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터틀>은 내일 개봉하지만, 저는 친구의 동정어린 표행사로 시사회에 가서 봤습니다. 로튼 평점이 낮아서 볼까말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노스포로 대충 적어봅니다. 노스포로 처음 적는데 스포일러급이다 싶으면 알려주세요.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1. ‘로튼 평가가 낮음 + 감독이 마이클 베이‘란 조합에 힘입어(?) 기대치를 상당히 낮추고 봤는데, 그래서인지 꽤 재밌게 봤습니다. 단점은 뚜렷하지만, 내내 흥겨운 영화분위기와 4마리 거북이들이 어느 정도 보완을 해주더군요. 메간 폭스가 초반부에 서비스 컷을 선사하지만 다 필요없습니다. 이 영화는 거북이만 믿고 가는 겁니다.


2. 잘 짜여진 스토리가 영화 관람의 핵심이라면 이 영화는 거르셔도 됩니다. 전개는 허술하고, 개연성은 부족합니다. 스토리는 어찌어찌 전개되는데 디테일이 딸려요. 그러다보니 몰입도 잘 안되어서 위기감이나 긴장감도 없죠. 영화는 예상대로 흘러서 예상대로 끝납니다.


3. 가장 큰 문제는 존재감 없는 악역입니다. <닌자 터틀 : 어둠의 히어로>의 악역은 모든 히어로 영화를 통틀어 역대 최악입니다. 모든 히어로물을 통틀어 이처럼 무능한 악역이 있나 싶어요 -_- <배v슈>의 렉스 루터를 <다크나이트> 조커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보여준 악행이 <추적자> 슈퍼 아줌마만도 못합니다. 이 밝은 영화에 유일하게 엄근진캐릭터로 나오면서 분위기를 깨는데, 정작 하는 행동은 한숨만 나와요. 악역이 후지니 우리 팀이 너무 유능해보입니다.

<닌자거북이>라곤 엄청 어릴적 애니메이션으로 본 게 다라서, 에이프릴이 기자인 것은 끝날 때쯤에야 알았습니다. 영화 속 행동만 보고 엘리트 정보기관 요원인줄 알았는데...


4. 위의 단점을 커버하는 것은 밝은 분위기와 작품 본연의 설정, 그리고 주인공인 거북이들입니다. ‘거북이가 히어로’라는 태생적인 비현실성은 개연성이 부족해도 ‘판타지니깐’ 하면서 사람을(아니면 저를) 관대하게 만들어요. 4마리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다보니, 이를 그대로 구현한 것만으로도 멤버 간 밸런스가 잘 맞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예능담당, 도나텔로는 천재덕후, 라파엘로는 허당 무투파 등 각각의 롤이 있고 그에 맞춰 잘 움직여줍니다.

출연하는 캐릭터들도 메인 악역 빼고는 죄다 나사가 한 개씩 빠져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서브 악역으로 나오는 비밥 & 락스테디가 은근 감초역할을 하더라고요. 전형적인 초긍정 바보캐릭터인데, 영화 분위기와 잘 맞아서 소소한 재미를 뽑아줍니다. 동시에 감독이 생각보다 흥 조절을 잘해서, 꾸준히 유쾌하지만 ‘오버했다’ 수준까지는 나가지 않는 것도 좋았어요.    


5. 영화를 무조건 ‘보세요’라고 추천하기는 좀 부족한 게 많습니다. 그냥 캐릭터 하나 믿고 보는 킬링타임 영화에요. 스토리도 액션도 어중간하지만, 거북이들은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아쉬운게 많아서 캐릭터 힘만으로 하드캐리까지는 못하네요.. 저처럼 <닌자거북이>에 대한 환상이 있으시거나, 머리를 비울 영화를 찾고 계시다면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합니다.

p.s) 제2롯데월드 롯데시네마는 처음갔는데, 진짜 크고 좋더군요. 21관에서 봤는데 상영관이 너무 크고 좋아서 대체 이 관은 뭐하는 관인가 싶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