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3/06 23:06:36
Name 信主
Subject [일반] 20대의 정치, 정치성향
PGR에서는 과거에 남여문제, 종교문제와 함께 정치문제는 금기였습니다. 그만큼 정치적 신념은 잘 변하지 않으며 설득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한번 지지를 보내기 시작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보내는 편이죠. 각 지역구별로 여권, 야권 강세지역이 따로 있는 것이 그러한 경향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아직 채 확정되지 않은, 혹은 확정되었더라도 아직 바뀔 여지가 큰 젊은층의 정치성향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정치적 신념은 잘 변하지 않는 것이고, 단지 한 표지만 몇십년동안 유지될 1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게다가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부동층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젊은층, 특히 만31세 이하의 정치성향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해보고자 합니다.



현재의 20대를 30대와 구분할 때 가장 큰 정치적 특징은 2002년 대선때에 투표권이 있었느냐는 겁니다. 당시 투표권이 있던 20대 유권자들은 이제 30대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20대는 노무현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의 세대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은 본인의 정치인생을 제외하고도 대통령이 된 것 자체로 몇가지 의의가 있는데, 그 중 한가지는 3김정치의 종식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군부독재에 항거해 온 대표적 정치세대가 저물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무현대통령 취임이후 선거권을 가진 현재의 20대들은 그러한 민주화정치에서 벗어난 세대이기도 합니다.

어느나라나 그런 모양입니다만, 우리나라도 정치권에 대해 굉장히 불만이 많습니다. 항상 정치는 부패했거나, 좀 봐준다면 낡았다는 소리를 듣죠. 그리고 그 말은 굉장히 어릴때부터 어른들로부터 들어온 말들입니다. 그래서 20대가 된 유권자들은, 기존의 정치인들을 배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20대들은 현재의 주류인 386세대였던, 이제는 586이 되어가는 세대에 대해 그러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3,40대들이 3김정치에, 4,50대들이 신군부정치에 그러한 것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죠.

80년대 민주화운동을 대학생으로서 주도했던 이 386세대들은 그렇기 때문에 두터운 인적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년 넘게 흘러버린 지금은 그 두터운 인적 인프라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어 새로운 정치세대의 진입을 막고있는 벽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각당에서 추진하는 청년대표선출은 지금처럼 청년들의 정치열기를 지금 흡수해보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당에 쏟아지는 관심을 이용해 청년을 키워서 20년 후를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나서야합니다. 지금 각 당이 청년들에게 관심있는 '척'하면서 청년대표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래봐야 386세대가 정치에 입문했던 13대 14대 때에 비해 젊은 층의 후보공천 비율은 낮은 편이니까요. 작년 안철수열풍의 근원에는 그러한 요인도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선관위는 연령별 투표율을 5년을 단위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20대초반, 후반, 30대초반...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이런 분석은 평면적인 분석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정말로 선거를 분석할 의지가 있다면, 총선과 지방선거는 적어도 4년단위로 분석해야하죠. 30대 이후는 덜하겠습니다만, 이번에 처음 선거하는 사람과, 저번에 한 번 해 본 사람, 이번에 3번째인 사람은 다 각각 다릅니다. 2년으로 끊어야 지방선거를 포함해서 분석을 하고, 혹은 4년 단위로 끊어야 동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표율이 어찌 변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데, 10년, 혹은 5년단위의 투표율분석을 보고 있으면 좀 답답합니다.

이번에 3번째 총선에 참여하는 만28~31세 세대는 323만명정도 됩니다. 이 세대는 탄핵정국에서 처음으로 총선에 참여했고, 대선 직후에 진행되어 역대 특이할 정도로 투표율이 낮았던 18대 총선에도 참여했습니다. 야권 지지자들을 본다면, 희망속에 투표에 참여해 봤고, 그에 따른 절망이나 혹은 정치적 무력감속에 지지를 바꿨거나 관심을 끊었던 세대였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고등학생들의 소고기문제 반대로 촉발되었던 촛불시위에 상당히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세대들이기도합니다. 이들은 02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들이니까요.

2번째로 총선에 참여하는 만24~27세 세대는 253만명정도 됩니다. 이 세대는 가장 투표율이 낮았던 18대 총선을 첫 총선으로 치렀습니다. 이들을 특칭하는 명칭이 있는데 바로 '이해찬세대'입니다. 이해찬고문과 야권에 대한 반발이 상당히 쎈 편이죠. 게다가 상대적으로 김대중-노무현정부시절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녔기에 정치적 이슈에 둔감합니다. 이전세대가 학창시절을 IMF와 함께보낸 것과 비교했을 때 말이죠. 또, 21세기이후를 제외하면, 가장 인구가 적은 세대여서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세대이기도 하죠. 이들의 첫 총선은 기록적인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년을 경험했지요.

이번에 처음으로 총선에 참여하는 만20~23세 세대는 260만명정도 됩니다. 이들은 본격적인 인터넷 세대이면서, 20살을 전후하던 나이 때에 '어륀쥐'로 시작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빠르게 습득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터넷을 통해 많이 노출되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처음 08년에 촛불을 들었던 그 세대 중 하나입니다. 기존의 첫 총선을 맞이하는 유권자들에 비해 정치적 노출이 많았고, 그것이 투표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죠.



탄핵역풍을 타고 44.7%의 20대투표율을 보일 때 첫 총선을 참여했던, 3번째 투표세대가 이번 투표에 돌아올 가능성이 높고,
28.1%라는 기록적으로 저조한 20대투표율을 보일 때 첫 총선을 차여했던, 부동층이 많았어서 상당수가 이번이 사실상 첫 총선에 해당 될 세대와,
촛불정국과 서거정국이라는 독특한 정치세례를 받았던 첫선거를 치를 세대가 이번에 '20대'를 구성합니다.

총선텀인 4년이 흐를때마다 유권자 수는 대략 300만명이 새로 들어오고, 100만명이 나갑니다. 나가는 분들은 고연령이신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아도 전연령에서 일어나고, 새로 들어오는 분들은 거의 전원이 20대 초반인 분들이죠. 이러한 20대의 지지를 받는 것은 굳이 미래를 따지지 않더라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20대들은 진정성 있는 후보를 원합니다.(뭐, 20대만은 아니지만.) 그건 사실 정책공약에 대해서 불신하기 때문이고, 어떤면에서 어떤 정책이든 공적이익을 위해 진정성만 갖춘다면 국가에 해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있기 때문이죠. 그러한 '진정성'은 결국 공익을 위한 자세로 파악됩니다. 그러니까, 국가단위도 아니고 정당단위에서의 공익도 불사하고 사익을 추구하다가 생기는 당내분은 그만들 두세요. 몰래하시던가...



(추가)
일본만화 쿠니미츠의 정치를 보면, 학생회장 선거에도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몇년 후 선거권을 갖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고 묻는 장면이나오죠. 저는 여기에 공감하면서도 반발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실, 선거권이 없을 때까지는 선거에 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죠. 결국 선거권을 얻기 전에 얼마만큼의 정치적 이슈에 노출되었느냐가 그 세대의 투표율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이번에 첫선거를 치르는 세대는 그러한 정치이슈에 대한 노출이 극심했고, 2번째 치르는 세대는 저번의 낮은 투표율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그래서 똑같이 노출이 극심했던 정치이슈에 편승한 경향도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3번째인 세대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8년전의 투표성향이 돌아올 것 같구요.

결과적으로 후반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번에 20대의 투표율은 상당히 높게 나올 것이고, 이것은 민주당과 진보당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라는 예상이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3/06 23:29
수정 아이콘
흥미롭네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견우야
12/03/06 23:31
수정 아이콘
댓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몇번 지웠다 다시 쓰길 반복)
잘 읽었습니다.
누나전문깔대기
12/03/06 23:33
수정 아이콘
4년단위로 투표율 분석하는거, 정말 신선하고 나이대별 경향을 잘 보여 주는 것 같네요. 제가 24-27세대이거든요.
첫 대선선거때 집에서 보던 중앙일보에서 열린우리당 공격하는 기사들만 보다보니 이명박이냐 정동영 둘다 아닌거 같아 이회창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_- 지금생각하면 대체 무슨생각으로 그랬을까 하며 부끄럽더군요;;

그런데,24-27살들은 실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비해 정치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해서, 18대 대/총선과는 다른 투표경향을 보일거라고 생각됩니다...만, 그래도 관심없는 사람이 많긴 많네요. 그리고 20-23세는 후배들을 보면 구 한나라당과 MB를 확실히 싫어하는 경향이 보이는데, 그 싫어하는 것과 자신이 투표하는게 연결될진 잘 모르겠습니다. 노는게 먼저일 나이라서요... 정치 예측이란게 정말 어렵네요 [m]
In the end
12/03/06 23:39
수정 아이콘
요는 미괄식인가요? 농담이구요 크크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다가
군 제대후 반성하고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중인차거든요.
Impression
12/03/06 23:4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인데... 여권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난삼아 정사갤을 했던 어떤 사람들은 결국엔 인터넷상의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결국 새누리당을 찍을겁니다.
젊은층이라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네요. 탄탄할듯..
타테시
12/03/06 23:58
수정 아이콘
저도 누나전문깔대기님 처럼 24~27세대로서 저 성향분석에 동의합니다.
첫 대선이 첫 선거였는데 이명박도 아니고, 정동영도 아니라서 이회창을 뽑았습니다.
그 때는 정말 뽑을 사람 없어서 뽑았지만 다음 총선부터는 바로 야당성향으로 뽑는 것을 바꿨습니다만...

그런데 24~27세대가 상당히 보수적인 세대이긴 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절대다수를 만들어준 장본인들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 세대들은 이후 촛불시위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최근의 청년실업문제나 이런 것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회의감은 오히려 이쪽이 더 많을 것이에요.
그래서 좀 더 공격적인 야당성향 투표가 예상되기도 합니다.
초록추억
12/03/07 00:10
수정 아이콘
어라 저도 24~27세대이고, 군대 있을때 치뤘던 대선에서 이회창을 뽑았는데 신기하네요.
근데 지금 다시 뽑으래도 이회창을 뽑을것 같습니다.
감정과잉
12/03/07 00:28
수정 아이콘
24~27세대에 해당하네요. 저도 대선이 첫 선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에 BBK 등 문제 많은 MB도 싫고, 네거티브만 해대는 정동영도 싫고,
보수 노땅 이미지에 고향인 대구에서 어르신들께서 좋아해서 반사적으로 거부감 느껴지던 이회창도 싫고
그래서 문국현과 권영길 둘 중 하나 찍짜... 하다가 잘은 몰라도 나름 진보정당이 조금은 더 힘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권영길 후보를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_-)

이 24~27 세대는 어릴 때 IMF 후폭풍을 보고 자란 세대여서 '안정적 성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윗세대보다 오히려 더 스펙 등에 치중하며 안정적 직장과 가정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고,
그러다보니 정치적 성향이 보수이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에 관심을 안 가지려 하거나 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대선 투표할 때 저런 생각으로 투표를 했었는데, 제 친구들은 투표를 안 하거나 그냥 가서 아무나 찍었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면 이전과는 달리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더군요.
특히 여당, 기득권세력, 꼰대(?)들에게 반감이 심한 것 같습니다.
투표를 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투표를 할 것이라고 대답하고, 야당도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지금 여당은 정말 싫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이번 총선과 대선이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몽키.D.루피
12/03/07 00:44
수정 아이콘
전에 고성국 박사가 뉴욕 타임스에서 말한 게 생애 첫 투표 운동이었죠. 첫투표를 반드시 하자는 취지인데 미국에는 선거철에 대통령이 다른데는 안가도 고등학교 학생들이 편지하면 전용기 타고 날아간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생애 첫 투표를 절대로 잊지 못하고 평생 그 정치 성향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네요. 그래서 처음 투표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한표가 아니라 그 사람 평생 수십표를 의미하기 때문에 절대로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의 수장이자 정치 리더로써 자기 당의 미래의 수십표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그렇게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20대의 정치 성향은 그래서 중요한 거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표가 많은 사람들이니까요. 20년도 갈 필요없이 10년만 지나면 기존 극우 세력들은 엄청나게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래서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은 미래가 없는 거죠. 콘크리트 30%는 줄어들 일만 남았지 절대로 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20대가 그렇다고 해서 야당에 좋으냐? 혹은 진보세력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느냐? 전 회의적입니다. 20대들는 자신들을 대표할 만한 정치 세력이 아직 없어요.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죠. 위에서 분류하신 2,3번 총선 참여자들은 그 세력을 찾지 못하고 그냥 30대, 혹은 그 언저리가 되어버린 케이스입니다. 딱 그 중간에 끼어있는게 저 네요...

글쓴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바로 윗세대, 소위 386으로 대변되는 사람들, 진보세력들은 싫고, 그렇다고 해서 새누리당은 죽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이것도 아니죠. 그래서 정치권 외부에서 끊임없이 찾지만 사실 없습니다. 왜냐면 20대를 아우르는 어떤 공감대를 제시하는 정치인이 없었거든요.

그때 등장한 사람이 안철수 였던거죠.. 굳이 정치적인 이름을 매기자면(물론 그의 행동이 정치적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아마 멘토 정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여기서 멘토란 이끌어 나가는 리더의 개념이 아닙니다. 일종의 듣는 능력이자 공감의 능력입니다. 안철수 박경철이 했던 청춘 콘서트는 수만명의 20대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다니는 자리였습니다. 지금껏 이정도로 20대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나 능력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티비 토론이 시작되면서 대중 연설 시대에는 없던 토론 능력이 요구되었고, 말하기는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였습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빠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그 첫번째 스타트를 끊은 박원순 시장의 특징은 듣는 능력이죠. 그는 대놓고 듣는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그 선거운동이 판세에 얼만큼 영향을 미쳤느냐는 좀 회의적이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들은 변화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서울 시장실 벽면을 포스트잇을 가득 채운 모습이 일종의 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 반대급부의 최고봉인 듣는 능력이 완벽하게 결여된 누군가에 비하면 그냥 쇼일지언정 엄청 고마운 일입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정치인의 정점은 노무현이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말 잘한다고 표 받는 시대는 지났죠. 박원순이 그걸 증명했구요.(이명박도 말 못하지만 당선됐죠.. 근데 그건 좀 특이 케이스라고 봐야 될 거 같습니다. 일종의 과도기, 노무현류의 정치인의 대안을 찾다가 찾다가 못찾아서 어처구니 없는 방향으로 대중의 욕망이 흘러버린 안타까운 케이스죠..) 논객의 시대가 가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봅니다. 유시민처럼 말 잘하는 정치인이 말만하면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소위 말하는 진정성있는 정치인을 뽑는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진정성을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그사람의 태도를 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연 저 사람이 내 말을 들으려고 하는 걸까?하는 태도를 봅니다. 즉, 진정성이란 경청하려는 자세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지금은 매체도 많고 인터넷이 하도 발전해서 말이 넘치는 시대입니다. 그러면 대중의 결핍이 어디에 있는지는 뭐 뻔하죠. 말은 많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사회, 그래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겠다 싶은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겁니다. 20대 이야기 하다가 왜 이렇게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20대의 고민을 적어도 가장 진정성있게 들어준 사람은 안철수입니다. 수많은 토크콘서트가 다 그런 자리였습니다. 아마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20대의 표를 얻고 싶거나, 아니면 앞으로 정치 지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거든 듣는 능력을 키워야 될 겁니다. 듣는다는 건 듣고 판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입니다. 듣고 공감하고 같이 고민하는 능력입니다.
물론, 문제의 정치적 해결 능력은 이 댓글 맥락과는 좀 다른 문제입니다.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2/03/07 01:20
수정 아이콘
글도 좋고 리플도 좋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다만 이명박이라는 인물이 과도기가 만든 정치적 사생아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당시에 노무현 정권의 실정(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지 않지만)과 부동산 투기, 주가상승으로 만들어진 주식투자 붐이 개인의 부의 축적과 경제적 성공에 대한 열망을 불러 일으켰고, 그러므로 그것이 당시의 시대적 요구였으며 그것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성공신화의 주인공 이명박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부도덕성과 흠결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공감능력도 있겠지만, 성공한 CEO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지금도 여전한 대중의 성공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는데 일조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감의 달인 안철수가 직접 정치를 하려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쉽게 문재인과 단일화하리라는 단정은 못하지만, 듣보잡 야권 후보에게 시장 후보자리를 그냥 내어준 전무후무한 이벤트를 보여준 전력도 있고, 이미 새누리당에 대한 선을 분명이 그었기에 불출마시 그 지지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자명한 것이죠.
현 시점에선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박근혜이지만, 말씀하신대로 현시대 대중의 시대적 요구가 공감이라면, 그리고 그 공감능력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분명하다면, 본인의 노출을 꺼릴 수록 좋고 모든 면에서 소시민과 큰 괴리감을 둔 인생을 살았던 박근혜의 당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지겠군요. 도저히 공감이 불가능한 인생이니.
그리고 본문에는 빠져있지만 대중연설이라는 덕목에 부합했던 인물은 아마도 김대중일텐데, 개인적으론 정치인의 연설에 감동해 본 기억이 나지 않아서 젊은 시절 100만명을 불러 모았다는 타고난 천재 연설가의 연설능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당선되던 시절에는 고문 후유증과 노환으로 인해 신체적 언어적 능력이 많이 쇠퇴해버린 후라..
12/03/07 01:4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87년도에 서울 흑석동에 있는 원불교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연설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녁 8시쯤이었는데, 부모님과 놀러가는 줄 알고 따라나선 길이었는데, 걷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붙어서 행렬을 이루어서 목적지까지 갔었네요. 연설은 한시간 정도였는데, 내용은 어려서 기억은 못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또렷하게 남아있네요. 제가 본 사람들은 뭔가 억울한게 있는데 입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들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엄마, 근데 왜 후보가 연설할때 없었어?' 라고 물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유세장에 후보가 없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만 한시간을 들었거든요. 근데 어머니는 그때는 아무말 없으시다가 집에 와서 '이렇게 어두울 때 거기서 나와서 연설하다가 암살당할지도 모르거든' 이라고 나지막히 말씀해 주셨던게 기억에 나네요. 돌이켜보면 그땐 레알이었죠..
12/03/07 01:31
수정 아이콘
요즘 PGR에서 정치 이야기 하다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가끔 정치관련글이 올라왔다가 파이어 된 후에 삭제되었던게 엊그제 같은데요.
재미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12/03/07 01:45
수정 아이콘
솔직히 제 성향은 보수입니다만 정작 믿을만한 보수가 없다는게 유머네요.... [m]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796 [일반] [잡담] 노래 + 만화. [15] 켈로그김4756 12/03/07 4756 0
35795 [일반] 21세기 최고의 기타리스트 존 메이어의 새 싱글! [22] 브릿덕후4185 12/03/07 4185 0
35794 [일반] 현재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이벤트중입니다. [33] linux7997 12/03/07 7997 0
35793 [일반] 나인뮤지스/뉴이스트/2NE1의 티저와 빅뱅/정진운의 MV가 공개되었습니다. [14] 효연짱팬세우실4533 12/03/07 4533 0
35791 [일반] 검푸른 해협 - 1. 일본을 공격한다 [21] 눈시BBver.27742 12/03/07 7742 4
35790 [일반] 제주 강정마을을 알고 계신가요?(경찰, 구럼비바위 발파 허가) [84] SkinnerRules7168 12/03/07 7168 5
35789 [일반] 10대 청소년들이 여가부 디도스 공격.. [39] Eva0105681 12/03/07 5681 0
35788 [일반] 가장 기대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40] 난 애인이 없다6131 12/03/07 6131 0
35787 [일반] 김화백의 웹툰 진출, 그리고... [45] 거간 충달7321 12/03/07 7321 0
35786 [일반] [연재][WWE 계층] Remember Wrestlemania - 1 - [7] EZrock3727 12/03/07 3727 0
35785 [일반] PK지역은 20~40대의 투표참가에 따라 선거판도가 요동칠 듯 보입니다. [34] 타테시4339 12/03/07 4339 0
35784 [일반] 아주 유명하지도, 인기있지도 않은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 [15] 로렌스4908 12/03/07 4908 1
35783 [일반] 김재호 판사가 "사실상" 청탁 잠정결론 [47] 타테시5783 12/03/06 5783 0
35782 [일반] 괜찮았던 애니 음악 [18] 눈시BBver.26594 12/03/06 6594 0
35781 [일반] 2012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대전으로 확정되었습니다. [14] 타테시4080 12/03/06 4080 0
35780 [일반] 20대의 정치, 정치성향 [21] 信主4422 12/03/06 4422 5
35779 [일반] 이런 감정 처음입니다 [41] 엔투스짱5347 12/03/06 5347 0
35778 [일반] 울고 싶어지는 노래가 있습니다. [14] RookieKid3801 12/03/06 3801 0
35777 [일반] 픽업과 연애 #5. 전 쉬운 여자가 아니랍니다. [22] Love&Hate26510 12/03/06 26510 5
35776 [일반] 실직(?) 했습니다. [8] Sue4323 12/03/06 4323 0
35775 [일반] 요상한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이야기 [20] 아르바는버럭6737 12/03/06 6737 0
35774 [일반] 기억에 남는 만화들 [61] 눈시BBver.210080 12/03/06 10080 0
35773 [일반] 2011년에 저평가 받았던 영화 5편 [54] 불쌍한오빠7879 12/03/06 787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