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목원대 관련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국내 기독교에 대한 성토가 좀 보이네요.
그래서 좀 색다른 관점에서의 기독교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무작정 까기위한 글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감싸자는 취지도 더더욱 아닙니다.
원래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의 눈에 비친 기독교에 대한 경험담 정로로 심각하지 않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의 제목은 사실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직 다니고 있으니까요.
전 원래 천주교인입니다. 집안도 대대로 천주교 집안이구요.
다만 대학다니고 직장다니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상당히 열성적으로 성당일에 참여했었습니다.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 성가대도 오래 했구요. 그 이후로는 가끔씩 요즘 내가 너무한가 싶으면 주일에 미사 가끔 참여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태어나면서 믿어왔던 종교이고, 집안 대대로 믿다보니 성당을 지날때면 경건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꼭 성호를 긋고 지나가곤 하죠.
부모님은 저의 종교관이나 종교생활에 대해서 제 의견을 존중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그냥 지켜봐주시는 편이죠. 성당 안나가니? 하는 잔소리는 거의 없으십니다.
다만 저희 집안 사람들, 특히 아버님이 기독교에 대한 반감은 상당한 편입니다.
그 이유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독교의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모습과 과도한 선교 때문입니다.
또한 기독교인들은 실생활과 종교생활을 적절히 분리하지 못다고 생각하십니다.
혹시, 천주교와 기독교의 차이에 대해서는 다들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천주교는 구교, 즉 전통 로마교회입니다. 카톨릭이라고도 합니다.
로마제국에서 처음 기독교가 인정되고 국교가 된 이후에 지금까지 하나의 종파로 이어온 크리스트교라고 할 수 있죠.
로마 교황과 그 밑의 추기경, 그리고 신부, 수녀 모두 하나의 천주교 제단에서 관리됩니다.
유럽의 신민지역에 대한 포교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보여주기 위한 예수상과 성모상등이 파생되었습니다.
원주민들에게 예수가 누구인지, 성모마리아가 누구인지 설명하려면 보여줄 만한 것들이 필요했죠.
그런 것에 성호를 긋고 예를 표하는 행위는 기독교에서는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 는 십계명을 스스로 어긴 것이라 하며 비난하죠.
그들이 이야기가 딱히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그런 역사적 상황이 있었던거죠.
대표적인 천주교 국가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포루투칼 입니다. 때문에 스페인, 포루투칼이 점령했던 남아메리카가
지금도 대표적인 천주교 국가들입니다. 필리핀의 경우도 스페인 지배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아시아의 대표적인 천주교 국가죠.
국내의 천주교는 조선말기 포루투칼 선교사들을 통해 전파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물론 엄청난 박해를 받았구요.
크리스트교에 대해 생소한 원주민들과 부딛치며 선교를 해온 역사 때문에 각 국가의 토속신앙이나 풍습에 대해서 관대한 편입니다.
국내의 경우도 천주교는 제사를 권장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죽은 사람에게 절하지 않는다는 것도 천주교는 딱히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기독교, 즉 신교는 카톨릭의 부폐에 대항하여 생겨난 크리스트교입니다.
1차 종교개혁은 독일의 마르틴 루터가 일으켰으며 로마교회가 성당건축 비용을 충당히기 위해서
돈을 받고 당신의 죄를 사하여준다는 '면죄부'를 발행한 것에 반발하여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쟝 칼벵은 이를 더 강화하여 각종 허례허식에서 벋어나 스스로를 채칙질하고 '성경말씀' 에만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죠.
북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인 신교국가들이고, 현재 대표적인 신교국가는 미국입니다.
국내 기독교도 미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역사에 따라서 수많은 종파가 있습니다.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등 많죠.
성경말씀과 정해진 교리 이외의 관습은 모두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소 강경하죠.
그런 것들과 타협하는 것 자체가 성경말씀과 어긋난다고 보는 겁니다. FM 대로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죠.
일단 두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각설하고, 제 이야기로 되돌아 오면,
문제는 아내와 혼담이 오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내의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입니다.
부모님, 형제들 모두 상당히 독실하시고, 삼촌 중에 목사님도 계시죠.
그걸 알고서도 연애를 시작한 이유는 아내는 종교에 자기 시간을 바칠 정도로 열성적이지는 않거든요.
종교가 기독교이긴 하지만, 평소에 잘 내색하지 않는 편이고, 개인적인 일이 있으면 예배를 빠지기도 합니다.
외국생활도 오래했던 터라 그런 부분에서는 좀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편입니다.
제가 처음 아내와 연애를 시작핼 때 물어본 질문이 이거였습니다.
"너, 일요일 껴서 1박2일로 나랑 여행갈 수 있어?"
좀 돌려말했는데, 사실 '너는 나와의 일로 교회를 빠질 수 있느냐?' 가 핵심 질문이었습니다.
대답은 '그렇다.' 였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아내는 저와 여행을 가기 위해서 가끔은 예배를 빠지기도 했습니다.
형제들과 나이 터울이 많은 막내딸이었던 탓에, 아내의 부모님도 아내의 종교생활에 대해서만은 다소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결혼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이런 종교문제는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일단 저희 부모님의 경우는 아내의 종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주의셨습니다.
천주교로 개종하지 않아도 별로 상관하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딱 그정도 컨셉이었습니다.
'네 종교가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것에 대해 과하게 티를 내지만 않는다면 상관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내의 부모님은 달랐습니다. 아내를 통해서 은근히 저에게 개종을 권유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원래 장인 장모님은 자녀들의 결혼상대가 기독교 인이 아니면 절대 허락하지 않는 분들입니다.
다만 막내딸의 자유분방한 부분을 인정하여서 다음과 같은 전제로 결혼을 허락하기로 하셨다고 하더군요.
1. 일단, 불교나 유교 집안만 아니면 된다.
2. 현재는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결혼 후 언젠가는 개종해야 한다.
일단, 저는 '절대로 안된다' 라는 극단적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고려해 보겠다' 정도로 답했습니다.
그 대답을 장인 장모님은 상당히 긍정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었습니다. 혹은, 그렇게 밀어붙이고 싶으셨던 거겠죠.
드디어 결혼문제로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처음 만나뵙게 된 날.
전 결국 진짜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장인 장모님은 좋으신 분들입니다. 교양있고 검소하고 소박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저의 다른 조건들은 자세히 묻지도 않으셨습니다.
물론 아내를 통해 제 직업과 형제관계, 부모님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야기를 들으신 탓이었겠죠.
이야기의 주제는 단 하나였습니다.
"자네는 교회를 다닐텐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이것만이 중요하다. 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 나가기 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일단은 만나뵙자는 생각이었죠.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어짜피 결혼은 하기로 결심을 했었고 각오했던 일이기도 했죠.
아내의 집안은 그 문제 말고는 크게 결격 사유가 없는 집안입니다.
부모님도 노후 생활은 충분히 가능한 정도의 재산이 있으셨고, 형제들도 큰 문제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결혼식도 검소하게 치루자는 의견이었습니다. 다른 부분은 모두 제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부모님 상이었죠.
결국 저는 그 짧은 식사자리에서 이렇게 합리화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교회만 다니면 아무런 문제없이 행복할 수 있다. 다른 문제도 전혀 없다. 내가 전혀 종교생활을 안했던 사람도 아니고,
어짜피 뿌리는 다 같은 그리스도교 아니겠는가. 나만 교회에 다니면 된다.'
'이미 장인 장모님의 연세도 지긋하시다. 훗날 두분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내 스스로 종교관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때 다시 판단을 내리면 되지 않을까. 그때 다시 천주교로 돌아가도 된다. 그 전까지는 효도한다 생각하고 다니자. 그럼 된다.'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국 교회에 다니겠다고 약속을 하고 결혼 승락을 받아냈습니다.
저희 부모님에게는 제가 교회에 다니기로 한 부분은은 비밀로 하기로 했습니다.
아내와 장인 장모님에게도 우리 부모님에게 개종을 조건으로 결혼 허락 받은 인상을 굳이 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그게 사실이지만...)
설득했죠. 제가 교회를 다니기로 한 마당에 그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셨는지, 장인 장모님도 동의 하셨습니다.
부모님에게는 아내와 함께 가끔 정도는 교회에 나가줄 수도 있다. 정도로 말씀드렸습니다.
부모님도 저의 종교관에 대해서 대충 아시기 때문에, 그냥 '그러냐? 알았다.' 정도로 넘어가셨습니다.
(제가 기독교에 푹 빠질 가치관을 가지지 않은걸 너무나 잘 아시기 때문이죠.)
중간에 주례를 목사님이 서시면 안되겠냐고 장인 장모님이 슬쩍 오퍼를 넣었지만,
다른건 다 허락해도 그것만은 안된다는 저희 아버님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주례는 제 대학교 은사님이 보셨습니다.
그때도 장인어른은 내심 아쉬워 하면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래, K군이 교회에 나가는게 가장 중요하니, 그 부분은 우리가 양보를 하겠다."
라구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굳이 양보란 표현을 쓸 문제는 아니었죠. 저희 집에서 예식을 성당에서 치루자고 한건 아니었으니까요.
각설하구요.
그렇게 전 교회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당시 장인 장모님은 작은 개척교회를 다니고 계셨고, 형제들은 각자 본인의 마음에 맞는 교회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본래 아내는 외국에서 생활하던 터라 딱히 다니던 교회가 없었고, 가끔 귀국하면 언니가 다니는 교회를 따라가곤 했죠.
원래는 신혼집에 가까운 교회를 다니려고도 했지만, 장인 장모님은 열성적이지 않은 아내도 못미더웠던 모양입니다.
일단 나중에 집 가까운 교회로 옮기더라도, 언니와 형부가 다니는 교회로 먼저 다니는건 어떠냐고 제안한거죠.
뭐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처음 교회에 나간 날의 멘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 왜 내가 그토록 종교문제를 쉽게 생각했는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천주교의 미사는 상당히 엄숙합니다. 그리고 예를 중시하죠.
한시간의 미사는 언제나 시간순서에 정해진 예식대로 행해집니다.
중간에 앉아서 진행하다가 일어서기도 하고, 다시 무릎을 꿇기도 합니다.
모든 교도들이 줄을 서서 신부님에게 성체를 받아먹는 예식도 있습니다.
성가는 모두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곡들입니다. 반주는 오르간 반주만을 사용합니다.
신부님이 말씀을 전하는 시간은 모두들 조용히 경청합니다. 천주교에서의 '아멘' 이라는 말은 정해진 예식때만 합니다.
기독교의 예배는 뭐랄까 전반적으로 상당히 케쥬얼하더군요.
찬송가는 상당히 밝은 분위기의 곡들이었습니다.
피아노 반주 외에도 기타, 배이스, 드럼도 동원됩니다. 찬송가는 손뼉을 치며 부르고,
찬양을 할때에는 손을 벌리기도 하고 몸을 흔들면서 부르기도 합니다. 특별히 정해진 예절 같은 것은 없어보였습니다.
어떤 찬양은 율동이 있느 것도 있습니다.
예배는 목사님의 설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목사님의 설교중 교인들은 중간중간 "아멘!"을 외칩니다.
어느 것이 좋다. 옳다의 문제는 아닙니다.
아마도 천주교인이 기독교의 예배를 접하면 '너무 가볍고 경박하다' 고 생각할 겁니다.
반대로 기독교인이 천주교의 미사를 접하면 '너무 형식적이고 틀에만 얽매인다' 고 하겠죠.
그것은 그냥 다름과 익숙하지 않음의 문제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무언가 내 스스로 맞지 않는 공간에 던져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예배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는데도 두달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순간 많은 절차들이 따라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냥 일주일에 한시간만 두 집안의 평화를 위해 내가 조금만 참자'
라는 제 생각은 너무 순진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습니다.
................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