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7/09 02:23:20
Name ohfree
Subject [일반] 산책

창 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7월 바람 치곤 제법 시원해 동네 한바퀴 돌아보고 올까 해서 잠깐 밖으로 나왔다.

휘적휘적 거리며 돌아다니는데 어느 담벼락에 이름 모를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꽃이기도 했고 담벼락에 살며시 핀 모습이 너무 이뻐서 가까이 가 보았다.

꽃은 3송이가 피어있었고 모두 붉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 중 가운데 핀 한송이가 제일 모양이 크고 풍성한 잎사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 꽃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해 보니 가운데 잎사귀 가운데 검은 점이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 신기하네. 꽃도 점이 있네.


잠깐의 만남이지만 이쁜꽃을 본게 특별하다 여겨 '점순이' 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곤 자리를 떠나려고 했는데 왠 꿀벌이 앵앵 거리며 날아왔다.

가려던 길을 멈춰서서 잠깐 더 바라 보았다.


꿀벌은 3개의 꽃송이 위를 붕붕 거리며 날아다녔다.
그리곤 한참을 고민하는가 싶더니 가장 화려한 모습을 지녔던 꽃 위로 착륙하였다.
꿀벌은 조심스럽게 꽃송이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꽃송이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수차례 왔다갔다 거리다가 이내 결심한듯 꽃송이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


한참이 지나서 그 꿀벌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꽃송이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지 애가 잘 날지를 못하였다. 날개짓을 푸드득 거리기만 하고 잘 날지를 못하니 이내 나는 것을 포기하고 6개의 발로 걸어 나왔다. 비록 날지는 못했지만 걸음걸이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 있어 보였으며, 위풍당당해 보였다.

꿀벌은 꽃송이 밖으로 다 나왔나 싶더니만 이내 뭣에 떠다 밀렸는지 다시 꽃송이 안으로 퍽 쓰러졌다.


뭔 일인지 싶어 다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한참이 지나서 다시 나타난 그 꿀벌은 이번에는 나는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였다.
6개나 되는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거의 기다시피 하며 꽃송이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꽃잎 위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그 꿀벌은 날개를 파드득 흔들더니 이내 날아 올랐다.
그리고 저 멀리 날아가는가 싶더니 다시 되돌아와 내 주위를 두어번 돌아대더니 다시 자기 갈길을 찾아 날아갔다.

날아가는 꿀벌의 뒷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는데
우아하게 날아가던 그 꿀벌의 날개짓은 파리의 그것과는 달리 경박하지 않고 우아했으며,
머리, 가슴, 배가 모난곳 없이 신체 비율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리고 두 엉덩이에 봉긋 솟은 벌침이 유난히 길어 보였다.


꿀벌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난 '거리에서 보기 힘든 좋은 구경했네' 라는 혼잣말을 하며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였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현실의 현실
14/07/09 02:31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꿀벌이 뭘한거죠?
꿀벌이지만 꿀벌이아닌거같은...
표면적 내용외에도
뭔가엄청난것이 내포되어있는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ArcanumToss
14/07/09 03:46
수정 아이콘
요즘 꿀벌도 나비도 거의 안 보여서 걱정입니다.
농약과 무선전화의 전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더군요.
비실거리는 꿀벌의 모습이 그려져서 맘이 좋지 않네요.
새강이
14/07/09 11:40
수정 아이콘
맞아요 요새는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듣기 힘드네요..ㅠㅠ 한 인간으로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잠자던사자의코털
14/07/09 10:50
수정 아이콘
문자그대로 해석해야 할지 아니면 비유적인 것을 봐야할지 크크 둘중 어떤 것을 말하던지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지니팅커벨여행
14/07/09 13:08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근데 꽃 입장에선 19금 장면일텐데 그걸 계속 지켜 보셨다니...;;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2637 [일반] 서울에서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식이 열립니다. [78] hola2676813 14/07/10 6813 2
52636 [일반] [잡담] 박제에 대한 이야기 [8] 7월2726 14/07/10 2726 0
52635 [일반] [스포츠] [NBA] 르브론을 모시고 오기 위해 클리브랜드가 노력하네요. [31] 어리버리5281 14/07/10 5281 0
52634 [일반] 유홍준 교수, 문화재 입장료에 대해서 [55] Duvet9320 14/07/10 9320 2
52633 [일반] 축구 국가대표 차기 감독은 이광종 감독이 유력하고 생각합니다. [66] 사신군6177 14/07/10 6177 0
52632 [일반] 주인의식 [13] 삭제됨3489 14/07/10 3489 7
52631 [일반] [오피셜] 만주키치, AT 이적 + 레반도프스키 뮌헨 입단 [21] 짐짓4937 14/07/10 4937 0
52630 [일반] 홍명보 감독 사퇴 확정(제목 수정) [96] 세종12620 14/07/09 12620 0
52629 [일반] 조물주보다 위대한 건물주.jpg [43] 성동구11013 14/07/09 11013 0
52628 [일반] 내가 좋아하는 신해철 노래 Best 10 [37] 리콜한방6854 14/07/09 6854 3
52627 [일반] 지난달에 발표된 전자발찌확대방안.. [47] nickyo5556 14/07/09 5556 1
52626 [일반] 2022년 동계올림픽 최종 후보지가 발표되었습니다... 어느 도시가 될꺼 같으신가요?? [15] 잘가라장동건4934 14/07/09 4934 0
52625 [일반] 새정치연합, 광주 광산을 권은희 전략공천 확정 [233] 어강됴리8487 14/07/09 8487 2
52624 [일반] 무료 음악 감상 앱 추천 - Beat [20] 베네딕트컴버배치6811 14/07/09 6811 0
52623 [일반] [해축] 디 마리아 딜레마 [47] OnlyJustForYou6777 14/07/09 6777 0
52622 [일반] 퇴마록에 대한 잡담 [42] 삭제됨6882 14/07/09 6882 0
52621 [일반]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최은성 은퇴 [28] 잠잘까4540 14/07/09 4540 3
52620 [일반] 흡연자분들 전자담배로 오세요. [110] The Special One16627 14/07/09 16627 3
52619 [일반]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 & 미드 장르 이야기.. [76] 삭제됨6147 14/07/09 6147 0
52618 [일반] 김완선/뉴이스트의 MV와 B1A4/박지윤/걸스데이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5] 효연광팬세우실2880 14/07/09 2880 1
52617 [일반] 한국기독교인들이 인도 부처님의 성도성지에서 일명 '땅밟기'를 자행했다고 합니다. [419] 큐브11464 14/07/09 11464 5
52616 [일반] 산책 [5] ohfree2899 14/07/09 2899 0
52615 [일반] 웹상의 좋은 글들을 스크랩해봅시다. [18] Love&Hate8611 14/07/09 8611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