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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07 22:43:55
Name Love&Hate
Subject [일반] 삼국지 뒷이야기 - 비수대전
사실 5호 16국 전반전보다 후반전이 훨씬더 복잡합니다.그래서 쓰기가 더 어려운데, 비수대전 만큼은 아니에요. 동진과 전진의 한판 승부만 이야기하면 되니깐요. 원래 좀 쉬었다 쓰려고했는데, 5호 16국 시대에서 비수대전이 중요한데 이것을 안쓰고 넘어가려니 좀 찝찝해서 요것만 써보렵니다. 일단 비수대전은 쓸게요. 그간 쓰기 어렵다고 엄살 많이 부렸지만, 요부분은 그리 쓰기 어렵진 않습니다.




https://pgr21.net/?b=8&n=53942 1편 서진의 멸망과 두개의 태양
https://pgr21.net/?b=8&n=53997 2편 천하인과 폭군
https://pgr21.net/?b=8&n=54042 3편 전진하는 전진


0. 서진의 멸망부터 지금까지

서진이 팔왕의 난으로 어지러운 상황에 흉노족 유연은 한을 세우고 화북을 유린합니다. 이걸 영가의 난이라 부르고요. 서량에는 후일 전량이 되는 독립세력이 서촉에는 이웅이 성나라를 세워 차지 합니다. 서진은 멸망하고 한나라가 화북을 차지했으나 한나라 내부는 유요, 석륵등이 지방군벌화 된 상태였죠. 전 황제의 장인이던 근준이 한나라를 찬탈하자, 독립세력인 유요와 석륵이 근준을 토벌하고 각각 나라를 세웠는데 둘다 조나라라서 유요의 나라를 전조로 석륵의 나라를 후조라고 부릅니다. 전조와 후조는 천하를 놓고 한판 붙었고, 후조가 승리하면서 전조가 멸망하고 화북지방은 대부분 석륵의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석륵은 천하를 거의 얻을뻔했지만, 후계자 문제가 있었습니다. 조카였던 석호가 석륵 사후, 석륵일족을 멸망시키고 왕위를 찬탈하고 잔인한 통치를 시작했죠. 그 시기에 선비족 모용부는 요동근처에서 독립해서 전연을 세웠고, 동진은 환온의 서부군을 보내 성한을 멸망시킵니다. 후조는 석호의 시대 까지는 그래도 국력은 괜찮았지만, 석호의 사후 석호의 양자였던 석민이 후조를 찬탈해서 염위를 세우고, 갈족 20만명을 대학살해서 사실상 후조가 망합니다. 후조는 결국 염위에게 멸망당하고, 염위는 곧이어 선비족의 전연에게 멸망당합니다. 이 때 후조에 복속해있던 강족과 저족들은 독립해서, 저족은 관중지방에 돌아가서 전진을 세우고, 강족은 동진에 의탁합니다. 강족은 동진의 북부군과 북벌에 여러차례 함께하지만, 결국 동진의 북부군의 북벌은 실패합니다.

동진의 북부군의 북벌이 실패하자, 이제 동진은 환온의 서부군을 보내서 북벌을 시작합니다. 환온은 3차례에 걸쳐서 북벌을 하는데 첫번째 공략대상은 전진이었고, 전진은 국가존망이 걸린 큰 위기였지만 겨우 막아냅니다. 큰위기를 겪은 뒤의 전진에서 부견이 등극하고 승상 왕맹을 등용하고, 전진의 국력이 서서히 강력해집니다. 두번째 북벌대상은 강족이었고, 이로인해 강족은 하남지방에서 쫓겨나 결국 전진에 항복하게 됩니다. 세번째 북벌대상은 전연이었는데, 전연은 전진에 호뢰관 서쪽을 할양한다는 조건으로 구원군을 요청하고, 전진의 구원군과 전연의 모용수의 활약으로 세번째 북벌을 막아냅니다. 세번째 북벌 뒤 동진이 잠잠하던 시기에 전진은 호뢰관 서쪽을 달라는 명분으로 왕맹을 대장으로 삼아 전진을 공격하고 결국 전연을 멸망시킵니다. 전진은 곧이어 전량, 대나라(탁발부)를 복속시켜 화북을 통일합니다. 남은 것은 이제 동진뿐. 이제 칼끝이 향한곳은 동진입니다.







오늘의 무대가 될 회수. 제가 그린거니깐 좀 다를겁니다.




1. 동진의 상황



전진의 부견이 동진을 향한 남진을 실행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서 동진의 상황을 잠시 정리해봐야겠네요. 동진은 환온의 서부군을 중심으로 세차례 북벌을 했었지요. 그중 369년에 일어난 마지막 세번째 북벌은 전연을 향했는데, 원래 형주의 지배자는 사실상 환온이었고 서부군은 그의 휘하에 있었으나, 그때는 이미 북부군까지 환온의 영역하에 있었습니다. 그 당시 세번째 북벌은 전진의 구원군과 모용수에게 패했었습니다만 , 그때 환온이 노리고 있던것은 북벌의 성공보다는 제위였습니다. 서부군과 북부군을 아우르며, 수도외곽의 전병력이 환온 손아귀에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동진이라는 나라를 먹어볼까 하고 궁리중이었죠. 그런 환온이 전연의 수도까지 진격한 것은 본인의 위상을 더 높여주는 길이었지만, 제대로 퇴각만 했으면 본인의 생각대로 될것인데, 아시다시피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것은 퇴각이죠. 결국 환온은 퇴각하다가 모용수에게  대패를 해버리죠. 환온의 황제를 향한 발걸음에 큰 장벽이 생겨버린거죠.




동진의 계보



환온은 일단 수습하느라 부하장수였던, 원진의 보급을 문책하고 원진에게 패배의 책임을 씌우려고 했고, 이에 화가난 원진이 수양(수춘)에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뭐 이건 잘 진압했고요. 일단 본인의 명예가 깎인건 사실이라 이대로 선양받긴 쉽지 않겠단 생각을 하게된 환온은 먼저 황제부터 갈아치웁니다. 당시 황제는 11대 폐제 사마혁이었는데, 사마혁의 폐위 구실을 찾지 못한 환온은 아들도 있는 사마혁을 고자로 몰아서 폐위해버립니다. '내가..내가...고자라니..' 그리고 12대 간문제 사마욱을 황제에 세우고 이 사람에게서 황위를 선양받겠다는 계획을 세우죠. (371년)



근데 12대 간문제 사마욱도 아예 허당은 아니었습니다. 하루는 사마욱이 본인이 먼저 환온을 불러다 놓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양심에 찔린 환온은 선양을 다음에 해야겠다 생각을 하죠. 사마욱은 또다시 편지를 써서 유비가 했듯, 공이 이나라를 잘 보필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만약 이 나라의 복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면 이 나라를 알아서 하시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때도 환온이 쫄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동진에는 황제의 권위라는 것이 있었던 상황이고, 황제가 먼저 저런 말을 하니 오히려 땀을 비오듯 흘리며 대경실색한 것은 환온쪽이었습니다. 그렇게 환온이 '황위를 노리긴 노려야하는데....' 하면서 하루 이틀 미루는 사이에 간문제가 죽어버렸습니다. 고작 8개월의 제위였죠. 아마 스트레스가 심했겠죠. 그래서 황위는 다시 사마욱의 어린아들 사마요에게 넘어갑니다. 그가 13대 효무제입니다. (372년)  오늘의 가장 중요한 토픽인 비수대전을 치뤄낼 황제입니다.




동진의 군대. 북부군은 수도군 위의 장강과 회수 사이의 어두운부분. 이 시기는 군대가 셋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수도군은 수도인 건강, 서부군은 강릉, 북부군은 수춘이나 광릉이 중심지였습니다. 도시 넷 모두 지도에 표시해놨습니다.




환온은 이제는 정말 이 황제에게서 황위를 물려받아야겠다고 생각중이었는데, 환온이 하는 짓거리가 꼴사나웠던 조정 대신들이 많았습니다. 조정에서 환온의 반대세력들이 사안을 중심으로 뭉쳤죠. 사안은 먼저 환온에게 효무제의 제갈무후가 되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합니다. 제갈량처럼 황위는 빼앗지말고 최고 위치에서 섭정해달라는 말이었죠. 섭정은 보통 황족이나 친척이나 외척들이 하는 것인데, 이만하면 충분한 위치인것 같기도 하지만, 환온은 만족하지 않습니다. 조조가 밟았던 엘리트 찬탈코스인 구석을 대놓고 요구하며 야심을 드러냈고, 사안은 하루이틀 핑계거리를 찾아서 버티고 버티면서 시간끌기를 시전중이었습니다. 그러다 그러다 천우신조로 환온이 갑자기 죽어버린겁니다. (373년)  환온이 죽어버려서 일단 찬탈의 위험에서는 벗어났고, 조정이 환온을 디펜스한 사안을 중심으로 재편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정의 실권은 사안이 잡게되죠. 다만, 사실상 사유화 되었던 형주의 서부군은 이때부터 환씨에게 세습됩니다. 환온의 아들은 나이가 너무 어렸고, 환온의 동생인 환충이 강릉을 중심으로 서부군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동진 서부군단장 계보




2. 전진의 상황



376년의 형세



전진의 부견은 370년 왕맹을 보내 전연을 멸망시키고, 373년 환온이 죽은뒤 동진을 공격해 양주(梁 한중지역)와 익주(촉나라 지역)를 점령합니다. 376년엔 강족의 요장을 보내 전량을 멸망시켰고, 대나라 역시 복속시키고 탁발규를 인질로 데려갑니다. (탁발규 중요인물입니다) 파죽지세로 휘몰아치고 있었죠. 다만 하나의 아쉬운점은 375년 전진의 대장군이자 승상이자, 대들보, 이시기 최고의 명장이었던 왕맹이 죽어버린겁니다. 부견이 피를 토하듯 슬퍼했던것은 당연하구요. 왕맹은 부견에게  '동진을 도모하지 말고, 선비족(모용수)과 강족(요장)을 멀리하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이쯤에서 왕맹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왕맹이 다른 대신과 한가롭게 잡담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예전에 환온의 북벌군이 전연을 공격했을때, 구원군 요청을 위해 전연의 사신으로 전진에 왔던 세명의 신하가 있었는데 양침, 악숭, 학구 였습니다. 이 셋은 전연의 멸망후 모두 전진의 신하가 되어 있던 상태였는데, 다른 대신이 왕맹에게 물었습니다. '양침은 당시 연(전연)의 조정이 아름답다는 말만 했고, 악숭은 당시 적군인 환온군의 강력함을 이야기했으며, 학구는 연(전연)의 문제점을 황제(부견)에게 아뢰었는데, 지금 셋은 모두 우리 신하이고 셋중에 한명을 중요한 일에 써야되는 상황이 온다면 셋중에 누굴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왕맹은 대답했습니다. '학구 그 친구가 뭘 좀 아는 친구, 대세를 아는 친구이니 학구 선택하겠습니다.' 그러자 질문을 했던 대신이, '공께서는 정공에게 상을 주고 계포를 주살하실 분이군요' 라고 대답했고, 왕맹은 크게 웃었다고 합니다. 한고조 유방이 천하를 두고 항우와 싸우던 시절 , 정공은 항우군에 있으면서 본인을 놓아줘서 위기를 모면하게 했고, 계포는 유방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는데,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후에 정공은 주군께 불충한 자라 참수하고 계포는 사면합니다. 그 고사와는 반대의 선택을 하는군요 라고 꼬집은 것이죠. 이 일화를 왜 이야기 하냐면 부견은 왕맹과 반대였기 때문입니다.




378년 전진은 양양을 공략하는데, 당시 항복하고 성문을 열었던 이백호는 참수하고, 끝까지 항거하던 동진의 신하 주서는 용서하고 관직을 내립니다. 이건 부견의 성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분명 한고조 유방의 고사를 따랐기도 합니다. 다만 문제는 뭐였냐면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뒤에 했던 행동이지만, 부견은 아직 동진과 크게 한바탕 하지도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대세조차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던거죠. 항복하는데 죽이면, 누가 항복할까요. 그리고, 아직 쇠락하지도 않은, 존재하는 나라에 대한 충심으로 사람의 퀄리티를 판단한다면 그 사람이 진정으로 본인을 따르는지 간첩노릇을 하려는건지 알수 없습니다. 지금의 이 행동이 나중에 큰 균열을 만듭니다. 지금 관직을 받은 주서,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원래, 부견도 왕맹의 유언에 따라 동진에 대규모 원정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양주, 익주, 양양공략했듯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조이기를 할 생각이었죠. 부견이 또 왕맹말은 잘들었거든요. 다만 이 시기의 동진이 황권은 바닥이었지만,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삼국지로 유명한 후한말이 황제의 권력은 바닥이었지만, 군벌들은 강해서 밖에서 들어오는 이민족들의 침공에는 강했듯, 이 시기의 동진은 환온을 시발점으로 명장들이 쏟아지는 시기입니다. 동진이라고 사실 무시당하는데 환온부터 유유까지가 동진의 전성기이고, 동진이 북조 패고 다니던 시기입니다. 딱 비수대전 직전에, 양주 익주 양양 공략에 성공한 것은 환온이 죽고 나서 잠시간의 공백기였습니다. 그 뒤로 다시 동진이 북조 패고 다닙니다. 황권은 약하고 본인들의 힘이 강한것 뿐이었을 뿐어서, 안에서 뒤집기는 쉬워도 외부에서 만만히 공략할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전진의 부견은 형주쪽으로는 양양을 함락시켰으니 이제 회수쪽으로 한번 들어가봅니다. 이에 맞서 동진의 사안은 조카였던 사현을 북부군 군단장으로 임명해 광릉태수로 배치시키는데, 이 사현이 또 인물입니다. 문무를 겸비한 명장이라 합니다. 사현뿐 아니라 사현의 직책이었던 광릉태수휘하에, 광릉상으로 유뇌지가 임명됐는데, 유뇌지 역시 맹장이었습니다. 전진이 회수를 넘보는 족족 북부군에게 응징당해서 연전연패했습니다.




부견은 생각합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제대로 싸워야겠다. 제대로 모아서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 소규모로 붙으면 우리가 질수도 있지만, 대군을 모집하면 동원능력이 앞서는 우리가 질리 없다. 전군 총동원!!. 이것이 385년 비수대전의 시작입니다.






3. 전쟁 개시

부견이 군사를 모았더니 97만명이 모였습니다. 이중 10만을 여광이라는 장수에게 맡겨서 서역으로 보내고 나머지 보병 60만 기병 27만의 87만의 대군을 몰아쳐서 동진을 공략하기로 결정합니다. 익주에서는 강족의 요장이 장강을 타고 형주를 공략하고, 한중에서는 모용수가 선봉이 되었습니다. 하북에서 징집된 병사들은 팽성(항우의 수도였고 유비가 있었던 그 서주성)에서 모여서 회수(화이허강)을 공략하기로 했으며 본군은 동생인 부융을 선봉삼아서 부견 본인이 친정에 나섰습니다. 동진의 거물급 인사들이었던, 환충, 사안, 그리고 황제 에게 전진의 어떤 벼슬을 내릴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군사를 몰아쳐 가고 있었습니다.





동진의 수도 건강(건업)은 난리났습니다. 효무제 사마요는 전전긍긍하며 사안에게 우리는 군사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사안이 긁어모으니 8만가량 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합니다. (이게 모든 군사라는 것은 아닙니다. 환충의 서부군도 10만정도있었고 북부군도 병력이 있었습니다.) 침묵만 하는 효무제에게 사안은 걱정말라며 본인이 잘 막아보겠다고 이야기하며 긁어모은 8만의 군사를, 동생 사석을 대도독으로 삼아서, 방어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환충의 서부군에게는 형주수비를 맡기고, 사현의 북부군은 전장으로 불러들입니다. 사안의 아들 사염도 출정하고, 수비하러 사안의 '양하 사씨'들이 총출동하는거죠.





업의 부비는 전진의 수비주둔군, 강릉의 환충은 동진의 수비주둔군이고, 나머지 화살표가 있는 군대들의 경로들은 이름색깔하고 화살표 색깔 맞춰보시면 됩니다.





전진의 맹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진이 회수를 넘어 수양(수춘)의 공략에 나섰을때, 그 기세와 병력규모에 크게 놀랍니다. 사석 입장에서도 사실 황당한 상황이었죠. 거대한 적의 병력에 비해 초라한 방어병력이었는데, 본인이 잘 막아보겠다고 걱정말라고 큰소리 치더니, 전투에는 정작 동생인 자신을 보냅니다.... 그렇게 형이 지금 군사 이끌고 방어하라는데 무슨생각인지 궁금해서 무슨 놀라운 계책이 있냐고 형에게 물어봤는데, '다 생각이 있다' 라고 일축해버립니다... 형주의 환충은 수도방면이 위협당하니 급하게 구원군을 파견했는데, 형주나 잘막으라고 오던 구원군도 돌려보냅니다........ 정말 사안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여튼 수양을 향해 호빈이 병사 오천을 이끌고 급 구원을 가고, 사석이 본군을 이끌고 수양을 향합니다.







4. 함락된 수양성

전진의 파상공세를 수양성은 막아낼수 없었습니다. 호빈의 오천의 군사가 도착했더니 이미 수양성은 부융에게 떨어졌습니다. 호빈은 수양성의 잔병을 수습해 일단 군사를 몰아 협석으로 들어갑니다. 이때 전진의 모용수도 삼만의 병력으로 운성을 제압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호빈에게 난감하게도,  팽성에서 전진의 위장군 양성이 군사를 몰아 호빈의 후면을 제압해버립니다. 후면을 제압하고 낙간에서 목책을 치고 주둔합니다. 구원군을 차단해버린거죠. 그리고 협석은 본군이 포위하는데, 급기야 호빈군은 양식까지 떨어졌습니다. 호빈은 은밀히 편지를 대도독 사석에게 보냅니다. '다시는 공을 뵈올수 없을것 같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호빈의 구원요청이었습니다. 비장하죠.






구글지도 위에 그린 경로 수춘과 팔공산 사이에 흐르는 강이 비수. 어두운쪽이 전진 영토, 밝은쪽이 동진영토입니다.



그런데 나쁜일은 겹쳐서 온다고, 그 편지를 지닌 밀사까지도 전진의 군사에게 사로잡혀서 양식이 없다는것 조차도 뽀록나 버렸습니다. 이때 부견은 선봉인 부융이 수양성을 함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본군에서 따로 경기병만 몰아서 날래게 수양성이 도착한 상황이었습니다. 수양성에 도착한 부견은 사로잡은 밀사를 통해 불쌍한 호빈의 군사가 협석에 포위되서 양식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이에 사석에게 그냥 항복하라고 항복권고를 시도합니다. 항복을 이끌어내기에 적합한 인물을 보내야겠죠. 아무래도 이전까지 동진에 있었던 인물이 좋을거같아 앞서 나왔던 주서를 보냅니다. 주요인물 나왔습니다.




주서는 사석에게 '강약의 기세가 다르니 빨리 항복하는것만 못하다', 즉 너네랑 우리랑 차원이 다르니 얼른 항복하라는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전진의 신하로서 부견의 메세지를 전달한 뒤의 주서는 다시 동진의 신하로서 코멘트를 시작합니다. 본군이 제대로 도착해서 전진군이 정돈되기 전에 기선제압을 하셔야 한다고요. 원래 사석은 지구전으로 대규모 원정군의 약점인 보급을 괴롭게 해서 물리칠 생각이었으나, 사안의 아들 사염 역시 주서의 의견에 동조합니다. 사석은 지구전에서 기습을 하기로 작전을 변경하고 사현에게도 전달합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 뒤 주서와 사석은 뭔가 좀더 쏙닥쏙닥 거렸던거 같습니다. 아직 동진이 망하지도 않았는데, 동진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주서를 충성심이 높다는 이유로 중용한 것은 정말 에러였습니다.





5. 두번의 도하.

당시 동진 사현의 북부군은 과거 은호의 북부군 시절과 다르게 그냥 깡패였습니다. 전진과 붙었다하면 연전연승했었죠. 광릉에서부터 구원온 사현의 북부군은 강건너 낙간에서 목책을 세우고 구원군을 차단하던 양성의 병력과 마주칩니다. 도하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강력한 목책과 진을 세워둔 전진의 군사는 껄끄로웠겠지만, 깡패들에겐 그런거 없습니다. 사현은 유뇌지에게 5천을 보내 야밤에 기습적으로 강을 건너서, 전진군을 크게 두드려, 만오천명을 죽이고 주장 양성을 사살합니다. 전진군의 기세는 크게 꺾였구요.






다시보는 지도. 두개의 강이 보이실겁니다. 윗지도에 비수를 그었습니다. 양성의 방어전선이 있던곳 하고, 비수가 두번의 도하가 이루어진 강들입니다.




현재의 위성지도로 본 팔공산과 수양(수춘) 그리고 비수





사현의 북부군과 사석의 본군은 만나서 팔공산에 진을 칩니다. 팔공산은 수양(수춘)성 바로 앞에 있는 산으로 그 사이에는 비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팔공산에 사석이 도착함으로 협석의 호빈도 포위가 풀수 있게 되어씁니다. 사석은 유뇌지를 보내서 협석의 호빈을 구원하도록 했고 본군을 숲에 진을쳐서 얼마인지 모르도록 했습니다. 기세가 꺾여 초조해진 부견은 수양성에서 팔공산을 바라봤는데, 이게 군사가 얼마인지 잘모르겠고 엄청 많아보이는겁니다. 애꿎은 부융에게 한소리 합니다. '이렇게 적이 강한데 넌 왜 약하다고 했냐고'





비수대전 지도. 위의 구글지도와 함께 보셔도 좋습니다.



사석은 팔공산에서 본군을 몰아 비수를 앞두고 수양성을 바라봅니다. 대군이 강을 지키고 있으니 도하는 어려운 일이었죠. 한번은 성공했으나, 도박도 한번으로 족합니다. 사석은 부견에게 편지를 씁니다.



'우리랑 지구전 하시려고 우릴 못건너게 막고 계시는군요. 그러지 마시고 우리 건너게 해주쇼. 건너서 한판 붙읍시다'




사실 공격도 전진이 한것이고, 병력도 전진이 많고, 패전해서 기세도 한풀 꺾였는데, 대군의 공격병력이 소군을 상대로 지키고 있는것은 사실 좋은 행동이 아닌것은 맞습니다. 약도 오르고 면도 안서죠. 보급문제도 있고요. 부견도 속전속결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다만, 상대의 제안에 응하는 척하고, 상대가 반쯤 건넜을때 휘몰아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좋은 계책입니다. 강이 아니란 점은 다르지만, 고대의 성복대전을 비롯해서 살짝 후퇴를 했다가 적을 몰아쳐서 대승한 경우가 한둘은 아니니깐요. 그래서 부견은 사석에게 오케이 알겠다고 넘어오시라고, 군사 잠시 물려준다고 답변합니다.





부견의 허락하에 사석의 동진군은 비수를 도하하기 시작하고, 부견의 군대는 잠깐 물르기 시작합니다. 워낙 대군이라 물리는것도 쉬운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전진이 패배했다!! 동진이 이겼다!!'






사현파진백만대병도. 사현이 전진 백만을 격파한 이야기를 그린 그림입니다.



전진군이 후퇴하는것에 맞추어 전진군 내부에서 이런 말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말을 듣는 순간, 대군이었던 만큼 순식간에 극심한 명령체계의 혼란에 빠졌고, 전진군은 우왕좌왕 서로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진형이 엉망이 되버린거죠. 주서와 그의 일당들이 미리 약속된 플레이로 전진군이 후퇴하는 순간, 전진군 내에서 전진이 패배했다는 유언비어를 살포하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수습을 하던 무렵, 도하가 끝난 동진군이 들이치기 시작합니다. 도하가 끝나자마자 깡패같은 동진 사현의 북부군이 전진군을 그야말로 짓밟았습니다. 부융은 난전중에 전사했고, 부견은 단기필마로 도망쳤습니다. 진짜 단기 필마로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이 패배는 각지의 전선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각지에서 동진군의 군세에 전진군이 패배해서 후퇴하게 되었습니다.




사현파진백만대병도 중에서 도망가는 부견


사안은 바둑을 두다가 파발마가 전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사안, 이번에도 눈하나 깜짝 하지 않고 이겼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바둑두던 상대방이 물었습니다. '무슨 편지입니까?'. '어린 아이들이 이긴모양입니다.' 덤덤하기 그지없는 답변을 하며 사안은 바둑알을 착수함으로 두던 바둑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상대방이 이야기했습니다. '방금 둔 그 바둑돌 그거 악수로군요.'





동산보첩도. 사안이 바둑을 두고 있고 멀리서 파발마가 오고 있는 그림입니다.



모용수 오직 운성의 모용수만이 3만의 본인의 군세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87만의 원정군을 비수대전 후 수습해보니 모용수를 합쳐도 10만의 군사만 남았었다고 합니다. 단기필마로 도망친 부견을 수습해서 모시고 간것이 바로 모용수였습니다.





6. 결과

역사에 길이 남는, 소수가 다수를 무찌르고, 판도의 큰 변화를 만든 비수대전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두번의 도하가 승부의 추를 갈랐죠. 비수대전으로 인해 통일된 화북은 다시 찢어져서 5호 16국의 후반전을 맞이합니다. 동진의 황제 사마요는 추후 궁녀에게 맞아죽는 보기드문 황제가 되지만, 여튼 당분간은 황위에서 안전할수 있었고, 동진의 북부군과 서부군은 이제 북부군이 서서히 우위에 놓입니다. 부견이 받아들인 이민족 세력들은 독립해서, 정국을 어지럽힙니다. 그 중 대나라(탁발부)에서 잡혀온 탁발규가 앞으로 눈에 띕니다. 부견의 이민족에 대한 관대함이 본인의 인생을 그르쳤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사실 이 시대는 이 정도로 패배하면 그와 상관없이 황제 계속 못하는 시대입니다. 군벌, 외척, 친족 누구한테 뒤집혀도 뒤집히는게 사실이라. 추후 요장과 모용수와 탁발규등 대부분의 세력들이 독립하긴 하지만, 그것이 부견의 잘못은 아닐겁니다. 부견 잘 보필해서 목숨붙혀준게 모용수이기도 하고요. 모용수는 이 시대 배신의 아이콘으로 오명을 쓰고 있지만, 사실 딱히 그렇지는 않은것 같네요. 시대가 그런 시대였던것이죠. 다만 주서의 경우 확실한 부견의 실책으로 보입니다.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훨씬 어지럽고 훨씬더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초원의 늑대 탁발규와 네이놈 모용수, 진짜 배신자 요장, 동진의 깡패들- 사현, 유뇌지 그리고 그 깡패들의 똘마니, 지금은 똘마니지만 나중에는 더 큰 깡패 유뇌지 휘하에 있는 부하장수 유유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진짜 좀 휴식을 갖고 정리해서 5호16국 후반전을 써보도록 할게요.




그런데 아직도 원래 사안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뭘 믿고 태연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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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07 22:58
수정 아이콘
선추천 후정독 하겠습니다 잘 읽을께요 흐흐
Love&Hate
14/10/07 23:23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티레브
14/10/07 23:06
수정 아이콘
어차피 뒤지거나 아님 천행이 따르거나
라고 이미 마음을 정리했을듯

기다렸습니다 지도가 좋네요!
Love&Hate
14/10/07 23:24
수정 아이콘
사실 그랬겠죠? 큰 묘수가 없는데도 태연한것이었겠죠?
그런거면 정말 사안은 상남자네요.
김연우
14/10/07 23:10
수정 아이콘
다다익선 생각나네요. 다다익성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지만, 이야기 상황을 따져보면 보통의 장수는 수만 정도만 통솔할 수 있고 한신만이 아무리 많은 군대인들 통솔 가능하다는 이야기니까요. 100만은 부견이 다루기 너무 많은 군대였던 거죠.

인구수 200 채웠어도 자기가 마린 컨트롤이 안되면 마린 1부대만 가지고 깔짝거려야지 전부 어택땅했다가 부대지정이 꼬여서 전방 부대는 다크스웜 럴커에 학살되는데 후방 병력이 길을 막아 후퇴도 못하고 전멸했네요
쿨 그레이
14/10/07 23:11
수정 아이콘
유비에게 공명이 있다면 나에게는 왕맹이 있다던 부견이었는데 막판에 군사의 말을 안 듣는 것까지 닮아버리다니요...
Love&Hate
14/10/07 23:25
수정 아이콘
왕맹이 죽어서 말을 못해가지고.. 유언은 사실 말이랑은 많이 다르죠 ㅠ
왕맹이 살아있었으면 부견은 왕맹 말 들었을거같습니다.
아니면 왕맹이 가서 무찌르고 오든지
김연우
14/10/07 23:12
수정 아이콘
딴소리긴 한데 팔공산과 비수를 보고서야 수춘의 중요성을 알겠네요
Love&Hate
14/10/07 23:26
수정 아이콘
예전에 후추통님이 비슷한말씀 하셨는데
삼국지11로 인해 수춘이 방어가 하기 힘들다는 선입관을 가지는데 나름 방어의 요충지라고.
삼국지11의 오해인거 같습니다.
14/10/08 00:02
수정 아이콘
그게 원술부터 시작된 말인데.. 수춘에서 농성전 하던 것들이 주위를 전부 적으로 만들어서 고립되어 버렸으니.. ;;
완전 포위라면 천하의 명성이라도 버틸까 말까인데 소작 방어의 요충지가지고는 택도 없는겁니다 크크크크
앞뒤가 막히지 않았고 원군이 올 가능성이 높고 그 시간을 버티기에 충분하니까 방어의 요충지인거죠.
회귀선우회
14/10/08 00:58
수정 아이콘
사안의 태연함은 당시 남조의 귀족기풍으로 해석되죠
이슬같이 투명하고 깨끗한 고고함
거동하나하나 침착하고 우아하며 격조가 어려있어야 대접받는
남조의 귀족기풍을 배고있던 사안이 애써 태연한척 했지만
마음은 하늘로 붕떠 문을 나설때 문설주에 부딧쳐 갓이
뭉개져 망가진것도 몰랐다고 하는 일화가 있으니
14/10/08 08:19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고 있습니다. 머리가 나쁜건가... 이 시대는 몇번을 봐도 누가누군 잘몰랐는데

재미있게 잘읽었어요.
사랑한순간의Fire
14/10/08 18:50
수정 아이콘
늘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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