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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20 23:15:43
Name TheGirl
Subject [일반] 첫 발걸음
오늘부터 병원에 출근하기전 인턴 선배님들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오후에 병동 인턴을 따라다니면서 드레싱,t-tube교체 배양검사 등등 인턴일을 배우고 난 뒤 저녁을 먹었고,

식사 후에 3월 응급실에 배정받아서 아무래도 응급실업무를 배워야겠기에 응급실에 내려갔습니다.

응급실은 bed가 모자라 추가bed까지 내려와있고, 선배님들과 간호사 등 paramedicine분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녀서 뭔가를 배우러 왔다는 자체로 누가 될까 조심스러워 지는 풍경이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말턴인 선배님이 이동하면서, 차트작성하면서 빠르게 설명해주시는게 감사할 따름이였죠.

몇 케이스 환자를 따라다니며 impression(의심되는 질환)에 따른 검사 order, EMR(전자의무기록) 쓰는 법들을 배우고 있던중
한쪽에서 CPR(심폐소생술)이 터진듯 했습니다.

선배님이 갑자기 저를 보시고 한마디 하십니다

'뭐해 빨리가봐'
'네?'
'가보라고!'

얼떨결에 달려가서 보아하니 심장은 멎어있고 폐출혈이 있는지 삽관된 튜브에서는 피도 흘러나와서 간간히 suction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준비하라는 레지던트 선생님 말씀에 따라 장갑을 끼고 대기를 하고있으니 두려움에 손이 조금 떨렸습니다
실습하면서 몇번, 실기시험 준비하면서 몇번 모형에 해보기는 했지만 실제 사람에게는 시행해본적이 없었으니까요.

'자 교체, 컴프레션'
환자분 옆에 서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팔은 곧게 펴고 nipple(유두) 사이를  5cm 깊이로 분당 100~120회 누른다' 암기했던것을 되네이며 정신없이 가슴을 펌프질 하고 있으니 다시 교체가 되더군요.
처음 대면하는 급박한 상황에 얼떨떨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분들은  너무나 침착하십니다. 소생술때문에 몸이 출렁거리는데도 대퇴동맥에서 혈액을 뽑아네 검사를 하고, 주입된 약물을 수시로 체크하고, 한사람이 가슴압박을 몇분 시행했는지 체크해서 교체시키고..

환자 가족분들이 울먹거리며 다가옵니다.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대기하고 있던 저에게 보호자분들 제어를 요구하셨고
무슨말을 해야할까 머뭇거리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밖에서 기다려주세요..' 아마도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되기에 희망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뭐라 말씀을 좀 더 드려야 될텐데 생각을 하고 있으니
'OOO! OOO! 교체!'
그냥 보호자분들께 꾸벅 인사를하고 다시 환자분께 돌아갔습니다.

CPR중 중간에 5초정도 심장이 돌아오는 듯 했고, 잠시나마 뿌듯함에 눈물이 날것만 같았는데 야속하게도 제세동기를 충전시키는 동안 다시 멎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30분을 넘게 돌아가며 소생술을 시행했고,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보호자분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가십니다.
우리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 이상은 힘들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면 조금 더 힘써주라는 부탁에 차갑지만 어쩔수 없는 레지던트 선배님의 대답이 돌아갑니다. 지금 의사 몇명이 환자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 다른 위급한 분들이 많다, 저희도 더 노력해보고 싶지만 환자분은 힘드신 상태고 이대로는 다른분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다.
생사가 엇갈리는 곳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어떤이들의 가슴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켠이 짠합니다. 그래도 그저,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정식 출근도 아니었지만 의사로서의 처음 손길이 한 생명을 살려내진 못하여서 답답한 마음이지만, 다음에는 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덧. . 멋으로 쓰려는건아닌데 워낙 입에 붙어버려서 자주 튀어나오는 영어인용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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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inthe
12/02/20 23:47
수정 아이콘
첫 발걸음을 떼신것 축하합니다 :)
저도 오늘 첫 출근이었기에 글 제목만 보고 본능적으로 클릭했네요.
초심을 잃지 않으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현금이 왕이다
12/02/20 23:49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라고 쓰려했는데, 사연이...
수많은 생명을 다시 살리는, 그리고 진심으로 존경받는 그런 의사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12/02/20 23:51
수정 아이콘
첫날부터 환타의 느낌이.. 화이팅요 [어른폰]
Pathetique
12/02/21 00:47
수정 아이콘
4년 전 딱 제모습이군요..

가끔은 돌아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럴 때의 희열은 정말 크지요..
몸과 마음이 힘드실텐데 그래도 내가 항상 손해본다는 기분으로 동료분들과 잘지내시고
아무리 힘들어도 환자분들께 최선을 다하시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말이야 쉬운 말인데 몸이 워낙 고되다 보니 1년 내내 저렇게 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공부도 틈틈히 열심히 하셔서 1년 후에는 꼭 자신이 원하는 전공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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