 관련 반박성명 링크 및 요약 [234] 포켓토이16999 16/07/19 16999 1
66417 [일반] 프랑스 영화 한편 – 오래된 귀농 주제의 영화 Jean de Florette [12] 밀물썰물4435 16/07/19 4435 1
66416 [일반] 개헌이 이번에는 가능할까요? [34] Chandler6793 16/07/19 6793 1
66415 [일반] 헬로비너스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91] 작은기린13993 16/07/19 13993 6
66414 [일반] 으..으사양반.. 무슨 소리요.. [40] 문법나치9639 16/07/19 9639 28
66413 [일반] 이중 아이디에 대한 의견을 수렴합니다. [115] OrBef10162 16/07/19 10162 11
66412 [일반] 이건 뒷 집 도령이 앞 집 낭자 보고 가슴 뛰는 소리야. [6] 연휘가람5642 16/07/19 5642 3
66409 [일반] 드디어 아파트로 이사 왔습니다. [21] style8218 16/07/18 8218 7
66408 [일반] TV조선의 친박(親朴)을 향한 시간차 엿 먹이기 공격 [68] 어리버리15011 16/07/18 15011 0
66407 [일반] 중국인 "수천년 전 조상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믿을 수 없어" [58] 군디츠마라17509 16/07/18 17509 1
66406 [일반] [웹툰 추천] 슬픈 대학생원생들의 초상 [25] 서린언니9537 16/07/18 9537 9
66405 [일반] 인천 상륙작전 이후 맥아더 흑역사 중 하나 [26] blackroc12337 16/07/17 12337 0
66404 [일반] 어제 2580에서 차범근 축구교실의 문제를 다뤘네요. [80] 릴리스14743 16/07/18 14743 10
66403 [일반] 아시아 투데이가 최경환 의원에게 또 폭탄을 던졌습니다. [24] 어강됴리10136 16/07/18 10136 0
66402 [일반] SI 선정 21세기 복싱 최고의 명승부 [7] Anthony Martial6031 16/07/18 6031 2
66401 [일반] 광고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3) [14] 설탕가루인형4675 16/07/18 4675 8
66400 [일반] 해커스 무료교재 이벤트 후기 [22] 이홍기5499 16/07/18 5499 1
66399 [일반] 헬조선? 브라질은 브라지옥.. 시리즈 1편 - 가정용 전기료 [25] Brasileiro11539 16/07/18 11539 9
66398 [일반] [일드] 주요 배우 시청률.jpg [29] 비타에듀8750 16/07/18 8750 0
66397 [일반] 어느 작가의 소멸에 관한 이야기 [28] happyend6863 16/07/18 6863 4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