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2/09 12:26:53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Barringer Meteor Crater


애리조나 북부 사막에 있는 미티어 크레이터 때문에 망신을 당한 과학자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티어 크레이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산폭발이 그 원인일 거라고 생각했었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뭔가 번뜩이는 영감을 가지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단지 문제는 그 뚝심을 끝까지 밀고나가지 못했다는 점...--;;;



칼 길버트...


칼 길버트(Karl Gilbert)는 당시 명성이 높던 지질학자였습니다. 미국지질연구소(the U.S. Geological Survey)의 수석 지질학자였던 그 역시 당연히 미티어 크레이터의 생원원인에 대해서 궁금해 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이 크레이터가 운석에 의해서 생성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엄지 척!).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했을 때 보이는 크레이터들과 미티어 크레이터의 형태적 유사성에 주목한 결과 나온 가설이었습니다.

그의 가설을 증명해보이기 위해서 1892년에 그는 직접 미티어 크레이터를 방문해서 조사를 해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만약 운석이 이 크레이터를 만들었다면 분명히 운석 바닥 한가운데에 지구상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외계에서 온 암석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가 크레이터에 도착해보니 운석 바닥에는 그가 찾던 그런 종류의 암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거기에서 길버트는 미티어 크레이터가 화산폭발로 인해 생겼을 거라는 기존의 학설을 확인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우선 공교롭게도 운석이 떨어진 자리가 화산지대와 인접한 지역이었습니다. 미티어 크레이터 주변으로는 화산으로 형성된 지역이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티어 크레이터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커다란 크레이터가 하나 있었는데 이것은 누가 봐도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마르형(Maar) 분화구였던 것이었습니다. (지하수가 마그마 등에 의해서 가열되어서 수증기가 강력한 압력 때문에 지표면을 뚫고 나올 때 지표면이 무너져 내리면서 형성되는 분화구가 바로 마르형 분화구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의 하논 분화구가 대표적인 마르형 분화구이지요...)

자신이 세웠던 가설(만약 미티어 크레이터가 운석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거라면 크레이터 중심부에 우주에서 온 암석이 있을 것이다)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면서 길버트 자신도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주변의 화산활동과 관련한 정황 증거들을 보게 되면서 길버트는 결국 최초의 가설을 버리고 대세를 따르고 말았습니다. 그 역시 미티어 크레이터는 화산활동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렇게 발표를 하고 말았습니다(엄지 다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외려 한 저명한 과학자의 눈을 흐리게 만들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화산기원설은 그 이후 대니얼 베린저가 크레이터에서 (지표면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거의 순수한 철로만 이루어진 작은 파편들을 발견하고 이것이 외계에서 온 물질이라고 결론짓게 되면서 뒤집히게 됩니다. 길버트와 달리 베린저는 일단 증거들을 수집하고 수집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움으로써 길버트가 범했던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양반도 크레이터 바닥 아래에 커다란 철광석이 있을 거라고 믿고는 이 크레이터 일대를 사들여서 굴착작업을 하는 무리수들 두게 되지요. 사람이 100% 완벽할 순 없잖아요?...--;;;)

아무리 "보는 게 믿는 거다(To see is to believe)"라는 속담이 있다지만 이런 걸 보면 겉으로 드러난 것에 대한 지나친 맹신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들 역시 또 다른 칼 길버트들은 아닌지 한번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uiteMan
15/12/09 12:40
수정 아이콘
수석지질학자 맞아요? 너무 대충대충인데..크
이부키
15/12/09 13:23
수정 아이콘
글쓴분 이야기를 들을 수록 점점 가보고 싶어지네요.
켈로그김
15/12/09 13:27
수정 아이콘
칼 길버트씨는 시력이 약했던걸로.. ㅠㅠ
15/12/09 13:28
수정 아이콘
뭘 하려면 돈부터...
페르펙티오
15/12/09 13:33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 잘봤습니다
15/12/09 13:35
수정 아이콘
뭐, 정당한 과학은 결과보다는 과정이죠. 영감님은 자신의 가설을 포기하면서까지 주어진 관찰 결과에 충실하셨으니 나름대로 멋진 분인 걸로.....
저글링아빠
15/12/09 13:56
수정 아이콘
222 저도 같은 생각 하면서 봤어요~
Neanderthal
15/12/09 14:11
수정 아이콘
가만 보니 또 그런 측면도...어떻게 보면 유연했던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네요...

칼 길버트님...죄송합니당...--;;;
수지느
15/12/09 13:44
수정 아이콘
실제 대마법사가 있어서 대회전에서 미티어스트라이크로 저런광경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니

쩝니다. 생각보다 현대사회가 판타지만큼 쩔어졌다는 생각도 들고 크크..
스타카토
15/12/09 14:14
수정 아이콘
미티어라는 단어가 참 입에 안달라붙네요...
그냥 한국인이라면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쵝오!!!!!!!
어떤 마법사가 쓴걸까요~~~
Jace Beleren
15/12/09 14:19
수정 아이콘
칼 길버트랑 다니엘 베린저랑 결과를 내놓은 시기의 차이가 15년인데 그 사이에 관찰 기술이 발전한걸수도 있지 않나요? 현대하고 과학 기술 발전의 속도 차이야 어마어마하겠지만 그래도 지금 2000년대를 생각하고 2000년때 1985년을 생각하면 15년은 작은 차이가 아닌데요.
Neanderthal
15/12/09 14:26
수정 아이콘
여러모로 베린저가 유리한 입장이었을 것 같긴 합니다...모르긴 몰라도 베린저가 좀 더 시간을 두고 자세히 연구할 환경이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Jace Beleren
15/12/09 16:42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크 이 글 하나로 알아가는 정보가 어마어마하네요.
물탄폭설
15/12/09 14:37
수정 아이콘
일단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돈입니다
베린저는 지질학자가 아니라 광산개발업자이고 엄청난 거부였습니다
그는 그당시돈으로 5백만달러가 넘는 돈을 운석발굴에 쏟아부었습니다
광물조사를 겸한 발굴작업이었기에 저 오직 자기눈에 모든걸
의존해야 하는 지질학자와 돈을 쏟아부어 하나하나 모두쓸어담으며
조사해간 베린저를 같이 비교하는것은 너무 가혹한 비교죠
Jace Beleren
15/12/09 16:42
수정 아이콘
정말이지 돈은 최고네요
여자친구
15/12/09 14:47
수정 아이콘
I WANT TO BELIEVE
15/12/09 14:48
수정 아이콘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가 생각나네요.
내 주장을 철회했는데 알고보니 맞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2473 [일반] 쓰레기 스펙남의 유쾌발랄 인생사 -FinaL- [16] [fOr]-FuRy9015 15/12/10 9015 13
62471 [일반]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 뛰어들었네요. [54] 마술사얀16830 15/12/09 16830 6
62469 [일반] PGR 솔로매칭 이벤트 한번 해볼까요? [283] Love&Hate19384 15/12/09 19384 19
62468 [일반] 한국에도 재가승처럼 여진족 공동체가 존재했다면? [10] 군디츠마라8200 15/12/09 8200 1
62467 [일반] 가스건조기에 대한 고찰 [25] 삭제됨11871 15/12/09 11871 2
62466 [일반] 구자형의 넷텔링 세 번째 이야기 "The Egg by Andy Weir(영화 마션의 원작자)" [34] 북텔러리스트4802 15/12/09 4802 40
62465 [일반] [야구] 롯데, 삼성 보상선수 지명 [78] SkinnerRules11640 15/12/09 11640 0
62464 [일반] V.O.S가 3인조 완전체로 컴백합니다. [15] RookieKid6100 15/12/09 6100 0
62463 [일반] [야구] 오승환 검찰조사 일부혐의 시인(기사추가) [59] 이홍기11704 15/12/09 11704 0
62462 [일반] KBO에도 퀄리파잉 오퍼를 도입하는건 어떨까. [17] 톰가죽침대6376 15/12/09 6376 0
62461 [일반]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17] Neanderthal8016 15/12/09 8016 11
62460 [일반] 과거, 어느 한국기업 면접기 [51] 사람의아들9923 15/12/09 9923 5
62459 [일반] 다음 주 흥행 3파전 <대호>,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히말라야> [88] 마스터충달10104 15/12/09 10104 2
62458 [일반] [MLB] 벤 조브리스트 시카고 컵스 행/ 셸비 밀러 디백스 행 [35] SKY925665 15/12/09 5665 0
62457 [일반] BROWN EYED SOUL 4집앨범 'SOUL COOKE' 리뷰 [17] Helix Fossil5058 15/12/09 5058 0
62456 [일반] 이규호/god/김예림의 MV와 EXO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7] 효연덕후세우실4244 15/12/09 4244 2
62454 [일반] 어느 콤퓨타 키드의 몰락 [28] 헥스밤11376 15/12/09 11376 45
62453 [일반] 뼈랑 가죽만 남아서 서 있는 게 고작이잖아. [5] fOu Hell7344 15/12/09 7344 19
62452 [일반] 쓰레기 스펙남의 유쾌발랄 인생사 -3- [8] [fOr]-FuRy7156 15/12/09 7156 7
62451 [일반] 30대 명퇴에 대한 30대남자들의 대화 [46] 구름위의산책14033 15/12/08 14033 0
62450 [일반] 가공된 꿈? [12] yangjyess5401 15/12/08 5401 3
62449 [일반] 고장난 낙하산 [19] 베니카5836 15/12/08 5836 5
62448 [일반]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레이터... [27] Neanderthal11965 15/12/08 11965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