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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05 07:10:41
Name Tyrion Lannister
Subject [일반] 섬광처럼
이 이야기는 독자들이 제발 죽이라며 욕하던 한 조연 캐릭터의 이야기입니다.






1년 여 동안 함께 지낸 스승 아방의 위기 앞에서 마왕 해들러가 보내주자 '고맙습니다 이만 실례할게요' 라며 도망
아방을 고작 3일 만난 타이가 아방의 복수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혼자서 무섭다고 도망치기에 바쁜 이기적인 성격, 비겁자
그리고는 다른 이들 앞에서는 '용자일행이다' '아방의 제자다'라며 허세만 일삼는 찌질한 모습에 많은 팬들이 안티가 되었고
급기야 소년 점프에 포프를 좀 죽여버려라며 비난의 편지가 쏟아짐.






결국 성화를 못 이긴 편집부는 작가와 원작자에게 포프를 빨리 퇴장시키기를 주문했지만 작가진은 '포프는 초반이 아닌 중반에 죽을 예정'이라며 반대.






포프는 '가짜 용사 일행'인 마조호의 일침에 변화하기 시작한다.







여전히 겁쟁이이긴 하지만, 점점 당당한 남자가 되어간다.






하지만 아무리 무서운 마족과 괴물들과 싸운다고 할 지라도, 첫 눈에 반한 상대인 마암에게는 차마 고백도 하지 못한다. 자신의 한심한 모습을 여과없이 봐온 동료이기 때문에, 또 자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그리고 중반, 포프는 바란의 정신공격으로 기억을 잃고 퇴행한 타이를 지키기 위해 혼자 목숨을 걸고 용기중과 싸우고,
마법이 바닥나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자 타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자신의 스승 아방이 그랬던 것처럼






포프의 메간테는 타이를 각성시키지만 정작 바란에게는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 말 그대로 개죽음.





이렇게 작가진의 의도대로 중반이 되어 포프는 퇴장하게 되었지만 그의 성장과 인간적인 면모, 희생을 본 독자들은 마음을 바꿔 '포프를 죽이지 말라' '포프를 살려달라'고 외치게 된다.





그리고 바란과 타이의 격전이 오래 이어지던 중





몸은 시체가 되어있고 정신은 사후세계에 가 있던 포프가 (고메의 도움을 받아) 일으킨 기적에 타이는 결국 바란을 쓰러뜨린다.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죽었고 레오나의 주문으로도 부활할 수 없었던 포프는, 이 기적에 감명받은 바란의 피로 가까스로 부활한다.









대마왕 버언과의 최후의 격전을 앞두고 레오나 공주를 포함한 아방의 제자들이 파사주문 미나카토르를 준비할 때, 다섯 명 중 포프의 표식만이 빛나지 않는다. 다섯 표식에 대응하는 덕목으로 마암은 자애, 흉켈은 투지, 레오나는 정의, '용사'인 타이는 용기임이 분명하고, 마지막 남은 한 가지의 덕목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포프가 아무리 노력하고 연습하여도 다섯 명 중 포프의 표식은 빛나지 않았던 것.




신이 내린 용의 기사인 타이는 용의 기사 바란과 알키드 왕국의 소아라 공주의 아들, 레오나는 파프니카의 공주이자 왕녀,
마암은 선대 용사일행이었던 전사 로카와 승려 레이라의 자녀,
흉켈은 검술이 훌륭했던 해골몬스터 바르토스에게 자라나 아방과 미스트 번에게 선악 양쪽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했던 것에 비해
평범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자신은 이들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하며 절망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표식이 빛나지 못하자, 자괴감에 고통스러워하며 도망치려는 포프. 그리고 그를 노린 자보에라의 저격을 무녀 메를르가 대신 몸으로 받아낸다.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는 메를르는 자신이 포프를 줄곧 짝사랑해왔음을 고백하고, 마지막으로 포프가 좋아하는 사람을 밝혀주길 유언으로 부탁한다. 그리고 포프의 고백.






그리고 그제서야 포프의 표식이 빛나기 시작한다. '용사는 용기 있는 자'라는 말 때문에 당연히 용사인 타이가 용기의 사도일거라 생각했었지만 진정한 용기의 사도는 겁 많고 도망치기 바빴던 포프였던 것.






용기 없던 자신을 좋아해준 메를르가 사망하자, 포프는 마법력을 폭발시키며 메를르를 소생시킨다. 마법과 소생마법을 함께 사용하는 '현자'로서의 각성.



그리고 마왕성에서의 격전.





'대마도사' 포프



그리고 버언과의 최후의 대결에서 모든 이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의 그 명장면.



"아까 롱베르크의 얘길 듣는데... 퍼뜩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더군. 내가 한 5살인가 6살 때...
어느 날 밤, 난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어디로 가게 될까?
생각하면 할 수록 무서워져서... 한밤중에 난 왈칵 울음보를 터뜨렸지. 부모님이 깜짝 놀라 뛰쳐 들어올 정도로.
사람은 언젠가는 꼭 죽어야 돼? 왜 계속 살 순 없는거야?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진 난 계속 울며불며 난리를 쳤어. 그러자 엄마는 날 꼭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했지...
'인간은 누구든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단다.'
'그래서...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거야.'"



순간, 하지만 섬광처럼








포프는 드래곤볼의 크리링처럼, 적당주의에 적당히 약하고 응큼하고 좀 비굴하고 비겁하지만 작품의 맛깔스러움을 살려주는 캐릭터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악,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소년 소녀들이 맞서야 하는 비정한 상황 속에서, 절박함에 고통스러워 하고 도망치고 싶어하면서도 끝끝내 용기를 가지고 일어서는 포프의 인간적인 면은
그처럼 약간은 비겁하고 약간은 비굴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네 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안 읽어 보신 분이라면 한 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런데 내용은 다 스포함...



유게에 간단하게 올리려다가 계속 살이 붙어져서 자게에 올립니다. 자꾸 자꾸 손이 가네요. 새우깡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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