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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04 10:49:17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윤관의 여진 정벌, 그리고 척준경 - (3) 9성 완성, 그리고 반환


윤관과 척준경?

후삼국 이야기를 하면서 유금필은 원래 중요도가 좀 떨어진 북방을 담당하다가 신숭겸, 김락 같은 에이스들이 죽자 구원투수로 등장했고, 에이스로 성장한 게 아닐까 하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후반 들면서 아주 혼자 놀긴 하지만 무대는 넓었고, 그 동안 다른 장수들의 활약도 없지 않았죠. 이성계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척준경의 활약은 오로지 이 동북면에서만 집중됩니다. 거기다 그는 반역 열전에 실린 자, 좋게 써줄래야 좋게 써 줄 수가 없죠. 그런데 그 혼자 무협지를 찍는다는 것은 동북면에서 그의 공이 정말 어마어마했다는 점일 겁니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마이너스가 되면 됐지 플러스가 될 리가 없죠. 혹여나 깎인 부분이 있다 해도 그건 무용을 깎고 대신 통솔을 늘려야 될 겁니다. 이게 정사인 고려사에 있다는 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요? -_-;

야구로 비교하면


올해 윤석민도


10 류현진조차도... 잠깐만 10?


어쩌면 선동렬도 넘어서


84 한국시리즈 때의 최동원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야말로 혼자 전황 자체를 좌지우지한 거죠. 여진은 척준경에게는 졌지만 고려에게는 이겼다 이런 것처럼요.

후우... 다시 한 번 명복을 (__)

이렇게는 썼습니다만... 9성 작전이 완료된 이후부터는 그의 활약도 크게 떨어집니다. 여진족의 작전이 크게 바뀌었거든요.

1. 9성 완성
9성에 대해 대략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긴 합니다. 길주는 최전방으로 해안 쪽에, 영주는 서쪽 경계로 내륙 쪽, 공험진은 그 사이에 특히 중요한 요충지에 세웠을 겁니다. 웅주는 그 후방에 있을 것이고 함주와 정주는 그보다 꽤나 후방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거리인데... 개성에서 출정해 웅주에 이르기까지 12일이 걸렸다고 하는 데서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능하겠지만, 어려운 문제죠. 아무튼 이런 위치를 대략 생각해 놓으면 편할 겁니다.

여진족은 큰 피해를 입고도 웅주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위의 예상으로 보면 웅주는 전방인 영-길-공험진과 후방을 잇는 요충지였죠. 병목 지역에 대한 윤관의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는 걸 뜻 하기도 합니다. 여기가 점령되면 또 위험해지죠. 결국 최홍정은 결단을 내리고 척준경을 부릅니다. 제아무리 척준경이라도 이렇게 답했겠죠.

"아니 장군님. 그게 말이 됩니까?"

최홍정은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준경아 우짜겠노. 여기까지 왔는데."

물론 척준경은 웃으며 이렇게 답했을 겁니다.

"알겠심더. 마 함 해보입시더."

이렇게 척준경은 한밤중에 밧줄로 성벽을 내려가 적진을 빠져나갑니다. 정말 열심히 달려 정주성에 도달했고, 병력을 이끌고 돌아왔죠. 그 가운데 통태진과 야등포 등이 있었는데 이 지역의 여진족을 모두 뚫고 길주까지 내닫았습니다. 여진족은 고려에 맞불로 성을 쌓았고, 통태진의 진이 그것이라면 적의 성을 모두 뚫으며 갔다는 거죠. 이건 무슨...



이런 생각까지 들게 하죠.

이렇게 여진족은 다시 물러났고, 그 틈을 타 윤관은 통태, 의주, 평융에 세 성을 더 쌓습니다. 이 지역은 웅주와 함주 사이, 여진족이 빈 틈을 타고 쳐들어왔던 그 자리가 아닐까 싶네요. 아무튼 이렇게 9성을 쌓았고, 공험진 너머의 비석은 이 때 세워집니다.

이어 고려는 강력한 사민 정책을 폅니다. 조선과는 비교도 안 될 엄청난 수였죠. 무려 6만 9천호, 수십만 단위인데다 이게 사람 수를 호구 수로 잘못 기록한 거라 해도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9성의 영역이 엄청나게 컸을 거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조선 때의 사민 정책은 고려를 본받아서인지 길고 길게 이루어졌고, 애초에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고려인들이 많이 이주했던 지역입니다. 이성계 가문처럼요. 거기다 조선은 여진족의 동화와 함께 실시했죠. 세부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혹은 6만 9천호가 "계획상"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9성이 완료되면서 동북면 여진 정벌은 완료됩니다. 윤관은 4월 9일 귀환해 보고를 올렸고, 예종은 윤관, 오연총을 불러 밤새 얘기를 나누었죠. 이 때 모습을 보면 고구려의 옛 영토를 되찾았다느니하면서 축제 분위기입니다만... 최전방의 상황은 달랐죠.

2. 끝 없는 소모전
9성을 쌓고 바로 고려인들을 이주시킨다는 윤관의 계획은 확고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공을 이미 떨쳤으니 마땅히 군사를 거두어 만전을 도모 해야지, 지금 다시 오랑캐의 지경에 깊이 들어가 성지를 벌여 설치함은 비록 이루기 쉽다 할지라도 후에 지키기 어려울까 두렵다"

병마부사 박경작은 이렇게 말 하며 말렸고, 병마사 김한충은

"만약에 외성을 다 쌓기 전에 별안간 위급한 일이 있는 경우에, 안에도 완전한 성이 없으면 백성을 장차 어떻게 보호하랴. 원수의 명령이 있으나, 나는 감히 좇지 못하겠다"

이라고 말했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윤관은 내성을 허물어 그걸로 외성을 쌓게 했거든요. 너무 서둘렀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급히 쌓은 성이 방어력이 좋을 수가 없죠.

윤관이 작전 성공을 보고하기 위해 개경으로 가는 동안에도 여진족의 공격은 계속됐습니다. 개경에 도착하기도 전인 4월 8일, 웅주성이 다시 포위당했죠. 이번에도 성문을 열고 역습을 해 봤는데...


이렇게 되고 말았죠. 충분히 대비를 하면 기습은 막히기 마련이니까요.

결국 예종은 윤관과 오연총에게 다시 부월을 줘 재차 정벌을 명합니다. 이 때 보낸 병력이 1만이었던 걸 보면 17만 대군은 초반 한 달의 일로 보입니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린 거죠. 그가 이끈 장수는 문관, 김준, 왕자지 -_-;;;; 등, 그 때 여진족은 9성 중간중간마다 진을 치고 중간을 끊었고, 각 성들의 사이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며 말려죽이기를 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오연총 등이 공격에 나서 5백에 가까운 적을 베면서 승전을 거둬 좀 살게 됐죠.

이렇게 작전이 변하면서 고려군의 작전도 성에서 버티기 + 수색섬멸전으로 바뀌었고, 이런 상황에서 척준경이 크게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소소한 전공이 있었죠. 누구랑? 왕자지랑 (...)

행영병마판관 왕자지ㆍ척준경이 여진과 함주ㆍ영주 두 주에서 싸워 33급을 베었다 (8월)

왕자지ㆍ척준경이 또 여진을 사지령에서 쳐 27급을 베고, 3명을 사로잡았다 (9월)

겨울이 돼서도 싸움은 잦아들지 않은 모양입니다. 왕사근, 하경택 등이 함주에서 전사했고, 조정의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죠. 예종 자신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2월에 왕이 크게 잔치를 벌였는데, 여러 대신들에게 춤을 추며 놀게 했는데 승선 임언은 취한 척 하고 물러나면서 이런 뼈 있는 말을 남깁니다.

"동쪽 변방이 아직 편안하지 못한데 차마 춤을 출 수 있겠습니까?"

1109년에도 이런 식의 소모전은 계속됐고, 먼저 지쳐가던 쪽은 고려였습니다. 그리고 여진족은 게릴라전과 동시에 화친을 청하며 9성을 돌려주기를 간절히 청하게 됐죠. 화전양면전술이었습니다.

"지금 군국에 변고가 많아 백성이 편안하지 못한데 자주 군신과 주연을 즐기고, 더욱이 지금 동쪽 변방에 싸움이 그치지 않았고 주둔한 군사가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근자에 거짓으로 화호를 청함에 국가에서는 이를 믿고 사신을 보내어 요에 알리고 그 9성을 돌려 주려 함은 심히 불가하니, 청컨대 헤아리소서"

이렇게 반대하는 신하들도 있었지만...

이 때 완안아골타의 말은 이랬습니다.

"옛날 저희 태사인 영가가 일찍 말씀하기를,‘우리 조종이 대방(=고려)으로부터 나왔으니 자손에 이르러서도 의리상 귀부함이 마땅하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태사인 우야소도 역시 대방으로써 부모의 나라를 삼나이다. 그런데 갑신년 사이에 있어 궁한촌 사람으로 태사의 지유함을 순종하지 않는 자를 병사를 들어 응징하였더니, 국조(=고려)가 저희가 변경을 범하였다고 군사를 내어 정벌하다가 다시 수호를 허락하였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는 이를 믿고 조공을 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크게 군사가 들어와서 저희의 늙은이와 어린아이를 죽이고, 9성을 두어 유리 망명한 사람으로 하여금 돌아가 의지할 곳을 없게 할 줄은 생각하지도 아니하였습니다. 이에 태사가 저희를 보내어 옛 땅을 청하게 하였습니다. 만약 9성을 돌려주심을 허락하시어 생업을 안정시켜 주시면, 저희들은 하늘에 고하여 맹서를 하고 대대로 자손에 이르기까지 세공을 정성껏 바치고, 감히 기와조각 돌 조각도 변경 위에 던지지 않겠나이다"

참 구구절절하죠. 이렇게 저들의 말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 화친을 하면 명분도 서는 상황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말로만 하는 게 아니었죠. 이 시기 여진족의 대규모 공격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구원을 가던 오연총은 그들에게 대패합니다. 금사에 따르면 이 때 혼탄이라는 장수가 각기 5만, 7만의 고려군을 대패시켰다고 합니다. 고려사에는 기록돼 있지 않지만, 당시 상황을 짐작할 만 하죠. 더군다나 길주성 등 각 성의 고립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오연총의 대패 이후, 예종은 여러 신하들을 불러 9성을 돌려주는 일을 의논합니다. 당연히 윤관은 무한 까임을 받게 됐죠. 그 이유를 간단히 적어 보면 이렇습니다.

- 길 하나만 통하니 막기 쉽다면서? 근데 사방에서 공격당하니 이게 뭐임?
- 여진이 지네 소굴을 잃으니까 복수할려고 맨날 공격해오고 짜증나게 계략도 마구 쓰니 이거 어쩔?
- 성이 쉽게 함락당하진 않겠는데 아군 피해가 너무 큼
- 개척한 땅이 너무 넓은 ㅡㅡ 9성 사이가 너무 멈
- 나라에서 계속 징병하니 백성들 다 죽겠다 이놈아
- 쟤네도 전쟁 싫증나서 강화를 청하니까 들어줍시다잉?

결국 9성을 돌려주자는 여론이 우세해지면서 6월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됩니다.

그러고보니 그 직전인 5월에 예종이 척준경의 아버지를 직접 불러 이런저런 선물을 내려주었습니다.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혹은 이전보다는 약했겠지만 척준경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었다는 거죠. 대략 이런 모습이었겠죠?


 "적 중에 3할을 죽이길 원합니까 적장 30명을 죽이길 원합니까?"

에 좀 다른가...

뭐 이런 개인의 활약과는 별개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이제 고려 조정에서는 요나라 핑계까지 대게 됐죠. 요가 이 때 압박을 줬을까 생각은 해 봤는데, 자기네도 여진이 커 가는 걸 알았을 건데 굳이 고려에 압박을 줬을까는 의문입니다. 어차피 사대는 하고 있었으니 고려 내에서 명분, 에 그러니까 정신승리용으로 일부러 댔을 것 같습니다.

예종은 마침내 9성 포기를 선언합니다. 그 대신으로 내건 것이 하늘에 맹세를 하라는 거였죠. 완안오아속은 두말하지 않고 그걸 따릅니다.

"이제부터 나쁜 마음을 버리고 대대로 조공을 드릴 것이다. 이 맹세에 변함이 있으면 번토는 멸망하리라"

뒷일을 생각하면 씁쓸하죠.

이렇게 9성에서의 완전 철수가 시작되는데, 그 시작은 역시 길주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쌓았을 때의 9성과 돌려줄 때의 9성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영주, 웅주, 길주, 복주, 선화진, 숭녕진, 진양진, 함주, 통태진

자세한 평가는 다음 편에 하겠습니다.

8월, 윤관과 오연총은 패장으로 돌아왔고, 예종은 부월을 회수합니다. 그 둘은 쓸쓸히 집으로 돌아갔죠. 왕은 돌아온 정벌군, 특히 기병인 신기군을 위무하며 "장수 때문이지 니들 때문이 아니다"고 위로합니다. 역시 말이 있으면 특별 대우 받은 모양입니다.

뭐... 그렇게 화려하게 시작한 여진 정벌은 쓸쓸하게 끝납니다. 그 후 대신들은 윤관과 오연총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파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하시중으로 곧 다시 복직한 걸 보면 형식상의 처벌인 것 같네요. 어쨌든 누군가가 책임을 지긴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그런 괴로움 때문인지 얼마 안 가서 세상을 떠나니... 1111년입니다.

이렇게 고려에서 사활을 걸었던 정벌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여진과의 갈등은 남아 있었고, 척준경 역시 살아 있었죠. 다음 편부터는 그 뒤의 상황을 보겠습니다.

_-)a 뭐... 기분이 딱히 좋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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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11/12/04 11:01
수정 아이콘
당시 강성했던 여진족을 상대로 대등한 싸움을 했다는것 자체가 대단합니다. 이때의 활약덕분에 이후 금나라가 중원과 북방을 장악한 후에도 고려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했으니, 의미없는 싸움은 아닌것 같고...
물론 척준경이 없었으면 여지없이 패했을 전쟁.
루크레티아
11/12/04 11:07
수정 아이콘
사실 저 상황도 어차피 치킨게임이었으니, 고려가 이 꽉 깨물고 '에라이 어디 한 번 누가 죽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달렸다면 거란과 여진의 역사가 상당히 달라졌겠지요. 아골타가 요를 멸망시킨 것도 어찌 보면 순전히 운빨이 엄청나게 작용한지라...만약이란 가정은 필요 없다지만 고려가 치킨게임으로 달려갔다면 어차피 여진의 국력의 본바탕은 고려에겐 안드로 수준으로 처참한 상황에다가 요까지 끼어들었을 것이니 아골타로서는 저 징징거림이 신의 한 수 였다고 봅니다.
11/12/04 11:46
수정 아이콘
이렇게 재밌는걸 국사는 왜 그렇게 재미없게 가르쳤던건지.. 크
11/12/04 14:07
수정 아이콘
오히려 이런 원맨쇼를 보면 볼수록 척준경이 괜히 이자겸과 함께 금에게 사대할 것을 주장한 게 아니구나 싶어지네요.

이미 이 글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사망했던 상황에서
조정대신들의 대부분이 반대했다고 해봤자 척준경이 눈 한 번 부라리고 이런 싸워본 적도 없는 것들이! 일갈했다면(....)
HealingRain
11/12/04 21:45
수정 아이콘
정말 눈시님 덕에 역사공부 재밌게 합니다. 흐흐
최근엔 자게에 오면 눈시님 새 글이 있는지 살피게 되네요.

그나저나 척준경... 오늘날 wwe 출연하면 무적기믹이 심하다고 가루가 되도록 까일정도네요. 뭐 저런 굇수가 다 있나요.
Je ne sais quoi
11/12/05 01:20
수정 아이콘
그냥 척준경이 반대하는 대신들 다 쓸어버리고 다시 정벌까지 갔으면... 무협지가 되는 거겠죠? -_- 정말 용두사미가 되었군요 -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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